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재테크의 꿈을 이루겠다고 소원을 빌어보지만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직장인들의 월급으로 부자되기란 쉽지 않다. 하루하루 지나가다보면 어느새 재테크하겠다던 결심은 무너지고 지갑 사이사이로 돈 구멍이 뚫린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73만8200원(3분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2% 증가한데 반해 소비지출은 238만400원으로 10.2%나 뛰었다. 소득보다 소비가 더 늘어난 셈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아무 생각없이' 돈만 모으겠다는 '묻지마 재테크'에서 벗어나 철저한 계획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재테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새해 직장인들이 저축 목표로 월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의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하고 이를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 4인의 조언을 들었다. 비단 직장인뿐 아니라 종자돈 마련이 목표인 재테크 새내기를 위한 투자금액별 포트폴리오를 소개한다.

◆적립식 펀드 비중 높여야

재테크 추천상품 리스트에는 단연 주식형 펀드가 1순위로 꼽혔다. 이머징마켓 중심으로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인의 PB 모두 투자금의 60~80% 수준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전통적인 종잣돈 마련 상품인 적금 등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있다. '재테크'라는 말에 어울리도록 목돈을 만드는데 성공하려면 펀드 중심으로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것이다.

이경희 기업은행 안산지점 팀장은 "3년 이상 장기투자일 경우에는 리스크 요인이 감소하므로 전체 투자금액의 80% 이상을 펀드로 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며 "적게는 연 10% 많게는 연 20%까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도 "종잣돈 마련이 목표라면 시장상황에 따라 적립식 펀드 비율을 7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무려 세자릿수에 달하는 '대박 펀드'의 출현 가능성은 낮게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선진국 증시의 불안정과 국내의 물가 상승 등 부정적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지난해에 비해 기대수익을 낮춰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주한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주식 가격이 예전보다 비싸졌고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추세라 기대수익을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PB들이 예상하는 펀드 투자를 통한 기대수익률은 연 10~17%로 비슷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조정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분산 투자의 중요성도 한층 강조되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PB팀장은 "1분기까지는 조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시에 한군데 몰아서 투자하지 말고 시장의 방향을 지켜본 후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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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마켓 투자 주목

PB들이 가장 주목한 펀드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 투자하는 '브릭스펀드'였다. PB 4인의 추천 리스트에는 이 브릭스펀드가 모두 빠짐없이 들어갔다. 세계 시장의 성장을 이끌 동력은 이머징마켓에서 나올 것이고 중국이나 단일 국가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골고루 투자하는 브릭스펀드 투자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며 수탁고 4조2000억원을 넘어선 슈로더투신의 슈로더브릭스펀드는 국민은행 신 팀장과 신한은행 박 팀장 등 PB 2인의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쏠림을 지양하고 국내와 해외 펀드의 비중을 5대 5 수준으로 조정하라는 주문이 공통적이었다.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국내 펀드의 수익성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국내 펀드로는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탁고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주식형펀드, 인디펜던스펀드 등이 PB 4인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민은행 신 팀장은 "올 하반기 주식시장을 2300~2500P로 본다면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미래에셋 인디펜던스펀드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외 아시아와 동유럽, 친디아, 글로벌펀드 그리고 채권형펀드와 국내외 혼합형펀드 등에 고루 자산을 배분해 위험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소득에 맞는 절세 전략도

실패하지 않는 '똑똑한 재테크'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못지않게 융통성 있는 자산 배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기업은행 이 팀장은 "1년 이하의 단기 투자라면 펀드 투자보다는 적금에 넣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우리은행 김 팀장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체 투자금액의 30~40%는 저축은행의 적금에 분배하라"고 권했다.

내집 마련이 목표라면 주택청약 상품 가입도 필수. 청약저축과 주택청약부금은 연 4%대로 금리는 높지 않지만 청약권(청약우선권)이 부여되고 소득공제 혜택도 있으므로 무주택자 등 내집 마련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추천된다. 연금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 청약저축 등의 소득공제 상품 등은 연봉이 높은 경우 적극 고려할 만한다.

PB들은 또한 '100세 장수'를 꿈꾸는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상품에 대한 투자도 잊지 말것을 주문했다. 이 팀장은 "수익률로만 본다면 대체로 펀드가 연금상품에 앞서지만, 20~30년 장기투자의 경우 목돈 마련에는 연금상품이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며 거시적 안목에서의 장기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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