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은, 피로해서 빨리 늙는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잠을 줄이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일정, 술과 담배를 빼놓고는 별다른 낙도 없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이 피로가 병이 돼서 돌아올 수도 있다.

만성피로증후군 5단계 진단
일요일엔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하루 종일 몸이 무겁다. 일요일 밤에 펼쳐지는 ‘개그콘서트’가 끝나면 월요일이 두려워진다. 두려운 마음에 일찍 잠들어도 ‘월요병’은 여전하다. ‘왜 이러고 사나’ 날이 갈수록 힘이 빠진다. 과로와 음주, 흡연,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로 수십 년째 고통받고 있다고 하소연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만성피로’는 흔한 말이지만, 의학적 의미는 조금 다르다.

의사들은 ‘일상생활을 못할 만큼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피로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들’을 만성피로 환자로 본다. ‘피로의 지속’이란 충분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고 계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만성피로가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면 몸이 쑤시고 아픈 ‘근육 내 부종’은 물론, 심리적 초조함이 지속돼 직장과 가정 내 불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2백만 명에서 많게는 7백만 명이 ‘의학적 만성피로 환자’로 추정된다. 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피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다음의 다섯

1단계 생리적 피로(피로한 느낌)
운동이나 육체적 과로, 불충분한 수면 등이 원인이다. 근육이 피로해지는 개념인데, 몸을 움직이면 에너지 소비와 함께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축적돼 피로를 느낀다. 정신적인 에너지 소비가 많아도 피로가 쌓인다. 이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몸 속 세포와 DNA를 공격하는 활성산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해법은 휴식뿐이다.

2단계 급성피로(일과성피로)
피로가 1개월 미만 지속되다 저절로 회복되는 상태다. 감기나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에 걸렸다 회복되는 단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춘곤증처럼, 계절이 바뀔 때 2~3주가량 신체 적응 과정에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수면제 등 약물 과다 복용과 부작용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급성피로는 원인이 명확하므로 휴식과 함께 음식 및 약물의 조절이 필요하다.

3단계 지속성피로
이쯤 되면 병이다.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불충분한 수면과 과로로 피로 해소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생긴다. 면역력도 떨어져 본격적인 피로를 느낀다. 작업 능력도 점차 떨어지며, 갑자기 뒷목이 뻐근해지는 것도 일반적인 증상이다. 정신적 피로, 권태, 무력감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 없이 충분한 휴식과 식이조절을 권한다. 음주, 흡연, 커피를 줄이고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4단계 만성피로
충분히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작업 능력이 떨어진다. 원인은 우울증, 불안 등 정서장애가 40~45%로 가장 많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20%, 암이나 당뇨병 같은 질환이 20% 정도다. 신체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병의 치료가, 정서장애의 경우는 항우울제 처방과 교육 프로그램이 해법이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사람 중 주 2회 이상 음주자나 하루 한 갑 이상 흡연자는 가장 먼저 술, 담배를 끊어야 하며, 복용 중인 약과 건강식품 조절, 운동요법 등 생활 치료를 시행한다. 입원 및 약물 처방과 함께 안정을 취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5단계 만성피로증후군
병원에서 아무리 검사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데 만성피로가 나타나는 상태다. 심한 경우, 샤워만 해도 1시간 정도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 기준에 따르면, 기억력과 집중력 장애, 목 안쪽이 아픈 인후통, 목, 겨드랑이가 붓고 아픈 임파선 압통, 두통, 관절통, 목줄기와 어깻죽지 근육통, 잠을 자고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은 느낌, 운동 후 극심한 피로 등 8가지 항복 중 네 가지 이상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로 본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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