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방문한 이들은 먼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해외 유명 휴양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통영 시내,수십 개에 달하는 섬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다음으로는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색을 반영한 독특한 먹을거리에 푹 빠진다. 여기에 통영의 문화예술까지 접한다면 이 도시를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낯선 곳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광 안내책보다 택시기사의 안내가 더 유용하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한려수도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한산도와 여수를 잇는 물길입니다. 시간이 되면 꼭 한려수도에 있는 섬들을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해저터널이나 아름다운 야경도 꼭 보시고요. 통영이 인구 대비 예술인들이 세계 최대인 건 아시지요? 얼마 전 열린 통영국제음악제도 유명하고요….”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술술 풀어놓는 기사 아저씨의 통영 자랑은 끝이 없다.

역사 유적이 아름다운 통영 시내
여행은 충무김밥을 먹는 것으로 시작됐다. 통영 시내의 아름다운 항구인 강구안을 따라 충무김밥집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택시기사뿐 아니라 통영 주민들이 손꼽는 원조는 바로 뚱보할매 충무김밥. 창업주는 70년 전 쉽게 쉬지 않은 충무김밥을 발명했고, 그것이 지금은 통영의 명물이 됐다. 지금은 며느리가 이어받아 그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맑은 장국 역시 구수함과 깔끔함이 일품이다.

식사가 끝났다면 강구안을 따라 걸어볼 것을 권한다. 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도 볼거리고, 정박해 있는 오징어잡이 배도 재미있다. 언덕길 위에 자리한 통영시민회관에 오르는 것도 좋다. 이곳에 서면 통영의 아름다운 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야경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시민회관에서 내려와 조금만 걸으면 부근의 유적지들에 다다른다.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인 충렬사에서는 일 년에도 몇 차례씩 충무공을 위한 전통의례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사당을 비롯해 동서재, 경충재, 숭무당, 비각, 전시관, 강한루 등 건물 17동과 5개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조팔사품을 비롯해 지방유형문화재인 충렬묘비와 지방기념물인 동백나무 등 많은 동산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충렬사에서 채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병관이 있다. 임진왜란 때 삼남의 군사를 모았던 곳이 바로 통영이다. ‘통영’이라는 이름도 이곳에 ‘삼도수군 통제사영’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 통제영지의 객사가 바로 세병관이다. 현판의 길이만 2m가 되는, 영남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건물이다. 정면 9칸, 측면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웅장한 건물로 모든 칸은 창호나 벽체를 만들지 않고 통칸으로 개방했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통영 시내를 대표하는 통영대교와 해저터널 그리고 운하가 있다. 한국의 유일한 3중 교통로다. 운하 밑으로 뚫린 해저터널로는 사람들이 다니고, 그 위에 걸린 통영대교로는 자동차가 다니며, 운하로는 바다 조수와 상관없이 배들이 오간다. 통영대교는 미륵도와 육지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다. 무지개 모양으로 건립된 다리는 낮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완성한다. 운하와 해저터널은 일제시대에 건립됐고, 해저터널은 동양 최초라 역사가 깊다. 완공 이후 30년 동안은 차와 사람이 함께 다녔지만, 충무교가 설립된 뒤부터는 차의 통행이 금지됐다고 한다. 해저터널 안의 모습은 지하도를 연상하면 쉽다.

한산도, 사량도, 매물도… 남해의 아름다운 보석들

통영에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존재한다. 이 섬들은 큰 섬들의 이름을 따 크게 사량면, 한산면, 욕지면으로 나뉜다. 이 중 한산면의 가장 큰 섬인 한산도는 통영 시내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30분 만에 도착한다. 30분마다 다니는 배는 제승당 입구 부근에 닿는다. 제승당은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의 충절을 기리는 성지다. 지금의 모습은 박정희 정권 때 증축,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제승당 앞바다는 통영에서 8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바닥이 보이는 맑은 바다와 만을 이루고 있는 자연 경관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또 제승당 입구로부터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아름다운 길은 상쾌한 산책로다.

제승당만 돌아보기 아쉽다면, 한산도 섬 전체를 둘러보자. 차가 없더라도, 배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해안도로를 끼고 섬 전체를 한 바퀴 돈다. 사실 특별히 볼거리는 없다. 김 양식장이나 소박한 마을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관광지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버스는 정확히 배 시간에 맞춰 다시 출발점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배를 놓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한산면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매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다. 통용시내에서 조금 멀지만 막상 가보면 그 절경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관광지다.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를 통틀어 부르는 말로, 흔히 소매물도와 등대도를 합쳐 소매물도라 부르는데 이 사이의 해안 암벽이 장관을 연출해 통영 3경이라 불린다. 섬 서쪽과 남쪽 해안에 자리한 기암괴석은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용바위, 부처바위, 병풍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이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둘러서 있고, 이 사이로 입을 벌리고 있는 글씽이굴은 매우 좁아 배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도는 조수가 빠져 나가면 걸어서 건너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다. 소매물도는 동백나무가 자연림을 이루고 있으며 등대도는 섬등성 전체가 잔디로 덮여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붙은 이름 사량도.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사량도는 크게 상도와 하도로 구분된다. 상도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산과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다. 사량도에서 가장 유명한 옥녀봉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행 코스지만, 암봉 고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꽤 험하다.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 로프 사다리 등 기초 유격 코스가 재미를 더한다.

낚시에 관심이 있다면 욕지도를 찾자. 도미의 일종인 감성돔, 볼락의 보고이고, 주옥과 같은 낚시 포인트가 많아 사시사철 낚시 애호가를 불러 모으는 섬이다.

통영을 더욱 빛나게 하는 문화예술
통영은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예술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태어난 곳이고, 작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화가 전혁림 등이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특히 윤이상은 평생 고향인 통영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영 시내 그의 생가 앞 도로는 윤이상 거리로 지정되어 있고, 입구에는 그의 흉상을 비치해놓았다. 그의 업적을 기려 통영은 음악도시로 거듭났다. 매해 국제 규모의 통영국제음악제가 봄 시즌, 가을 시즌에 열린다. 더구나 이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연주자나 단체로, 매해 남부 지방의 음악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축제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축제인 경남음악콩쿠르 역시 세계의 재능 있는 예비 음악가들의 경합의 장이다.

여기에 청마 유치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은 어떨까? 통영 시내에 자리한 청마문화관은 여러 테마로 구성됐다. 청마를 비롯한 통영 출신 유명 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청마의 생애’, ‘청마의 문학’, ‘청마의 발자취’ 등으로 유치환의 삶을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친절한 도우미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장소인 시민문화회관 부근에는 다양한 문화 유적이 자리해 있다. 조각공원에는 15명의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영화 촬영기념 비와 유치환의 ‘깃발’ 시비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박경리의 생가가 있으며, 조금 더 걷다 보면 시조시인 김상옥의 생가도 둘러볼 수 있다. 또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이 통영에 머물렀던 시절 살았던 집도 보존되어 있다.

모두 역사적으로 귀중한 의미를 지닌 명소지만, 통영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한국 10대 거장에 속하는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이다. 올해로 92세가 된 전 화백은 아직도 통영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미술관을 방문하면 그간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완성되지 않은 작품과 마르지 않은 물감을 만날 수 있다.

통영에서는 화장실도 문화적이다. 여객터미널 화장실에는 윤이상이 직접 작곡한 어느 학교의 교가가 붙어 있고, 제승도 관광지 안의 화장실에는 전혁림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 그리고 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을 다수 배출한 이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도시 통영이다.

여행 정보

1 그밖에 볼거리

연화도 용머리
통영항에서 남쪽에 자리한 연화도는 통영시 관내 섬 중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한 섬으로 의미가 깊다. 바다에 핀 연꽃이란 뜻인데, 실제로 북쪽 바다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은 꽃잎이 하나하나 겹겹이 봉오리 진 연꽃 형상이다. 사방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경관이 빼어난 데다 연화도사가 비구니 3명과 함께 수도했다는 서낭당(실리암)과 도승들이 부처처럼 모셨다는 전래석(둥근 돌) 등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용이 대양을 항해 헤엄쳐 나가는 형상인 용머리는 이 섬의 빼어난 절경이다.

달아공원
국내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는 곳이다. 통영시 남쪽의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있다.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달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5분 정도 공원길을 올라가면 여유롭게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이곳에 서면 작은 바위섬부터 멀리 욕지도까지 수십 개의 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통영 전통 공예관
통영시 미륵도 관광 특구에 위치한다. 통영에서 나는 전복, 소라, 조개껍데기로 만든 통영나전칠기는 물론, 통영갓, 통영소반, 통영소목, 통영대발, 통영누비, 통영부채, 통영전통비연, 통영에서 나는 동백씨에서 동백유와 동백워터를 추출해 만든 동백화장품 등 통영에서 생산되는 각종 특산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특히, 4백 년 전통의 통영나전칠기는 문양과 색깔이 신비하고 화려해 전국 최고품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의 055-645-3266

2 가는 방법
서울, 경기 지역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JC에서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다.

3 맛집
오미사 꿀빵_ 1960년대부터 사랑받아온 통영의 명물. 앙금이 들어간 동그란 도넛에 달콤한 시럽을 묻히고 깨를 뿌려 만든 빵이다. 기름에 튀겨낸 도넛이지만,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앙금은 달지 않다. 그날 만든 양만 다 팔고 문을 닫기 때문에 늦지 않게 찾아가야 한다.

뚱보할매 충무김밥_ 충무김밥의 원조로 꼽히는 집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유명하다. 지금은 서울 등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통영에서 맛보는 김밥은 통영에서 난 좋은 김과 신선한 오징어 등으로 더욱 맛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맑은 장국 또한 구미를 돋운다.

분소식당_ 도다리 쑥국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 메뉴다. 통영에서는 예부터 봄철 보양식으로 먹었다. 도다리 한 마리, 쑥과 봄나물, 무 등을 넣어 맑은 국물을 냈다. 보들보들한 하얀 도다리 살은 입에서 그대로 녹고, 향긋한 쑥 향과 봄나물의 조화도 일품이다.

4 쇼핑
통영은 세계적으로도 질 좋은 해산물로 유명하다. 굴은 국내 생산량의 70%에 달하고, 일본, 미국, 동남아까지 수출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굴을 비롯한 해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통영에 가면 반드시 멸치나 건어물을 사야 한다. 통영 멸치는 건조 방식이 뛰어나 짜지 않고 맛있다. 관광객 대상이 아닌, 현지인들이 다니는 통영항 여객터미널 앞에 자리한 서호시장에서 구입하자. 작은 멸치 1kg에 1만5천원, 국물용 멸치 1kg에 1만원대. 통영 김 또한 유명하다. 돌김 8천원, 일반 김 6천원선.

5 숙박
미륵도 관광 특구에 자리한 충무 마리나 리조트(055-643-8000, www.kumhoresort.co.kr/chungmu)는 요트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스포츠의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여객선 터미널과 충렬사 부근에 자리한 충무비치호텔(055-642-8181)은 관광하기에 편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통영펜션(typension.co.kr)을 이용하자.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두경아, EK 통영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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