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학이란

정보의바다 2008. 5. 10. 10:29

사상의학은 우리 나라가 낳은 위대한 의학자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선생(1837년 - 1900년)께서 독자적으로 창설하신 체질의학입니다.
사상의학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의 치료 효과와 질병의 예방을 위한 건강 관리 지침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더욱 중요한 점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그때까지의 모든 의학이 병만을 치료하는 것이었음에 비하여 사상의학은 병을 갖고 있는 사람을 치료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병이 아니라 사람을 고친다 !
이는 세계 의학사상 최초의 일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서양의학이나 중국의 한의학(漢醫學)과는 구별되는 아주 독특한 측면입니다.
병은 같아도 사람에 따라서 나타나는 반응은 모두 다르기 마련입니다.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은 더 심하게 앓고 평소 건강하던 사람은 더 빨리 낫기 마련입니다. 평소 위가 약한 사람은 약 조차 소화하기 어려우므로 치료 약의 선택에 있어서도 위를 도와주는 약을 위주로 해야 합니다. 신장이 약한 사람은 함부로 이뇨(利尿)를 시키는 치료를 해서 가뜩이나 약한 신장을 더 파괴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병이 문제가 아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사람의 타고난 체질까지 고려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사상의학입니다. 병이 아니라 사람을 고치는 의학, 바로 이것이 사상의학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둘째는 체질이라는 개념입니다.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체질과는 다릅니다. "우리 체질에는 우리 농산물이 맞는다"고 하거나 "나는 체질적으로 어떤 것이 싫다" 라고 말할 때는 단순히 그 사람이 타고난 바탕이라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그러나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은 이와 좀 다릅니다.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은 타고난 바탕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그것이 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병도 다르고 치료도 다르고 양생하는 법도 다르다는 것을 체계화한 것입니다. 이는 서양의 히포크라테스나 그 어느 누구의 체질론과도 다른 이제마 혼자의 발상이었습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나름대로 체질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타고난 장부의 기능과 이에 따른 질병, 치료, 섭생, 나아가 그 사람의 품성까지를 체계화한 것은 사상의학에서 최초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체질의학의 창시 !
이것이 사상의학의 두 번째 특징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타고난 품성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조용하면서 내성적이고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나서기 좋아하고 활달하게 일을 벌리기 좋아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소 음흉한 면도 있지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너그럽게 남을 포용합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설사 모든 병이 마음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단 병이 걸리면 마음먹기에 따라 치료의 과정에는 큰 차이가 생깁니다. 이는 임상에서 늘 관찰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굳은 의지를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병을 이겨 나가려는 사람과 자포자기하여 "나는 안된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치료 속도나 과정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상의학에서는 단지 간이 어떻고 폐가 어떻고 무슨 병사(病邪.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나 기운)가 어떻고를 말하기 이전에 인간의 마음을 말합니다. 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관점입니다. 요즈음에는 서양의학에서도 몸과 마음을 통일시켜서 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조합에 불과한 것이며 아직 사상의학처럼 몸과 마음의 완전한 통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로 화가 자꾸 나거나 늘 불안하거나 하는 것은 간이나 심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데 이때 한의학에서는 신경 안정제가 아니라 간이나 심장을 치료하여 마음을 고칩니다. 거꾸로 마음을 잘못 써서 몸을 상했을 때는 마음을 안정시켜서 몸을 치료합니다.
병의 원인이 외부에 있을 때는 다른 의학으로도 잘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병의 원인이 우리 내부에 있을 때, 곧 마음의 병이 생겼을 때는 사상의학에 의하지 않고는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마음을 고쳐서 병을 고친다(治心治病)"는 관점에서 각 개인의 특징에 따라 치료한다는 것이 사상의학의 세 번째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최근 사상의학이 각광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하는 일부의 학자가 있으나 이는 오히려 사상의학의 본질을 크게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예로 오링 테스트(O-ring Test)에 의한 체질 감별은 단적으로 말하여 사상의학과는 별 연관이 없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링 테스트에 의한 진단은 1970년대 중반에 일본의 한 학자가 제창했던 이론으로 지금은 그다지 쓰이지 않는 방법의 하나입니다. 이 방법이 초기에는 매우 획기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시행 과정상에서의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어 제한적인 의미로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객관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무와 오이 같은 식물이나 술과 같은 무생물조차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실험을 하는 곳의 땅기운(地氣), 수맥(水脈)의 흐름, 실험실 안의 여러 기자재의 영향은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밝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옆에서 실험을 하는 사람이 태음인인 경우와 소양인인 경우 등의 영향은 식물이나 무생물보다 엄청나게 클 수 밖에 없는데 이 역시 무시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오링 테스트에서는 실험 받는 사람의 그때 그때의 병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본래는 몸이 찬 사람인데도 감기가 걸리거나 하여 몸에 열이 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몸이 더운 사람인데도 병에 걸려 찬 기운이 몸에 많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더울 때는 당연히 찬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고 찰 때는 더운 것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실험을 한다면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따라서 각종 식물이나 물 등이 인체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되는 사실이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으려면 위에서 제기한 모든 요소들의 영향을 배제하거나 반대로 그 모두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전까지는 오링 테스트는 매우 한정적인 의미에서만 사용되어야 마땅합니다.
또 하나, 실험에 사용되는 약재나 물건의 양(量) 차이에 따라서도 반응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인삼을 한 돈 갖고 실험을 했을 때와 세 돈을 갖고 했을 때의 반응이 달랐다는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로 인하여 오링 테스트의 객관성에 큰 의문이 제기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방법이 개발된다고 해도 그것이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네 가지 체질 구분의 내용과 합치된다는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네 가지 체질의 내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내리지 않고 그저 짜 맞추기 식으로만 서로 관계가 있음을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상의학이 무엇인지를 말하지 않고 그저 네 가지로 나누어 갖다가 맞추는 식으로 말을 해서는 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행되고 있는 오링 테스트에 의한 사상 체질 구분이란 한의학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상 체질 감별과 구성 비율


그렇다면 도대체 체질 감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요즈음 사상의학 붐이 불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도 각 체질의 판별과 맞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를 수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동무 선생께서 앞으로 100년 후에는 모든 의사들이 사상의학으로 치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 말이 실현되는 듯도 싶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난점은 체질 구분의 객관성에 있습니다.  
동무 이제마 선생의 학설에 의하면 서양의학의 혈액형과는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네 가지 체질을 나누고 있습니다. 즉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 소양인(少陽人), 태양인(太陽人)의 네 가지가 그것입니다. 한 때 혈액형이 네 가지로 나누어져 있는 데에 착안하여 이를 맞추어 보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다시 말하여 그 사람의 타고난 장부의 기능 차이와 품부받은 성정(性情)의 차이를 말한 것이 사상의학인데 이를 단순한 혈액 구성의 차이로 설명하려고 한 것부터가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구체적인 체질 감별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상인의 구성이 어떤 비율로 되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제마 선생이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상 체질 분포는 그 비율로 보아 1만 명 중 태음인은 약 5000 명인 반수를 차지하고 소양인이 3000 명, 소음인이 2000 명이다. 이 중 태양인은 매우 희소하여 1만 명 중 3, 4 명에서 10 명 미만이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가장 많은 것이 태음인인데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한국인의 모습 !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오릅니까 ?
무어라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워도 약간 배가 나오고 얼굴도 둥굴 넓적하고 성격도 비교적 원만한 이웃집 아저씨 정도가 생각나지 않을까요 ?
이처럼 곧바로 사상의학에 들어가기 전에 동무 선생이 말씀하셨던 사상인의 비율을 따져서 거꾸로 추산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소양인과 소음인의 비율입니다. 인구구성이라는 것은 자주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자가 많기도 하고 여자가 많기도 하는 등 그 차이가 생깁니다.
이제마 선생은 기질이 활달하고 강건한 사람이 많은 함흥 지방에서 태어나셨고 그곳에서 생애를 마치셨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 들어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체형이나 사고 구조에도 변화가 왔습니다. 본인의 짧은 임상 경험과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본인은 오히려 소양인보다는 소음인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은 소음인보다 소양인이 더 발병율이 높다는 점입니다. 소음인의 약 60%가 발병하기 쉬운 데 비하여 소양인은 70% 정도의 발병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구로는 소음인이 많아도 환자로는 소양인이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체질별 구성은 전체 인구의 비율과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인의 길지 않은 임상 경험과 인생 여정에서 경험한 바로는 태음인이 50%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소음인이 30%로 많으며 소양인이 20%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매우 전문적인 것으로 앞으로의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항간에 체질 감별을 한다는 분이 상당수 있는데 그러한 체질 감별에 문제점이 많다고 봅니다. 한의학을 전공하고 사상 체질 감별의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도 종종 오진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도 않은 사람들의 체질 감별을 일반인은 경솔하게 쉽게 믿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문지식과 임상 경험이 많은 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체질에 맞는 약을 쓰거나 음식을 가려서 먹을 때 비로소 건강 회복에 대단히 유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사상 체질의학은 아직 현대의 과학으로 파헤쳐 보지 못한 분야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아직 한의학의 바탕이 되고 있는 동양의 철학과 동양 과학의 전통에 대한 무지가 가장 큰 장애입니다. 서양의 잣대로 동양을 재기 위해서는 먼저 동양의 잣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런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한의학 자체에 대한 이해의 부족입니다.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을 포함하여 진정한 한의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이 널려 있습니다. 여기에 별다른 전문지식도 없이 한의학에 달려들어 이를 생업의 차원에서 꾸려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위 "용하다"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자격증도 없이 한의사 인양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의학 책 몇 권을 읽고는 체질 감별은 물론 맥을 짚고 처방을 내리고 침까지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회 구조가 한의학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는 마땅히 한의사와의 연계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전공으로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의외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대 과학이 아직은 그 발전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입니다. 한의학은 부분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고 전체라는 관점 속에서 각 부분들 간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아직 부분에 대한 이해도 완전히 하고 있지 못합니다.
예로 인삼을 봅시다. 인삼에 대한 연구는 그 약물의 신비한 효과와 함께 이미 100년 이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무슨 성분 때문에 그런 효과가 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성분 분석의 한계를 잘 말해 주는 대목입니다. 더군다나 인삼과 다른 하나의 약물만이라도 배합되어 다리게 되면 그때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한약은 적으면 대 여섯 가지, 많으면 이, 삼십여 가지의 약물이 배합됩니다. 이를 한 그릇에 넣고 다립니다. 이때 무수한 화학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현대 과학은 아직 이를 분석할 수준에 이르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아스피린이라는 우리가 잘 아는 양약이 있습니다. 이 약도 개발된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아스피린의 작용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氣)로 오게 되면 더욱 어려움이 커지게 됩니다. 무수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언젠가는 기의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준에 이르고 있지 못합니다. 인간이 너무도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고 또 각 개인마다의 차이가 무시 못할 만큼 크기 때문에 어려움을 더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현대 과학의 발전이 늦다고 하여도 현대 과학은 계속 발전되어야 합니다. 또 한의학의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런 연구를 통하여 언젠가는 두 과학 체계가 접근할 날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때까지의 한계와 제약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그 연구 성과를 응용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사상의학과 서양의학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접점이 될 만한 분야에 앞으로 의학자들의 많은 연구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각 체질별 특징


1. 태양인의 특징

우리 몸 속의 오장육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서양의학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한의학에서 볼 때 각 장부는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하나의 경락 체계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일정한 관계를 갖는 것입니다.
예로 폐의 기능이 너무 강하면 일차적으로 간이 억압을 받아 그 기능이 줄어듭니다. 한의학의 오행 이론에 맞추어 말한다면 금(金)에 해당하는 폐가 목(木)에 해당하는 간을 제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천적으로 폐의 기능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간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을 태양인이라고 합니다.
사상의학에서는 이를 장부의 대소(大小)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런 장부 기능의 차이에서 그 사람의 성정(性情)도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곧 태양인은 폐의 기능이 항진되어 있기 때문에 폐에 해당하는 성정인 슬픈 마음이 깊습니다. 반면에 억압되어 있던 간의 성정인 화(怒)도 한번 폭발하면 매우 강합니다. 또한 조급한 마음이 있어서 이를 잘 조절해야 간기능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이처럼 사상의학에서는 사람의 감정 역시 장부와 하나로 되어 나타난다고 보는 것입니다.
외모상으로도 장부의 대소 차이가 나타납니다. 태양인들은 테수그니가 발달해 있습니다. 테수그니란 한자로 뇌추(腦 )라고도 하는데 앞이마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서 이마가 볼록하니 잘 발달해 있습니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모가 난 느낌이 있으며 허리는 약합니다. 그래서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들어합니다. 성격은 과단성이 있어서 잘 소통(疏通)하고 교우에도 능합니다. 목소리는 쇳소리가 많이 납니다. 소리가 날카로워서 원만한 사람은 그 앞에서 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태양인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진취성이 있고 물러서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특성을 동물에 비유하여 태양인은 용(龍)과 같다고 합니다. 용은 전설상의 동물로 임금을 상징하기도 하고 {주역}으로 보면 하늘인 건괘(乾卦)를 뜻하기도 합니다. 건괘는 그 성질이 양(陽)으로 늘 움직이며 강합니다. 처음을 상징하면서 만사가 형통하듯이 잘 소통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용이란 상징적인 동물이라서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나 예로부터 용에 그런 상징을 붙여 왔던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태양인을 용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태양인은 전체적으로 보아 수척하게 보이나 용모는 뚜렷하여 다른 사람과 구분됩니다. 발걸음도 가벼운 편입니다. 태양인은 말이 많고 또 급합니다. 이런 걸 보면 금방 태양인의 특징을 가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태양인은 그 수가 매우 적습니다. 본인도 아직 많은 태양인을 접해 보지 못하여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어렵습니다. 또한 건괘의 특징처럼 태양인은 잘 되면 큰 지도자가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기 쉽습니다. 그만큼 의료의 혜택을 받을 기회도 적으며 그만큼 의료인들과 접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인은 구별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폴레옹이나 이제마, 소련의 레닌, 고(故)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을 태양인의 대표로 들기도 합니다. 사상의학을 창시했고 스스로 태양인으로 감별한 이제마를 제외하고는, 직접 확인해 보지 못하여 그들이 모두 태양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어도 이들의 생애를 보면 태양인의 특징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인정이 됩니다. 그러나 본인으로서는 아직 확정짓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그만큼 태양인의 감별이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태양인들의 병에는 특징이 있습니다. 곧 열격( 格), 반위(反胃), 해역증(解 症)이라고 하는 병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가슴을 답답해 하고 잘 토하는 병증을 갖고 있기 쉽습니다.
열격이란 음식을 먹지 못하고 먹었다고 해도 곧바로 토하는 증상입니다. 서양의학으로 보면 식도암이나 식도협착, 식도경련 등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반위도 이와 비슷한데 먹기는 하는데 먹고 나서 조금 있다가 토하는 것입니다. 양방적으로는 위암이나 유문협착, 위무력증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해역증은 해(解)가 살이 늘어지는 것처럼 무력한 것을 말하고 역(逆)이란 힘줄이 뼈를 가누지 못하는 것이므로 말라서 다리가 시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며 걷지를 못하는 병입니다. 이런 병들이 없고 소변이 잘 통한다면 태양인의 병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바로 이런 병들을 이제마 자신이 앓았고 온갖 방법으로 치료를 하였으나 별 효험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사상의학의 원리이며 치료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이제마 자신이 태양인이었기 때문에 기존의 의학에서는 자기의 체질에 맞는 처방을 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사상의학은 자신의 병과 치열하게 싸워 이긴 결과이며, 나아가 기존 의학계의 권위와 맞서서 그걸 넘어선 한 인간의 집요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2. 태음인의 특징

태양인에 비해 태음인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조금만 사상의학에 대해 알면 곧 구별이 갈 정도로 그 특징이 뚜렷합니다.
태음인은 태양인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틀리지 않습니다. 태양인이 폐가 크고 간이 작은 반면 태음인은 폐가 작고 간이 큽니다.
먼저 머리를 보면 이마가 납작합니다. 콧방울은 큰 편입니다. 피부는 튼튼하지만 땀구멍이 커서 다소 거칠게 보입니다. 크게 살이 찌지 않았어도 배가 나오기 쉬워서 허리가 굵어 보입니다. 배 모양이 마치 달걀 모양으로 좀 나온 편입니다.
또한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즐길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오락도 많이 즐깁니다. 반면에 즐거움을 찾는 것이 지나치면 허황되거나 착실하지 못한 듯한 인상도 주게 됩니다.
태양인이 양(陽)에 속하여 늘 움직이고자 한다면 태음인은 늘 고요히 있고자 하고 잘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가만히 있고자 한다고 하여 움직이지도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태음인을 보통 소에 비유하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비유입니다. 소는 경거망동하지 않습니다. 쉽게 달구어진 쇠가 금방 식는 반면 두껍고 무거운 그릇이 천천히 달구어지듯이 꾸준히 일을 합니다. 별로 일하기를 좋아하지는 않아서 가만히 앉아 있는 듯이 보여도 늘 입으로 음식을 되새김질하며 무언가 부지런합니다. 한 곳에 거처를 정하면 잘 바꾸지 않고 성격도 점잖고 무거운 편입니다.
그러나 소의 성격이 그러하듯이 태음인은 대부분 겁이 많습니다. 겁이 많기는 해도 호랑이를 잡는 것은 소밖에 없듯이 한번 화가 불끈 나면 천하를 뒤엎을 것처럼 무섭습니다. 그러면서도 태음인들은 속으로는 겁을 냅니다. 이런 것이 태음인의 특징입니다.
이외에도 태음인의 걸음걸이는 좀 무거운 편입니다. 자세도 신중한 편입니다. 목소리는 폐나 기관지가 약하여 다소 탁한 편이나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태음인의 성질은 정직하지만 고집이 센 편입니다. 그래서 말을 쉽게 바꾸지 않는 장점이 있는 대신 우기기를 잘 하는 편입니다. 때로 이런 것이 지나쳐 자신의 결정이나 생각만을 고집하여 둔해 보이기도 합니다.
태음인은 성격이 원만한 편입니다. 남들과 잘 지내고 웬만한 불편은 잘 감수합니다. 그러나 주위의 자극에 잘 참고 견디다가도 도저히 참지 못하겠으면'욱' 하고 화를 내는데 이 때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바로 이것이 태음인의 특징입니다.
한편 자신의 속을 잘 내보이지 않고 묻어 두어서 대인 관계가 원만한 반면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음흉하다는 말도 듣습니다.
또 태음인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약속 시간이 늦는 친구를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합니다. 또한 뚝심이 있어서 오랜 시간 버티기는 힘들어도 일시적인 힘을 많이 내는 편입니다.
태음인은 음(陰)이 많은 체질이어서 땀을 많이 흘리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병은 아닙니다. 오히려 땀이 잘 나지 않으면 그것이 병이 됩니다. 또 간기능이 너무 왕성하다 보니 간의 경락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뒷목이 뻣뻣해지기 쉽고 옆구리가 아프기도 합니다. 소화는 잘 되지만 늘 더부룩한 느낌도 있습니다. 욕심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서 이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보다 기름진 음식이나 먹기 꺼림칙한 음식도 잘 먹으므로 자칫 혈액이 탁해지기 쉬우며 이로 인해서 순환기계의 질병이 잘 걸립니다. 그래서 중풍 환자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태음인입니다.
태음인들은 대체로 찬물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태음인에도 다시 열이 많은 사람(熱多者)과 열이 적은 사람(寒多者)의 구분이 있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체로 태음인은 낙천적이고 호걸 같은 기질이 있습니다. 주로 여러 사람을 접하는 직업이 적합한 편입니다. 주로 사업가나 정치가, 예술가, 힘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대표적인 운동이 씨름입니다), 이론가 등에 많은 체질입니다.


3. 소음인의 특징

태양인이나 태음인이 폐와 간이 문제였다면 소음인은 비위(脾胃)와 신(腎)이 문제가 되는 사람입니다.
소음인은 비위가 약하고 그 대신 신의 기능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비위가 약하므로 음식을 잘 섭취하지 못하고 그래서 몸도 좀 마른 편입니다. 몸은 말랐다고 하여도 소음인들은 소위 '강단'이 있습니다. 한번에 큰 힘은 못내도 지구력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운동을 해도 주로 장거리 육상선수에 이런 체질이 많습니다. 단거리는 일시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므로 태음인에 적합하고 소음인은 장거리에 잘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단거리 육상선수를 보면 모두 근육질에 잘 발달된 하체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단거리 선수는 몸이 날씬한 편이 많습니다. 이처럼 운동도 단순한 심폐기능 등만을 문제 삼아 고를 것이 아니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운동을 골라야 합니다.
소음인의 체격은 방광 부위가 잘 발달해 있습니다. 이는 신(腎)의 기능이 크므로 이에 따라 방광 부위가 커진 것입니다. 다만 여성의 경우는 출산을 위해 남자보다 방광 부위가 큰 편이므로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소음인은 방광이 큰 반면 가슴은 작은 편입니다. 흔히 새가슴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소음인이 많습니다.
소음인의 피부는 유연하고 매끄럽습니다. 땀구멍이 작아서 남자라도 피부가 고운 편입니다. 걸음걸이도 조심성이 있고 약간 앞으로 구부러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목소리도 온순하고 침착하며 고운 목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음인 중에는 앞머리에 고수머리 털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격도 소음인은 온순하고 침착한 편입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겸손하여 호감을 줍니다. 특히 윗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출세도 잘 하는 편입니다. 소음인 중에는 이런 특성을 잘 살려서 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꼼꼼하고 찬찬하여 경망스럽지 않고 별로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소음인의 장점입니다. 이렇게 보면 소음인은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꼼꼼하고 내성적이다 보니 혼자 고민하는 일이 많고 이를 남에게 잘 털어놓지도 않으므로 고민이 쌓여 가뜩이나 약한 소화 기능을 더욱 약하게 만듭니다. {황제내경}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맺혀서 소화가 안된다는 구절입니다. 우리가 평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만 무언가 골똘히 생각을 많이 하면서 식사를 하면 소화가 안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소음인은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므로 대부분의 소음인을 보면 소화가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혹 소화가 잘 된다는 사람도 자신의 소화 능력을 알기 때문에 소식(小食)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음인은 소화만 잘 되면 다른 병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소음인 중에 병이 걸린 사람은 대개 소화기 질환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또 남에게는 잘 해도 자신의 고민이나 속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으므로 겉으로 지내기는 좋지만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꽁생원'이라는 비판도 듣기 쉽습니다. 혼자 '꽁' 하고 있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일의 추진력도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박력이 없다는 말을 잘 듣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소음인을 잘 나타내는 비유로 드는 동물이 바로 나귀(당나귀)입니다. 나귀는 그 성질이 늘 한 곳에 있으려 하고 잘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잘 참고 견디는 힘이 있는 것도, '꽁'한 것처럼 보이는 점도 영락없는 소음인입니다. 말보다 작고 느리지만 강단이 있어서 잘 넘어지지 않고 무거운 짐을 잘 지는 점도 소음인과 유사합니다.
소음인은 즐거움을 깊이 느낄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런 것이 지나치면 그것도 병이 됩니다. 따라서 기쁜 마음이 지나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소음인은 늘 불안한 느낌을 많이 갖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한 숨을 크게 내쉬기도 합니다. 따라서 소음인은 마음을 진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면 비위의 기능이 회복되고 건강은 저절로 보장됩니다.  
소음인에게 적합한 직업으로는 종교가, 교육가, 지사형(志士型)의 인물 등입니다. 기술자 중에도 소음인의 꼼꼼한 장점을 발휘하여 크게 성공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론가라면 대개 창조적인 새로운 이론을 내기보다는 치밀한 논증이나 정리에 뛰어난 능력을 보입니다. 이런 것들이 소음인의 특징입니다.


4. 소양인의 특징

소양인은 소음인과 정반대로 신기능이 작은 반면 비위의 기능은 좋은 사람입니다. 흉부가 잘 발달해 있는 반면 방광 부위는 작아서 앉아 있으면 약한 듯이 보입니다. 입술은 얇은 사람이 많고 턱도 얇은 편입니다.
날래고 강맹한 기상이 있으며 성질은 급하여 동물로는 흔히 말에 비유됩니다. 소음인이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 반면 소양인은 늘 움직이려 하고 밖으로 나다니기를 좋아합니다. 흔히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소양인이 많습니다.
소양인은 성격이 급한 것이 특징입니다. 소음인도 급하기는 하지만 소음인은 그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반면 소양인은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을 바로 바로 드러냅니다. 그래서 남들에게 "발끈발끈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또 얼굴을 보면 가만히 있어도 마치 화난 듯한 얼굴을 갖은 사람이 많습니다. 눈초리가 위로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인상에 큰 호감을 못 주기 쉽습니다.
그러나 소양인은 자기 보다는 남의 일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 잘하며 실제 남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또 한번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바로 해 버리고 설혹 남에게 나쁜 감정을 가졌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풀어 버리지, 속으로 묻어 두고 두고두고 원한을 갚는 식의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양인은 조금만 사귀어 보면 싹싹하고 인정이 많고 누구보다도 시원시원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소양인은 바른말을 잘 하기는 해도 이런 특징 때문에 따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거기에 두뇌도 대체로 명석한 편입니다. 판단력이 빠르므로 일의 추진력도 큽니다.
다만 소양인은 한 곳에 진중하게 머무르기 보다는 앞으로 치고 나가기를 좋아하므로 일을 벌리기는 해도 그걸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소양인의 주위에 태음인이나 소음인이 같이 있다면 아주 좋은 결합이 이루어집니다. 한 사람은 번뜩이는 지혜를 내면서 앞으로 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이를 잘 조직하거나 치밀하게 챙겨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양인은 자주 이동을 하는 직업이나 아랫사람을 부리는 중간 혹은 상부의 일을 맡는 직업에 적합합니다. 활동적인 사무원, 상업, 군인 등에 적합한 체질입니다. 혹 정치를 하면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습니다.
소양인의 성질은 화를 내기 잘하면서 그걸 깊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또한 한번 슬픔에 빠지면 매우 큰 슬픔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소양인은 화와 슬픔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알아야 건강해집니다. 또한 급한 마음에 조바심이 있습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건망증이 되기 쉬운 데, 소양인이 건망증에 걸리면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기억력이란 우리 몸의 장부(臟腑)로 보면 신의 기능에 의해 유지되는 것인데 타고나기를 신기능이 약하게 타고났기 때문에 고치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소양인의 피부는 매끄럽고 엷은 편입니다. 땀구멍은 보통 크기지만 간혹 큰 사람도 있습니다. 앞머리는 성글고 뻐드러진 사람이 많습니다. 몸을 보면 흉부와 양쪽 옆구리도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간혹 살이 찐 사람도 있는데 이런 사람은 배가 나와도 아래로 축 처지기 보다는 동그랗게 나온 편입니다.  
소양인을 구별하는 특징 중의 하나가 걸음걸이입니다. 소양인은 걸음이 빠른 편입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 걸으면 멋없이 혼자서 쭉 앞으로 나갑니다. 그러면서 걸음걸이가 좀 불안한 느낌입니다. 발이 가벼우면서도 몸을 흔들며 걷기 때문에 뒤에서 보면 좀 불안한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음성은 대개 맑고 기운이 좋습니다.  
한편 소양인은 대변만 잘 통하면 큰 병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소화 기능에 자신이 있다고 과음, 과식을 하여 장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신경 증세도 많은 편입니다.


사상 체질과 음식물


사람마다 이렇듯 체질이 다르므로 먹는 음식도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잘 체하고 설사가 나기도 합니다. 현대 과학이 도입되면서 3대 영양소니 칼로리가 어떠니 말을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의미에서의 설명입니다. 옛날에 비해 영양 섭취도 훨씬 늘어났고 좋다는 음식물도 많이 먹고 있으며 음식물의 성분 분석 등이 더 발달했음에도 각종 성인병이 늘어만 가고 암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이는 잘못된 식생활의 지식이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물밀듯 들어 온 서양의 음식물은 이런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을 먹여 살려 온 우리의 역사이며 문화입니다. 우리 나라의 풍토와 그 속에서 살아온 우리의 체질에 맞게 수천 년을 두고 개발되어 온 것입니다. 그 민족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우리의 먹거리였던 것입니다.
또한 그 땅에는 그 땅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동식물이 자라납니다. 똑같은 식물을 미국에서 기를 때와 한국에서 기를 때, 그 식물은 비슷하기는 해도 성질은 전혀 다른 식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랜 역사를 두고 관찰해 보면 잘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우연히 다른 대륙으로 날아간 씨앗 하나가, 원래 자라던 풍토와 다른 풍토에서 자라면 결국 다른 식물이 되기도 합니다. 하나의 먹이사슬 안에는 그 안에서 건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런 사슬을 파괴하면 당연히 건강도 파괴됩니다. 환경 보호를 통한 생태계의 유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언뜻 모피를 입지 말자고 하면서 나체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배부른 사람들의 해프닝 정도로 보이지만 그 뒤에는 더 큰 뜻이 있는 것입니다. 한 마리의 호랑이나 악어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바로 우리를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만든 각종 오염이나 모피와 같이 일시적인 만족을 위한 소비(동물 사냥)로 파괴한 생태계의 사슬은 곧바로 우리에게 피해를 줍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형성한 먹이사슬의 한 부분인 우리의 음식 문화가 파괴되면 곧바로 우리의 건강도 파괴될 수 있습니다. 피자나 햄버거, 햄, 소시지 등 서양의 음식은 우리의 음식 생태계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음식들입니다. 편협한 민족주의를 내세우기 위하여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사회생활 모두에 맞지 않는 음식이므로 우리 몸에 해가 되기 때문에 말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중국 음식은 거의 모든 것을 기름으로 튀겨서 먹습니다. 그리고 이 민족은 돼지고기를 유달리 좋아하여 기름도 돼지기름을 사용합니다. 신선한 야채도 그냥 먹으면 좋으련만 이들은 한번 찌거나 기름에 볶아서 먹습니다. 중국 음식의 느끼한 맛에 질린 어떤 사람이 한번은 누가 초청을 해서 음식점에 갔더니 싱싱한 야채와 생선이 나왔더랍니다. 그래서 "야, 참 개운하겠다" 면서 먹으려 했더니 옆에 있던 음식점 종업원이 그 야채와 생선을 얼른 끓는 물 속에 집어넣더랍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이토록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것도 양껏 배불리 먹는데도 그런 음식 문화에 비해 성인병의 발생율이 적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이상하여 한 한의사(중국에서는 중의사라고 부릅니다)에게 물었습니다.
"중국인은 이토록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 비해 성인병이 적은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혹시 양파를 많이 먹기 때문 아닙니까 ?"
중국집에 가면 거의 모든 요리에 양파가 들어가기 때문에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양파를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양파보다는 마늘 때문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또 차를 많이 먹구요."
여기에서는 마늘의 효능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런 기름진 음식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천년 이상 중국 민족의 건강을 지켜 온 식생활의 지혜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거칠고 메마르며 먼지 등이 많은 지역(중국의 황사 현상은 우리 나라의 그것에 비하면 상상이 어려울 정도입니다)에서 살아온 민족이라서 기름진 음식이 필요한 것이며 물도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찌거나 삶거나 볶아 먹는 지혜가 생긴 것이며 지나친 기름기를 방지하기 위해 차를 일상적으로 마시면서 마늘을 애용해 온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콜라를 비롯하여 맥도날드나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등 서양 음식이 들어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써 성인병이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몇 천년을 두고 발전되어 온 그 민족의 고유한 음식 문화가, 기후나 풍토가 다른 서양의 1, 2십 년 된 음식으로 절대 대체될 수 없음을 말해 주는 대목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음식 문화는 단지 우리 것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건강을 위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우리의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라면 아무 것이나 먹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될 수 있으면 자기에게 유리한 음식을 먹어 두어야 건강에 이로운 것이기 때문에 체질과 음식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체질과 맞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는다는 식의 맹목적인 자세도 잘못된 것입니다. 사람은 잡식 동물입니다. 내가 무슨 체질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사람은 하나의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골고루 잘 먹는 것이 좋은 것이며 여기에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은 좀 더 먹고 맞지 않는다는 음식은 좀 덜먹는 지혜를 더한다면 이것이 바로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 경솔하게 자신의 체질에 맞는다는 음식만 먹는 것은 다시 고려해 봐야 할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사람이 중병에 걸렸는데 경제적인 힘도 없고 하여 자기도 모르게 먹고 싶은 것이나 실컷 먹어 보고 죽자는 심정으로 먹었던 것이 그 길로 자연 치유가 되었다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처럼 병에 따라서도 먹는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체질과 무관하게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몸이 찬 사람인데 열이 나는 병에 걸려 찬 음식을 좋아하고 또 그것이 그때는 좋은 음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나는 찬 체질이니까" 하고 따뜻한 음식만을 고집 한다면 이처럼 잘못된 경우가 또 있겠습니까 ?  
근래에 사상의학적인 바탕이나 한의학의 이해가 없이 자연식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서구의 인스턴트 식품을 먹자는 운동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특수한 경험을 기초로 이를 일반화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합니다. 현미로만 모든 병이 치료된다거나 알로에로 모든 것이 치료된다거나 하루 세시간만 자면 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자신의 부분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래서는 우연히 낫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해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기본 바탕이 되는 체질과 그때 그때의 병증을 정확하게 알아서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1. 태양인의 음식물

모든 음식은 맛과 갖고 있는 기운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걸 요즈음 말로 하면 구성 성분의 차이이겠지요. 그러나 한의학에서 말하는 맛과 기운에는 성분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어떤 음식이 차다, 덥다 하는 것은 아직 성분 분석(정량분석이나 정성분석)으로는 밝혀 내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식물과 약물의 맛과 기운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이는 오랜 임상 경험과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에 의해 밝혀진 것입니다.
태양인은 기본적으로 양이 음보다 많은 체질입니다. 그러므로 더운 것보다는 담백하고 서늘한 기운을 갖는 음식물이 좋습니다. 매운 음식은 태양인에게 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매운 맛은 대체로 열을 내면서 발산을 시키기 때문에 위를 상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태양인은 매운 맛을 경계해야 합니다.
태양인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새우, 조개 종류, 게, 해삼, 포도, 감, 앵두, 다래, 모과 등이 있습니다. 채소류는 다 좋습니다. 특히 메밀이 좋으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로리가 높거나 고단백 음식은 좋지 않습니다.
태양인에게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솔잎입니다. 솔잎은 체질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좋은 약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특히 태양인에게 좋습니다.
일상적으로 마시는 차로는 모과차나 오가피차, 감잎차 등이 좋습니다.


2. 태음인의 음식물

태음인에게는 소고기가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지방질 보다는 살코기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곡류로는 콩, 율무가 좋으며 특히 콩은 태음인이 늘 먹어도 좋은 식품입니다. 콩은 소고기 이상으로 영양가가 많고 당뇨나 혈압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보여줍니다. 콩만이 아니라 콩으로 만든 두부, 콩나물, 콩비지 등도 자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살이 쪄서 살을 빼고 싶은 사람은 매일 저녁 대신 율무죽을 한 그릇 먹으면 불필요한 군살이 빠지고 배도 든든하여 좋습니다. 해물로는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좋습니다. 이런 해조류는 체질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좋지만 특히 태음인에게 좋다는 말입니다.
과일로는 배, 밤, 호두, 은행 등이 좋습니다. 은행은 해수나 천식에 효과가 있는 등 폐와 기관지를 좋게 하므로 폐가 약한 태음인에게는 매우 좋습니다. 겨울밤 은행을 구워 먹으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습니다. 또 대변도 잘 풀리게 하므로 은행은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가 있습니다.
채소로는 무, 도라지, 연근, 고사리, 마, 토란 등이 좋습니다.
태음인의 차로는 율무차가 가장 무난합니다. 들깨차, 칡차 등도 좋습니다. 칡은 생즙으로 먹으면 주독을 풀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음인들이 술을 마시고 난 후 칡즙을 먹는 것은 매우 현명한 일입니다. 소화가 안될 때 간혹 설탕물을 진하게 먹으면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탕은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으므로 특히 청량음료 등을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태음인에게 좋지 않은 음식으로는 닭고기, 돼지고기 등입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좋지 않다고 하여 절대 먹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살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음식보다는 좀 적게 먹으라는 말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태음인은 비교적 식성이 좋아서 규칙적인 식생활보다는 폭음, 폭식을 잘하는 편입니다. 또 소화에도 별무리가 없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도 잘 먹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습성 때문에 병이 생깁니다. 중풍 환자의 60 % 이상이 태음인이라는 통계는 태음인들의 음식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 주는 것입니다.


3. 소음인의 음식물

소음인은 전반적으로 체질이 차므로 찬 음식보다는 더운 음식이 좋습니다. 또 소화 기능이 약하므로 지방질이나 날음식은 좋지 않습니다.
고기로는 닭고기, 양고기, 개고기, 꿩고기, 참새 등이 좋으며 생선은 고등어, 뱀장어, 미꾸라지 등이 좋습니다.
채소로는 시금치, 미나리, 양배추, 홍당무, 쑥갓, 감자, 파, 마늘, 후추, 생강, 고추, 들깨, 엿, 꿀 등이 좋습니다.
곡물로는 찹쌀, 조 등이 좋습니다.
과일로는 귤, 토마토, 대추 등이 좋습니다.
차로는 인삼차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외에도 계피차, 생강차, 꿀차, 쌍화차 등이 모두 좋습니다. 수삼을 사서 잘 말렸다가 가루를 낸 뒤 꿀에 재워 놓았다가 그냥 떠서 먹어도 좋고 혹은 차로 먹어도 좋습니다.  

여기에서 파, 마늘 등이 소음인에게 좋다고는 해서 다른 체질의 사람은 절대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나라 민족은 파, 마늘을 하루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민족입니다. 다만 소음인에게 더 좋다는 말이므로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소음인에게 좋지 않은 음식은 주로 찬 것입니다. 예를 들면 냉면이나 빙과류, 수박, 보리밥,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등이 좋지 않습니다.  
술로는 맥주보다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도수가 높은 만큼 위장을 버리기 쉬우므로 과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4. 소양인의 음식물

소양인도 양(陽)이 많은 체질이라 서늘한 음식이 좋습니다. 과일과 채소는 다른 곡류나 고기에 비해 서늘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과일이 소양인에게는 좋은 약이 됩니다. 특히 수박, 참외가 좋으며 채소로는 배추, 오이, 가지, 호박, 당근 등이 좋습니다.
곡물로는 보리, 팥, 피, 녹두 등이 좋습니다.
육류로는 돼지고기가 좋습니다.
차로는 산수유차, 구기자차 등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채소나 과일즙도 좋습니다.
술을 마신다면 소양인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맥주처럼 도수가 낮고 시원한 맛을 주는 술이 좋습니다.
소양인은 열이 많은 편이므로 파, 마늘, 겨자, 카레처럼 열을 내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닭고기, 개고기, 꿀 등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습니다.


사상 체질과 약의 관계

체질에 따라 음식물도 다르지만 약도 다릅니다. 약은 음식물에 비하여 맛이나 기운의 편중(偏重)이 더 심한 것들입니다. 그만큼 체질에 따라 약을 쓰지 않으면 특정한 병이 있을 때까지는 다른 체질의 약이라도 잘 맞지만 병이 다 낳은 뒤부터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인삼이나 녹용을 먹고 힘이 솟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오히려 부작용만 보았다고 합니다. 나에게 좋은 약이 다른 사람에게도 다 좋을 수 없으며 반대로 남에게 좋은 약이 나에게도 좋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마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곧 장부(臟腑)는 같아도 병이 같지 않고 병은 같아도 병이 든 장부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양약에도 피린계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나는 사람, 항생제를 먹거나 주사로 맞으면 부작용이 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제마 선생이 사상의학을 창안하시기 이전에 있던 한의학에서는 병의 증상을 보고 원인을 찾아 치료합니다. 이런 의학 체계를 변증(辨證)의학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치료하면 대개 치료가 됩니다. 그러나 고질병, 난치병에 이르면 역시 사상의학이 아니고는 잘 치료되지 않습니다. 특히 정신적인 요인과 연관된 병은 잘 치료되지 않습니다. 이런 환자들은 비교적 장기간 약을 써야 하는데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약을 오래 복용하면 몸에 좋은 영향을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상의학에 따른 치료를 하면 환자 입장에서도 고생을 덜하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체질 감별이 정확하고 그에 따른 체질 약을 쓰기만 하면 모든 병이 다 낫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 사람과 병마다 다시 음양과 허실이 나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런 것을 모두 정확히 가렸다 하여도 모든 병이 완전히 낫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병이든 한번 걸리면 완전한 건강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미리 자신의 체질에 따른 양생을 하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약을 쓸 때는 그 사람의 체질과 병의 원인, 여러 가지 증상들, 발병의 시기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약은 체질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것은 한의사의 일이지만 간혹 "나에게 무슨 무슨 약이 좋다니까 ..." 하면서 스스로 약을 짓거나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부탁하여 약을 짓는 일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약이 좋다고 무조건 먹는 것보다는 때로 차라리 먹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나 한 가지에 맹신하거나 따라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약은 한의사가 진찰을 한 후 쓰는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상식적인 선에서 각 체질에 잘 맞는 약을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아래에 열거하는 약들은 꼭 그 체질의 사람에게만 쓰이는 약이 아닙니다. 증상에 따라 어떤 환자에게나 쓸 수 있는 약들입니다. 다만 그 체질에 잘 맞는 약이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1. 태양인에게 좋은 약

태양인에게 좋은 약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태양인의 수가 적다 보니 약도 많이 개발되지 못하였습니다.
오가피나 포도근, 송절(松節), 송엽, 송화(松花), 노근(蘆根), 저두강(杵頭糠), 미후도(  挑. 다래), 앵도(櫻挑), 모과, 붕어, 순나물, 메밀 등이 태양인의 약입니다.
태양인의 약도 적을 뿐 아니라 병에 따른 처방도 적습니다. 그래서 약 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쉽게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예로 저두강이라는 것은 절굿공이에 묻은 여러 곡식의 겨를 말하는데 예전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요즈음에는 이를 구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태양인의 숫자가 적은 만큼 의료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는 말입니다.


2. 태음인에게 좋은 약

태음인의 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녹용입니다. 물론 이것도 태음인만 녹용이 맞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외에 용안육, 우황, 사향, 웅담, 의이인, 길경(도라지), 갈근 등이 있습니다.
연자육은 연꽃의 종자인데 이것 역시 태음인의 약으로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 위에서 태음인의 약으로 갈근을 들었습니다. 갈근은 일반명으로 칡입니다. 칡은 차로 들어도 좋고 생즙을 마셔도 좋습니다. 의이인은 율무입니다. 태음인에게 좋기 때문에 율무로 밥을 지어먹어도 좋습니다. 살을 빼고자 하는 분은 매일 저녁마다 율무죽을 쑤어 먹으면 좋습니다.
담배 중에 '도라지'라는 담배가 있습니다. 이는 도라지가 폐에 들어가 담을 없애고 해수를 치료하는 등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담배에 도라지를 섞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히 태음인 애연가에게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도라지의 효과를 바라기 보다는 담배의 악영향이 더 클 것이므로 도라지를 넣은 담배라고 하여 몸에 좋을 리는 없습니다.
참고로 사탕 중에 모과를 넣어서 목에 좋다는 광고를 하는 사탕이 있습니다. 그것도 {동의보감}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의보감} 어느 구절에도 그런 말은 없으며 더군다나 모과가 목에 좋다는 말은 어느 의서에도 없습니다. 아마 서양 과학에서 모과가 기침을 멎게 한다는 약리 실험을 근거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소음인에게 좋은 약

소음인의 약은 대표적으로 인삼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음인 중에도 열이 많이 나는 경우에는 잘 맞지 않기도 합니다. 이외에 계피, 황기, 익모초, 당귀 등이 있습니다.
흔히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감초(자감초)도 소음인에게 좋은 약입니다. 그러나 다른 약도 마찬가지지만 감초는 거의 모든 처방에 들어간다고 할만큼 많이 쓰이는 약입니다. 나는 소음인이 아닌데 왜 감초를 넣었는가 하는 의문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소음인은 대체적으로 몸이 차므로 더운약이 중심이 됩니다. 부자(附子) 같은 약은 매우 더운약입니다. 함부로 잘못 쓰면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음인이고 몸이 찬 경우에는 부자 만큼 빠르고 좋은 효과를 보이는 약도 없습니다.
또 이름은 비슷한데 전혀 다른 약물인 향부자가 있습니다. 이것도 소음인 약입니다. 향부자는 정말 소음인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약입니다. 우리 몸의 기를 잘 돌게 하고 맺힌 것을 풀어 줍니다. 여성의 생리도 잘 돌게 하고 간과 소화 기능도 도와줍니다. 그래서 소음인 여자의 약에 향부자가 들어가는 처방이 많습니다.
소음인의 약 중 황기는 인삼에 버금가는 좋은 약입니다. 소화 기능을 돕고 모자라는 기를 보충해 줍니다. 그래서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소화가 안되고 노곤할 때 닭에 황기를 넣고 삶아 먹습니다. 체질이 달라도 위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는 모두에게 효과가 있습니다. 삼계탕은 인삼에 닭을 함께 삶은 것을 말하는데 인삼 대신 황기를 넣어도 좋습니다. 황기는 인삼보다 열을 내는 정도가 적으므로 큰 부작용도 없어서 다른 체질의 사람에게도 좋습니다.  


4. 소양인에게 좋은 약

소양인의 약은 숙지황, 구기자, 산수유, 해삼 등이 있습니다. 대체로 신기능이 약하므로 열을 많이 내지 않으면서 신(腎)을 보(補)하는 약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소양인의 약 중 매우 좋은 효과를 갖는 것으로 숙지황이 있는데 숙지황은 말 그대로 지황이라는 풀의 뿌리를 찐 것입니다. 찌지 않고 그대로 쓰면 생지황이라고 하고 말려서 쓰면 건지황이라고 합니다. 이것 하나만 보아도 같은 약물인데도 가공에 의해(단순히 말리기만 해도) 약효의 차이가 있으며 또 이런 차이를 잘 가늠해서 써야 좋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숙지황은 좀 특이합니다. 숙지황은 말 그대로 지황을 쪄서 쓰는 것인데 그냥 찌는 것이 아니고 술에 쪄서 햇볕에 잘 말린 후 다시 찌기를 아홉 번 반복합니다. 찌는 과정과 말리는 과정에서 온갖 변화가 일어나 간과 신(腎)에 아주 좋은 약이 됩니다. 이를 구증구폭(九蒸九暴)한다고 합니다. 소양인에게는 바로 이런 숙지황을 써야 좋은 효과가 납니다.
한편 소양인은 인삼이 잘 맞지 않습니다. 인삼을 먹고 부작용이 났다는 사람은 소양인에 해당하기 쉽습니다. 특히 여성 중 소양인은 산후에 인삼을 먹으면 젖이 잘 나지 않는 수가 있습니다. 체질에 맞지 않는 약을 사용하여 부작용이 난 경우입니다. 또 소양인은 약을 체질에 맞추어 쓰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잘 나는 사람들입니다. 흔히 보약을 먹어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사람은 혹시 소양인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듯 체질에 따라 좋은 약이 다르고 때로는 부작용도 일으키므로 체질에 따른 처방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마 선생은 그의 책에서, 사람의 형상을 자세히 살피고 재삼 추리하여 치료를 할 것이며 그래도 의심이 나면 병의 증상을 다시 살펴서 의심이 없어진 뒤에야 약을 써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경솔하게 약을 써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몸에 좋다는 말만으로 이 약, 저 약을 마구 먹는 병폐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약은 병 치료의 만능이 아니다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라는 책에 보면 일반인이 읽어도 재미있는 구절이 매우 많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그 책 속의 [광제설]은 오늘날 읽어도 많은 교훈을 줍니다.
이 [광제설]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병이 나는 것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이 편중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말입니다. 지나치게 기뻐하는 것도 병이 되고 너무 화를 내는 것도 병이 되고 너무 슬퍼하는 것도 병이 됩니다.
주색(酒色), 재산, 권력도 병이 됩니다. 재산과 권력이 있으면 악한 사람이 모여드니 그 집에는 효자와 효부(孝婦)가 병에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권세를 좋아하고 여럿이 모여 무리를 이루기 좋아하고 재물을 좋아하고 교만하면 반드시 망하거나 질병이 저절로 생기며, 허영 많고 사치하는 사람은 수명이 짧아지고 게을러도 수명이 짧아지고 조급하거나 탐욕이 많아도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였습니다.
사람이 교만하면 반드시 사치와 여색을 즐기고, 사람됨이 게으르면 반드시 술과 먹을 것을 좋아하고, 사람됨이 편벽되고 조급하면 반드시 권세를 다투고, 사람됨이 탐욕스러우면 반드시 재물 때문에 죽는다고 했습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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