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사라지고 완연한 봄기운이 무르익었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살랑이고, 곳곳에서 터뜨리는 꽃망울이 들판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자동차를 내달려 야외로 나가는 이 맘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있다. 인파처럼 거리 곳곳을 내달리는 마라톤 열풍의 현장이다. 십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마라톤 열풍은 이제 최고의 건강이벤트가 됐다. 서울은 물론 지방 소도시 곳곳에서 치러지는 마라톤대회만도 연간 380여개나 된다는 집계도 있다. 각종 마라톤, 건강달리기 대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지만 어느 행사도 실패했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이미 600만 인구에 이를 정도로 마라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새봄 이제 야외로 질주하는 건강현장을 분석했다. 왜 달릴까? 달리면 무엇이 좋은가?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되나? 건강설계를 위한 달리기의 유익함은 물론 주의점을 스포츠의학 등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봤다.

◇ 새봄, 달리기로 스타트

한때 말아톤 영화가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학교운동장, 한강과 양재천의 여유로운 모습, 마라톤 코스로 선정된 아름다운 춘천 등을 배경으로 한 마라톤 장면은 영화를 보는 내내 들판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달리기는 간편한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건강과 다이어트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산소운동의 대표주자라는 말이 이젠 상식이 됐다. 달리기를 하면 호흡으로 산소를 맘껏 들이마시게 되는데 이 때 몸속 체지방도 분해돼 비만으로 인한 질병까지 막아주기 때문이다. 의지만 강하다면 저비용 고효율의 닉네임을 달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인 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누구나 아침, 주말을 가리지 않고 들판을 내달릴 정도니 이만한 대중스포츠도 드물다.

◇ 마라톤, 건강에 이유있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 에너지는 시스템인 근육에 의존한다. 이 에너지 능력은 바로 심폐지구력이다. 심폐능력 즉 호흡순환기 계통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이 달리기다. 달리기는 심폐능력 향상이 되는 최대 산소섭취능력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심박수·폐환기량·이산화탄소배설량·호흡율·운동지속시간 등이 골고루 발달돼 생체기능이 함께 연동작용으로 단련된다. 한마디로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교수는 달리기, 특히 마라톤의 장점을 다섯가지로 들었다. 첫째 마라톤은 전신운동이란 매력이 있다. 심페지구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전신 근력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둘째는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체중조절에 효과적이다. 운동을 시작하고 30분만 지나면 체지방 감소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셋째 나이와 체력정도에 맞춰 운동량 조절도 쉽다. 마라톤 풀코스(42.195㎞)만 있는게 아니라 5㎞,10㎞,하프마라톤 등 달리기는 자신에 맞게 페이스 조절을 하면 된다. 넷째 러닝하이(running high)를 체험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나타나는 독특한 도취감이 있다.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증 치료 등 정신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혈액순환에 좋다. 혈액이 맘껏 몸속을 돌게 해 동맥경화 등 혈관의 변화를 막아주니 성인병 예방에 최적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마라톤을 비롯한 달리기 운동의 경우 뛰어난 성취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라며 초기 달리기를 시작할 때 불편·지루·피로 등 반복적인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나타나는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발전, 생활의 활력소가 돼 육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큰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달리기는 가장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운동이란 강점도 있다. 하체·상체의 유기적 조화를 유도하고, 내장기관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김윤정 노메스한의원 분당점 원장은 상·하체의 유기적 연계를 갖는 운동으로 척추의 생리적 기능을 향상, 앉은 자세의 생활이 많은 현대인에게 척추의 건강상태를 개선시켜줘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경우에도 상당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의욕만 앞서선 곤란하다

모두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장점이 많은 달리기지만 그렇다고 위험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과욕과 자신의 신체여건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가 심장마비 등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는 달리는 순간마다 크고 작은 충격을 받는다. 이런 충격이 반복되면 인체조직 일부가 손상되고, 운동화와 지면의 상태에 따라선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건강을 위하려다 오히려 건강을 망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특히 발은 달리기 운동에서 땅의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달리기 운동에선 고행을 거의 혼자 짊어지게 된다. 아무리 견고하게 만든 기계도 충격이 반복되면 언젠간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2차 충격을 받는 무릎관절 역시 부상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인대손상과 연골파열, 연골연화증 등의 증상이 과도한 달리기로 인해 악화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관절염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에겐 관절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영 등의 운동을 권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계도 쓰지 않고 내버려두면 녹이 슬듯 적당한 관절통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뛰는게 낫다. 적당한 자극이 있어야 혈액순환이 유지되고,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이 강화돼 급격한 관절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관절의 부담을 우려해 달리기 등 운동을 포기하는 것보다 오히려 관절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체중 조절을 위해서도 달리기는 필수적이다. 관절염과 관절손상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단순히 무릎이 아픈 정도라면 체중감량과 달리기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교수는 부상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신체부담을 고려, 개인에게 맞는 계절별 운동요법을 지킨다면 달리기와 같은 효과를 내는 운동은 드물다며 의욕만 보이다 그만두는 것보다 천천히 단계적으로 운동량을 늘리면서 꾸준히 하는게 건강에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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