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기관 일시적 휴식으로 자연치유력 높여… 전문가와 상담 후 자신에 맞는 방법 찾아야

음식을 끊는 단식은 예부터 종교적 수행 의식의 하나로 행해져 왔다. 인간 본성의 하나인 식욕을 억누르는 일엔 남다른 극기와 인내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체중 감소, 체질 개선, 만성질환 치유 등 다양한 목적으로 단식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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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의학에 따르면 단식은 신체기관을 일시적으로 쉬게 해 몸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순한 ‘살 빼기’ 차원이 아니라 자극적인 가공식품 섭취로 손상된 장기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단식을 통해 혹사시켜 우리 몸에도 한번쯤 휴식을 줘 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무작정 굶는 것만이 효과적인 단식방법은 아니라 한다. 음식 섭취와 소화 과정이 중단되면 신체에 그동안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며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식을 통해 신체는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비만 치료 효과는 과연 있는지, 체질은 어떻게 개선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 단식의 건강학을 알아본다.


◆ 신체 및 생리적 변화

사람마다 개개인의 특성이 있듯이 단식요법에 따른 신체 변화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전신 무력감, 공복감, 위가 쓰려오는 위산통은 일반적 증세다. 이밖에 매스꺼움, 구토, 온몸이 가려운 증세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신 무력감은 음식을 완전히 끊는 기간 내내 나타나다가 음식을 다시 먹으면서 서서히 감소한다. 위산통은 위가 공허한 상태에서 소화액이 위벽을 자극, 위의 움직임이 촉진되면서 생기는 것이다. 위염이 있는 사람이 단식에 들어가면 설태라 해서 입 안에 하얀 가루 같은 게 끼기도 한다.

수용성비타민인 B군과 C군은 체내에 오래 축적되지 않아 단식을 1주일 이상 하다 보면 약간의 비타민 결핍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식을 수주일간 할 경우엔 비타민 결핍이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단식을 하게 되면 소화ㆍ흡수ㆍ동화ㆍ배설의 4단계 중 소화ㆍ흡수ㆍ 동화작용 부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모든 체내 기능은 배설 쪽에 집중된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현대 원장은 “단식의 효과는 노폐물이나 독소 배출 등 배설작용을 활발히 만드는 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노폐물이 빠져 나가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히 일어나게 되고,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비만한 사람의 경우 체내에 많이 쌓여 있는 습담(비생리적 체액)이나 숙변이 서서히 없어진다고 한다. 장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 물질이 체외로 배설된다는 것이다. 한방에선 원래 습담이 오심과 구토를 야기하고 장내 숙변이 변비를 가져온다고 본다.

이밖에도 단식 초기엔 여러 생리변화가 일어난다. 저나트륨혈증(나트륨 부족으로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져 신장과 심장 및 대사 장애를 초래하는 병증)으로 인한 오심증, 부신피질 호르몬 증가, GOTㆍGPT 등 간 수치 증가, 혈압과 체온 저하, 적혈구 상승, 백혈구 감소 등이다. 단식 3일째에 접어들면 혈당치도 떨어지지만 저혈당까지 일어나진 않는다고 한다. 단식 전문가들은 단식 초기에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놓고 “영양 공급 중단으로 인한 예방 기전의 결과일 뿐 시간이 지나면 곧 나아지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 단식과 비만 치료 효과

최근 늘어나는 단식 인구 중엔 ‘살 빼기’가 목적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단순히 이 목적을 위해 단식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는 걸 끊으니 체중이야 빠지겠지만 대체 얼마나 뺄 수 있으며, 효과가 있긴 한 걸까.

경희대 한방병원이 최근 5년간 절식원을 운영하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절식 2∼3일간 체중이 3∼4kg 줄고 5일에 이르면 총 5kg 정도 감소한다고 한다. 10일이 지나면 감소율이 다소 높아졌다가 15일이 지나면 다시 큰 변화없이 5∼6일간 계속된다. 비만인 사람은 피하지방 소모가 많기 때문에 10일 단식에 14∼15kg까지 감소하기도 하고, 살이 별로 없고 수척한 사람은 일주일 절식 중 처음 2∼3일 동안 약 3∼4kg이 감소하고 그뒤론 크게 체중 감량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절식요법에 들어간 비만증 환자는 식사량을 줄여가는 4일간에 3.6%, 일주일간의 단식기에 7.35%, 5일 정도의 회복식기(다시 서서히 음식을 먹는 기간)엔 12.08% 정도 체중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체중 감소량은 일반적으로 체중의 10% 내외였다고 한다. 물론 개인 체질과 성향에 따라 차이를 보여 단식에 들어가자마자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타입, 회복식기로 들어서면서 차츰 감소되는 타입도 있다.

단식 전문가들은 “안 먹어서 체중 줄이는 것만이 단식의 비만 치료 효과가 아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단식이 비만 치료로 이어지게 될까.

단식에 들어간지 4∼5일 지나면 체내에 있는 당 대신에 케톤체가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케톤체란 절식으로 당질 섭취가 감소되면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뇌가 필요로 하는 당이 감소하면 당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미노산을 공급하는 단백질 분해도 훨씬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단백질이 오랫동안 저장되게 되고, 단식하면서도 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기 위해 몸은 적정 수준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때 쓰이는 주 에너지가 지방이라는 것. 단식 효과가 비만 치료에 직결되는 것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지방 분해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 분해 효과가 높아지면 혈중 유리지방산(FFA)이 증가하는데 이때 유리지방산이 많이 공급될수록 간에서 생성되는 케톤체 양도 많아진다. 체내 지방 분해와 케톤체 생성은 함께 상승작용을 하면서 비만 치료 효과를 높이게 된다는 논리다.


◆ 단식과 질병 치유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단지 체질이 변한다는 것은 절식으로 얻을 수 있는 치료 효과적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단식 전문가들도 단식은 질병을 고쳐주는 치료라기 보다는 병을 스스로 낫게 하는 자연치유력 향상에 그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학선원이 운영하는 일지자연건강센터의 이은정씨는 “누구에게나 몸을 정화하고 치유할 수 있는 ‘숨은 의사’인 자연치유력이 있는데 단식으로 이를 극대화한다”며 “단식을 ‘칼을 대지 않는 수술’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라 했다. 수봉재활원 김동극 원장은 “외부에서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체내 영양물질을 녹여 생명을 지탱하게 되는 걸 ‘자가융해’라 한다”며 “ ‘인위적인 자가융해’로서의 단식 효과에 대한 인식이 점차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단식을 통해 치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질병으로는 불면증, 우울증, 만성위장병, 부인병, 성기능 관련 장애, 신경통 등이 거론된다. 또 두통, 피로, 권태 등 원인 모를 증상에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단식이야말로 ‘천의에게 맡기는 치료’라는 단식 전문가들도 아무리 심한 병까지 완치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며, 질병 종류나 증상 정도에 따라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중병을 앓고 있거나 너무 쇠약한 사람이라면 단식을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단식=만병 통치’라는 생각은 버리고 반드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신중히 수행해야 한다.


◆ 부작용은 없는가

한방이 아닌 양방 쪽 의사들은 단식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대부분이다. 단식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신체의 균형적인 발달을 저해할 뿐 아니라 비만 치료라는 것도 일시적인 효과일 뿐 실제로는 수분, 근육, 뼈 손실까지 동반해 인체에 백해무익이라는 지적이다.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교수는 “장기적으로 단식이 건강에 어떤 효과를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단기적인 신체 증상을 관찰해 보면 간 기능 이상, 요산 상승, 전해질 이상 등 문제점이 나타나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남수연 교수는 “단식을 하면 지방과 함께 체단백, 뼈 손실까지 있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비만 치료는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는 데 있다. 그런데 단식 후 체지방율 변화를 직접 체크해보면 별다른 변화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 했다. 단식 후 영양을 섭취하기 시작하면 단식 전보다 덜 먹더라도 몸이 섭취 과다로 인식해 지방을 저장하므로 체지방 구성비가 단식 전보다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의사도 있다. 연세의료원 재활병원 전세일 (대한대체의학회장) 원장은 “많이 먹어서 신체 조화가 깨진 것도 영양실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영양분을 배출한다는 면에서 단식은 효과가 있다”며 “다만 사람에 따라 해가 될 수도 있으니 일률적인 프로그램을 따르기보다는 각자 건강 체크를 받고 자기 몸에 알맞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하나한방병원 최서영 원장은 “단식이 간장, 위장에 쌓여 있는 과잉 비대사 물질을 제거하긴 하지만 오히려 단식으로 간장, 위장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10일 정도 단식할 경우엔 의사와 상의해 가며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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