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가 전 국민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요즘, ‘경매’가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점가에 경매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경매 관련 방송과 강연도 줄을 잇는다. 29세 젊은 직장인 이임복씨가 직접 공개하는 경매 성공 비법.

20~70대까지 ‘경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서울 서초구, 경매가 한창 진행 중인 경매 법정을 찾았다. 그곳에는 어림잡아 2백여 명의 사람들이 경매에 나온 물건의 ‘입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입찰이 시작된 시각은 오전 10시. 자신이 원하는 물건의 입찰보증금(최저매각가격의 10%)을 누런 봉투에 넣어 판사 앞에 준비된 커다란 통에 넣음으로써 입찰이 시작됐다.

경매 법정은 처음 가본 터라, 생경한 상황에 한참을 어리둥절해 있다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20대 아가씨부터 40~50대 중년은 물론,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전 11시가 되자 공개 입찰이 마감됐고, 통에 들어 있는 봉투를 사건 번호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후, 판사는 경매가 취하된 물건에 입찰한 몇몇 사람들을 호명했고, 호명된 사람들은 판사에게 입찰 보증금이 들어 있는 봉투를 받아 갔다.

경매 법정으로 기자를 안내한 「대한민국 직장인, 부동산 경매로 재테크 하라」의 저자 이임복씨(29)가 그들을 가리키며 “저 사람들 표정이 무척 씁쓸해 보이죠. 경매에 입찰하려고 기대를 많이 하고 왔을 텐데, 저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야 하니 다들 허탈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후 판사는 본격적으로 경매 물건의 낙찰을 진행했다. 사건번호 2007-0000을 부르고, 그 물건에 입찰한 사람들을 한 명씩 호명했다. 물건은 서울 중구에 자리한 4천3백만원 상당의 오피스텔이다. 4명의 낙찰자가 판사 앞으로 나섰고, 그들 중 2명이 5천만원을 적어 최고가로 입찰했다. 최고가 입찰자가 2명이 동시에 나오자 이임복씨는 흥미롭다는 듯 “`재미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흔하지 않으니 유심히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최고가 낙찰자가 2명이 될 수는 없기에 판사는 그 두 사람에게 다시 입찰가를 적어 제출하라고 명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다시 입찰가를 제출했고, A씨는 5천2백50만원, B씨는 5천5백만원을 적어, B씨가 최종 낙찰자가 됐다. 이렇게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B씨는 법정을 나서며 10~20여 명의 대출 업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씨는 이런 광경을 두고, “대출 업자들은 보통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쫓아간다”며 “저런 상황을 처음 경험하면 마치 팬 사인회를 하는 기분이 든다”고 귀띔했다.

경매 법정을 나오며 이씨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죠?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부동산에서도 경매 대행을 해주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했다.

1 경매 법정에서 물건을 입찰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2 입찰 서류와 보증금을 넣는 봉투.
내가 일하지 않아도 누군가 대신 돈을 벌어준다면
이씨는 경매가 돈이 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모의 투자를 통해 충분히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누군가 낙찰을 받았다고 하면 왠지 불안해져서 빨리 낙찰을 받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예요. 그런데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잖아요. 처음부터 직접 돈을 투자하지 말고, ‘어떻게 그 물건을 낙찰받았을까’, ‘이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얼마에 임대를 놓아야 할까’ 등을 먼저 고민해보세요.”

투자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든 결과는 자신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단다. 특히 초보 투자자들은 어려운 법정 용어나 법률적 지식을 습득하고, 실전을 통해 깨달은 자신만의 경험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 등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이씨에게 ‘수많은 재테크 중에서 왜 하필 경매를 택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경매는 내 돈을 투자하는 순간부터 최소한의 수익률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매의 매력은 바로 ‘시세보다 싸게 집이나 땅을 구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시세보다 싼 가격에 낙찰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이에 이씨는 “요즘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시세와 비교해서 경매가가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며 “낙찰받은 물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씨는 경매는 최고의 돈벌이 수단, 최고의 재테크라기보다 ‘임대 수입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A씨가 5천만원짜리 빌라를 3천만원에 낙찰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집을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하고, 1천만원은 연이율 10%에 대출을 받았다고 치자. 낙찰금 3천만원 중에서 1천만원은 대출금, 1천만원은 보증금으로 회수했으니, 자기 돈은 결국 1천만원만 들어갔다.

여기에 임대 수익률 12×30만원 = 360만원에서 대출이자 100만원을 빼면, 총 260만원의 수익이 나는 것이다. 1천만원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 대신 돈을 벌어준다니 이 얼마나 기쁘고 흥분되는 일일까.

경매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지는 마라
이씨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경매를 하고 있다. 과거 자산관리회사를 2년 동안 운영하면서 3억원으로 20억까지 돈을 불린 경험도 있지만, 그는 다시 부동산 관련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 ‘e-러닝’ 교육에 관련된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학교를 세우는 것이 그의 숙원이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경매를 하는 거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경매를 하는 게 아니라고 이씨는 강조했다.

이씨 주위의 지인들은 “정말로 직장을 다니면서 경매를 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이에 대해 이씨는 “물론이다”라고 답한다. 과거 자산관리 일을 할 때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10~11시에 퇴근했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그 당시 ‘4건의 경매’에 낙찰을 받았다. 그 네 건의 물건에 낙찰받기 위해서 적어도 열 번 넘게 입찰하고, 스무 건이 넘는 물건을 보러 다녔다고 하니, 그의 부지런함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경매를 한다고, 맡은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 일을 더 쉽고 빨리 끝낼 수 있어야 경매를 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직장에서 프로가 돼라”고 강조한다. 또 경제 신문과 책을 많이 읽으면서 경매와 부동산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디가 분양이 잘 되는 곳인지’, ‘어느 곳과 전철이 연결되어 있는지’ 등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또 ‘주가’와 ‘부동산’은 서로 긴밀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 시장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

이씨는 경매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낙찰받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는데, 매달 이자 낼 돈이 없다면 그 또한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바라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경매를 선택했다면 ‘경매하는 프로 직장인’이 되는 길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지금은 경매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경매를 통해 인생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라는 것. 경매를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차근차근 종자돈을 모으고 공부를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는 찾아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가 직접 살아도 괜찮겠다 싶은 집을 찾아라
경매의 절차를 간단히 살펴보면, 첫 번째는 입찰하고 싶은 물건을 찾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직접 찾아가서 그 물건을 확인하고, 세 번째는 경매일에 경매법원에 가서 입찰을 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낙찰받았을 경우 해당 기일까지 잔금을 납부하고, 다섯 번째는 거주하고 있는 소유자와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임대나 매매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6가지 절차 중에는 꽤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그런 문제들을 효율적으로 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번째 ‘물건 찾기’는 집 근처에서 찾는 것이 좋다. 물건이 집 근처에 있다면, 그 집 옆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지하철역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근처에 병원과 상가는 구비되어 있는지, 우범 지역은 없는지 등에 대한 답을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

두 번째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확인하는 과정(임장)’인데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1. 전입세대열람(정보지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지, 세대합가인지) 2. 위치 및 주변 시설(지하철, 버스정류장, 4차선 도로, 편의점, 시장과 마트, 소음, 초·중·고등학교 유무) 3. 건물 내외부(창고, 계단, 건물 외벽, 주차장 등)의 청결도 4. 물건 내부(방의 개수, 채광, 주방과 화장실 청결도, 보일러, 인테리어, 수도와 가스 고장 여부) 5. 점유자(세대 구성, 이사 가능성 여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이임복씨는 직접 찾아가서 물건을 확인할 때는 반드시 현 거주자를 만나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겨울이면 상수도가 터지지 않는지, 여름에는 하수구가 역류하지 않는지 등 세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요. 또 지하철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보는 것도 좋고요. 결국에는 내가 직접 들어가서 살아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해요.”

세 번째는 낯선 법원에서 실수 없이 ‘입찰’하기다. 입찰 당일에 준비해야 할 것은 ‘주민등록증, 도장, 입찰보증금’이다. 또 일찍 도착해 ‘입찰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종종 경매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사건 서류를 열람할 때 세입자가 소유자의 은행 대출금을 갚았는지(대위 변제)도 꼼꼼히 체크하자.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 역시 입찰 당일에 꼭 해야 할 일이다. 입찰보증금은 최저매각가격의 10%를 봉투에 넣어 제출하는데, 이 금액은 입찰에서 떨어졌을 경우 되돌려 받는다.

경매를 시작하기 전,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라
네 번째는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최고가 매수인은 낙찰일로부터 7일 후 법원으로부터 ‘매각허가결정확인서’를 받는다. 만약 이날까지 ‘매각허가결정확인서’가 오지 않으면, 그 물건의 이해관계인들이 7일 이내에 ‘항고’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 법원으로부터 ‘대금납부통지서’를 받았다면 잔금을 치르면 된다. 이때 거주할 목적이 아니라, 임대 수익과 시세 차익을 노리는 거라면 대출을 통해 본인의 현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는 거주하고 있는 소유자와 세입자를 내보내는 것(명도)이다. 낙찰받은 집에 아무도 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소유주나 세입자가 살고 있다. 낙찰자는 이들을 내보내야 임대 혹은 매매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돈도 없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이사 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살고 있는 사람과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낙찰자는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낙찰자가 인도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은 심사를 통해 점유자를 강제 퇴거시킬 수 있다. 인도명령은 매각 대금 완납 후 6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만약 6개월이 넘으면, ‘명도소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섯 번째는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일이다. 임대는 최대한 비어 있는 기간이 없도록 해야 하며, 최저 비용으로 집수리 등을 마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이임복씨는 “경매는 투자한 금액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일수록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하는 게 좋다”고 특별히 당부했다. 또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마음이 섰을 때 경매를 시작하라고 말했다.

“결국, 경매도 재테크 수단이잖아요. 어떻게 돈을 벌어서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충분한 공부와 실전 경험을 쌓은 사람만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자칫 평범할 수도 있는 그의 조언이 명언처럼 느껴졌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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