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특성

정보의바다 2008. 5. 21. 14:16

이어 유경 씨가 '노년의 특성'에 대해 강의하기 시작했다.
 
  "노년의 가장 큰 고통은 빈곤, 즉 경제적 문제이고,

두 번째가 건강, 즉 몸이 아프다는 문제이고,

세 번째는 역할이 없다는 것, 즉 할 일이 없다는 문제이고,

네 번째는 고독과 소외입니다.

 

자식이 보험이 아닌 세상이 되어 이제는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점점 노인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대하지 않고 그저 짐으로만 여기고 있어요. 경제활동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상황이기도 하니 노인들을 뒷방에서 끌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은퇴 시기를 늦추고, 일에 대한 우리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세대별 '노년 이해 교육' 필요하다"
   
  유경 씨는 "지난 15년 간 노인복지시설 등 양적인 면에선 노인복지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노인복지 정책이 여전히 '빈곤노인' 중심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 또한 열악해 노인복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인력이 길러질 기회가 제한돼 있다"며 "아직도 복지사라고 하면 전문가가 아닌 '무급 봉사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노인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이기보다는 부양과 지원의 대상이자 사회적 짐이라고 보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유경 씨는 또한 "한국처럼 속도가 빠르고 젊은이들 중심의 사회에서는 세대별로 노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치원 아이들한테는 왜 할아버지 이마에 주름이 많은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왜 할머니가 의치를 끼는지, 중고교생들에게는 사람의 노화는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시킬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단순한 커리큘럼만으로는 안 되죠. 만나고 소통해야 합니다."
 
  유경 씨는 실제로 초등학교의 방과 후 교실, 중학교 특기적성 교실의 포크댄스반 등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손자, 손녀 세대와의 만남을 시도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서로 어색한 분위기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서로를 배워가며 가까워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서로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딴 나라 사람들이 될 겁니다. 나는 평생 안 늙을 것 같죠? 그러나 나이듦과 싸워 이기는 장사 있습니까?"
  

"멋있는 노년은 스스로 만들어야지"
 
  "나이 들면 물론 돈이 중요하죠. 그런데 늙어가면서 마음가짐을 바로 가져야 가진 돈도 잘 쓸 수 있지. 돈은 두 번째야. 돈 없이 잘 사는 노인도 있지만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노인도 많거든."
 
  대한민국 노인들의 사정과 속내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 (2000)>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2003)>을 연달아 펴내고 현재 KBS 라디오의 <출발! 멋진 인생>에서 노년상담 코너에 출연 중인 고광애 씨를 만났다.
   

  60대 중반을 넘어선 자신을 노년이 아닌 '신중년'이라 부르는 그는 영화 <바람난 가족>을 만든 임상수 감독의 어머니이자 90대 노모를 모시는 '노노(老老)부양'의 실례이기도 하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1년 남짓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그는 품안의 자식들이 다 제 갈길을 찾아나선 50대 어느날 문득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 자신이 두려웠다"고 했다.
 
  "50대 이후에 집중적으로 노년에 관한 공부를 했지. 연구라고까지 이름 붙이긴 뭐해도 독서 수준을 넘어서는 공부였지. 그때 친구들이 코웃음쳤어요. 어차피 늙는 거 공부하나 안 하나 늙는데 뭣하러 공부하냐고. 근데 내 생각은 어차피 늙는 거라면 준비하고 즐겁게 맞이하자는 거지. 일, 취미생활, 건강도 그렇고. 혼자서 잘 지내는 연습도 그렇고."
 
  "돈 없이도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부자 노인들이 보통 교만한 경우가 많아요. 돈이면 다 된다는 거야. 손자들한테도 몇 백만 원짜리 장난감도 사주고.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손자손녀하고 진정한 교류가 없으면 그것도 사줄 때뿐이야. 그리고 돈 많은 노인이 있는 집 치고 분쟁이 안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자식들이 어지간히 똑똑치 않으면 다 유산을 바라거든."
 
  고 씨는 '회심(回心, 마음을 돌려먹음)'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나이 먹어서는 젊었을 때처럼 아둥바둥하지 말고 좀 고상하고 초연하게 마음을 돌리라는 거죠. 이건 남자들이 특히 필요한데, 우리 시대는 남자들이 바깥 일만 해야 잘난 남자잖아. 늙어서 집에 들어오면 자기 자리가 없는거야. 엄마와 자식들은 똘똘 뭉쳐 있고. 고독하고 슬프지. 잔소리만 늘어나. 내 친구들만 해도 영감 잔소리 때문에 다 죽으려고 해(웃음). 퇴직하고 시간은 많은데 할일은 없으니 짜증이 나고 우울증에 걸리는 노인들이 많아요. 늙기 전에 공부도 많이 하고 자기는 늙어서 뭐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해."
 
  고 씨는 '젊은 세대'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노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거였다.
 
  "노인들이 자기 늙는 것을 모르기도 하지만, 젊은 애들이 노인 모르는 건 말도 못 해요. 홀로 된 부모는 배우자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지. 이성들 찾고 생각하는 거 노인들도 여전하더라구. 재혼은 아니지만 천하 없어도 애인은 있어야 된대, 아니 갖고 싶대! 하다못해 나이 들어도 돈 많은 할아버지가 인기있고, 젊고 예쁜 할머니가 인기 있다니깐. 너무 똑같아요."
 
  "늙으면 호기심이 없어진다지만 호기심도 개발할수록 길러지는 것 같다"는 고씨는 "지금도 신문 4개 보랴, 영화보러 다니랴,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바쁘다"고 했다. 요즘 그의 화두는 '죽음'이다. 어차피 맞이하는 늙음이라면 기꺼이 맞자는 생각의 연장선상이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한 달에 한번 있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죽음회' 모임에 가야 한다며 잰걸음을 옮기는 그에게 "활기찬 모습이 멋져요. 해주신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나 화성에서 온 사람 아니야!"

유경 씨가 말하는 '노년의 유형'과 '일 잘하고 잘 놀기 위해 배워야 할 10가지
 
  노년이 되면 달라지는 것을 중심으로 보면 노년의 특징을 10가지로 간추려볼 수 있다.
 
  1. 몸이 변한다.
  2. 시각ㆍ청각ㆍ미각ㆍ후각이 전체적으로 둔해진다.
  3.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4. 노년에도 사랑과 성이 존재한다.
  5. 우울증 경향이 늘어난다.
  6. 융통성이 없어지고 경직성이 증가한다.
  7. 자꾸만 과거를 돌아본다.
  8. 친숙한 물건에 대한 애착이 심해진다.
  9. 자기중심적이 되기도 한다.
  10. 그러나 노인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유경 씨는 "마지막 열 번째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어르신들을 '노인'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가두려고 하지만,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각기 다 다른 것처럼 어르신들도 다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대표적인 노년의 유형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열혈 청년형: 나는 늙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계속 강조하며, 하던 일에서 절대 물러나려 하지 않는 유형.
  2. 무감각형: 살아 온 날들이 워낙 신산스러워 아무런 희망도 의욕도 없는 유형.
  3. 산타클로스형: 자신의 돈, 시간, 정성, 재능, 마음을 주위에 골고루 나눠주는 유형.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
  4. 조로(早老)형: 어차피 늙어갈 인생, 별 거 있겠냐며 지레짐작으로 노년을 앞당겨 맞아들이는 유형. 남은 인생에 대한 계획도 청사진도 있을 리 없다.
  5. 응석형: 자녀, 친구, 주위사람에게 끊임없이 어리광을 피우며 자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유형.
  6. 밑빠진 독형: 돈 욕심, 자식 욕심이 너무 강해 '고생해서 키웠으면 이 정도는 받아야지' 하며 욕심을 못 버리는 유형.
  7. 겨울나무형: 군살도 욕심도 없이 마음을 비우며 누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깨끗하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유형.
  8. 내 마음대로 형: '나를 따르라'형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돈 있고 힘 있는 노인들 가운데서 흔히 발견된다. 스스로가 대화의 기회를 차단해 외로움만 남는 경우가 많다.
  9. 답답형: 무슨 일이든 자기 방식밖에 모르며 늙음이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는 유형. 노년의 외로움은 따놓은 당상이다.
  10. 잘 익은 열매형: 자신의 노화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형. 잘 익은 열매를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남에게 나눠주기도 하지만 안으로 파고드는 성찰로 자기 내면을 성숙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독자들은 어떤 유형의 노년을 맞이하고 싶으신지? '일하는 노년을 위해 기억해야 할 10가지'와 '노년에 잘 놀기 위해 배워야 할 10가지'가 소개한다.
 
  일하는 노년을 위해 기억해야 할 10가지
 
  1. 노년기의 일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2. 일을 통해 쓸모 있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일은 노년의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4. 노년에 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5. 일을 통해 우리는 사람을 만난다.
  6. 노년에도 일을 하려면 철저한 자기평가가 필요하다.
  7. 일에서 은퇴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8. 남은 인생동안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9.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인생이 행복하다.
  10. 자원봉사는 멋지고 아름다운 노년생활을 책임진다.
 
  노년에 잘 놀기 위해 배워야 할 10가지
 
  1. 내게 맞는 취미와 여가활동을 찾자.
  2. 어떤 활동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3. 여가활동도 일찍부터 배우고 훈련한 사람이 잘한다.
  4. 혼자 하면서도 여럿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좋다.
  5. 배우자와는 따로 하다가 같이 하다가 하는 것이 좋다.
  6. 혼자 놀기를 즐겨라.
  7. 다른 세대와 어울리자.
  8. 내 식대로 즐긴다.
  9. 사회적 여가에 눈을 돌리자.
  10. 취미나 여가활동을 배우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유경 씨는 "역시 죽을 때까지 사람을 지탱해주는 것은 사랑과 일"이라며 "그 누구도 나를 위해 일거리를 찾아주지 않으므로 스스로가 팔을 걷고 나서서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노는 것도 배워야 잘 놀 수 있다"며 "노년기에 불가피하게 부여받게 되는 여가를 어떻게 즐길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서영/기자

프레시안 에서 인용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