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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01 한옥의 특별한 변신…‘한옥 호텔 라궁’에 가보셨나요?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집같은 객실에 온천시설…기계공법·도시한옥 모델 논란

»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라궁

2007년, 한국 건축계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는 주제가 있다면 분명 ‘한옥’이다. 그렇다면 올해 등장한 새로운 한옥들 가운데 지금 건축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건물은? 아마도 5월 경주에 문을 연 ‘라궁’일 것이다.

라궁은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이다. 조정구(40·구가건축 대표)씨가 설계한 라궁은 삼부토건이 운영하는 경주시 보문단지 신라밀레니엄파크 안에 들어선 고급 호텔이다. 지난 몇년 동안 건축계에 한옥 바람이 불면서 한옥 사무실에서 시작해 한옥 유치원, 한옥 동사무소, 한옥 치과 등이 생겨났지만 한옥 호텔은 처음이다.

라궁은 한옥으로 지어 공간 구성이 일반 호텔과는 전혀 다르다. 식당과 라운지가 있는 입구 건물과 16개 객실이 있는 뒷편 건물이 이어져 ‘ㅁ자’를 만드는 구조다. 단층 객실이 이어지는 긴 복도로 둘러싸인 네모꼴 안 마당은 일부러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아 공터처럼 남아 마치 서울 종묘처럼 묘한 정적과 개방감을 느끼게 한다.

건물 내부, 곧 객실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객실이 한채 한채 방 2~3개와 마루가 있는 한옥집 구조를 이루고 중첩되는 점이다. 누마루를 넣은 누마루형, 그리고 작은 마당을 강조한 마당형, 두가지를 접목한 복합형 등 4가지 객실이 있다.

이 호텔의 기획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전통 숙박시설’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참고한 콘셉트가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 ‘료칸’이었다. 전통 일본식 여관인 료칸은 전통 건물에서 전통 방식으로 숙박하면서 일본의 전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특급호텔이 아닌데도 특급호텔 못잖게 또는 그 이상으로 비싸다. 라궁은 ‘한옥’으로 이런 숙박시설을 지향했다. 새로운 체험을 위해 각 객실에서 노천 온천까지 즐길 수 있도록 객실마다 돌 욕조를 넣었다. 고급 컨셉트여서 숙박비는 1인당 12만~15만원(아침 저녁 식사 포함)인데, 호텔쪽은 11월 전까지는 주말 예약이 모두 찼다고 전했다.

라궁이 건축계의 주목거리인 이유는 한옥으로 호텔을 시도했다는 점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건축적 측면에서는 전통 한옥으로 돌아간 현대 한옥건축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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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건축에서 ‘한옥의 현대화’는 콘크리트 철골조 구조의 현대 건축공법으로 한옥의 모양새를 복제하는 식이었다. 법주사 팔상전이나 불국사 청운교 등의 모습을 본뜬 경복궁내 국립민속박물관이나 여러가지 전통 건축물들의 디자인을 물리적으로 조합한 전주시청 건물, 콘크리트로 한옥 모양 그대로 지어 페인트 칠한 서울 어린이회관 등이 해당한다. 그대로 본뜨기보다는 디자인 모티브를 한옥에서 따오는 것도 또다른 흐름이었는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한옥 현대화 건물들은 건축계에서는 미학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으며 오히려 극복 대상으로 여겨져왔고, 1980년대 이후에는 시도도 끊겼다. 라궁은 이른 흐름과는 반대로 아예 전통 한옥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분명 현대에 현대적인 용도로 지은 현대건축물이지만, 건축은 전통 구법으로 돌아간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전통 한옥건물을 현대에 지을 경우 현장 경험이 풍부한 목수가 모든 시공 과정을 총괄하는 식이었는데 설계자인 디자이너가 건축 과정을 주도한 점도 현대적인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법면에서 기계화를 추구한 점도 주목거리다. 모듈화와 부품 기계화로 공기를 줄여 라궁은 6개월만에 완공했다. 이 부분은 건축적으로는 논란의 대상이다. 대신 한옥 건축의 맛을 살려주는 손맛, 곧 건축적 디테일은 희생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미학적 측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조씨가 고른 라궁의 건축적 모델은 19세기 이전 전통 한옥이 아니라 20세기 이후 들어선 도심형 근대한옥들의 문법이다. 도시 한옥인 ‘ㄷ자형 한옥’과 ‘연립한옥’의 공간 특성을 적용했다. 조씨는 전통 문화재급 한옥보다는 이런 도시형 한옥들의 지닌 기능적, 미학적 특성을 새롭게 분석하고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도시한옥들이 열악한 근대 도시의 주거 환경속에서 나온 것들어서 과연 건축적 질이 높으며 새로운 모델로 삼을만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한옥에 맞지 않는 실내 디자인도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받고 있다. 객실내 가구와 딸림 설비들의 디자인이 전체 한옥 건물 디자인과 통일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궁은 분명 여러가지 측면에서 극복할 거리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한옥이 몇몇 애호가들의 살림집을 넘어 이제 대중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건물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분명 이 건물은 새로운 성취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대 송인호 교수는 “그동안 현대적인 용도의 건물에 한옥의 구축방식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용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며 “북촌 도시한옥을 건축적 모델로 고른 점은 논의할 여지가 있지만 역사적 한옥유형을 공부해 새로운 한옥유형을 제안하는 점, 한옥이 현대도시에서 현대인의 삶을 담는 호텔이란 공간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라궁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경주/글·사진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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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 조정구씨 “한옥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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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한옥호텔 라궁을 설계한 조정구씨는 현대건축에서 출발해 한옥을 현대건축의 대안으로 고른 현대건축가다. 그가 한옥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서울 ‘북촌마을’ 한옥을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을 맡으면서 한옥과 만났다. 이후 서민들이 살았던 20세기 도시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자신도 1960년대 지은 한옥집으로 이사가 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라궁과 안동 군자마을회관 등이 있고, 리노베이션 작업으로 서울 원서동 궁중음식연구원, 인사동 누리 레스토랑과 식당 지리산 등이 있다.

-한옥이 과연 현대건축으로 가능한가.

=현대라는 시대에 맞게 한옥이 지어질 수 있다. 그게 호텔일 수도 있고 레스토랑일 수도 있다. 그렇게 스스로 한옥이 진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옥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전통은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머릿속에 주입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직접 한옥작업을 해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한옥은 스스로 건축으로, 특히 현대 건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울 북촌 등의 20세기 도시 한옥들은 역사적 가치는 있지만 미학적으로는 조선시대 전통 한옥에 못미치는 저가형 ‘집장수 한옥’이란 평가가 많았다. 이런 도시한옥을 주목한 이유는?

=근대화와 함께 모든 것이 바뀌던 시기 한옥도 스스로 근대를 열었다. 창덕궁 연경당이나 운현궁, 미대사관저 등이 그걸 보여준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등으로 이런 흐름이 끊긴 것이다. 근대한옥으로 등장한 도시한옥들은 기능과 미학 양면에서 나름 근대화된 도시의 좁은 땅에서 주어진 조건에 맞게 최적화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도시란 여건에 맞게 뽑아낸 최선이 담겨있기에 현대 한옥에 맞는 거주의 본질이 있다고 믿는다. 도시한옥은 분명 보편적 건축의 일부다.

-한옥이 보급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옥은 무작정 싸다고 되는 건물이 아니다. 보급화는 중요하나 수준 높은 보급화라야 오히려 가능하다고 본다. 값싼 한옥이 꼭 보급화의 중요한 방법은 아니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전통건축을 현대화하는 ‘화풍(和風)건축’이란 장르가 있어 이 장르만 매진하는 건축가 그룹이 있다. 앞으로 우리 건축계도 이렇게 가리라고 본다. 전통 문화재 한옥은 전통대로 자기 길을 가는 것이고, 새로운 현대한옥은 현대한옥대로 가야할 길이 따로 있다. 구본준 기자

 ▶ 블로그 관련 글 : 이런 호텔 보셨나요?-한옥과 현대건축은 어떻게 만나왔나 / 구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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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된 듯 누리는 하룻밤 호사
[한옥을 찾아서] 최초의 한옥 호텔, 경주 라궁
라궁은 한옥의 정취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적인 호텔의 서비스를 접목해 쾌적한 휴식 시간을 선사한다. 누마루에서 산과 물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즐기고 궁궐 같은 회랑과 호수를 산책하며 창밖으로 하루의 빛이 변하는 것을 감상하다 보면 도시의 속도에 지친 마음이 어느덧 차분해지고 풍요로워진다. 그 옛날 임금이 부럽지 않은 하룻밤의 호사다.


1 시원한 대청마루에 앉아 공기의 흐름과 자연의 소리, 하루의 해가 기우는 빛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2 누마루에 옥외 온천이 있는 스위트룸.
3 자연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한옥의 창.
4 라궁의 객실 안방에는 푹신한 침대가 놓여 있다. 현대적 가구와 한옥의 조화를 꾀했다.
5 스위트룸 복합 A형 평면도.

대청마당대청마루에 앉아 풍광 즐기는 객실
라궁의 객실은 총 네 가지 유형. 일반 객실로 누마루형과 마당형 두 가지가 있고, 스위트룸 또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누마루형과 마당형이 교차되면서 이어지도록 했어요. 누마루만 반복되면 외관상 모양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호수 쪽으로 돌출된 누마루가 있는 누마루형과 상대적으로 마당이 더 넓은 마당형이 교차되도록 했습니다.” 이 두 가지 형태의 객실이 반복되는 양 끝으로 각각 스위트룸을 마련, 반복의 끝에서 약간의 변주를 주었다고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소장은 설명한다. 각 객실 면적은 일반 디럭스룸이 23평, 스위트룸이 27평 정도.

이곳에서는 어떤 하루를 누릴 수 있을까? 먼저 체크인을 마치고 긴 회랑을 따라 위치한 객실로 향하면 카드 키로 철컥 열리는 현대식 문 대신 삐거덕거리는 나무 대문이 기다리고 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로 올라서도록 되어 있는데, 내부는 대청마루, 안방, 마당, 미니바, 누마루, 노천 온천이 객실별로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여 자리 잡고 있다. 깔끔하게 마감된 마루와 안방에는 라궁 특유의 금장식이 더해진 전통 가구가 놓여 있다. 소파와 침대 같은 입식 가구도 있어 시선을 끄는데, 이 역시 한식 스타일에 맞추어 디자인되었다. 입식 가구는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자 입식 문화였던 신라시대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1 누마루에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2 노천 온천은 라궁의 자랑. 밤하늘의 별빛 아래 호사스러운 목욕을 즐길 수 있다.

대청마루, 안방, 중정 마당, 누마루로 통하는 문을 모두 활짝 열어놓으면 집 안은 시원스럽게 한 공간으로 통한다. 창밖으로는 야트막한 산 아래 호수가 펼쳐지는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웃해 있는 경주의 관광지를 둘러볼 수도 있겠지만, 적막한 한옥 내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좋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잊고 있었던 고요의 미덕을 오랜만에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바람소리, 물소리, 하루의 해가 기우는 빛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흐름을, 듣고 보고 촉감으로 감지하는 경이로움이 보너스로 있다. 밤이 되면 호수에 비친 달을 감상하고, 마당에 마련된 노천 온천에서 별빛 아래 호사스러운 목욕을 즐길 수도 있다. 옛 임금에게 휴가가 있었다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호텔이기에 당연히 TV, 냉장고, 에어컨과 같은 편의를 위한 전자제품도 비치되어 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한옥의 정취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이용 요금은 일반 디럭스룸이 1인당 12만~15만 원, 스위트룸이 1인당 14만~20만 원이며 이는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신라밀레니엄파크 이용을 포함한 가격이다. 문의 054-778-2000

3 센서로 움직임을 감지해 켜지는 자동 조명등이지만 전통 미감을 살려 디자인했다.
4 객실 대문의 문고리.

라궁의 시공 총괄 맡은 조전환 목수
“한옥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실험”

이연건축(031-455-6173)의 조전환 대표는 집 짓는 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한옥 짓는 일을 어깨너머로 익힌 인물. 경복궁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한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미 ‘유령’이 된 왕의 집을 만들기보다는 살아 있는 보통 사람의 집을 짓고 싶어 한옥 살림집을 짓기 시작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옥 생활을 누리기를 꿈꾸며 현대적인 한옥 건축 방식을 계속 연구 중이다.

라궁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한 부분은? 모듈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기계의 힘을 빌려 현대적인 생산 방식으로 완성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공사 시간을 단축해 한옥의 대중화와 현대화에 도움이 된다.

모듈화가 어떤 점을 개선해준 것인가? 나무를 짜 맞추어 만드는 한옥은 각 부분의 목재를 그때그때 대목이 다듬어 완성해간다. 그러나 우리는 모듈화된 설계를 통해 목재를 표준화하여 기계로 먼저 준비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조립과 시공 작업을 한 번에 진행함으로써 기간 단축이 가능했다. 이는 한옥 건축 방식에서 의미 있는 실험적 사례가 될 것이다.

1백여 명의 목수가 참여했다던데? 목수 1백7명, 석공 16명 등 동원 인력 면에서는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증축 이래 최대의 한옥 공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석공 명장 윤만걸 선생, 한지 작가 차현림 씨, 도자기 작가 강진명 씨 등 여러 장인과 작가의 솜씨가 더해졌다. 따라서 한옥 자체의 하드웨어는 물론 디테일까지 완성도 있게 나올 수 있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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