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잘 먹는 것만큼 확실한 게 있을까.

잘 먹는다고 할 때 생각나는 건 역시 고기다. 움츠러든 몸을 펴주고 기력을 회복해 주는 데 고기만 한 게 없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움과 쫀득하게 씹히는 질감, 그리고 미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맛있는 고기를 값싸게 먹고 싶다면 경북 북부 지역으로 떠나보자.

소백산 자락 청정지역에서 자란 한우와 토종 돼지의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 환상적인 마블링, 예천 참우

예천 소는 예로부터 알아주는 한우다. 지금도 맛이 담백하고 육질이 우수해 최고급 한우로 인정받는다. 송아지 때 거세한 고기용 한우에 참깨 물을 넣은 여물을 먹여 키운 덕분이다. ‘참우’는 예천 한우를 브랜드화한 것으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이 돼 있다.

예천 참우는 보는 맛도 뛰어나다. 특히 마블링(고기 내 지방 분포 모양)이 예술이다. 선명한 붉은색과 밝은 흰색이 맛있는 화음을 이룬다. 불판이 달궈지길 기다리는 동안 그 색의 조화에 빠져 있다 보면 마치 갈빗살이 속삭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니들이 고기 맛을 알아?’

그렇다. 참우를 맛보지 않고는 한우 맛을 논할 수 없다. 이미 예천군 지보면 소화리 지보 참우마을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질 좋은 한우를 30% 이상 싼값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면서 각지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말에는 2000명, 평일에도 600명 이상이 찾을 정도다. 덕분에 이 마을 한 해 수익이 60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육즙이 나올 정도로 약하게 익힌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육질이 연해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군내 참우 전문점이 열한 군데 있다. 육회 2만원, 갈비살(150g) 1만6000원, 소불고기(1인분) 8000원. 예천군청 문화관광과 (054)650-6395, 지보참우마을 (054)653-9282, 황소고집 식당 (054)655-9293.

# 입에 단 보약, 영주 풍기인삼갈비

부석사로 유명한 영주에 가서 인삼갈비를 놓치면 안 된다. 명성이 자자한 풍기인삼과 질좋은 고기가 만났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달콤한 보양식으로 탄생했다. 한우 인삼갈비와 돼지 인삼갈비 두 종류가 있는데, 인삼을 비롯한 황기, 유근피, 감초 등 한약재 13가지를 넣고 14시간 이상 푹 달인 물에 하루 이상 재워 낸다. 화학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것도 원칙이다.

둘둘 말린 갈비를 펴 석쇠에 올리면 먹기 좋도록 얇게 썬 인삼이 나타난다. 알맞게 익은 갈비 한 점에 인삼 조각 하나를 올려 같이 먹으면 입 안에선 오묘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인삼의 약간 쓴맛과 갈비 고유의 달콤함이 대결을 펼치고, 살짝 씹히는 인삼과 살의 연한 질감이 뒤섞인다. 다음으로 사골곰탕처럼 걸쭉하고 시원한 인삼갈비탕 국물 한 수저를 떠 넣으면 개운한 맛이 더한다.

마지막으로 쓴맛을 없앤 인삼튀김을 꿀에 찍어 먹으면 마침내 인삼갈비를 제대로 즐기게 된다. 참고로 인삼갈비탕은 그 자체로 메인 요리 대접을 받을 만큼 별미다. 인삼왕갈비(한우·500g) 4만원, 갈비살(한우·150g) 1만8000원, 인삼튀김 1만원, 인삼갈비탕 7000원, 돼지갈비(200g) 6000원. 영주시청 관광담당 (054)639-6062, 풍기인삼갈비 (054)635-2382.

# 상쾌한 솔향 가득, 봉성 숯불돼지갈비

최근 산타마을 예정지로 결정된 봉화군은 돼지 숯불갈비의 메카다. 1997년부터 돼지 숯불요리 축제를 개최해 올 만큼 숯불 돼지갈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봉성면 청봉식당 권오수 사장은 “고려시대부터 전해온 이 고장 토속 음식”이라고 자랑한다. 현재 군은 봉성면 일대를 토속음식단지로 지정해 숯불돼지 전문 식당을 지원하고 있다.

숯불구이에 사용되는 돼지는 봉화군에서 사육한 180근(108㎏)짜리 암퇘지. 냄새가 안 나고 육질이 좋아 반드시 암퇘지만 쓴다. 고기를 먹기 좋게 썰고 소나무와 참나무 숯불에 부채를 부쳐가며 구워낸다.

이때 솔잎을 고기 위에 덮고 같이 굽는데, 솔이 육질을 부드럽게 해줄뿐더러 솔향이 스며 상쾌한 맛이 난다. 다 익을 무렵이면 기름기가 빠져 바삭한 듯 고소한 맛이 난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갈비 한 점을 새우젓에 찍어 당귀에 싸먹으면 왜 사람들이 봉성숯불갈비를 찾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당귀의 알싸한 느낌과 은은한 솔내, 그리고 담백한 고기맛이 입안을 풍성하게 한다.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산뜻한 기분이 드는 이유다.

양념구이(500g) 1만2000원, 숯불구이(500g) 1만원. 봉화군청 문화체육관광과 (054)679-6394, 청봉식당 (054)672-1116.

육지속 섬마을 회룡포·부석사… 볼거리도 많아요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나들목이나 중앙고속도로 예천 나들목으로 나온다. 28·36번 국도가 예천·영주·봉화로 이어지니 차례로 거칠 수 있다. 동쪽으로 가면 대게로 유명한 울진이 나온다. 이 일대는 볼거리도 풍부하다. 예천에선 육지 속의 섬마을 회룡포와 세금 내는 나무로 알려진 석송령이 볼 만하다. 영주는 부석사 이외에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 유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봉화에선 물 좋기로 소문난 오전약수와 조선 중종 때 문신 충재 권벌 선생의 유적지인 닭실마을이 유명하다.

예천·영주·봉화=글·사진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기사제공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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