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펀드 코리아’의 상징은 단연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라고 할 수 있다. 인사이트펀드 열풍이 전국의 은행·증권가를 휩쓸던 지난 11월 예·적금밖에 모르던 사람들까지 돈 보따리를 싸들고 인사이트펀드 가입에 뛰어들었다. 인사이트펀드는 상품이 출시된 지 불과 보름 만에 무려 4조원이 몰리는 사상 초유의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몰빵 펀드’ 혹은 ‘묻지마 펀드’ 논란이 가열되면서 지금은 사실상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4.06% 누적 손실

현재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미래에셋 인사이트 혼합형펀드(설정잔액 4조5천억원)의 12월13일 기준가격(펀드 거래시의 매매가격· 1좌당 1원으로, 보통 1천 좌당 1천원을 기준으로 표시되며 투자 유가증권의 순자산가치에 따라 매일 변동, 고시됨)은 960.44이다. 10월31일 최초 설정 당시 기준가격(1천원)과 비교해 -4.06%의 누적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장경호 팀장은 “지금은 증시의 조정 분위기로 마이너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며 “장기 투자로 가면 수익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의 말대로 인사이트펀드는 기존의 대다수 펀드처럼 특정 국가, 또는 주식(혹은 채권) 등 특정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여러 국가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다. 자산, 국가, 지역, 섹터별(리츠펀드, 인프라펀드, 원자재펀드, 물펀드 등)로 구분해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사이트펀드 투자설명서는 ‘주식 100% 이하, 채권 100% 이하, 어음 100% 이하에 투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특정 국가에 혹은 특정 자산에 수탁고 4조5천억원을 몽땅 투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사이트펀드의 현재 투자자산 구성은 주식이 75%(해외 주식 대 국내 주식 비중은 9 대 1가량)이고, 콜론 등 유동성 자산이 25%다.

인사이트펀드는 미래에셋 특유의 자산운용 스타일이 집약된 상품으로 알려진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벤치마크(어떤 펀드의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잣대로서 국내외 주요 자산시장의 등락 지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이 되는 투자처를 찾아 ‘절대수익률’을 추구한다고 평가한다. 다른 자산운용사들과 다른 미래에셋만의 특징이란 것인데, ‘소수 집중화를 통한 투자 극대화’를 추구하는 미래에셋의 이런 공격적인 자산운용 스타일은 선진국 시각의 보수적인 정통 펀드 운용 풍토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투자 전략을 앞세워 국내에서 적립식 펀드 혁명을 일으키고, 해외 펀드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미래에셋이다. 중국펀드 투자 열풍의 진원지도 미래에셋 ‘차이나솔로몬펀드’의 높은 수익률이었다. 인사이트펀드는 자유분방하게 튀는 미래에셋의 펀드 운용 전략이 한발 더 나아간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는 국내외 펀드를 합쳐 총 100여 종에 이른다. ‘디스커버리펀드’와 ‘솔로몬펀드’ ‘인디펜던스펀드’ ‘인프라섹터펀드’ 등이 주력 상품이다. 미래에셋 ‘국내 주식형 디스커버리펀드’는 2001년에 설정된 이후 6년간 누적운용수익률(해당 기간 동안의 원금 대비 실제 수익률)이 800%에 이른다. 최근 3년간 누적수익률은 260%, 최근 1년간 누적수익률은 74%에 이른다. 또 미래에셋 ‘국내 주식형 인디펜던스펀드’는 2001년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누적수익률 740%, 최근 3년 수익률 275%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의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30조원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총 112조원가량)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 놀라운 운용수익률이 있는 것이다. 장경호 팀장은 “수익률이 높은 디스커버리펀드에서도 단기 투자한 사람은 손실을 보기도 했다. 과거에는 6개월이 지나면 다른 펀드로 교체하는 경향이 컸으나 이제는 -10%, -20% 손실이 나도 환매하지 않고 기다리는 고객이 많아졌는데 미래에셋이 펀드 장기투자 문화를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따라하기’도 열풍의 배경

인사이트 열풍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건 올해 주식시장을 뒤흔든 이른바 ‘미래에셋 펀드 따라하기’다. 미래에셋이 어떤 주식을 투자 종목에 편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시장 참가자들이 앞다퉈 그 종목을 따라 사면서 해당 종목이 폭등했는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주가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올해 주식시장은 미래에셋이 조선· 철강 등 중국 관련주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묻지마 투자’식의 미래에셋 따라하기 광풍 덕에 미래에셋 펀드마다 놀라운 운용수익을 올렸고, 미래에셋 국내 펀드 운용수익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무려 25%포인트나 높다. 자연히 미래에셋 이름만 대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미래에셋 펀드들은 대박을 터트렸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이 미래에셋 대박 신화에 빠져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을 잊어버린 채 인사이트펀드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이트펀드 약관은 투자 대상과 투자 자산에 대한 비율 제한을 두지 않고 100% 국내외 주식 또는 채권에만 투자할 수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인사이트펀드는 투자 대상에 제약이 없고, 주식과 채권 편입 비중, 국내 증시와 해외 증시 편입 비중 등 아무것도 사전에 정해진 것이 없는 펀드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상품이다. 또 전세계 어느 곳이든 어떤 자산이든 돈이 되면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공격적 펀드다. 인사이트펀드 투자설명서는 위험등급을 2등급(높은 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이트펀드를 둘러싸고 “예측 불가능하다. 사실상 헤지펀드 아니냐?”거나 “투자처를 선택할 때 기준으로 따르는 벤치마크 없이 자의적으로 투자 대상을 고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몰빵 펀드’ ‘묻지마 펀드’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인사이트펀드는 벤치마크나 기대수익률을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장 팀장은 “인사이트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는 MSCI 선진시장지수(올컨트리 월드 인덱스)다. 다만 인사이트펀드는 이머징마켓 지수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두는 편이라서 선진국 벤치마크 지수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 것일 뿐인데, 이것이 벤치마크 없는 몰빵 펀드라는 잘못된 억측을 낳은 것”이라며 “특정 자산이나 특정 종목에 몰빵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펀드의 출시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중국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중국펀드 환매 러시가 일어나고 투자자들이 브릭스펀드, 신흥시장펀드 등으로 갈아타기 시작한 때가 바로 올해 10월 중순이다. 어떤 국가에,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시기에 인사이트펀드 상품이 나오자 ‘미래에셋이 운용을 잘해왔으니 한번 믿어보자’는 식으로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장경호 팀장은 “중국 관련 펀드 수익률이 -15% 정도 하락하는 등 불안한 상황에서 인사이트펀드는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던 펀드 투자자들에게 글로벌 자산배분형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 수단을 제공해 각광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코리아 사태가 재현될까

단기간에 4조5천억원의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인사이트펀드는 1999년 당시 20조원이 몰렸던 현대증권 ‘바이코리아펀드’ 열풍과 비교된다. 물론 미래에셋의 시장 예측이 빗나가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낼 경우 바이코리아펀드처럼 대량 환매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설명서조차 읽지 않고 미래에셋에 대한 평판과 소문만 믿고 인사이트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실 “펀드 규모가 3조원을 넘으면 한곳에 몰빵하기 힘들고, 따라서 대박 기대는 환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펀드를 로또처럼 생각하는 게 걱정이다. 인사이트펀드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에서 항상 승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래에셋이 새로운 승부수로 띄운 인사이트펀드가 실패할 경우 펀드 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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