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믿을 수밖에 없었던 화장품 브랜드들의 과대 광고, 화장품이 우리 피부에 초래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세상에 여실히 폭로한 명실 공히 당대 최고의 뷰티 서적. 뷰티 빠꼼이들과
뷰티 에디터의 책장이라면 꼭 한 권쯤은 꽂혀 있는 뷰티 필독서.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저자 폴라 비가운을 한국 최초로 인터뷰했다.
editor · 이미현




내년 말이면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의 개정판이 나온다. 1991년 초판이 나온 이래 총 일곱 번째 에디션이다. 6차 개정안을 내놓는 동안 끊임없는 외부의 압박과 싸움에 지쳐 앞으로 다시는 개정판이 없을 것이라던 그녀가 또다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는 시애틀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한국에서의 취재 요청은 처음이라는 그녀의 첫 마디는 차라리 당혹스러웠다. 한국에서만 25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화장품 전문가로 수많은 TV와 라디오 쇼에 초대되며 <나이트 리더 뉴스 트리뷴 서비스>의 고정 기고가이기도 할 만큼 인기인이 되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스타’이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책을 통쾌하게 읽은 뷰티 유저로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백화점 스태프에 불과했던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내용의 뷰티 비판서를 내놓을 수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자료 조사를 위해 5년여를 의학 도서관을 섭렵했으며 과학자들과 화학자들을 인터뷰하고 다녔다고 했다. 수백 개의 화장품을 구입하고 성분표를 속속 살피다 보니 업계의 명암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의 책은 출간되었으나 이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일례로 화씨 400도까지 가열될 수 있는 헤어 스타일러로부터 모발을 보호해줄 헤어 세럼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쓴 내용에 대해 한 헤어 브랜드에서는 머리카락은 화씨 500도가 되어야 연소한다고 반박하며 과학적 근거를 의심하고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다음해 개정판에 그에 대한 반박을 실었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발생하는 이런 논란들이 어쩌면 7차 개정판까지 내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 never rate products by ‘trying’ them.” 작년부터 급팽창하고 있는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의 뷰티 유저들이 주목해야 할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녀는 자신이 트렌드를 진단하는 사람도, 제품을 품평하는 테스터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화장품 애널리스트로서, 사용해보지도 않고 화장품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다. 그녀의 논리는 명쾌했다. 자신도 사람인데, 주관적인 견해가 섞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싶었고, 끊임없는 외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객관성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인터뷰 후 에디터가 느낀 것은 그녀가 대단한 뚝심과 인내를 가진 사람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말은 직설적이었지만 정치적이지 않았으며 요점만을 담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책처럼 말이다.



SURE 독자들이 7월 한 달간 보내준 폴라 비가운에 대한 질문들, SURE가 묻고 폴라가 대답했다.


Q 미국 FDA의 화장품 성분 규제 정책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A 나는 정책이라든가 국제적 이해 관계, 경제 논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것은 내가 분석하는 분야가 아니다. 그런 것들이 피부 건강에 눈에 띌 만한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벤젤페록사이드라는 성분은 블레미쉬에 대항하는 최고의 성분으로 칭송받아 왔고, 피부에 무해하다는 내용이 수많은 의학 저널들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EU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화학자들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 성분을 규제하는 국가의 소비자들은 그 정책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Q 닥터 화장품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내가 보기에 닥터 화장품과 일반 화장품 사이에 차이점은 없다. 그 제품을 누가 만들었든 중요한 것은 그 화장품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다. 그것이 코즈메슈티컬 화장품이든 아니든 피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성분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구입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제품을 직접 테스팅해보지는 않는다. 담배가 유해한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굳이 담배를 피울 필요가 없지 않는가. 닥터 화장품 중에 놀랄 만큼 좋은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뿐 아니라 피부에 문제가 될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구체적인 제품명을 밝히기 꺼려했으며, 다음에 출판될 자신의 책을 봐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닥터 화장품이라고 맹신하거나, 혹은 자극적일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Q
15년간 화장품 업계를 관찰한 경험으로 추천해줄 만한 아이템은?
A 대부분의 브랜드가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의 제품들은 피부 기능 개선에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에스티 로더의 모이스처라이저 종류. 특히 cp+ 시리즈는 강력 추천할 만하다.
올레이의 모이스처라이저 종류. 특히 Regenerist와 Difinity
레블론의 파운데이션
맥의 아이섀도와 블러셔
메이블린의 마스카라 종류
뉴트로지나의 클렌저와 메이크업 리무버
레블론의 립스틱

Q
한국의 뷰티 시장과 뷰티 브랜드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미안하지만 아직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적어도 관심을 끌 만큼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의 검증을 받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나에게 자세한 성분 리스트를 보내 달라. 단, 라벨에 나온 특별한 성분 외에 모든 함유 성분에 대한 리스트가 있다면 좋겠다.

Q
2007년의 뷰티 트렌드를 어떻게 예상하는가. 가장 바람직한 뷰티 쇼핑 패턴도 궁금하다.
A 나의 일은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뷰티 쇼핑의 특징 중 하나는 트윈슈머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소문’이 반드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태닝을 하고 자외선 차단 지수가 함유되지 않은 데이 모이스처라이저를 쓰고 있지 않는가. 차라리 검증된 과학자나 피부과 의사의 코멘트를 믿어라. 피부과 측정 데이터로 제품력을 평가하는 SURE의 뷰티 기사도 합리적인 것 같다.


1 책상에는 분석하기 위한 제품들이 항상 가득하다. 2 그녀의 이름을 건 화장품인 ‘폴라스 초이스’의 메이크업 제품들. 3 그녀의 사이트에서는 폴라스 초이스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품 리뷰 뿐 아니라 이슈화된 제품에 대한 그녀의 리뷰도 볼 수 있다. 4 그녀 책상 위에 놓인 아이들과 강아지 사진. 사무실에서 직접 강아지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5 사진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 수정 중.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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