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정도가 됐다. ‘5%에서 10% 정도의 귀여운 수익률이 쏠쏠한’ 달도 있었고, ‘중국과 인도가 -20%로 바닥을 치고 있다’는 달도 있었다. 고작 6개월일 뿐인데, 수익률은 요동쳤다. 오를 때는 완만하게, 내릴 때는 가파르게 내려갔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펀드 투자 6개월의 피로
좋든 싫든, 매일 수익률을 확인해왔다. 코스피 지수가 펀드 수익률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도 궁금했고, 미국과 중국, 인도시장의 변동에 따라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액수와 관계없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은 일견 유쾌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목련이 헤프게 만개하는 4월에는 갑작스러운 피로를 느꼈다. 나른한 날씨 탓은 아니다. 정성기 매니저에게 ‘이젠 지쳤다’고 투정을 부렸다.

“이럴 때 주가는 올라갑니다. 저점이라는 거죠. 인간의 바닥 심리입니다. ‘지쳐서 난 더 이상 모르겠다, 마음대로 해라’ 그럴 때가 바닥이죠. 자포자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때(웃음).”

사실,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수익률 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적립식 투자는 시장의 변동 상황보다 투자자 개인의 재무 목표 설정에 따른 투자 기간이 더 중요하다. 적립식 투자를 장기로 끌어갈 경우, 어떤 원리로 안정적인 수익률에 오를 수 있는가는 지난 3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피로의 핵심은 유난스러운 미디어다. 전문가는 ‘코스피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미디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호들갑이다. 코스피 지수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있다” “중국 증시 바닥 쳤다” 돈도 없고 전문 지식도 없는 개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관심을 좀 가질라 치면, 도무지 마음을 잡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흥이 날까. 정성기 매니저는 타이른다.

“항상 기본을 생각하셔야죠. 급할 것 없습니다. 한국은 더 큰 조정이 왔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식만 조금 조정을 받고, 부동산은 조정을 받지 않았어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조정을 거쳤다면 총체적으로 더 큰 장이 올 수도 있었죠.”

실물 자산에 거품이 걷히고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다시 몰리게 돼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이하로 떨어진 가격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매력적이니까,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진정한 큰 장이 오려면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도 미국처럼 조정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부동산시장은 30% 조정을 받았어요. 한국도 지금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이 10%~20%라도 조정을 받았다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거죠.”

사실, 지금은 큰 장이 오든 말든 상관없는 심리 상태다. 주가가 상승하고 적립식 투자의 내구력이 생기면서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큰 기대는 접었다. 내집 마련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투자, 지금은 꾸준히 모아서 원금만 회수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래도 가질 수 있는 희망이라면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국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는 날이 옵니다. 이렇게 완만히 상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웃음).”

‘주가는 상승하게 마련’이라는 얘긴데, 맞는 얘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막연하다. 지금 필요한 건 확신이다. “당신이 가입한 펀드는 연말까지 30%의 수익률이 보장됐다” “지금 투자 중인 자금을 이 펀드에 ‘몰빵’하면 한 달 안에 25%의 수익률을 약속한다.” 이 정도로 달콤해야 피로가 풀릴 것 같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설파했던 투자의 기본과 철학은 가물가물하다. 매달 네 페이지에 걸쳐 ‘바람직한 투자 자세’를 제시했는데 독자 엽서에 적힌 “그래서 어떤 펀드가 좋다는 말인가요?”라고 질문하는 성급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래도, 일말의 위안은 이런 거다. “중국이 좋다더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2시간은 기다려야 펀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던 작년 10월의 기형적인 열풍에 휩쓸리지 않은 것. 상담을 통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골고루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 것. 성급한 마음에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 회복이 더딘 중국시장에 돈을 몰아넣은 투자자들은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드는 건 지금 생각해도 무리다.

“주식시장은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사람도 있는 제로섬 게임이에요. 개미 투자자들은 어려워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는 없죠.”

하락을 거듭하는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1,500선을 저점으로 봤다. 1,300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지만, 없는 돈 쪼개서 투자에 임하는 ‘개미’들은 여유가 없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합리적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크다. 1,500대에서 머무르던 주가가 1,650선까지 회복했을 때, 부분 환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있었다.

“사실은 매수에 가담해야 할 시점인데, 고객들이 지쳐서 그래요. 상승 국면이라면, 1,800선에 올랐을 때, 1,850~1,950선에서 3개월, 6개월을 보고 단기 투자한 분들이 다시 환매에 나서죠.”
2008년 말까지의 고점을, 2,200~ 2,400 정도 예측한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지배적인 고점은 2,200선이다.
“예단할 필요는 없어요. 이제 바닥을 탈출하고 올라가는 단계기 때문에, 우리는 지켜보자는 거죠. ‘10% 룰’을 생각하면, 2,000선 정도 갔을 때 환매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난해 주식·펀드시장으로 돈이 몰린 때가 약 1,850선이었다. 4월 8일 현재, 차마 환매에 나설 수 없는 투자자들은 1,850에서 1,950선이 됐을 때 ‘본전’을 생각하고 부분 환매에 나설 거라는 게 정성기 매니저의 분석이다.

“아무리 상승장이라도, 1,900선을 돌파하고 바로 2,000대로 가지는 못할 겁니다. 주가는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횡보할 거예요. 강세장도 약세장도 아닌 상태죠. 시장이 기간 조정을 거치면서 매물대를 소화하고, 서서히 2,000선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그때 또 빠른 탄력으로 상승하겠죠.”

한국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지금은 ‘많이 팔고 나간’ 상황이다. 미국 서브프라임의 영향 그리고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재미를 봤다. 1,850~1,950선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매물을 외국인 투자자가 소화하고, 3~6개월 정도 조정 장세를 거치면 새로운 고점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 2005년,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달동네’ 관악구 난곡 전경
“고점을 2,400이라고 봤을 때, 우리는 2,200선에서 기계적으로 환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오를 수도 있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해요. 겨울에 감 따면서 까치밥을 남겨놓듯이. 꼭대기 10%를 먹으려고 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다 시기를 놓치고 주가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시 장기투자로 가는 거죠(웃음).”

펀드가 아닌 투자처라면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건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금이 충분하다면,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펀드 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금융 전문가 중에는 ‘내집’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다. 그들이 전세나 월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금융시장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되죠(웃음). 그들은 전문가니까요. 실제로 주식 많이 하는 분들은 집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전세나 월세 살면서 주식에 전업 투자하는 거죠. 하지만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직 재테크의 기본은 ‘집’이죠. 시드머니로 집을 먼저 사고, 여유 자금을 다시 운용하는 방식으로.”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현실은 씁쓸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릴 목적이라면 부동산시장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정성기 매니저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개했다. 지난달의 10% 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02년에 결혼할 때, 상계동 집을 7천5백만원에 샀어요. 1988년에 지은, 14년 된 아파트였죠. 신혼집이니까, 가장 저렴한 집을 샀어요. 일단 가격이 쌌고, 아파트 재건축 기준이 20년이었기 때문에 재건축 가능성도 고려했죠.”

당시 전세가가 5천만원, 매매가가 7천5백만원이었다. “5천에 전세로 들어가느니 대출을 좀 받아서 사자”는 생각으로 3천만원을 대출받았고, 각종 세금과 도배, 장판까지 8천만원 정도를 썼다. 그 집의 가격이 지난 2007년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노원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어요. 지금은 매매 가격이 2억 정도예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전혀 오르지 않았어요. 6개월 사이에 갑자기 1억이 오른 거죠. 부동산은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자산이에요. 시드머니가 마련되면, 대출을 끼고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죠.”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세판 앞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투자자
이명박 정부는 ‘도심을 극대화하겠다’는 개발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시내를 우선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강북으로 쏠렸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한국에서는 강북에 투자하라고 했다죠. 지금 노릴 수 있는 것은 뉴타운 예정지에 빌라나 단독주택을 3~5억 정도에 사고, 나중에 뉴타운으로 지정됐을 때 특별 분양을 받아서 들어가는 방법이죠.”
강남의 집값은 서민들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강북에 부는 재개발 바람은 경기 진작의 관점에선 효율적일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서울 시내에 ‘내집’을 갖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은 이미 서민이 갈 수 없는 동네죠.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10억 정도 하니까요. 강북도 재개발되면, 거기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서울 사대문 안에 살면 정말 ‘특별시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면
예고한 대로, ‘내집 마련 성공기’는 펀드와 함께 부동산 투자 정보도 공유하기로 했다. 딱 맞아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다. ‘같이 공부해보자’는 뜻이다. 금융 전문가의 투자법과 재테크 초보의 고군분투 투자기라고 생각하면 적당하다. 첫 번째 조언은, 펀드 투자법과 다르지 않다.

“재테크 강의를 들으러 오는 분들, 2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도 ‘그러니까 어디에 집을 사면 되나요?’라고 물으세요(웃음). 펀드도 그렇지만, 투자 대상을 보는 시각과 투자 철학이 없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작년에 중국이 좋다는 말만 듣고 투자한 분들 보세요. 심한 경우는 -40%까지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투자도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 시장을 꿰뚫는 직관을 키우려면 그 두 가지를 먼저 갖춰야 한다. 책을 읽는 게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일단 서점에 가서 부동산 투자 관련 책들을 관심을 갖고 보셔야 해요. 그렇게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면 직접 현장에 나가봐야죠. 저자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만의 잣대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시각’을 얻을 수 있어요.”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투자처를 찾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 보도되기 시작한 지역은 이미 늦는다. 가격은 상승할 대로 상승한 상태고, 투자 목적으로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한다고 해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중에 판매 중인 서적들을 대충만 훑어봐도 필요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서울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전단
“층수, 노후도, 도로 사정 등 정부에서 재개발 지구를 지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기준을 알아야 예측도 할 수 있겠죠. 소문만 듣고 이슈가 되는 지역을 찾아가는 것도 경계할 일입니다. 동네부터 살펴보시는 게 좋아요.”

공부한 만큼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부자들은 자기만의 가치와 철학이 있다. 부동산이나 펀드나, 요행을 바라고 시작하는 투자의 끝은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만의 철학 없이는 부자가 될 수 없죠. 저요? 물론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융자산과 비율이 5:5 정도예요. 하지만 향후에는 7:3 정도로 금융자산 비율을 높일 생각입니다. 부동산에는 큰 욕심이 없어요. 목돈이 생기면 강남에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욕심도 없고.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빌라나 단독주택을 보유한다면 괜찮은 투자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시끄러운 세상에, 잘 살아보겠다고 투자를 결심했는데 ‘콕 짚어주지 않고’ 공부까지 하라니 야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본이 탄탄한 투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공부한 만큼 벌 수 있는 거죠”라는 정성기 매니저의 말은, 평범해서 더 어려운 투자의 원칙이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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