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송혜교와 솔직담백 토크
첫 영화 '파랑주의보'의 흥행 실패가 몹시 자존심 상했을 것이다. 그녀는 패인에 대해 "첫 영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기존 이미지에 의존한 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며 짧은 한숨을 토했다. '황진이'를 택한 이유도 이미지 탈출과 흥행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는 말과 함께.
‘황진이’ 찍으러 난생처음 북한에 가봤더니…

송혜교를 만난 곳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 평소 송혜교가 즐겨 찾는 곳이라고 했다. 그녀는 “예, 아니오, 글쎄요”로 답하는 연예인들과 확실히 달랐다. 생각보다 말이 많았고, 상대방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었다. 잘 모르는 분야나 대답하기 곤란한 대목을 만나면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생각보다 진지했고, 스타와 배우 사이에서 겪는 갈등에 대해서도 진심을 털어놓았다.

먼저 ‘황진이’부터. 북한 작가 홍석중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북한 금강산 로케로 화제를 모았다. 6월 6일 국내 개봉에 앞서 5월 28~29일엔 영화 촬영에 협조해 준 북한 주민을 위한 금강산 시사회도 개최한다. 북한에서 촬영한 남한 영화는 ‘간 큰 가족’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송혜교는 북한 촬영을 통해 많은 북녘 동포를 만났지만 생경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관광지로 재정비된 금강산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순수하시고 직선적이라고 해야 하나? 궁금한 건 절대 못 참으시는 것 같아요. 제가 추운 겨울날 담요를 돌돌 말고 떨면서 서 있으니까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말고 뜀박질이라도 좀 하라우’라면서 막 타박을 하시더라고요.”

또 한번은 다짜고짜 “당신이 황진이야요? 어디 한번 내 앞에서 연기 좀 해보라우”라고 해 당황했다고 말한다. 감독이 가장 화면에 담고 싶어 했던 박연폭포 신은 결국 못 찍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박연폭포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물줄기가 크고 장엄하지 않대요. 아쉽지만 ‘황진이2’ 때 찍어야죠(웃음).”

북한에 가기 전날 과자를 한 보따리 사갔는데 편의점 패밀리마트가 있는 걸 보고 다들 망연자실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호텔도 생각보다 럭셔리했고 TV에 남한 방송이 나와 신기했다. 틈이 날 때는 소설 『황진이』와 『향수』를 읽으며 소일했다.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책 좀 보라며 성화였는데 그땐 독서가 좀 따분했어요. 그런데 요즘 책으로 떠나는 여행에 재미가 들렸어요. 남의 인생을 연기하는 직업이라 작품 끝나면 공허하곤 했는데 책을 보니까 어느 정도 해소가 되더라고요.”


제작사 대표가 송혜교 캐스팅 반대한 이유…



“황진이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내는 캐릭터잖아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생이지만 알고 보면 시와 서에도 능했던 시인이기도 했죠. 거문고도 잘 타고. 서른이나 넘어야 황진이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운이 좋았어요. 처음엔 솔직히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영영 황진이를 못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덜컥 용기를 내게 됐어요.”

캐스팅에 얽힌 에피소드 한 토막. 장윤현 감독은 처음부터 송혜교를 원했지만 제작사 이춘연 대표는 “왜 하필 송혜교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감독이 한번 미팅이라도 해보라며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송혜교의 의지와 각오를 확인한 뒤 그날 바로 오케이 했다는 후문.

“반대하실 만하죠, 뭐. 사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선 검증된 게 없잖아요. 게다가 첫 영화는 흥행이 안 됐고. 저 같아도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럴수록 저는 칼을 갈았죠(웃음). 한번 제 에너지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싶었고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개봉이 다가오니까 떨리기도 하네요.”

송혜교의 속내가 담긴 이야기가 이어진다. “장윤현 감독님이 저를 보고 참 어정쩡한 것 같대요. 뭔가 터질 만한데 결정적일 때마다 불발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고, 본인이 한번 터뜨려보고 싶으셨대요. 그런 지적에 100% 공감했죠. 저도 깜찍하고 남자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이미지에 지쳐 있었거든요.”

개봉 후 가장 기대되는 것과 우려되는 일은 뭘까.
“영화 보고 나오시면서 ‘송혜교한테 이런 면이 있었냐’며 놀랐으면 좋겠어요. 반면 ‘여전히 연기 못 하네’하면 힘이 쭉 빠지겠죠(웃음). 그러나 분명한 건 6개월 동안 한순간도 편히 잠을 못 잤을 만큼 진이를 놓지 않았어요. 부담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려보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랬을까. 송혜교는 다른 작품 때와 달리 크랭크 업 다음날 황진이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진이’라고 불렀던 스태프들이 ‘하룻밤 사이에 혜교가 된 거냐’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열애설 났던 ‘비’는 저스트 프렌드…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송혜교이지만 충무로에서 폭탄주 제조자로 유명한 장윤현 감독에게 폭탄주 몇 잔을 받아 마셔봤다. 결론은 ‘왜 이런 걸 먹을까’였다.
“촬영이나 조명 감독님은 ‘이번 게 좀 전 것보다 좀 더 맛있다’며 품평까지 하시던데 저는 다 비슷하더라고요. 왜 폭탄주를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날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슈렉3’에 대해선 예상과 달리 느긋해 했다. “걱정은 좀 되지만 애니메이션이고 또 3편이잖아요. 그나마 ‘캐리비안의 해적’과 안 붙는 게 다행이죠(웃음).”

노출에 대해선 좀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결혼 전까지는 배우자를 위해서라도 절대 노출 연기를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노출할 수 있다’는 여느 여배우들과 사뭇 다른 생각이었다.

“저는 배우 송혜교보다 아직은 스타 송혜교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고 봐요. 그게 숙제이자 짐이죠. 하지만 스타 이미지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에요. 무려 10년 동안 노력한 결과죠. 그걸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배우가 노출 연기하면 관객들이 흥미 위주로 생각하는 풍토가 여전한 것 같아요. ‘어디까지 벗었어? 가슴 보러 가자’ 그러잖아요. 노출이 완성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꼭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 입장이에요. 용기로 보이는 게 아니라 노출이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아요.”

이혼한 뒤 혼자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와는 친구 같은 사이다. 엄마는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한 번도 촬영장에 온 적이 없다고 한다. 어디 가서 “송혜교 엄마”라고 하지도 않는단다.

“저는 엄마랑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고 싶은데 엄마가 싫대요. 사인 해달라, 사진 좀 같이 찍자 하니까 저랑 다니면 골치 아프시대요. 외동딸처럼 안 키우셨어요. 다들 저보고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줄 알아요. 자식 사랑은 끔찍하시죠. 둘이 있을 때 표현 잘 해주세요. 저를 교야라고 부르고, 저는 기분 좋으면 엄마, 기분 나쁘면 아줌마라고 불러요(웃음).”

‘풀하우스’를 촬영하면서 한때 비와 열애설이 나기도 했는데 비와는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그 드라마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어요. 그때 만나 와인도 마시고, 전화번호 아니까 통화도 자주 하고 그래요. 작품 선택할 때 서로 모니터도 해주고요. 저스트 프렌드죠.”

송혜교는 “연예인이 화려해 보이지만 외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 만큼 기댈 때마다 다 받아줄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했다.
“하루 이틀이지 신경질과 투정 다 받아주는 남자 정말 대단한 거예요. 진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아무리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이라도 한 달만 지나 봐요. 정떨어질 걸요. 영화에선 지독한 사랑을 했으니까 현실에선 달콤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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