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삶의 긴장을 덜어주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기호식품이다. 축제의 기쁨을 나눠야 할 순간이나 견디기 힘든 슬픔을 달래야 할 때에도 술은 늘 최고의 동반자로 등장한다. 그래서 술은 수많은 시인과 예술가들의 사랑스러운 벗으로, 또 작품의 소재로 활용된다. 하지만 술 역시 과(過)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특히 얼마 전 '과음은 암의 원인'이란 연구결과가 밝혀져 애주가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술을 즐기면서 건강도 챙길 수는 없을까.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과음은 암을 부른다=암은 21세기 현대 의학계에서도 여전히 난제로 남은 난치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과 만성 감염병. 폐암의 원인으로 흡연이, 간암의 원인으로 만성 간염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덧붙여 지난달 30일, 프랑스 리옹의 국제암연구소 파올로 보페타 박사는 과음을 암의 원인으로 지목해 관심을 끈다.

과음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암은 구강암.후두암.식도암.간암.대장암.췌장암.유방암.폐암 등. 보페타 박사는 "술을 많이 마실수록 특히 얼굴과 목에 생기는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며 "특히 동아시아와 동유럽 국가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술은 어떤 과정을 통해 암을 일으킬까.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임영혁 교수는 "알코올이 세포의 점막을 손상시켜 발암 물질이 쉽게 침투하는 것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알코올은 발암물질을 대사하는 효소의 작용을 방해해 암 발생을 촉진하고, 인체의 세포 재생 과정도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발암 물질이 몸에 쉽게 들어오고, 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도 약하게 만들어 암 발생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 금주보다는 절주=그렇다면 술 역시 담배처럼 금(禁)해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보페타 박사는 "암 예방을 위해선 금주가 최선이지만 술은 고혈압.동맥경화.고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적절한 음주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발생 위험은 피하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남자는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한 잔의 음주가 오히려 좋다는 것이다.

음주의 득실은 선진국과 후진국이 판이하게 다른 것도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의 경우 선진국에선 음주로 인한 사망자가 남성 18만5000명, 여성 14만2000명이었며, 음주 덕분에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도 남성은 7만1000명, 여성은 27만7000명에 달했다. 반면 심혈관 질환이 아직 문제되지 않는 후진국에선 음주로 인한 사망자가 남성 152만 명, 여성 30만1000명으로 음주의 득보다는 실이 훨씬 컸다. 경제대국 11위인 우리나라는 금주보다는 하루 한두 잔의 절주가 건강을 위해 권장되는 셈. 단 만성 간염.간경변증 등 이미 간이 나쁜 사람은 절대 금주가 필요하다.


◆ 절주하려면=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술 권하는 회식문화가 만연해 있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절주가 쉽지 않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절주를 위해선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우선 스스로 음주 습관의 문제점을 점검해 봐야 한다.만일 문제가 있다 싶으면 당장 오늘부터라도 절주를 위한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표 참조>. 이때 실천력을 높이려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 자신이 음주량 조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하루 두 잔이 넘는 술은 마시지 않도록 도와 달라는 청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자신이 고혈압.간장 질환 등 질병이 있으면 이를 말하고, 현재 치료 중임을 밝혀야 한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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