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Ⅳ] 젊은 사람은 안전하다고? 천만에!
속설과 진실
“저혈압은 심각한 병”은 근거없는 낭설… “콩팥이 안 좋으면 혈압 올라간다”는 사실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고혈압에 대한 속설은 과연 어느 정도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가장 많이 알려진 고혈압 속설 5가지를 살펴보자.

콩팥이 나쁘면 혈압이 올라간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역으로 급·만성 사구체 신염 등의 신장질환에 의해 고혈압이 유발되기도 한다. 고혈압은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 대부분이나 확인할 수 있는 기저 원인, 특히 교정 가능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고혈압이 전체 고혈압의 5~10%를 차지한다. 이차성 고혈압의 주요 원인질환은 신부전, 신장염, 신혈관성고혈압, 쿠싱병, 갑상선질환, 피임제(에스트로겐), 스테로이드 등의 호르몬 섭취, 대동맥 축착증, 임신 자간증, 임신중독증 등이 있다. 이러한 이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신장질환(만성 신부전, 신혈관성 고혈압 등)이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신장이 안 좋은 경우에 혈압이 올라갈 수 있음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고혈압은 신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신장은 인체 내 수분의 양뿐만 아니라 나트륨, 칼륨, 칼슘, 인, 염소 및 중조 같은 전해질의 양도 모니터하여 과다한 양의 전해질이나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한다. 신장이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혈압이 올라가게 되고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하면, 신장에서 분비되어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을 자극하는 레닌(renin)이라는 물질이 많이 분비되어 고혈압이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이나 당뇨병 환자나 신장질환 환자는 고혈압 전단계(수축기 혈압 12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에 있는 사람이라도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즉,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의 치료 목표는 140/90mmHg 미만이나 당뇨병이나 만성신장질환 환자에서 130/80mmHg 미만으로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더 적극적인 혈압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약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

‘고혈압 약을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지’는 고혈압 환자에게서 받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이다.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원인 치료가 어렵고 평생 혈압을 조절해야 하므로 꾸준히 혈압 강하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막상 고혈압이 되었을 때 실제로 평생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이는 오랜 기간 약을 먹다 보니 고혈압을 가볍게 여기거나 부작용과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약의 복용을 거부하거나 임의로 중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혈압 약을 먹기 시작했다는 그 사실로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의 특징은 완치의 개념이 아닌 지속적 관리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므로 고혈압 조절 및 합병증 예방의 필요성으로 인해 평생 지속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이지, 일단 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에 무조건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단지 혈압만 약물로 정상으로 조절하여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이므로 약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약물의 사용을 시작했기 때문에 끊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고혈압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더욱 더 높아지고 말초혈관 저항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동맥경화가 가속화하고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의 질환이 잘 생기게 된다. 그 외 신장의 기능이 악화되어 만성신부전증을 초래할 수 있고, 눈의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장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21%, 심부전증은 52%, 뇌졸중은 38%, 관상동맥질환 사고는 16%가 감소한다고 여러 연구에서 증명되었으므로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약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약은 평생 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혈압이 안정되면 주치의와 상의하여 조절할 수 있으나, 환자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혈압의 갑작스런 상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금하여야 한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위험한가?

흔히 혈압은 120/80mmHg이 정상수치라고 한다. 혈압이 그보다 낮으면 위험한 것일까? 얼굴이 창백하고 기력이 없는 경우 저혈압이라며 걱정하는데 대부분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상 혈압수치는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 정도이며, 만일 자신의 혈압이 이보다 더 낮으면 혈압이 이렇게 낮아서 어떡하느냐고 깜짝 놀란다. 정말로 혈압은 반드시 120/80mmHg이어야만 정상일까? 그리고 혈압이 그보다 더 낮으면 위험할까? 혈압이란 피가 혈관 벽에 가하게 되는 압력이다.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짜 보내는 힘과 혈관 내의 피의 양과 혈관이 가지는 저항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저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보다 떨어진 상태로 심장의 짜내는 힘이 떨어지거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의 양이 줄거나, 아니면 혈관의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다. 저혈압 상태가 되면 마치 수압이 정상 이하로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은 적정량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각 조직이나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모자라게 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한 출혈이 있는 경우 혈압계로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혈압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가 정말 위험한 저혈압 상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저혈압은 단순히 혈압이 다소 낮은 상태를 말한다. 혈압이 얼마나 떨어져야 저혈압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혈압은 같은 사람에서도 상황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동하는 것으로, 정상 혈압의 범위를 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혈압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 수준의 혈압이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혈압치 하나만 가지고 비정상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 저혈압은 사망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정말 문제가 되는 정도의 저혈압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심한 출혈로 생긴 저혈압 등 다른 뚜렷한 원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저혈압이다. 보통 어지럽다거나 얼굴이 창백한 경우, 기력이 없는 경우 등에서 혈압이 약간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이며 이 정도의 저혈압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속설일 뿐이다. 오히려 만성 저혈압의 경우 동맥경화의 진행속도가 늦어 평균수명이 10년 정도 더 길다는 보고도 있으며, ‘어지러움’ ‘팔다리 저림’ ‘쇠약감’ 등의 증상이 있으나 의학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며 적절한 운동으로 이겨나가면 된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는 저혈압이라는 것이 어떤 중요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거나, 이것은 약도 없다거나, 혈압을 올리기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거나, 저혈압이 있어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거나 하는 거의 미신에 가까운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런 말들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혈압이 낮다는 것, 즉 저혈압은 어떤 합병증도 일으키지 않고 아무런 증상도 없으며 수명과도 관련이 없다. 의학적으로 혈압이 낮아 문제가 된다고 할 때는 그 사람의 평소 혈압에 비해 갑자기 혈압이 낮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즉 혈압이 원래부터 낮은 사람이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정상이다.

흔히 혈압이 낮아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한다. 가령 혈압이 낮은 사람이 어지럽다, 머리가 아프다, 힘이 없다, 손발이 저리다, 손이 차다 하는 증상이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서 낮은 혈압과 이들 증상은 인과관계가 없다. 다시 말해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이 증상과는 별도로 혈압이 낮은 것이지, 혈압이 낮아서 그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그런 증상이 있는 사람의 혈압을 올려봐도 그 증상이 계속 남아 있는 것으로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혈압이 낮은 것과는 무관한 것이므로, 그 사람의 혈압을 올리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런 증상이 나타난 진짜 원인을 찾아서 치료를 해야 옳다.

젊은 사람은 무조건 안심해도 된다?

자신이 젊다고 해서 여러 질병이 피해 가지는 않는다. 특히 요즘에는 고혈압이 점점 젊은층으로 내려오고 있다.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한 직장인들은 다시 한번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연령 증가와 더불어 그 빈도가 증가하며 따라서 노년층으로 갈수록 고혈압의 빈도는 높아진다. 내과학 교과서에서도 65세부터 75세 사이의 인구 중 거의 3분의 2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혈압은 노인층에서 뇌졸중(중풍) 및 기타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의하면 고혈압은 젊은 연령층에서보다는 고령층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그러나 이것이 젊은 사람의 고혈압은 병이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의 고혈압만이 병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심장이나 신장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다. 또한 그 위험이 나이가 젊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혈압임이 확인되면 연령에 관계없이 정상혈압 유지를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고혈압을 가진 환자의 나이가 젊은 경우 나이가 많은 환자보다 남은 생명은 더 길다. 따라서 젊은 사람에서 고혈압과 관련된 질환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괴로운 삶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조절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또 젊은 사람일수록 고혈압과 관련된 사망의 위험을 높이는 흡연이나 정신적 긴장과 같은 요인을 갖기 쉬우므로 고혈압 치료를 더 열심히 받을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고혈압은 대부분 원인이 없는 본태성 고혈압이지만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고혈압은 원인이 있는 이차성 고혈압이 많으므로 혈압을 올리는 원인이 따로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원인이 확인된 경우에는 이 원인을 제거하여야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약 먹으면 정력이 떨어진다?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받는 질문 중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발기부전에 관한 내용이다. 발기부전이란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질병은 별도로 있고 그 질병에 의해 일어나는 하나의 증상이다.

발기부전은 음경해면체에 위치한 내피세포의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되는 일종의 혈관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 이러한 내피세포의 기능 이상이 자주 동반되므로 발기부전의 빈도가 증가한다. 발기부전은 처음에는 성교 도중에 발기가 유지되지 않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서서히 진행하면서 이러한 경우가 증가하고 급기야 발기력이 약해 처음부터 성교에 실패하는 일이 일어난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정신적 문제로 발생하는 심인성과 신체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기질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 50% 이상은 기질성으로 발생하고 고령이 될수록 기질성의 비율은 더 높아진다.

발기부전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데 50세 이하에서는 약 4%에서 발견되는 데 비해 50대에서는 26%, 60대에서는 40%가 발견된다. 기질성 발기부전의 원인으로는 노화가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질병으로는 당뇨병과 만성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이 가장 많고, 고지혈증(특히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환기능 저하증, 뇌하수체종양, 척수손상, 골반골 골절, 후부요도손상, 약물(고혈압 치료제, 이뇨제, 심장병 치료제, 진통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위궤양 치료제, 최면제, 항남성호르몬제 등)의 부작용, 그리고 직장암, 전립선암, 방광암에 대한 근치적 절제수술, 갑상선질환, 신장질환, 간경변증 등이 있고, 마리화나, 필로폰, 알코올, 흡연 등도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론적으로는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 약제로 혈압을 떨어뜨리면 성기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할 수 있으므로 이로 인해 발기부전이 증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고혈압 약제는 경중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십 년간 약국에서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었던 베타차단제 계열의 고혈압약은 발기부전 원인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미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제들이 흔히 성기능 이상을 유발한다는 보고들은 무척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들이 위약군을 포함한 무작위 추출 전향적 연구들이 아니고, 고혈압에 속발된 이차성 혈관질환과 당뇨처럼 동반된 질환의 유무, 환자의 나이, 신체적 증상, 감정적 장애 그리고 환자의 개성과 같은 발기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 등 발기기능의 평가에 혼돈을 주는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기전과 발생빈도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정설이 없으나 고혈압 치료제에 의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 사용하는 고혈압 치료제 중 교감신경차단제, 베타 아드레날린성 차단제 및 이뇨제 사용 시 발기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당뇨합병증(신경염)은 발기부전의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는데 고혈압을 동반해 약을 먹고 있는 당뇨환자들에게 발기부전이 있다면 그 원인이 고혈압약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인지 판별하여 자신의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 자신이 장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제의 성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비교적 젊은 중장년층의 발기부전에서 제일 많은 원인은 심리적인 요인이나, 그 중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 급격히 성욕이 감퇴하거나 발기부전일 경우 약제의 부작용인지 아닌지를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 또한 고혈압 환자에서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금연, 절주, 적당한 운동이 발기 부전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정명호 전남대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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