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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4 집 근처 텃밭에 가족묘지 만들 수 있다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고려대 농업연습림에 있는 참나무 한 그루에는 고(故) 김장수 농대학장을 기리는 조그만 이름표가 붙어 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김 학장이 봉분 대신 남긴 것이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장사법을 선호하는 김 학장의 뜻에 따라 조성한 수목장이다.

최근 나무나 화초 밑 주변에 골분(骨粉)을 묻어 장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서 가까운 녹지에 텃밭처럼 꾸며 놓고 수시로 찾아 볼 수 있는 ‘텃밭장’, 화단처럼 예쁜 꽃으로 장식한 ‘화단장’, 나무 주변에 골분을 묻는 ‘수목장’도 있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다. 묘지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수목장이나 텃밭장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3일 사회 수요에 맞춘 새 개념의 장사법 세부 기준안을 마련해 다음달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봉분 대신 꽃·나무 보며 추모=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을 봉분 없이 땅에 묻어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골을 담는 용기도 자연 분해되는 것을 사용한다. 이용자의 성향에 따라 꽃이나 나무, 잔디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자연장이 활성화된 유럽에서는 자연장지를 일반 공원처럼 활용한다.

복지부 기준안에 따르면 개인이나 단체는 주거·상업·공업 지역이 아닌 곳에 자연장지를 설치할 수 있다. 도로·하천·주택이나 공장·병원과의 거리 제한도 없다. 기존 묘지는 도로·하천·철도(예정지 포함)는 300m 이내, 20호 이상 주택 밀집 지역과 학교 주변은 500m 이내에서 설치가 금지돼 왔다.

자연장은 유실 방지를 위해 경사도 21도 미만인 지역에 설치해야 한다. 기존의 묘지는 자연장지로 전환할 수 있다. 개인은 100㎡ 미만의 크기면 자연장을 설치할 수 있다. 가로세로가 각각 10m 크기 미만이면 되므로 텃밭 옆에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심재욱 사무국장은 “수목장을 원하는 회원은 2000명이 넘지만 공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새 법을 계기로 환경친화적인 다양한 방법의 자연장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납골묘 대안 될까=묘지 면적은 전 국토의 1% 정도다. 2006년 현재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56.5%이지만 매년 13만여 기의 분묘가 새로 설치되는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한다. 묘지의 증가로 국토의 효율적 활용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화장자 대부분은 납골당에 안치된다. 하지만 비용이 저렴한 공설 납골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구에 비례한 규모의 납골당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납골당이 혐오시설로 인식돼 설치가 어렵다. 사설 납골당의 경우 비용이 150만~400만원으로 서민에게는 부담이 크다.

복지부는 다음달 중 서울·광주·수원·인천 4개 지역에 정원형과 수목장림형 자연장지를 조성하고 신청을 받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납골당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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