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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가 원하는 건…스피드?

통신 속도 느릴수록 우울증 커져

초고속인터넷도 엄청 빨라졌는데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나날이 증가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확산되기 시작하던 2000년, 당시 의학계에 재미있는 논문 하나가 발표됐다.

부산 고신대 의대 차형수 교수는 당시 한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느린 인터넷 통신속도가 일반인들의 우울증 성향을 크게 높여준다고 보고했다.

당시 차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당시 속도지원이 빠른 종합정보통신망(ISDN)과 근거리통신망(LAN)을 사용하는 통신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속인 56kbps급의 전화선 모뎀 가입자에서 우울증 증세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신 접속속도가 느리면 이를 사용하는 네티즌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불쾌지수를 높여, 우울증을 유발하고 결국은 생산성을 크게 위축시킨다는 내용이다.

일반인들에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이 논문은 초고속인터넷 도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주요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특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성까지 더해져, 인터넷 속도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아주 밀접한 요소가 된지 오래됐다.

이후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당시 2Mbps급을 지원하던 ADSL 가입자가 채 100만 가입자에도 못 미쳤던 데 반해 지금은 농어촌 산간 벽지까지 초고속인터넷이 지원된다. 가입자도 15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30∼50가구가 모여 사는 미니 마을에까지 정부가 나서서 초고속인터넷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전국의 모든 가구와 사무실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 수준도 가히 세계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2000년 이전, 일반 PC 사용자들은 일반 전화접속을 통해 최대 56kbps급의 데이터통신을 사용했고, 좀 더 인프라 여건이 좋은 가입자들은 ISDN을 통해 128kbps급을 지원받았다. 주로 텍스트 기반의 문서를 다운받는데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전화접속에 의존하던 인터넷 통신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은 ADSL이 출연하고나서부터. ADSL도 일반 전화선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최대 지원속도가 2∼10Mbps급에 달해 기존 전화접속 기술과 비교하면 수십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2000년대 ADSL 열풍을 거쳐 이제 국내 초고속인터넷 환경은 다양한 멀티미디어 지원이 가능한 50∼100Mbps급까지 급격히 고도화됐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ADSL을 광랜,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 댁내광가입자망(FTTH)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주요 사업자들이 기존 PSTN 인프라 대신에 초고속 멀티미디어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광(光) 인프라로 망을 고도화하면서 FTTH로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50∼100Mbps급이면, 일반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고화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실시간 송수신해야 하는 온라인게임, IPTV 등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기술은 2000년대 이전 일반 PSTN 접속과 비교하면 수백 배나 더 빠르다.

이 수치를 `통신속도가 느리면,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우울증에 걸릴 소지가 더 많다'는 논리에 대입하면, 오늘날 인터넷을 이용하는 현대인들의 `속도 스트레스'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사용하는 사람들에 한번 물어보자. 과연 `속도 스트레스'가 줄었는지, 현재의 인터넷속도에 만족하고 있는지.

매년 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 서비스 중 고객불만이 가장 높은 사례를 발표한다. 올해도 고객불만이 가장 많은 메뉴 상단에 예외없이 인터넷 속도 문제가 단골메뉴처럼 올라와 있다.

해마다 인터넷 속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속도 불만, 속도 스트레스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불만은 왜 해마다 증가하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의 원인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평생 인터넷을 열어 놓고 `속도 스트레스'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비애도 한몫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속도만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우리네 업무환경이나 생활환경도 역동적으로 빨라졌다.

늘 시간에 허둥대고, 인터넷이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의 비애감이 여기에 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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