재테크에 웬만큼 밝은 사람도 보험에 대해서는 어려워한다. 복잡한 조항, 어려운 단어, 그럴듯한 문구들… 이 때문에 지인인 보험 모집인의 말에 따라 무심코 가입하기 쉽다. 그러다 막상 혜택이 필요할 때는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 질병’이라든지, ‘계약 위반’과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기자가 종신보험에 가입한 건 4년 전 직장 동료의 권유에서였다. 몇 년 전 어머니가 친척을 통해 일방적으로 가입한 보험이 있긴 했는데 월 불입액이 부담스러웠던 터라 해지한 상태였다. 당시 “종신보험 아직도 안 들었어? 빨리 들어”라는 말을 주변에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있었다. 동료는 꽤 믿을 만한 보험설계사가 있다고 소개했고, 그를 만나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가격으로 보험 계약을 했다. 불과 4년 전 일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도 종신보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보험은 적금이나 펀드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대개 주변의 권유나 설계사의 권유에 따라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위기가 닥쳤을 때 보험이 휴지조각이 되는지, 도움이 되는지는 바로 자신의 손에 달렸다.

PART 01 보험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진실
보험소비자협회(cafe.daum.net/bosohub) 회장 김미숙씨. 그녀는 보험업계에서 설계사로 일하면서 보험사와 보험상품에 대한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억울한 보험 소비자의 편에서 보험사와 맞장 뜨는 국내 유일의 협회를 운영하면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발매된 그녀의 저서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중 꼭 알고 있어야 할 사항을 정리했다.

환급금에 현혹되지 말고 보장 기간 내 혜택 많은 상품을 선택
가입자들은 납입한 돈이 아예 소멸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돌려받는 것이 더 좋다고 느끼기 때문에 만기환급금 상품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는 보험료를 좀더 내게 하려는 보험사의 미끼다. 만기시점인 30년 후의 화폐가치는 어떻게 될까? 불과 10년 전 2천만원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소형차 한 대 값이다. 물가상승률을 따져본다면 환급받게 될 때의 돈은 아마 한 달 용돈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보험은 보험 기간 내 될 수 있으면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만기시 환급받지 않는 순수보장형으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젊은 층의 보험료는 장년층의 지급 비용
보험은 젊을 때 가입해야 좋다는 말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 보험료의 액수만을 단순 비교해서 50세보다 20세에 가입해야 보험료가 더 싸다며 젊은 층을 주로 공략한다. 보험설계사는 만기 후 갱신 혹은 새로 가입할 때 건강하지 못해서 거절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무조건 길게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짧게 가입해놓은 보험도 리모델링을 권유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젊은 층이 보험금을 실제 지급받을 확률은 매우 적다는 사실, 심지어 사망보험금을 받을 확률보다 중도에 해약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는다. 젊은 층의 보험료는 장년층의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한 수단이다. 보험료는 다소 비싸져도 보험 가입 거부 연령이 되기 직전에 가입하는 게 이익이다. 물론 건강해야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고지의무’가 당신의 보험금을 날릴 수 있다
보험 가입시 ‘현재 혹은 과거 병력’, ‘직업’, ‘운전 유무’, ‘타사 보험 가입 유무’, ‘취미활동’, ‘장애 상태’, ‘여성인 경우’ 등을 기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 대목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작성한다. 가족이나 부양자 등 타인이 작성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때 꼼꼼히 따져 기록하지 않는다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운전 유무’도 자가용이라고 표시했다가 혹 화물차 운전으로 사고가 났다면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 가입 당시 운전을 하지 않아 ‘운전 안 함’으로 표시했다가 나중에라도 운전을 하게 됐을 때 이를 보험사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타사 보험 가입 유무’에도 보험 가입 시점에서는 타사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가도 후에 가입했더라면 이 또한 보험사에 고지를 해야 한다. 이는 위험이 따르는 취미활동, 부모나 형제의 병력도 마찬가지다. 아주 오래된 병력 등도 면밀히 기억해내서 기록하지 않는다면 과거 병력을 숨겼다는 이유로 보험이 자동 해지된다.

보험계약서는 반드시 본인이 자필서명하라
보험계약서의 모든 항목은 자신이 직접 표시해야 한다. 자필서명은 보험계약자와 보험 대상자가 직접 해야 고지의무 위반과 자필서명 미이행에 따른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내 병력을 구두로 설계사에게 알리는 것은 소용이 없다. 보험설계사가 나의 고지를 회사에 제대로 전달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보험설계사가 몰라서 잘못 알려주거나 그냥 괜찮다고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보험사가 아닌 담당 설계사와 싸워야 한다. 무조건 가입자가 보험사에 직접 문서로 고지하고 대표의 직인이 찍힌 답변서를 받아야 한다. 만일 문서를 거부하면 녹음이라도 해야 한다. 보험사가 계약 해지를 할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보험이 여러 개라도 보험금은 중복해서 받지 못한다
두서너 가지의 보험을 함께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질병이나 사고가 생긴다면 충분히 보장받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의료비실손 보장보험’의 경우 아무리 여러 개 보험사의 상품으로 들어놓았다고 해서 보장한 금액이 모두 나가지 않는다. 5백만원 한도의 의료비실손 보장보험을 두 개를 들었다면 합쳐서 1천만원이 아닌, 5백만원을 받게 된다는 말이다. 보험료는 중복으로 받으면서 보험금은 중복으로 주지 않는다. 여러 개의 보험 가입시 특히 이 점을 잘 따져봐야 한다.

연금보험, 복리 효과가 아닌 화폐가치 하락을 따져라
어느 보험사의 연금 상품. 이 상품에 따라 20년간 5천만원을 낸다면, 만기시 해약환급금으로 7천8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 낸 보험료 기준 152.1%다. 그러나 이 돈은 물가상승률 3%만 반영해도 4천3백만원으로 줄어들고, 물가 7%를 반영한다면 2천만원의 가치가 된다. 60세가 되어 연금지급이 개시되더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0년이든 20년이든 해가 거듭할수록 연금액의 가치는 계속 내려가게 되어 있다. 결국 화폐가치도 없는 푼돈을 지급 받다가 그나마 사망과 함께 끝이 나는 것이 연금보험의 진실이다.


PART 02 보험회사의 광고 속에 들어 있는 함정
이제는 보험도 TV 광고 속으로 들어왔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케이블 광고 방송이나 홈쇼핑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보험 광고. 그들은 한결같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이 보험 하나면 다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다 보장’의 뜻은 정말 모든 질병, 모든 사고에 해당할까? 그러나 세상에는 모든 경우를 다 보장해주는 보험 상품은 없다. 보장한다는 항목을 살펴보면 모든 질병을 아우르고 있는 것 같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다보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 보험사 상품은 상품명을 변경하라는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무조건 ○○원을 지급합니다”
보험에서는 ‘무조건’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넓은 보장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에서는 “단 ~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습니다” 혹은 “단 ~에 대해서는 50%만 지급합니다”와 같은 단서조항이 붙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단서조항은 광고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거나 아주 깨알 같은 글씨로 알아볼 수 없도록 적혀 있을 뿐이다.

“무진단, 무심사로 가입이 가능합니다”
마치 병이 있어도 가입 가능할 것 같은 광고 문구들. 그러나 무진단, 무심사로 가입할 수 있는 보장내용은 거의 사망과 관련된 것뿐이다. 게다가 사망 중에서도 질병사망은 제외된다. 만약 질병보장을 추가하려면 진단과 심사 없이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재해로 인한 사망만 해당되며 질병과 관련된 조항이 있더라도 가입 후 2년 정도의 일정 기간 안에 사망하면 보장 금액의 절반만 지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보장은 늘리고 보험료는 줄였습니다”
얼마나 멋진 광고 문구인가! 그러나 보험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당연히 보험료가 줄면 그만큼 혜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그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특정 경우의 보험금만을 강조할 뿐 약관을 자세히 읽어보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문구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미끼에 불과하다.

글/두경아 기자 참고서적/ ‘보험회사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웅진윙스, 김미숙), ‘Mr.깡의 못다 한 보험이야기’(엘도라도, 강세훈) 사진/원상희·경향신문 포토뱅크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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