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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름없는 배우다. ‘매주 TV에 들이미는데도’ 사람들은 얼굴만 기억한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와 SBS ‘솔로몬의 선택’의 재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이중성(32·사진). 바람둥이·사기꾼·사이코 역으로 단골 출연한다. 지난 가을엔 연극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최근엔 뮤지컬 ‘스노우드롭’으로 무대에도 섰다. 연기하면서 보여준 가벼운 이미지와 달리 직접 만난 그는 진지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연기자 이전에 춤꾼이었으며, 배우지만 연예인은 아니라는 그의 삶과 이야기도 예상을 비켜가긴 마찬가지였다.

-실물이 더 잘 생겼다.

“잘 모르겠다. 처음엔 왜 내게 여자 꼬시는 역할만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겸손이 아니라 외모 콤플렉스도 있다.”

-철학 전공이라니 의외다.

“뜻밖이겠지만 인문학·사회과학 공부를 좋아한다. 아버지가 억지로 밀어넣은 학교에서 영문학을 했는데 마음에 안 들었다. 편입시험을 봐서 외대로 옮겼다. 그리고, 어차피 평생 연기를 할 건데 왜 대학에서까지 연기를 공부해야 하나.”

-원래는 춤을 췄다는데.

“뮤지컬이 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봤다. ‘브로드웨이 42번갗 코러스가 첫 배역이었다. 노래가 좋아 시작했는데 춤이 금세 늘더라. 넉 달 만에 강사로 나섰으니까. 재즈댄스 가르치고, 방송국 안무도 했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연수 교육강사로 퍼포먼스 지도도 했다.”

-TV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뮤지컬에선 연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TV에서 기회가 좀 더 쉽게 왔다. 2002년이었다. 사실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사생활에 지장이 생기니까 얼굴 알려지는 걸 안 좋아한다.”

-재연배우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터뷰도 틀이 정해져 있더라. 고단하고 힘들다는 말을 기대한다. 여재구 선배 돌아가셨을 때도(지난해 5월 재연배우 여재구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떤 분이 ‘춥고 힘들게 종일 촬영하고 7만원’이라고 했더라. 냉정히 말해서 일당 7만원이 적은가. 재연배우라 힘든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던 자리잡긴 어렵다.”

-수입은 어떤가.

“일주일에 프로그램 2개, 사흘 정도 녹화하면 보통 직장인 월급만큼은 번다. 나머지 시간에 다른 촬영이나 공연도 하니까 수입은 더 된다.”

-스타가 되고 싶지 않나.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김희선·장동건 같은 톱스타를 보면 너무 예쁘고 잘 생겨서 사람 같지 않다. 그런 극소수가 이루는 걸 못한다고 내가 불행할 필요는 없다.”

-연기 욕심은 있을텐데.

“보는 사람이 즐거운 걸 하고 싶다. 가슴 저린 감동도 좋지만 그런 걸 할 연기자는 나 말고도 많다.”

-작년엔 드라마도 찍었다.

“PD가 나를 좋게 보고 캐스팅했는데, 재연배우를 정극에 출연시키는 건 PD 입장에서 쉽지 않다. 드라마 할 땐 좋으면서도 두려웠다. 끝나면 실망할테니까. 인생 보너스 받은 걸로 치기로 했다.”

-너무 현실적이지 않나.

“요즘 서른 넘은 남자로서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게 뭘까를 생각한다. 누가 그러더라. 지금 딱 좋으니까 하는 일 계속하면서 열심히 돈 모으라고. 내가 가진 재주가 성실 하나니까 맞는 말 같다. 난 지금처럼 제 자리에 있을 거다.”

-극 중 모습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내 이름이 이중성이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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