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모였다. 재테크 얘기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얘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나름의 비법과 포트폴리오, 전망까지 내놓는 어르신도 있었다. 설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2월 11일 월요일은, ‘블랙먼데이’였다.

인도펀드, 너마저…
2월 12일 코스피는 1643.29로 마감했다. 처음 재무설계를 받고 투자를 시작했을 때가 1800선이었다. 수익률은 보나마나다. 가슴만 아프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립식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면 ‘모르는 척’ 묻어두는 것이 현명한 투자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에 이어, 수익률을 다시 공개한다. 더 떨어졌다.

일단, 상승 기미를 보이지 않는 ‘중국펀드’인 차이나솔로몬은 2월 12일 코스피 종가 1643.29를 기준으로 -21.76%를 기록했다. 지난 1월 17일에는 -12.28%였다. AP인프라섹터는 현재 -16.46%, 지난달에는 -11.82%였다. 하락장에서도 믿음직한 내구력으로 지난달 -3.69%에 머물렀던 Pan Asia 커뮤니케이션은 이달 -8.15%로 떨어졌다. 디스커버리는 -10.64%로, 역시 지난달 -7.22%보다 하락했다. 그나마 라틴인덱스가 버티고 있다. 떨어졌지만 폭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달 -3.36%에서 -4%로 하락했다.

여기까지가 자유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는 종목들이다. 거치식으로는 두 개 종목에 투자 중이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기대는 컸다. 수익률은 가슴 쓰리다. 인사이트가 -20.37%를, 인디아인프라가 -22.35%를 기록했다. 믿었던 인도펀드도 -20%를 치고 내려갔다.

이제 5개월째 접어드는 ‘새내기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세계적인 경제 침체 국면에서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오를 거야, 걱정 마.” 정성기 매니저도 조언했다.

“지금처럼 주가가 2100선에서 1600선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보다 상승해서 이익을 볼 가능성이 더 큰 겁니다. 아무래도 1900, 2000 포인트에서 매수할 때보다는 리스크가 적어진 거죠. 좋은 시기입니다. 버핏, 소로스 등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이용합니다.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것이 투자의 기본이죠.”

그렇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기본만 지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원칙은 장기투자다. ‘주식은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이 투자 적기라니, 다시 욕심이 생겼다. 남겨둔 여유자금을 전망 좋은 종목에 더 넣어두고 싶었다. 1600선 초반일 때 차이나솔로몬과 디스커버리에 약간의 자금을 투입한 지 2주 정도가 지났다.

“참으세요, 기회는 항상 옵니다. 자금 집행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하는 게 좋습니다. 남은 자금이 얼마나 된다고 했죠? 투자는 항상 여유자금으로 하는 겁니다. 지금이 아니라도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으니 자금은 어느 정도 남겨두는 게 좋아요.”

과연, 자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월수입은 고정적이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않는 이상 잉여수익이 발생할 일은 없다. 서둘러 투자를 집행할 필요가 없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도 적립식이라면
‘정우성 기자의 내집 마련 성공기’를 주의 깊게 읽어온 독자라면, “첫 단추를 잘 꿰셨습니다.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된 거죠”라는 지난 1월호 기사를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때만 해도 마이너스인 종목이 단 한 개도 없었다. 크게는 5%, 작게는 2.5% 정도의 귀여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는 게 주가라는 것을 배웠다는 게 투자 첫 달의 성과였다. 정성기 매니저는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됐다며 흐뭇해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독립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처럼 득의양양했다.

2월 12일 현재, ‘장기투자의 발판’을 언급했던 정성기 매니저의 말을 조금 알 것 같다. 마음가짐이 그렇다. 속은 쓰리지만 해볼 만하다. 수익률은 이달이 더 엉망이지만 속은 지난달이 더 쓰렸다. 믿음의 대부분은 ‘적립식 투자’에 있다.

“이런 상황을 한번 가정해보죠. 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5만원, 며느리에게 5만원을 주고 5개월 동안 초코파이로 재테크를 해보라고 했어요. 초코파이는 백원입니다. 아들은 ‘언젠가 초코파이 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5백 개를 한꺼번에 사뒀습니다. 며느리는 5개월에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만원씩 구매하기로 했죠. 일단 백 개만 샀습니다.”

가격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초코파이 재테크’를 시작한 이 동네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동네 슈퍼마켓만 있던 곳에 이마트가 들어섰다. 이마트는 초코파이를 75원에 팔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롯데마트가 들어섰다. 할인점끼리 경쟁이 붙었다. 초코파이 가격은 50원까지 떨어졌다.

며느리는 변함없이 한 달에 만원어치씩 초코파이를 샀다. 75원일 때는 1백33개를 살 수 있었다. 50원일 때는 2백 개를 샀다. 그러자 시장에 자정작용이 시작됐다. 이대로 가다간 ‘출혈과다’라는 판단이 든 할인점들은 다시 가격을 75원으로 올렸다. 한 달 뒤,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초코파이 가격도 다시 백원이 됐다. 며느리는 75원으로 올랐을 때도 만원을, 다시 백원이 됐을 때도 만원을 ‘집행’했다.

여기서 비교가 시작된다. 아들은 5개월 동안 초코파이 5백 개를 가지고 있었다. 초코파이 가격은 75원에서 50원으로 내렸다가 다시 백원이 됐지만 구매 당시보다 오르지는 않았다. 다시 팔아도 본전이다.

“며느리는 백원일 때 1백개, 75원일 때 1백33개, 50원일 때 2백 개, 다시 75원으로 올랐을 때 1백33개, 백원으로 회복한 5개월째 다시 1백 개를 샀습니다. 5개월 동안 6백66개의 초코파이를 살 수 있었죠(웃음).”

5개월 후에 아들과 며느리가 사둔 초코파이를 시장에 팔았다. 아들은 5백 개를 팔아 5만원을 되찾았다. 며느리는 6백66개를 팔았다. 6만6천6백원이 됐다. 투자 원금 5만원을 제하고 6천6백원, 약 33%의 수익을 올렸다. 아들은 거치식으로, 며느리는 적립식으로 투자한 셈이다. 며느리의 수익 구조가 적립식 펀드의 원리다.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주가가 떨어졌다. 그렇다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며느리가 초코파이 가격이 75원으로 떨어졌을 때 1백33개, 즉 33개의 초코파이를 추가로 살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원리죠.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지금 아무리 주가가 하락해도 펀드를 환매하고 나가는 시점에 투자 당시의 주가를 회복하기만 한다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적립식 투자는 개미투자자가 합리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적립식과 임의식을 병행하는 게 좋다.

“50%는 자유적립식으로, 나머지 50%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빠졌을 때, 그리고 저평가됐을 때 여유자금을 ‘툭툭’ 집행하는 거죠. 그러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늘(1643.29) 같은 때, 여유자금의 5분의 1, 혹은 10분의 1 정도를 계획적으로 투자하는게 좋아요.”

한 달에 70만원씩은 꼬박꼬박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요즘 같은 하락장이라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거다. ‘지혜로운 며느리’ 정도의 수익률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투자 문화?
주가는 연일 바닥을 치고 내려갔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은 걱정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시중 자금의 일부는 펀드를 환매하고 적금으로, 연이율 7%를 보장하는 은행 예금으로 흘렀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자금의 비중도 꾸준했다. 투자자들이 장세의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 환매를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일시적인 조정기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지난 2000년의 ‘바이코리아 열풍’을 떠올려보세요. IT 거품이 있었을 때, 그때는 기업 이름에 ‘.com(닷컴)’만 들어가면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심지어 이름만 닷컴으로 바꿔도 주가가 두 배 세 배로 상승하던 시대였죠. 다 거품이었습니다. 그때 테헤란로에 있던 닷컴 기업들은 지금 구로, 분당으로 밀려났어요. IT 거품 속에서 성장성만 믿고 덩치를 불렸는데 수익이 안 났기 때문이죠. 지금은 2000년의 거품과 양상이 다릅니다.”

지금의 하락장이 ‘저평가됐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퍼(Per:Price Earnings Ratio)다. 퍼는 “주식 한 주당 시장 가격인 주가와 한 주당 수익액의 비율”이다. 퍼 수치가 크면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은 것을, 작을 때는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즉, 퍼 수치가 높으면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여기서 설명이 좀 필요하다.

“`퍼는 주식 투자의 필수 용어입니다. 기업의 주가를 한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죠. 예를 들어 주식을 천만 주 발행하고 있는 D기업의 영업이익이 천억이라면 주가는 10만원, 주당 순이익은 만원이 됩니다. 그럼 퍼는 10이 되죠.”

주가는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의 가치다. 주당 순이익이 높고, 주가가 낮을수록 퍼 수치는 낮아진다.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따라서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퍼가 낮을수록 좋다. 기준은 약 10이다. 유럽, 북미 등의 선진국은 평균 17~18 정도, 중국, 인도 등의 신흥 국가는 이보다 약간 높다.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퍼 수치는 현재 12 정도다. 여전히 매력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지난 2000년의 바이코리아 열풍 때와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그때는 퍼가 50~100까지 갔다. 주당 순이익은 적지만 주가가 턱없이 높았다. 거품이었다. 퍼 수치가 12 정도라면 저평가의 가능성도, 성장 가능성도 무난한 시장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퍼가 10 내외일 때 주가가 내려가면 기업 이익은 그대로인데 시가 총액이 낮아지죠.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의 메리트는 높아지고, 당시의 하락장을 참고 기다리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여파로 미국 가계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지금의 상황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장세에 휩쓸리는 마음 약한 투자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세계로 시야를 넓힐 때다.

“미국이라는 최대 소비국에서 소비가 줄어들면 전 세계의 경기가 동반 침체할 수도 있죠. 그러나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신흥 국가가 희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출 일변도였던 그들 나라의 경제구조가 변하고 있어요.”

중국, 인도는 ‘세계의 공장’ 이었다. 값싼 인력으로 물건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했다. 최근의 경제성장은 그들 국가의 내수시장을 살리고 있다. 경기가 침체된 미국에서 얼어붙은 소비가 중국, 인도에서 살아나는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전처럼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이 가능한 배경이다.

“한국의 퍼 수치나 기업의 내재가치, 세계의 동향을 봤을 때 지금은 환매 시점이 아니라 매수 시점입니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바겐세일 기간이죠.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기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고민한 결과, 저평가됐다는 확신이 있으면 절대 되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기투자에 들어가면 후에 ‘나이스’한 국면이 올 수 있죠.”

주가 고점에서 투자를 시작했다면, 회복이 돼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스피 2000에서 거치식으로 투자를 시작한 경우, 지금의 하락장이 끝나고 다시 주가가 2000 포인트까지 올라도 본전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 좋다.

“시장이 과열돼 주가가 상승할 때는 매도하시고, 시장이 위축되고 모두가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할 때 매수를 해야 합니다. 그게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예요.”

그럼, 매니저님 수익률은 어때요?
“시장이 하락한 것보다는 덜 떨어졌어요. 저는 조금씩 추가 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매월 들어오는 수익에서 생활비, 보험료, 영업비를 지출하고 남는 자금을 5등분, 7등분해서 차례로 집행하고 있어요.”

지난 10월의 고점과 비교했을 때, 중국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경우는 현재 -30%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도 -20~-25% 정도다. 앞서 공개한 대로, 내 포트폴리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1월, 고점에서 조금 하락했을 때 투자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성기 매니저의 포트폴리오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의 하락세보다 덜 떨어진 것은 그의 투자 기간과 비례하는 포트폴리오의 내구성 때문이다.

“지금 가장 곤란한 분들이 지난 10월 중국펀드 열풍이 불었을 때 목돈을 거치식으로 넣어놓은 분들일 거예요. 그중에서도 6개월 안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 단기 수익을 기대하셨던 분들은 정말 방법이 없어요.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래서 투자는 항상 여유자금으로 해야 해요.”

투자는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지만, 위험을 감수할 각오 또한 되어 있어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손실의 가능성과 인내의 한도를 끊임없이 검토한다. 수익률이 바닥을 쳤을 때 회복하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미리 계산에 넣지 않고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성기 매니저는 매달 1일~10일 사이에 주가를 관찰하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다고 판단한 날 자금을 추가로 집행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주가가 아무리 낮아도 추가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

“월급날이 대부분 월말에 몰려 있기 때문에 월말에는 주가가 ‘반짝’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월초까지 기다렸다가 매수하는 거죠. 적립식 펀드로 투자되는 돈은 매달 정기적으로 빠져나가게 두고, 잉여 자금으로 추가 매수합니다. 이런 식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적립식과 같은 효과를 갖죠.”

‘투자는 잉여자금으로 한다’는 것이 정성기 매니저의 원칙이다. 잉여자금을 많이 만드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다. ‘최고의 투자는 자신의 경쟁력’이라는 지난달의 조언과 같은 맥락이다.

“자신이 투자하는 종목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세계 경제를 읽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주가가 하락해도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어요. 어떤 상품이 좋다더라, 수익률이 몇 퍼센트가 났다더라, 어느 나라가 좋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을 믿고 투자하시는 분들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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