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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주사위의 복제품. 술자리에서 벌칙을 정하는 데 쓴 것이었다. 진품은 그러나 보존 처리 과정에서 한 줌 재로 사라졌다. /신형준 기자

문화재 야화 [16] 안압지 출토 14면체 주사위 통일신라 술자리 풍류용 ‘원샷’, 시 읊기 등이 내용

대권 싸움이 한창이다. 후보를 정한 한나라당이나 민노당,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의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필승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카이사르가 “주사위…” 운운한 것은 서기전 1세기 중반이다. 최소한 주사위가 그 이전에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주사위는 이집트 등 오리엔트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을까?

처음 전래된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발굴품 중 가장 오래된 주사위는 통일신라시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주사위는 현재 복제품만이 남았다.



이 주사위는 1975년, 신라 태자가 거처하던 동궁(東宮) 주변에 조경용으로 만든 안압지에서 나왔다. 참나무에 흑칠(黑漆)을 했다. 높이는 4.8㎝로 손에 딱 잡히는 크기였다. 이 주사위는 그러나 여느 주사위와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우선 정육면체가 아니라 십사면체라는 점이다. 이 중 6개면은 정사각형이었고, 8개면은 육각형이었다. 그리고 한 면을 제외한 나머지 13면에는 한자로 네 글자씩 적혀 있었다(나머지 한 면은 다섯 글자였다). 글자들을 해석하면 이 주사위는 술자리에서 사용되던 ‘벌칙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사각형에 적힌 벌칙은 음진대소(飮盡大笑·술 마시고 크게 웃기), 삼잔일거(三盞一去·술 석 잔을 ‘원샷’하기, 혹은 술 석 잔을 마시고 한 걸음 가기), 자창자음(自唱自飮·혼자 노래 부르고 술 마시기), 금성작무(禁聲作舞·소리내지 않고 춤추기), 중인타비(衆人打鼻·여러 사람으로부터 코를 맞기), 유범공과(有犯空過·여러 사람이 덤벼서 장난쳐도 참기)였다.

육각형에 적힌 벌칙은 추물막방(醜物莫放·더러워도 버리지 않기), 양잔즉방(兩盞則放·술 두 잔을 빨리 마시고 다른 이에게 돌리기), 임의청가(任意請歌·아무나 지목해 노래 청하기), 곡비즉진(曲臂則盡·팔을 구부리고 술을 다 마시기), 농면공과(弄面孔過·얼굴을 간지럽게 해도 참기) 자창괴래만(自唱怪來晩·‘괴래만’이라는 노래를 부르기), 월경일곡(月鏡一曲·‘월경’이라는 노래 부르기), 공영시과(空詠詩過·시 한 수 읊기)였다. 통일신라시대 술자리의 풍류를 물씬 느끼게 한다.

그런데 14면체인 이 주사위를 던지면 각 면이 나올 확률은 모두 같을까? 실측 결과로는 정사각형의 넓이가 대략 6.25㎠(가로 세로 각 2.5㎝)였고, 육각형의 넓이는 6.265㎝(최대폭 3.25㎝, 높이 2.8㎝)로 넓이는 대략 같았다.

이강섭 단국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1987년, 제자들과 함께 안압지 주사위 복제품을 만들어 7000번 던졌다. 실험 결과 최대 542번 나온 면도 있었고, 최소 468번 나온 면도 있었지만, 대개는 평균치인 500번(7000번÷14면=500번)에 수렴(收斂)했다. 이 교수는 “모양과 크기가 같은 정다면체는 정4면체,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 등 5개만이 수학적으로 가능하다”며 “정다면체가 불가능한 14면체의 각 면 넓이를 거의 똑같이 만들어, 각 면이 나올 확률을 동일하게 만든 신라 장인의 솜씨가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이 주사위는 지금 없다. 출토 직후 수분을 제거하고 보존하기 위해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되는 특수 오븐에 하룻밤 동안 넣었는데, 온도 과열로 한 줌 재로 사라져 버렸다. 국립문화재연구소측은 “오븐에 넣고 보존처리를 하기 전에 주사위에 종이를 대서 실측을 하고 전개도를 만들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복제품을 제작했다”고 했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주사위의 복제품. 진품은 보존처리를 위해 오븐에 넣었다가 한 줌 재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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