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에 가면 다정했던 첫사랑이 떠오른다. 사시사철 불어오던 싱그러운 바람과 봄볕 아래 나른한 낮잠을 즐기던 구멍가게 고양이도 떠오른다. 골목마다 흐르는 발걸음조차 정겨운 그 곳, 청파동에 가보자.

5월의 청파동은 분홍 벚꽃 잎으로 물들었다.
청파(靑坡)동은 ‘푸른 고개가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서울역에서 용산으로 향할 때 보이는 그 언덕이 바로 청파 언덕이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내려 숙명여대를 지나 효창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남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다다른다.

청파동1가 배문중·고교가 자리한 연화산은 산 모습이 연꽃 봉우리 같다 하여 ‘연화봉’이라 불리었다. 매년 한강 둔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청파동에는 학교가 많다. 특히 청파3가에는 선린중학교,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 신광여중·고교가 있어 등하교 시간 교복 입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청파동의 가장 큰 얼굴은 숙명여대다. 신촌이나 홍대 앞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풍경 속에 젊음의 생기가 넘쳐난다.

작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카페와 옷가게를 구경하다 보면 언덕을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5월은 축제의 싱그러움이 청파동을 가득 채우는 달이다. 축제가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학교를 찾는 이들로 작은 동네는 북새통을 이룬다.



1 노란 개나리가 하얀 벽돌에 수를 놓는다. 2 학생들이 학교 앞 노천카페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다.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번화가 뒤로 어디론가 길을 안내하는 골목이 숨 쉬고 있다. 너무 오래되어 낡은 돌계단도 아니고 을씨년스럽게 버려진 골목도 아니다. 곳곳에 꽃이 피고 바람이 일렁이는 살아 있는 골목이다.

1 동네 어귀에 있는 꽃집. 2 노란색 외벽이 눈길을 끄는 액세서리 숍. 3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골목 안.
숨바꼭질하듯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와 마주친다. 한가득 장을 보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정겹고 따뜻한 청파동 산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발표되며 청파동 일대의 낡은 주택 대지 지분이 급등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청파동은 오늘도 평화롭기만 하다.

숙명여대 캠퍼스에 봄꽃이 가득 피었다.
▶청파동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로 나와 갈월 지하차도를 지나면 숙명여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숙명여대가 나오고 숙명여대를 지나 효창공원에 다다른다. 가운데 큰 길 주변, 샛길로 이어지는 골목도 놓치지 말고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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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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