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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30 ‘길바닥 껌과의 전쟁’에 첨단과학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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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바닥에 달라붙은 껌딱지를 떼는 모습. 껌딱지를 없애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각종 제거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들러붙지 않는 껌… 뱉으면 물에 녹거나 고체로 변하는 껌 개발 제거방법에 레이저·액체질소·스팀까지 동원

지난 14일 영국 언론들은 한 벤처회사가 ‘들러붙지 않는 껌’을 개발, 정부가 길바닥의 껌 제거 작업에 투입하는 연간 예산 1억5000만파운드(약 2800억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껌과의 전쟁에 첨단 과학이 동원되고 있다. 길바닥의 껌 딱지를 없애고 치아에 달라붙지 않는 껌을 만드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물에 녹는 껌 개발=인류는 석기시대부터 껌을 씹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에는 9000년 전 인간이 씹다 뱉은 것으로 보이는 나무 수지(樹脂)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와 마야에서도 수지나 수액(樹液)을 끓여 만든 껌을 씹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껌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수지와 비슷한 구조의 천연 또는 합성수지의 껌 베이스와, 이를 부드럽게 해주는 연화제, 그리고 당분·향료·색소로 구성된다. 무설탕 껌은 당분 대신 솔비톨이나 아스파탐, 또는 자일리톨 같은 설탕 대용물이 들어간다. 껌 베이스는 사람이 씹을 수 있도록 끈적거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것을 뱉으면 도로에 껌 딱지를 만들게 된다.



영국 브리스틀대의 테렌스 코스그로브(Cosgrove) 교수는 껌 베이스에 고분자 물질을 첨가,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만들었다. 껌을 씹으면 침이 나온다. 침에는 수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껌에서 물과 잘 결합하는 고분자 물질이 껌 표면으로 나오게 된다. 껌의 외부가 물과 잘 결합하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껌을 뱉으면 수분이 없는 건조한 도로 바닥과는 달라붙지 못한다. 반면 껌이 물과 잘 결합하기 때문에 물청소를 하거나 비가 내리면 물을 따라 씻겨간다. 연구팀은 일반 껌과 새로 만든 껌을 20분간 씹은 후 보도에 뱉었다. 이틀 후 새로 만든 껌은 전날 내린 비에 씻겨 사라졌으나 일반 껌은 여전히 바닥에 들러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에선 부드럽고 도로에선 딱딱해져=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아예 껌이 분해된다. 7주 동안 껌을 물 속에 넣어둔 결과, 일반 껌은 뱉었을 때 형태 그대로였지만 새로 개발된 껌은 가루상태로 바뀌어 물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옷이나 머리카락에 껌이 붙어도 물로 씻으면 쉽게 없앨 수 있는 것이다.

브리스틀대에서 만든 벤처기업 리볼리머(Revolymer)사는 ‘클린 껌(Clean Gum)’으로 불리는 이 껌을 유럽연합(EU)의 식품안전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치과에서 치아 틀을 만들 때 사용하는 껌에도 적용하면 틀을 쉽게 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닥에 들러붙지 않는 껌은 여러 가지가 개발돼 있다. 세계 최대의 껌 제조업체인 리글리(Wrigley)사는 1999년 실리콘으로 만든 껌 베이스와 폴리비닐아세테이트(polyvinyl acetate)란 물질을 이용해 들러붙지 않는 껌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리콘은 실온에서는 고체다. 반면 따듯한 입안에서는 폴리비닐아세테이트에 의해 부드러워져 쉽게 씹을 수 있다. 그러나 입에서 뱉어지면 다시 고체로 바뀌어 끈적이는 성질이 사라진다. 결국 도로에 들러붙지 않게 된다.

국내에서는 롯데제과가 치아에 잘 달라붙지 않는 자일리톨 껌을 개발한 바 있다. 나이가 들면 침 분비가 줄어드는데 껌을 씹으면 침 분비가 늘어난다. 그렇지만 껌이 인공 치아에 달라붙어 제대로 씹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롯데제과 중앙연구소 박치걸 부장은 “자연 상태와 달리 인공치아엔 미세 숨구멍이 없어 침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며 “침이란 윤활유가 없어도 치아에 달라붙지 않도록 껌 베이스를 변형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껌도 개발되고 있다. 껌 베이스를 만드는 고분자물질을 생분해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리글리사도 이 같은 형태의 껌을 개발한 바 있다.

◆껌 딱지 제거에 레이저도 동원=일단 들러붙은 껌은 제거해야 한다. 1990년대 말 영국 정부는 거리에서 껌 딱지를 없애는 데 한 해 1억5000만 파운드를 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중국에선 춘제(설날) 연휴 1주일 동안 천안문 광장에 60만 개의 껌 딱지가 생기며 제거비용만 우리 돈으로 1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각국에서 금연 정책이 확대되면서 껌 소비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아일랜드에서는 금연 정책 이후 껌 소비가 30%나 늘었다고 한다. 껌 딱지 제거가 껌 값이 아닌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껌 딱지 제거 방법은 사람이 칼로 긁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사람이 도로에서 껌 딱지 한 뭉치를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0.2달러에서 최고 3달러나 된다. 덕분에 인력을 대체할 새로운 껌 딱지 제거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살포하는 물리적 방법이다. 일본에서는 스팀 청소기 같은 도구로 보도의 껌 딱지를 제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세제 성분 등을 이용해 껌의 화학 결합력을 약하게 만드는 용해제도 사용되고 있다. 액체질소로 껌을 얼린 후 고압의 압축공기로 떼는 방법도 있다.

2001년 영국 정부는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도로에 들러붙은 껌을 제거한 연구팀에 2만5850파운드(약 4800만원)의 상금을 주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껌 용해제 개발에 1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대기도 했다. 껌 제거 기술이 앞서갈지, 들러붙지 않는 껌 개발이 먼저일지 주목된다.




영국 브리스톨대 코스그로브 교수팀은 껌을 만드는 고분자물질에 물과 잘 결합하는 물질을 첨가해 도로에 달라붙지 않는 껌을 개발했다. 신발 바닥에 일반 껌과 ‘rev7’이라 이름붙인 물질이 들어간 껌을 붙여보면, 일반 껌은 끈적하게 달라붙지만 새로 만든 껌은 전혀 달라붙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 껌은 브리스톨대에서 만든 벤처기업 리볼리머사에 의해 내년 상용화될 전망이다. /Revolymer사 제공=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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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브리스틀대에서 개발한‘클린 껌’은 물속에서 7주가 지나면 분해돼 가루형태(오른쪽)로 변한다. 반면 일반 껌(왼쪽)은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영 브리스틀대 제공

영국 브리스톨대 코스그로브 교수팀은 껌을 만드는 고분자물질에 물과 잘 결합하는 물질을 첨가해 도로에 달라붙지 않는 껌을 개발했다. 양탄자에 일반 껌과 ‘rev7’이라 이름붙인 물질이 들어간 껌을 붙여보면, 일반 껌은 끈적하게 달라붙지만 새로 만든 껌은 전혀 달라붙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이 껌은 브리스톨대에서 만든 벤처기업 리볼리머사에 의해 내년 상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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