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위가 좋지 않다면 타이레놀이, 간이 좋지 않다면 아스피린이 바람직하다. 둘 다 간단한 구조에 안전하고 값싸며 다양한 치료 효과를 갖는, 가히 '통증과 함께 신이 내린 선물'이라 할 수 있다. 100년의 역사를 갖는 약으로 우리에겐 활명수가 있다. 아스피린과 동갑내기로 당시 선전관이던 민병호가 궁중 비방 생약에 서양의학을 혼합시켜 만든 국내 최장수 의약품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이젠 세계시장에 진출할 시점이다. 바이오 G7 시대를 견인할 한국산 글로벌 신약이 개발되기를 소원한다.

[출처: 중앙일보] 미국 NBC방송이 '돈 안 들이고 오래 사는 25가지 방법'을 소개한 적이 있다. 8만 건의 사례 연구를 통해 검증된 건강법이다. 그중 첫 번째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년층은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라'다. 아스피린은 독일의 3대 발명품 중 하나다.

기원전 4세기께 히포크라테스는 버드나무 껍질로 만든 차가 해열 작용이 있음을 기술하였다. 2000년이 지나 약효의 주성분이 살리신임이 밝혀졌고 유사 물질인 살리실산은 더 강력한 소염 및 진통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고약한 맛과 복용 후 구역질 등 위장 장애로 환자들에겐 인기가 없었다. 관절염을 앓는 아버지의 고통이 안쓰러워 연구를 시작한 29세의 화학자 호프만이 1897년 살리실산에 식초(아세트산)를 섞는 화학적 변형을 통해 속 쓰림을 개선한 약을 만든다.

바이엘사는 이를 아스피린이라 이름 짓고 1899년부터 진통 해열제로 시판하였다. 우리 몸에서 통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해 소염 및 진통 작용을 나타낸다고 밝힌 존 베인은 1982년 노벨 의학상을 받는다.

최초의 합성 의약품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600억 알 이상 팔리는 '세기의 약'이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새로운 효능이 계속 규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피딱지(혈전)의 생성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노인성 치매 및 대장암 등 일부 암에도 효능을 갖는다. 신진대사 활성화에 관계하는 산화질소의 생성을 유도해 몸의 활력을 증진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장기 복용 시 위 점막을 손상시켜 궤양을 유발할 수도 있다. 피의 응고를 막아 지혈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술 전에는 피해야 한다. 어린이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 시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이나 수두에 걸린 어린이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의식불명에 빠진 사태가 발생했다. 아스피린 파동이다.

부작용에 쉽게 노출되는 환자와 어린이를 위해 55년 미국에서 타이레놀이 등장했다. 매출 면에서 호각지세를 이루며 진통제 시장에서 아스피린과 양대 산맥을 형성하였다. 아스피린은 유럽에서, 타이레놀은 미국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타이레놀은 중추에 작용해 진통과 해열 효과만 있고 항염증 작용은 없다. 아스피린에 비해 안전하다지만 다재다능하지는 못하다.
또한 간독성이 있어 술을 마신 뒤나 간이 나쁜 사람은 복용을 조심해야 한다.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간의 대사과정에서 독성 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바로 해독돼 문제가 없지만 과량을 복용하거나 음주 후에는 해독 물질이 소진되어 간세포가 파괴되는 급성 간부전증을 유발한다. 매일 세 잔 이상 정기적인 음주 습관이 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생리적으로 통증이란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려주는 사전경고다. 경고가 없다면 더 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지만 막상 통증이 시작되면 참기가 어렵다.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만큼 인류의 고통을 덜어준 약도 없다.
<출처: 중앙일보>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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