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을거리를 고르는 주부들의 손길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화학조미료를 쓰는 주부가 아직도 적지 않다. 가족의 건강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요리의 깊은 맛도 살릴 수 있는 비법.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조미료 속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

음식 맛은 ‘손맛’이라지만, 요리 잘 하기로 소문난 주부 박주연씨(32)에겐 또 다른 비법이 있다. 국물을 낼 때마다 번거롭게 육수를 끓이거나 멸치를 우리는 것도 아닌데 시원한 국물 맛이 나고, 별다른 양념을 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눈 깜짝 할 사이 맛있는 반찬을 뚝딱 만들어낸다. 물론 그녀의 주방에선 시중에서 판매하는 화학조미료는 일체 발견할 수 없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내는 그녀만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비결은 바로 그녀가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조미료에 있다.

새우,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등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두었다가 그때그때 알맞은 양념을 사용하면 요리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더구나 가족의 건강까지 지킬 수 있어 일거양득이란다. “신혼 초에는 요리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화학조미료를 쓰곤 했다”는 박씨는 “일곱 살 난 아들녀석이 라면을 너무 좋아해 걱정했는데, 화학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를 쓰고부터는 라면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지 라면 끓여달라는 말을 안한다”며 천연조미료 예찬론을 펼쳤다.

누구나 직접 만들 수 있는 천연조미료

무가루 | 무가루는 전골이나 찌개, 국 요리에 넣으면 담백하게 우러나면서 깊은 맛을 낸다. 무를 깨끗이 씻어 얇게 나박썰기 한 다음 채반에 널어 볕에서 이틀 정도 바짝 말린다. 거즈로 마른 무를 잘 닦아 먼지를 없애고, 무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가루를 조금 넣고 분쇄기에 곱게 간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보관한다.

새우가루 |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칼슘이 풍부한 새우는 해물요리나 국, 찌개, 냉채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내고, 나물을 무칠 때 넣으면 향을 더욱 살려준다. 곱게 갈기 위해서는 말린 새우의 잔가시를 잘 발려내는 것이 좋다.

표고버섯가루 | 버섯은 조금만 넣어도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천연조미료의 재료로 최상이다. 찌개나 국물 요리에 사용하면 육수 못지 않은 깊은 맛을 낸다. 특히 표고버섯은 항암 작용을 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마른 표고버섯을 밑동째 거즈로 깨끗이 닦아 먼지를 없앤 후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 체에 거른다.

들깨가루 | 나물을 무칠 때나 된장국을 끓일 때 쓰면 좋고, 고구마줄기나 우엉 등 섬유질이 많은 채소와 함게 조리하면 소화를 돕는 효과도 있다. 샐러드를 만들 때 간장소스와 함께 드레싱으로 뿌려도 별미. 들깨를 볶아서 가루로 만들어 두거나 물과 함께 믹서에 갈아 즙으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칼슘, 철분, 비타민도 풍부한 양념.

다시마 가루 | 다시마가루는 개운한 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국을 비롯해서 볶음, 조림 등 거의 모든 요리에 어울린다. 칼슘과 요오드 등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통다시마를 약간 젖은 거즈로 닦아 팬에 앞뒤로 바짝 굽고 바삭해진 다시마를 분쇄기에 곱게 갈아 체에 거르면 된다. 단 맑은 국을 끓일 때는 국물이 뿌옇게 하기 때문에 적당치 않다.

멸치가루 | 버섯, 양파, 감자, 연근 등을 볶거나 조릴 때 양념으로 쓰면 달작지근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낸다. 한식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칼슘을 보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루를 낼 때 내장과 머리를 떼어낸 후 갈아야 쓴맛이 없다. 기름을 넣지 않은 멸치를 후라이팬에 살짝 볶아 물기를 완전 제거한 후 분쇄기에 간다.

미니 팁!
천연조미료 사용시 유의점
천연조미료는 만들어 쓰는 것 못지 않게 보관이 중요하다. 방부제가 일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오래 두고 먹으면 맛이나 향이 바래기 때문.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만들어 놓기보다는 보름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적당량을 만들어 놓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멸치와 마른 새우, 다시마는 실온에서 보관하면 변질되기 쉬우므로 밀폐용기에 넣고 냉동실에 보관하면 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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