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楊州)에는 문화유산이 많다. 불교 국가였던 고려를 지나 유교 국가인 조선이 개국됐음에도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회암사지,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방비하는 도호부가 설치되었던 양주관아 등이다. 뿐만 아니라 양주에는 송암천문대, 장흥아트파크, 필룩스 조명박물관 같은 다양한 체험 문화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봄 전령사들이 바람을 타고 오는 3월, 양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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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사지
양주시 회암동에 자리한 회암사지는 왕위를 물려준 태조 이성계가 고려 말부터 인연을 맺어온 무학대사와 함께 머물던 회암사가 있던 곳이다. 천보산 기슭에 처음 회암사를 지은 것은 지공선사의 제자 나옹선사다. 유생들의 반대로 귀양을 가게 된 나옹선사는 회암사가 완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귀양 가는 도중 병이 나 여주 신륵사에서 입적한다. 지금 이곳에 남아있는 나옹선사의 흔적들은 제자들이 선사의 사리를 회암사로 가져와 부도를 만들고 추모비를 세워 남겨졌다.
회암사를 중창한 것은 나옹선사의 제자인 무학대사 때다. 조선 건국 이전부터 이성계와 인연을 맺은 무학대사가 조선 건국 후 왕사로 임명되었다가 이듬해에 회암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왕실의 후원을 받은 것이다. 태조는 무학이 있는 회암사를 자주 찾아 머물렀을 뿐 아니라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물려준 후엔 이곳에서 무학과 함께 말년을 보내며 수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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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사의 대웅전인 보광전으로 올라가려면 장대석 9개를 쌓아 만든 높은 계단을 올라서야 한다. 부처님의 공간이자 임금의 공간으로 올라가는 이 계단은 높고 가파르다. 단 위로 올라서면 궁궐의 월대와 같은 제법 너른 공간과 궁궐의 드므(넓적하게 생긴 독) 역할을 하는 석조가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보광전 뒤쪽으로 이어지는 많은 건물들이다. 사찰에서 대웅전 뒤쪽에 놓인 건물은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공간 한둘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무마루 방을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이 있는 건물과 불전, 회랑 등이 이어진다. 임금이 머물던 공간으로 정사를 보는 정청을 중심으로 왕과 왕비가 머물던 공간 등으로 사용되었다. 건물 제일 안쪽으로 창덕궁에서 볼 수 있는 3단의 화계를 둔 것에서 왕비의 공간인 교태전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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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진 회암사가 다시 햇빛을 보게 된 것은 1997년 시작된 경기도 박물관 시굴 조사에서다. 2m 두께의 흙더미로 덮여 있던 이곳에서 유물이 발견되어 본격적인 발굴을 하게 된 것.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회암사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발굴지 옆 산길을 따라가 만나는 전망대다. 전망대 앞에는 문화해설사의 집이 있어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전망대에서 산길을 따라 500여 미터 올라가면 옛 회암사의 명맥을 잇고 있는 회암사가 있다. 이곳에 지공선사와 나옹선사, 무학대사의 부도가 있다. 보물 제388호인 회암사무학대사홍융탑, 보물 제389호인 회암사무학대사홍융탑앞쌍사자석등, 문화재자료 제135호인 회암사지공선사부도비 등이 솔숲 안 작은 터에 있다. 이 중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 생전에 만들어주었다는 회암사무학대사홍융탑을 눈여겨보자. 자신과 동일한 대우를 해주고 싶었던 태조의 마음이 담긴 이 탑에는 임금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다섯 발가락 용무늬가 새겨졌다. 정면을 보고 있는 용의 얼굴도 이색적이다.
어둠을 밝히는 빛의 역사를 만나는 곳
필룩스 조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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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룩스 조명박물관은 빛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의 심리에 따라 빛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감성 조명을 개발하고 있는 (주)필룩스에서 원시 조명부터 미래의 조명까지 한곳에서 만날 수 있게 해놓았다. 박물관은 입구부터 조명역사관, 근대조명관, 조명예술관, 빛공해관, 미래조명관으로 이어진다.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면 자연스레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용하던 다양한 조명 도구들에서 발전된 오늘날의 전구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게다가 아직 생활화되지 않은 다양한 조명을 전시해놓은 것도 볼 수 있다. 햇볕을 직접 쬐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위해 시간과 장소에 맞는 인공 햇빛 설계를 해주는 공간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미래의 빛을 만나는 공간이다.
조명역사관 입구에 걸려 있는 주마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원통형 대나무살 위에 한지를 붙여 틀을 만들고, 틀 안쪽에 대나무로 만든 둥근 대를 세워 나무 끝에 달리는 말 모양을 붙여놓은 주마등은 촛불을 켜면 공기의 대류현상으로 인해 틀이 돌면서 나무 끝에 붙어 있는 말이 달리는 듯 보인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대나무를 둥글게 만들고 깎는 것이 쉽지 않아 박물관에서는 개량된 주마등 재료를 고안해냈다. 쇠로 등갓의 틀을 만들고 얇은 투명판에 한지를 붙여 조임 끈으로 붙여주는 것. 이렇게 등갓이 만들어지면 전통 문양을 오려 색지를 덧붙인 다음 등갓 장식을 만들어 붙인다. 그 다음엔 등갓 안쪽에 넣을 틀 끝에 그림자로 사용할 문양을 붙인다. 박물관에서는 나비 문양을 사용한다. 양면테이프를 사용해 틀과 나비를 연결해준 다음 등갓 안쪽으로 틀을 끼워 넣은 뒤 마지막으로 받침과 전구를 연결하고 그 위에 등갓과 틀을 얹어 고정시키면 완성. 전원을 꽂아 불을 켜고 등갓 안쪽에 끼워 넣은 둥근 틀을 돌려보자. 한지 등 밖으로 은은한 나비 모양이 비쳐 멋스러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조명박물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이고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명절에는 휴관한다. 2008년 3월 17일부터는 일요일에도 개관한다. 평상시 관람료는 무료이나 특별전이 열리는 기간에는 3천원의 관람료를 내야 한다. 3월 14일부터 특별전 ‘`2008 필룩스 라이팅 아트’가 열린다. 주마등 만들기 체험료는 1인당 1만5천원이다. 3월 8일부터 5월 25일까지는 에디슨조명스쿨이 열린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이 다르니 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체험을 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문의 031-820-8001~2, http://www.lighting-museum.com/
푸른 하늘이 손에 잡힐 듯~
송암천문대
필룩스 조명박물관을 나와 양주 방향으로 진입해 광석 사거리에서 39번 지방도를 따라 우회전하면 기산저수지가 나온다. 송추유스호스텔을 지나면 예뫼골 앞 삼거리에 닿는다. 그곳에서 371번 지방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입하면 장흥유원지가 있는 장흥면 석현리다. 그곳에 하늘과 맞닿을 듯 서 있는 송암천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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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센터 앞에는 해발 443m의 계명산 형제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스테이션이 있다. 이곳에서 33인승 케이블카를 타고 산비탈 위를 6분 10초 올라가면 지상 3층, 지하 1층의 천문대에 닿는다. 천문대는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 전망대, 카페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주 관측실에는 국내에서 만든 첫 번째 60cm급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그동안 수입해서 사용해야 했던 주망원경이 국내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조관측실도 반사식, 반사굴절식, 굴절식 등 다양한 성능의 망원경 7종을 갖추고 있다.
산 정상에 거칠 것 없이 서 있는 천문대들은 늘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을 제공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송암천문대도 예외가 아니다. 천문대 전망대에 서면 발 아래로 펼쳐진 수많은 산들과 서울 여의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으면 인천 앞바다의 푸르름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전망 좋은 곳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도 만들었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며 창밖 산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은 더없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밤이 되면 3월에 잘 보이는 화성과 토성을 관측해보자. 페르세우스자리, 게자리,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등 3월에 찾아볼 수 있는 별자리를 관측하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송암천문대 입장시간은 주중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천문대 이용권+케이블카 1회권+플라네타리움 1회권으로 구성된 패키지 이용권이 어른 2만6천원, 청소년 2만3천원, 4세 이상 어린이 2만원이다. 3인 가족이 이용할 경우 가족 패키지 이용권(6만1천원)을 이용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문의 031-894-6000~2, http://www.starsvalley.com/
어른과 아이들 모두의 미술 놀이터
장흥아트파크
송암천문대를 나와 우회전하면 얼마 안 가 장흥 아트파크가 있다. 장흥 아트파크는 부르델, 문신, 임옥상, 한진섭 등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야외 공원에 가득 전시되어 있는 미술 전문 테마파크이다. 이곳엔 색으로 표현되는 4개의 전시공간이 있다. 대표 미술관은 블랙. 안쪽에는 피카소, 백남준,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등 국내외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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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놀이터와 함께 목수김씨(김진송)의 ‘목마와 책벌레 이야기’ 놀이터도 주목받는 공간이다. 아이들을 위한 나무 조각 놀이터로 책벌레 흔들의자, 시소 의자, 기린 그네, 목마 미끄럼틀, 나무 난간에 달린 나무 곤충 등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장흥아트파크에 어린이를 위한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을 위한 전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또 봄부터 가을까지 부정기적으로 공연이 열리는 공연장, 야외 조각공원을 바라보며 천천히 계절을 즐길 수 있는 카페 등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장흥아트파크의 2008년 전시 주제는 ‘예술가와 친구 하기’이다. 3월 7일부터 4월 27일까지는 빛으로 빚은 그림, 조물조물 만들기 체험, 폴짝폴짝 놀이터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어린이 1인당 2만원 선이다. 평상시 아트파크 입장료는 어른 7천원, 어린이 5천원.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31-877-0500, http://www.artpark.co.kr/
여행 정보
◆ 주변 볼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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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민속박물관 장흥아트파크 인근에 자리한 청암민속박물관은 시골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농기구와 생활용품들을 전시하는 곳이다. 물건들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원, 대장간, 외양간, 서당, 교실 등 당시 상황에 맞게 재현해 전시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관람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이고 쉬는 날은 없다. 문의 031-855-5100~1, http://www.cheong-am.co.kr/
일영허브랜드 이른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다면 장흥면 삼하리에 자리한 일영허브랜드로 가보자. 온실 가득 피어난 세이지, 팬지, 재스민을 비롯한 1백50여 종의 허브들이 은은한 향을 내뿜고 있다. 작은 허브 화분 하나쯤 사들고 돌아오면 집 안으로 봄기운을 옮겨올 수 있을 것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이고 쉬는 날은 없다. 문의 031-871-5047, http://www.iyherbland.co.kr/
◆ 맛집&잠잘 곳 ◆
양주관아터 입구에 자리한 불곡산가든(031-840-3282)은 갈비는 물론 된장찌개가 맛있는 집이다. 청암민속박물관에 자리한 효인방(031-855-5100~1)은 화덕에 구워낸 피자 전문점. 송암천문대 안에 자리한 이탈리아 식당 스타스키친(031-894-6000~2)도 가볼 만하다. 송암천문대 안에 자리한 스타하우스(031-894-6000~2, http://www.starsvalley.com/)는 호텔급 객실 19개를 갖추고있다.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10평 객실이 1박에 12만원이다.
◆ 찾아가는 길 ◆
서울외곽순환도로 의정부IC로 나와 동두천·양주 방향으로 양주시청 이정표를 따라가다 시청 앞 사거리에서 동두천 방향 3번 국도로 진입. 회정 삼거리에서 우회전. 주공아파트 단지들을 지나 칠봉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 56번지방도로 진입. 회암사지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 양주투어버스 ◆
양주시는 2008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행되는 시티투어버스를 운행한다. 양주시청과 양주역을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는 토요일에는 송암천문대-필룩스 조명박물관-초록지기마을, 청암민속박물관-장흥아트파크-자생수목원을 돌아보는 코스가, 일요일에는 대장금테마파크-회암사지-허브힐, 이고을 체험-무호정-그린아일랜드-관아지 등을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 이용료는 어른 2천원, 학생 1천원이고 미취학아동은 무료다. 식사와 관광지 입장료는 별도. 예약 양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tour.yangju.go.kr)의 ‘양주투어버스신청’란에서 하면 된다.
■ 기획 / 김민정 기자 ■ 글&사진 / 한은희(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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