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 ‘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손과 발, 겨드랑이 등을 흠뻑 적실 만큼 땀이 많이 나 일상생활 하는 데 지장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손발이나 몸에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는 증상이 다한증이다. 다한증의 원인과 그에 따른 치료법을 살펴본다.

한의학에서 바라본 다한증
한의학에서는 몸 밖의 해로운 기운을 막아주는 인체저항능력이 떨어졌을 때나 갑작스러운 스트레스 혹은 소화 장애로 몸 안에 습열과 담이 쌓여 다한증이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다한증 증세를 보이면 인체의 저항력을 길러주고, 장부의 기능을 강화하며, 습열과 담을 제거하는 걸 우선시한다. 동시에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한약과 함께 침이나 뜸, 부항 등의 시술을 병행한다. 어떤 이들은 마사지가 다한증을 치료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물론 마사지를 통해 우리 몸의 기혈순행을 도울 수는 있다. 특히 다한증 치료에 사용되는 혈자리를 눌러주는 지압 마사지를 한다면 다한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같은 다한증이라도 온몸에 땀이 나는 게 아니라 손, 발, 이마, 겨드랑이 같은 부위만 땀이 나는 경우는 치료법을 달리 한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그 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수족한) 사람은 비위의 기운이 약해졌거나 비위에 습열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비위의 기운은 지나치게 머리를 쓰거나 생각을 많이 하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머리에 땀이 많이 나는(두한증) 것은 비위에 쌓인 습열이 위로 치솟아 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두한증은 스트레스를 술이나 기름진 음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사타구니에 땀이 차는(음한증) 증상은 신장 기능이 떨어지거나 양기가 부족할 때 많이 발생한다.

다한증이 있는 아이에게는 풍욕이 도움이 된다. 풍욕은 피부를 튼튼하게 만드는 자연 치료법. 다한증이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땀구멍이 닫히는 힘이 약해서 땀 조절 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풍욕은 공기가 선선한 오전에 창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아이를 2~3분간 발가벗겼다가 얇은 이불로 다시 2~3분간 덮어주기를 5회 정도 반복하면 된다. 이때 아이가 땀을 흘리면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힌다. 땀을 흘린 뒤에는 물이나 과일로 수분을 보충해주어야 한다.

현대의학에서 바라본 다한증
현대의학에서는 다한증을 교감신경의 비정상적인 흥분에 의해 생기는 병이라고 본다. 다한증의 발병률은 국민 2백 명 중 1명꼴. 다한증은 가족력이 강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다한증 환자 중 가족에 다한증이 있는 경우가 약 20%나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온도가 올라가면 열을 발산하기 위해 땀샘을 통해 땀을 내보낸다. 이런 정상적인 땀의 생성을 ‘온열계 발한’이라고 한다. 운동을 한 뒤나 더운 여름날 땀이 많이 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땀의 양을 조절하는 부분은 뇌의 자율신경계이고, 여기서 교감신경을 통해 몸, 얼굴, 손발, 몸통으로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다한증 환자들은 땀이 나는 과정이 다른 사람에 비해 민감하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뇌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교감신경계가 흥분해 다량의 땀이 나는 것. 이것을 정상적인 온열계 발한과 구별해 ‘감염성 발한’이라고 부른다.

다한증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요법과 수술요법이다. 비수술요법에는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 이온영동요법, 주사요법 등이 있다. 먹는 약은 몸에서 땀이 나게 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바르는 약은 손이나 겨드랑이, 이마에 사용한다. 하지만 먹는 약이나 바르는 약은 그 효과가 일시적이다. 이온영동요법은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땀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 미세한 전류를 피부에 흘려 보내 일시적으로 땀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이다. 매일 30여 회씩 치료하면 2~3주 뒤부터 땀의 양이 줄어든다. 단, 치료를 멈추면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단점이 있다.

주사요법으로는 교감신경 차단술과 보톡스 요법이 있다. 교감신경차단술은 교감신경에 약을 주사해 신경을 차단시키는 방법이다. 주사란 점에서 간편하지만 재발이 잦다. 보톡스 요법은 보튤리늄 독소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억제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치료법. 손 다한증을 보톡스 요법으로 치료한다고 하면, 손목 부위를 국소마취한 뒤 1.5cm 간격으로 50여 군데에서 1백여 곳까지 보톡스를 주사해야 한다. 보톡스 요법은 일반 주름 제거에 사용하는 보톡스와 마찬가지로 치료 효과가 6개월~1년 정도 간다. 치료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실제로 많이 시술되지는 않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한증에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최근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어온 수술요법은 내시경을 이용한 흉부교감신경절단술이다. 이는 치료 성공률이 높지만 수술 후 땀이 나지 않던 부위에 땀이 심하게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연통증클리닉에서 시술을 시작한 클립교감신경차단술도 있다.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클립의 위치를 달리 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술법이다. 한편, 겨드랑이 다한증 치료의 경우 3㎜의 금속관을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삽입해 땀샘을 긁어내는 땀샘흡인술을 많이 한다.

생활 속 다한증 완화 수칙
●청결은 기본이다 다한증이 있는 사람은 청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땀을 흘렸을 경우에는 항균 비누로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친 뒤에는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파우더를 바른다. 그래야 몸을 보송보송한 상태로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외출할 때 탈취제를 비롯한 국소도포제를 뿌리거나 발라 땀이 나는 것을 억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다한증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평소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다한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물론 다한증이 특정 음식으로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먹어도 땀이 나는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짠 음식도 좋지 않다. 특히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 홍차 등과 술은 금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과식과 폭식을 삼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가나 가벼운 운동을 한다 다한증은 우리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저하되면 악화되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요가나 명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도 권할 만하다. 운동을 할 때는 땀이 과하게 배출되지 않도록 하루 30분 이내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 다한증이 있는 사람이 운동 중 땀으로 배출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지 않으면 몸속의 혈액이 농축돼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고, 심한 경우 실신할 수도 있다. 운동할 때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글 / 김민정 기자 도움말 / 최영민(코비한의원 약수점 원장)·최봉춘(세연통증클리닉 원장) 일러스트 / 최영주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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