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으슬으슬하다. 따끈한 국물 음식이 어울리는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얼큰하고 시원하고 속이 든든해 지는 탕이 그립다. 프랑스· 독일·일본식 탕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 3곳을 소개한다.
 
 
● 프랑스식 해물탕 부야베스
지난달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아 미디’는 프랑스식 해물탕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전문으로 한다. 부야베스는 ‘불을 낮추어(abaisser) 뭉근하게 오래 끓이다(bouillir)’라는 뜻으로, 마르세이유 어부들이 먹던 음식이 프랑스 대표요리로 발전했다.

 
빨간색 법랑냄비 뚜껑을 열자 따끈한 열기가 새 나왔다. 흰 살 생선과 조개 등 4가지 해산물로 우린 육수에 토마토, 강남콩 등을 넣어 뭉근하게 끓였다. 불그스름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페넬·사프란과 같은 이국적 향기가 코를 자극하더니, 카이옌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혀를 찌른다.
 
 시원하고 구수한 국물이 입을 지나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할 즈음, 술로 배배 꼬였던 장이 스르르 풀어졌다. 부야베스에는 빵 또는 밥이 딸려 나오는데, 기름에 살짝 볶아 파슬리를 섞은 밥을 권한다. 부야베스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속까지 든든하다.

 
식사는 세트로만 주문 가능하다. 애피타이저와 메인요리, 후식, 차로 구성된다. 메인요리는 부야베스 또는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해산물요리 중 선택한다. 세트는 점심과 저녁 1인 3만원으로 같다. 테이블이 4개뿐이니 예약해야 안전하다. 일요일은 쉰다. (02)736-8667
 
 
 
 
● 독일에서 토요일은 스튜 먹는날

서울 안국동 서머셋 팰리스에 독일음식점 ‘베를린’을 오픈한 크리스토퍼 본가르트(Bongard)씨는 “독일 사람들은 스튜를 유난히 좋아해서, 토요일이면 스튜만 내는 식당도 많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는 토요일마다 스튜를 한두 가지 낸다.

 
지난 10월 마지막 토요일에는 ‘렌틸콩 스튜’와 ‘보리 스튜’(각 1만4900원)가 나왔다. 렌틸콩 스튜에는 녹두 비슷한 렌틸콩과 작은 사각형 모양으로 잘게 자른 감자, 당근, 카슬러햄이 잔뜩 담겨있었다. 보리 스튜에는 렌틸콩 대신 미끌미끌한 보리와 동글동글한 쇠고기 완자가 들어 있었다.
 
국물이 거의 없이 걸죽했다. 탕보단 죽에 더 가깝다. 눈을 자극하는 화려함은 없었다. 하지만 입안을 가득 채우는 구수하면서도 소박한 맛,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실용성을 가졌다.

 
‘베를린’에서는 스튜 외에도 제 맛 나는 독일음식을 여럿 맛볼 수 있다. 독일식 육회 ‘타르타르’(1만7500원),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구운 페이스트리(1만500원)가 애피타이저로 좋다. 소시지는 어느 것이나 아주 훌륭하다.
 
단 ‘뮌헨식 화이트 소시지’(1만6900원)는 부드럽다 못해 물컹해서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돈가스와 비슷한 ‘비엔나식 안심 커틀렛’(1만9900원)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바삭하게 튀겨낸 솜씨가 뛰어나다. 후식은 ‘딸기소스를 곁들인 바바리아식 크림’(7200원)으로. 일요일에는 문 닫는다. (02)722-5622
 
 
● 일본 스모선수들이 먹는 창코나베
일본 스모선수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거른 채 맹렬하게 운동한다. 아침을 거르는 건 공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곤 점심 밥을 일인당 냉면그릇으로 두 그릇씩 먹는다. 이어 낮잠을 2시간 즐긴 뒤 다시 저녁을 먹는다. 이렇게 하면 체중이 200㎏까지도 불어난다고 한다.
 
스모선수들이 먹는 음식을 ‘창코’라고 한다. 그 중에서 각종 재료를 잔뜩 넣어 끓인 냄비요리를 ‘창코나베’라고 부른다.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와카’(若)는 한국에 처음 등장한 창코나베 전문 음식점이다.

 

창코나베에는 돼지고기, 닭고기, 닭고기 경단도 들어가지만 새송이버섯·숙주·시금치·배추·부추 등 채소도 가득 들어있다. 닭과 오리로 뽑은 국물에 소금으로 간을 한 ‘시오나베’, 미소된장을 푼 ‘미소나베’, 그리고 미소나베에 김치를 더한 ‘김치나베’가 있다.
 
한국인에게는 미소나베 또는 김치나베가 어울릴 듯 하다. 건더기를 건져먹고 난 국물에 생라면이나 죽을 끓여 먹으면 식사가 마무리된다.

 
창코나베는 1인분에 2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양은 많다. 3사람이 2인분이면 먹을 만한 양이다. 라면과 죽은 1인분 5000원. (02)592-9252, (02)592-4527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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