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엄마들에게 출산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물어본다면 비슷한 대답들이 나온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끔찍하게 아프다”, “알고 싶으면 너도 한번 낳아봐라” 등이다.
이처럼 아름답게 간직돼야 할 출산의 기억은 많은 여성들에게 고통스러운 아픔 그 자체로 남아 있다.
한편 이제 출산을 꼭 병원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다며 가정에서 행해지는 가정분만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일반적으로 병원 분만에서 산모와 아기가 분만의 주체가 되기 어려운 여건과 일부 동의 없는 의료개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로 풀이된다.
병원 분만의 경우 산모의 상태에 따라 유도분만이나 진통촉진, 제왕절개, 회음 절개술 등이 이루어지므로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하는 출산에 있어 인위적인 손길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출산의 고통 줄이고, 공유하는 기쁨 늘려
가정분만을 해봤거나 현재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정분만이 가진 장점에 대해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김현숙씨(32세)는 첫째 아이는 병원에서 낳았지만 최근 둘째 딸아이는 가정분만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병원분만과 가정분만 모두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가정분만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느껴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출산 순간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인다. 평생에 자주 경험해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아기 탄생의 순간을 모두가 아낌없이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심한 진통 시 산모 본인이 원하는 자세와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체감진통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무시무시한 통증이 수반되는 출산에 있어 가정분만이 가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밖에도 조용한 분위기로 조절할 수 있는 집안과 달리 소란스러운 병원 분위기에서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므로 환경적인 불만족을 표출하는 산모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출산 직후부터 계속 데리고 있으며 바로 젖을 빨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조산원에서는 산모 개개인의 모유수유를 적극 유도하고 돕고 있기 때문에 모유 수유율도 높아질 수 있다.
◇가정 분만,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이에 반해 가정분만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바로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의 가능성 때문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고 신속한 처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 산모나 아기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연이산부인과 김창규 원장은 “기본적으로 산모의 골반이 작은 경우, 아기가 평균보다 작거나 너무 큰 경우, 자궁 내에서 거꾸로 자리 잡고 있는 역아인 경우 가정분만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정 분만을 계획하고 있었더라도 만약 임신 후반기에 질 출혈이 보였다면 이는 전치태반의 가능성이 있고 제왕절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진통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좋다.
또한 가정 분만을 해서는 안 되는 고위험 산모로는 당뇨병, 심장질환, 고혈압환자이거나 풍진이나 급성 간염과 같은 급성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았던 여성들이다. 그들에게는 가정 분만이 곤란하다. 임신중독증도 빠질 수 없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부회장은 “최근 가정분만의 장점만이 미화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며 “현 상황에서 보다 객관적인 입장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위급한 순간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가정 분만을 한 사람들 또한 분만 시 전문가의 입회를 추천하고 있어 이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처럼 출산이라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가정분만이 가진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
병원이든 가정이든 분만 환경을 떠나 임신한 후부터 출산 직전까지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임신기간 내내 순조로웠다 할지라도 마지막까지 혹시 모를 산모와 아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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