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얼굴이 사랑받는 이유
‘동안효과’ 남녀 따라 달라
| 글 | 장대익 KAIST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ㆍdaeik@chol.com |
요즘 동안(童顔)은 젊음의 상징이요, 건강의 지표요, 자기관리의 증표란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어리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분출돼 미용 산업은 덩달아 신이 났다. 이제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보편적 진리는 아닌 듯하다. 각종 매체에서는 ‘동안 열풍’을 앞 다퉈 다루고 저마다 동안의 기준과 사례, 그리고 처방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을 사람들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


마음은 슈퍼컴퓨터가 아냐

진화심리학으로 이 문제를 풀어보자.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직면한 여러 유형의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설계된 마음을 가진 개체가 진화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우리 마음은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슈퍼컴퓨터라기보다는 특정한 몇 가지 적응 문제들, 예를 들어 적절한 음식 가리기, 좋은 짝 고르기, 상대방의 마음 읽기, 동맹 만들기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 혹은 성선택에 의해 설계된 기관이라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어린 얼굴은 생식력이 높음을 드러낸다. 남성이 동안인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과 같이 유성생식을 하는 종의 경우에는 짝짓기와 관련해 계속해서 우리를 골치아프게 만들었던 문제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협동적이고 신뢰할만하며 수완이 좋고 번식력이 높은 적당한 짝을 잘 고르는 것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번식력이 떨어지는 짝을 고른 남성은 번식 가치가 높은 여성과 짝짓기를 한 남성에 비해 틀림없이 번식 성공도에서 뒤쳐졌을 것이다. 또 자신과 그 자식들에게 자원을 투자할 수 없거나 투자하려는 의지가 적은 남성을 선택했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번식 측면에서 덜 성공했을 것이다. 남성에겐 여성의 젊음과 외모가, 여성에겐 남성의 자원, 야망, 재산, 헌신이 짝짓기에서 중요한 요인이었다.

실제로 사람의 외모는 그 사람의 유전자의 자질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예컨대 몸이 대칭적인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유전자는 평균적으로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양질의 유전자는 신체적 부상이나 질병, 그리고 병원균과 같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몸이 정상적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은 자신의 짝을 고를 때 얼굴과 몸이 얼마나 대칭적인가를 무의식적으로 계산하며 약간의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자인 갠지스테드와 생물학자인 손힐은 손과 발의 폭에서 귀의 폭과 길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특징들을 측정해 각 사람의 전체적인 신체 대칭성 지수를 구했다. 그런 다음 피험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누구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지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매력과 대칭성의 정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어린 얼굴은 번식력의 상징

수컷 공작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힘이 들어도 끙끙대며 길고 아름다운 꼬리를 쫙 펼친다.
그렇다면 동안의 경우에는 어떨까. 남성은 동안인 여성을 선호하는가? 반대로 여성은 동안인 남성을 선호하는가?

우선 남성이 동안인 여성을 선택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성선택론으로 보면 남성은 오랫동안 함께 지낼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번식적 가치’가 높은 여성을 선호한다. 여기서 번식적 가치란 어떤 나이와 성을 가진 사람이 미래에 갖게 될 자녀의 수와 관련된다. 가령 15세 여성은 35세 여성보다 번식적 가치가 더 높다. 여성은 18세 정도에 번식적 가치가 최고며, 이후 점점 감소해 폐경기에는 0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더 들수록 남성은 자신보다 더 어린 여성을 선호한다. 가령 30세 남성은 자신보다 5살 정도 어린 여성을 선호하지만 50세 남성은 10~20세 어린 여성을 선호하는 식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이런 추세를 보이지 않았다. 남성이 바라는 것은 젊음 그 자체라기보다 번식적 가치와 관련된 여성의 외모일지 모른다. 이런 생각은 10대 남성이 연하보다는 조금 연상인 여성을 선호한다는 조사를 통해 입증됐다.

남성이 동안인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동안이 그 여성의 번식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드러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성의 나이 자체가 번식적 가치의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알 수 없는 상황이거나 외모로만 판단해야 할 때는 얼굴과 같은 겉보기 나이가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얼굴이 어려 보인다는 것은 남성으로부터 선택되기에 더 좋은 형질을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 기간에 여성은 골 조직의 촉진으로 인해 얼굴이 다소 길어지고, 태반에서 분비된 성장 호르몬 때문에 피부가 거칠어져서 동안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쉽다. 만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앳된 얼굴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마치 버겁지만 길고 아름다운 꼬리를 쫙 펴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공작의 깃털과도 같다. 즉 수컷 공작의 깃털이나 앳된 여성의 얼굴은 모두 값비싼 신호로 이성을 유혹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앳된 여성을 남성이 좋아했듯이 여성도 그런 남성을 선호하는가? 그렇지 않다. 여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짝을 고를 때 자신과 자녀에게 여러 자원들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남성을 선택하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적인 짝짓기 상황에서 여성은 자신보다 지위가 더 높고 수입이 더 많은 남성을 선호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남성을 선호하는 것도 보편적인 특성이다. 즉 여성이 짝을 고를 때 남성의 건강이나 친절함도 중요하게 보지만 자원 제공력과 보호 능력, 원숙한 나이도 중요한 판단기준인 것이다. 따라서 남성의 동안이 여성의 동안만큼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성이 동안인 남성을 특별히 선호하는 시기도 있다. 컴퓨터 화면에서 턱과 광대뼈, 그리고 얼굴 형태의 비율을 연속적으로 조정해가며 마음에 드는 남성의 사진을 고르게 한 실험에서, 여성 피험자들은 생리주기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임신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여포기) 여성들이 가장 낮은 시기(황체기) 여성에 비해 남성스러운 얼굴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스러운 얼굴은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은 경우에 나타나는데, 그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므로 그 얼굴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면 배란기가 아닐 때는 여성이 더 여성스러운 남성의 얼굴을 선호한다는 뜻이 된다. 여성스러운 남성의 얼굴이란 대개 앳된 남성의 얼굴과 유사하다.


보호받거나 공격받거나

남성은 여성의 젊음과 외모에, 여성은 남성의 원숙미와 자원에 끌린다.
동안을 선호하거나 배척하는 경우가 꼭 짝짓기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안인 남성은 같은 남성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또한 앳된 여성은 다른 여성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까?

사실 이런 물음들은 번식보다는 생존 문제에 연관된 것들이다. 아쉽게도 동안에 대한 동성의 선호도 연구가 아직은 거의 없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위해 몇 가지 가설은 세워볼 수 있다.

우선 동안인 남성은 어리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공동체 편입에는 용이할 수는 있지만(다른 구성원들이 경계심을 풀기 때문에), 나이로 위계질서가 잡히는 사회에서는 말단으로 몰리기 쉽다. 따라서 동안인 남성이 생존에 딱히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여성들 사이의 앳된 여성은 어떨까? 이 경우도 동전의 양면이다. 보호받기는 쉽겠지만 반대로 공격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화심리학은 최근의 동안 열풍에 대한 가장 깊은 설명을 제공한다. 이제 ‘어린 신부’의 문근영에게 열광했지만 ‘원초적 본능2’의 샤론 스톤에게는 실망했던 이유가 보이지 않는가.


장대익 박사는 |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철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AIST, 서울대, 연세대에서 ‘생물학의 철학’ ‘과학기술과 철학’ ‘진화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진화론의 진화를 다룬 ‘다윈의 핀치, 페일리의 시계’를 최근에 출간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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