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생기는 무릎 결림이나 고된 업무로 인해 생긴 어깨 통증은 누구에게나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딱히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말하기도 겸연쩍은. 그렇게 만성적으로 굳어져버린 고통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짐이 된다. 씻은 듯이 없어지길 바라며 병원을 다녀봐도 해소되지 않아 걱정하고 있다면 정승기 원장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그는 당신의 몸 구석구석 배어 있는 통증을 산뜻하게 없앨 비법을 갖고 있다.

마음의 통증을 누그러뜨리는 치료가 우선
최근 1년 동안 가족 모두가 병원 신세를 졌다. 그것도 모두 비슷한 증상으로, 같은 분과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아버지는 오십견 때문이라며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을 권고 받았다. 하긴, 연세가 쉰이 넘으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팔을 뒤로 빼지 못해 옷 입는 데 한참이 걸리던어머니에게는 너무 오랜 기간 팔을 심하게 써서 그렇다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는 처방이 나왔다. 하긴, 어머니는 매일 장시간 오른팔을 들고 있어야 하는 일을 해오셨으니 어쩔 수 없다. 쌀 한 가마니를 얹은 듯한 어깨 통증에 시달리던 나에게 의사는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긴, 나는 서 있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어깨가 구부정하다.

그리고 의사는 세 경우 모두 매번 강조했다.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다고, 본인의 잘못이니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노력해야만 나아질 수 있다고.

다 맞는 말이다. 통증의 원인을 알게 됐고, 그에 맞는 적확한 처방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뭔가 찜찜했다. 아파서 병원을 찾은 것인데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개선은 있었지만, 여전히 아프고 힘들었다. 그리고 괜히 서글펐다. 이 통증을 계속 안고 가야만 한다는 것이 속상했다. 하릴 없이 먹어버린 나이가, 몸 돌볼 정신없이 살기 급급했던 지난날이, 내 몸에 무심했던 나 자신이 밉고 서러웠다.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본다.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통증은 분명 내게는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신체적 징후도 없고 당장 생명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것도 아니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참고 또 참다가 찾은 정형외과에서는 쉽게 통증이 해소되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든지 반대로 당장 수술을 하라고 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에게는 너무도 괴롭고 큰일처럼 여겨지는 통증이지만 의사에게는 그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혹은 괄목할 만한 개선을 보기 힘든 흔한 사례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서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정형외과를 운영해온 정승기 원장의 진료는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그의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멀리 강원도, 경상도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치료를 잘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가 병이 아닌 ‘사람’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만성적인 질병을 가진 분들이 많이 와요. 흔히들 ‘참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견디다 병원을 찾죠. 그러다 ‘병원에 가도 별 수 없구나’하는 마음으로 체념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구요.”

정승기 원장은 이런 환자들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그는 한 번도 환자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본 적이 없다. 통증을 오랜 기간 참아온 만큼 마음에 응어리도 많이 맺힌 환자들이 하염없이 넋두리를 하더라도 절대 중간에 제지하지 않는다. 의사로서가 아니라 아픈 사람의 입장이 되어 그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에서다. 또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연히 숨어 있던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효과적으로 통증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게 될 때도 있다.

“만성 통증 환자들 중에서는 약간의 우울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 보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경우 많잖아요? 도구나 약물로 최신식 진료를 해도 통증은 완화시킬 수 있지만 마음의 통증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마음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병은 쉽게 낫지 않습니다. 환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환자들을 만날 때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농담도 많이 하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씁니다. 어떤 이야기든 쉽게 털어놓고 통증도 마음껏 호소할 수 있도록요.”

물리치료, 약물치료에 대체의학 접목해 맞춤 처방

진심으로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하려고 애쓰는 만큼 계속적인 치료 기술 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이라면 전공 분야의 테두리 안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끊임없이 새로운 치료 기술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을 의사의 의무로 여기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의 병원에는 다른 정형외과에서 보기 힘든 기계며 도구도 많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느끼는 어깨나 뒷목 결림 등은 본인은 아파도 병원에 가면 특별한 진단이 나오질 않아요. 그냥 물리치료 하고 한방 치료를 병행하는 정도인데, 만성인 경우 일반적인 물리치료나 주사가 듣지도 않구요. 저는 양방적 진료를 토대로 하여 척추 교정이나 체외충격파, 고주파, 도수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교정 치료, 테이핑 치료 등을 하구요. 사실 이런 것은 대체의학이기 때문에 정통이 아니라며 무시하는 의사들도 많은데 환자를 위해서라면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보완 의학을 첨가해 치료를 하게 되면 약물이나 주사를 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뇌나 장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예방하면서 통증을 줄인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꿀벌의 산란관에서 나오는 독액을 사용한 봉독요법이 눈에 띈다. 정제한 봉독액을 주사로 만들어 류머티즘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등을 치료할 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민간요법에서 가끔 사용되기도 했던 이 봉독요법은 그동안 부작용으로 인해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지만, 정 원장은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봉독액만을 사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 최근에는 관절염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운동을 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다 결국 체중 관리와 치료를 함께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 비만 관리까지 도입하게 됐다. 덕분에 관절염과 비만 사이의 악순환에서 허덕이던 환자들이 큰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그가 이렇게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애쓰는 데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
“처음 병원을 개원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쯤 뒤를 돌아봤어요. 그런데 말끔하게 낫지 않는 환자가 늘어가는 거예요. 아무리 물리치료를 하고 약을 처방해도 안 되더라구요. 그런데 환자들에게 ‘완쾌가 어려운 병이니 스스로 노력하십시오’ ‘나이가 많아서 아픈 것이니 참으십시오’라고 말하기는 정말 싫었습니다. 그건 의사로서 책임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론은 ‘내 의술이 부족하구나’였고, 그때부터 국내외 학회며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며 대체요법이나 새로운 기술 등을 배우기 시작한 겁니다.”

그는 아직도 통증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90%가 넘는다고 말한다. 새로 나오는 치료 기술이며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각종 장비, 그리고 사회 변화에 따라 심해지고 혹은 새롭게 생겨나는 통증의 유형까지.

“인간이 살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한, 통증이란 단어는 계속되겠죠. 이는 곧 제게 평생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음을 뜻합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니까요.”

그의 노력은 멋지지만, 우리 몸에 나타난 통증들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고치지 못할지도, 스스로 굉장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고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만난 환자들은 말한다. 저릿한 아픔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통증이 남긴 마음의 응어리가 누그러지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마음의 통증을 풀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가 한없이 고마운 이유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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