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필요 없어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경쟁력입니다”

코스피(KOSPI: 종합주가지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17일, 주가는 장중 한때 1,700선을 내줬지만 반등에 성공, 1723.55로 마무리됐다. ‘일단 다행’이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지금 투자 중인 개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때가 됐다. 지난 11월, 미래에셋 정성기 매니저의 재무설계를 바탕으로 펀드에 투자를 시작했다. 한 달에 70만원씩, 일곱 개 종목의 펀드에 분산투자 중이다. 지난 기사를 통해서는 대략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를 공개했지만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일단 액수가 적어 이익이 나도, 손실이 나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기사에서는 “매일매일 수익률을 체크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마이너스’라고 해서 긴장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3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투자해야 해요. 아직 배가 많이 고픕니다(웃음). 지금 당장의 마이너스는 중요하지 않아요. 3년 이상 보세요. 지금 가입한 종목들이 3년 이후에 망가질 펀드가 아닙니다.”

자, 이제 종목을 공개한다. 일곱 개 종목은 모두 미래에셋 상품이다. 일단 다섯 개 종목은 자유적립식으로 투자 중이다. 차이나솔로몬, AP인프라섹터, Pan Asia 커뮤니케이션, 디스커버리 4호와 라틴인덱스 1호에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비중은 국내 주식형 펀드인 디스커버리가 가장 크고, 남미에는 한 달에 1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 중이다. 나머지 두 개의 펀드는 인사이트와 인디아인프라섹터다.

지난 두 달간의 수익률은 들쭉날쭉이다. 최고 10%에서 최저 -12.28%였다. 장중 한때 코스피 1,700선이 무너지고, 1720선에서 마무리된 1월 17일 현재 수익률을 공개한다. 가입 시기는 모두 11월 중순이다.

차이나 솔로몬은 -12.28%, AP인프라섹터는 -11.82%, Pan Asia 커뮤니케이션은 -3.69%, 디스커버리 4호는 -7.22% 그리고 라틴인덱스는 -3.36%다.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다섯 개 펀드가 모두 마이너스다. 임의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인사이트와 인디아인프라도 다르지 않다. 인사이트는 -9.89%, 인디아인프라는 -0.84%다. 미국 서브프라인 모기지 부실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렸던 지난 몇 주간의 결과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시점(2008년 1월 말~2월)의 국제 증시는 또 어떤 추세일지 알 수 없다. 인터뷰 시점과 글을 읽는 시점이 다르니까, 항상 ‘당시’의 추세에 대해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바닥을 치고 있는 주가 때문에 때 이른 환매를 고민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도 현실이다.

“2008년 2/4분기까지는 조정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3/4분기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하죠. 여름에 장사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한 여러 가지 변수와 올림픽 효과도 있습니다. 올림픽은 주최국인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효과가 있죠.”

쉽게 설명하면, 올림픽 자체가 소비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림픽을 보기 위해 더 좋은 TV로 바꾼다든지, 휴대전화를 새로 산다든지, 기업 입장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 실적이 반영되는 것이 3/4분기입니다. 그리고 주가는 3~4개월 정도 선행해서 반영되니까, 2/4분기부터 그 실적이 반영될 거예요.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우리나라 주가가 2,000포인트 정도 혹은 그 이상 갈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전 세계 경제는 5년 연속 4%를 상회하며 금융시장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호황기를 경험했다. 고성장이 계속되면, 그 이후에 대한 불안감 역시 커진다. 최근 주가 하락의 기저에는 그런 두려움도 깔려 있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작년 같은 대박을 기대하기에는
지난해 말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중국펀드’였다. 30% 이상의 대박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자 너도나도 펀드로 몰려들었다. 대출까지 받아 중국펀드에 ‘몰빵’했다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자 울상을 짓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

잘라 말하면, 2008년에는 그런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은행이 연이율을 7% 정도로 상향 조정하자,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는 펀드보다는 적금이나 정기 예금 쪽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늘었다. 그건 선택의 문제다. 안정과 모험 사이다.

“지금 적금으로 가는 것은 안전 자산으로 도피하는 겁니다. 당연한 움직임이죠. 펀드가 마이너스니까 안전한 적금으로 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6~7%의 이율에 만족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은행이 보장해주는 이율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이율이 필요한 사람들은 마음을 달리 먹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성기 매니저의 조언이다.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소수자의 관점’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과 가깝죠.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큰 수익을 내고 있을 때 동참하는 것은 지는 해를 향해 달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단순히 말해서, 주식이 쌀 때 매입하지 않으면 비쌀 때 팔 수 없는 거죠.”

지금까지의 설명에 따르면, 주가가 바닥을 칠 무렵이 되면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는 움직임이 생기게 마련이다. 기관도 매수에 나선다. 1월 중순의 종합주가지수 추이 속에서 고민했던 것은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품 중 어떤 상품에, 언제 추가 매수를 하느냐였다. 중국에 추가 매수를 결정할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길게 봤다. 앞으로 1년 이상을 보고 투자를 계속할 생각으로 추가 자금을 투자했다. 액수는 비밀이다.

“중국은 지금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외향 성장을 거쳐 내수가 늘어나고 있는 거죠. 한국의 1960년대를 생각해보세요. 국민 소득이 없으니까 뭔가 만들어서 수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그랬죠. 이제는 중국의 국민소득이 올라가니까, 내수시장만으로도 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 체력을 길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환율과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때문에 지금은 중국 펀드가 저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한 선택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마이너스가 지난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국내 주식형 펀드인 디스커버리 4호를 언제 매수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추가 매수를 결심했을 때 주가는 이미 1,800선이 무너졌고, 미디어는 ‘종합주가지수, 1,700에서 바닥 치나’와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목표는 최대한 내렸을 때 매수하는 것이었다. 매수를 신청한 당일의 종가로 계산되는 펀드의 특성상, 그날그날의 추이를 잘 지켜봐야겠다.

결과적으로 운이 좋았다. 1,710포인트 언저리에서 마감한 날 매수 신청을 했다. 사실 거기까지 떨어지기 이전 며칠은 바빠서 신경을 못 썼다. 그리고 다음날, ‘코스피 1,700 바닥 치고 반등 성공’이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달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투자에만 기대고 있던 차, 처음으로 해보는 추가 매수였다.

자, 그럼 인도펀드는요?
2008년 1월 들어 이슈가 됐던 것은 인도펀드의 약진이었다. 인도펀드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중국펀드 소문이 돌아서 시중 자금이 중국으로 몰렸죠. 지금은 ‘인도가 뜬다더라’ 하니까 또 인도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쫓아가면 실패하게 마련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아요. 단지 돈이 쏠리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손해가 날 수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뿐입니다(웃음).”

투자는 기본적으로 살얼음판을 기어가는 것과 같다. 하이힐을 신고 건너면 빠지게 마련이고, 납작 엎드려 체중 분산을 잘하면 겁은 나지만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다. 하이힐은 ‘몰빵’, 적절한 체중 분산은 ‘분산 투자’다. ‘인도가 잘나간다’는 소문에 혹해서 지난해 중국펀드처럼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적립식과 임의식을 적절히 섞어서 기대수익률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린담 고쉬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사장은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증시에 3년 정도 장기 투자를 생각해보라,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속절없이 떨어졌던 코스피와 미국 증시 하락 속에서도 그나마 희망을 갖게 해준 것이 ‘인디아인프라펀드’다.

“인도펀드의 수익률은 과거 10년 동안 중국보다 항상 높았어요. 영어를 비교적 자유롭게 쓰고, IT 강국이죠.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배경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도 빠릅니다. 지난해 중국이 갑자기 뜨면서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것뿐이죠.”

지난 2, 3년 ‘바짝 오르던’ 중국은 지금 조정 중이다. 인도는 중국에 비해 천천히 가고 있다.
“돈은 돌고 도는 겁니다. 유동적이기 때문에, 중국으로 몰렸던 돈이 빠지면 저평가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인도 증시가 단기간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인도는 갈 길을 가고 있는 것뿐이죠.”

아린담 고쉬 사장도 인도 경제를 낙관했다. 향후 5년간 5천억 달러(약 470조원)의 사회간접시설(인프라) 투자 등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어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에서 인도펀드 평균 수익률(64.2%)이 중국펀드(58.1%)를 앞질렀다는 점은 그에게도 적잖은 부담이다. “인도는 성장 중인 국가로, 투자자들이 3개월, 혹은 6개월식으로 너무 짧게 보고 투자를 할 경우 단기 변동에 의해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을 9% 이상으로 예상하는 등 전망은 밝다”는 말을 덧붙였다.

2008년 전망은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분산투자하라”는 것이 대부분의 조언이다. 욕심을 줄이고 분산투자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장기투자는 투자의 기본이다.

“올해는 ‘대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해가면서 수익이 안 나는 펀드를 빨리 환매하는 것이 낫죠.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없는 펀드들은 환매하고, 저평가된 펀드들을 추가 매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장기투자가 기본이라면, 아무리 손실이 커도 마냥 기다려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떨어졌을 때 추가 매수를 해야 하는 펀드가 있고, 일치감치 미련을 버려야 하는 펀드가 있다. 정성기 매니저는 ‘일본’을 꼽았다.

“일본은 이제 외면해주세요. 가능성이 없어요. 연초에 4% 폭락했죠. 그 장세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요. 하락장으로 가고 있는 거죠. 2006년에 좀 살아나는가 싶더니 2007년에는 유지했고, 2008년에는 하락하고 있어요. 일본은 외면하시고, 중국을 담아두세요. 한국과 중국, 브라질과 남미를 낙관하지만 매년 수익을 내는 나라는 달랐어요.”

정성기 매니저는 러시아,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관련 펀드와 원자재 펀드도 추가로 추천했다. 1월 중순의 급락장에서도 큰 충격을 받지 않은 펀드들이다. 새로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면,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펀드들을 위주로 공략해볼 만하다. 2008년 초 설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펀드보다 더 중요한 투자처 또한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경쟁력입니다. 직장 다니면서 주식 투자에 1억, 2억씩 ‘몰빵’해서 팔자 고치고 싶다는 욕망도 있지만, 그건 위험한 돈입니다. 현금을 계속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제1자산은 자기 자신이에요.”

미디어고 이웃집이고 돈과 재테크가 최고의 이슈이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기 십상이다. ‘위험한 돈’으로 투자를 감행하려다 큰 손실을 보면 회복이 어렵다.

“지금은 욕심 부릴 때가 아닙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세요. 우성씨뿐 아니라, 모든 투자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일단 일을 충실히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때가 옵니다. 2008년에는 모든 전문가들이 ‘나이스’한 장세를 예측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펀드든 적금이든 포트폴리오를 고민하기보다는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게 낫습니다.”

소비를 줄이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것이 첫 번째, 자기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잉여자금을 생산하는 것이 두 번째다. 다음달부터 ‘정우성 기자의 내집 마련 성공기’는 조금 더 넓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펀드 투자의 ABC를 다뤘다. 앞으로는 더 넓은 의미의 투자에 대해 알아본다. 펀드뿐 아니라 절세, 은퇴 등 개인 재무와 관련한 정보를 알차게 담는다. 예습이 필요하다면 정성기 매니저의 개인 홈페이지(http://www.insurance119.com/)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사려 깊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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