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그 기쁨을 모든 산모들이 누리는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10명의 산모 중 산후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산모가 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것이 지상 최대의 관심사가 아닌 현실에서, 임신은 행복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 산후우울증 그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산후우울증의 증상
□ 출산 후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 불면증이 오거나 잠만 자고 싶어진다.
□ 산후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
□ 현저하게 식욕이 떨어진다.
□ 육체적인 고통과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 기억력이 쇠퇴하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 성욕이 상실된다.
□ 계속적인 피로와 무기력감에 시달린다.
□ 아기에 대해 무관심해진다.
□ 아기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을 쏟는다.

종류와 증상
산후에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으로 가장 약한 형태의 우울증이다. 출산 후 의욕과 식욕을 상실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하며 많게는 85%에 달하는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산후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은 산후우울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좀 더 늦게 발병하고 그 증상도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산후우울증’은 이 경우를 일컫는다.

전체 산모의 10~20% 정도가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고 있다. 세 번째는 산후정신병(Postpartum Psychosis)이다. 가장 극심한 형태의 산후우울증으로 전체 산모의 0.1~0.2%에서 나타나는 흔하지 않은 질병이지만, 아이를 빼앗긴다거나 이혼을 당할 것이라는 등의 피해망상이나 환청에 시달리는 등 그 증상은 극단적이다. 유아 살해와도 연관되는 질병이 바로 이 산후정신병이다. 산후우울증은 산후 4주를 전후로 발병하지만 드물게 출산 후 수일 이내 혹은 수개월 후에도 발병할 수 있다.

증상은 보통의 우울증과 유사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유 없는 죄책감 등으로 괴로워하며 심각해지면 자살과 유아 살해의 강박관념이 따르기도 한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이유 없는 두통과 갑갑증이 가장 많다. 그밖에도 어지럼증이나 건망증, 식욕 저하, 가슴 통증, 소화불량, 손발 저림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발병 후 3~6개월 후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1년 이상 산후우울감 상태가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원인
산부인과에서는 산후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호르몬의 변화를 지적한다. 임신 동안 고농도로 유지되며 임신을 유지시키던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지며 뇌신경전달물질 체계를 교란시켜 우울증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호르몬의 영향 외에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며 분만 후의 피로와 수면장애, 충분치 못한 휴식, 양육에 대한 부담과 걱정 등 생활과 신체상의 변화가 산후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 산후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자연분만과 제왕절개가 산후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 다만 자연분만을 한 경우 심리적으로 아이에 대한 애착이 더 크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모유 수유 역시 분유 수유와 생물학적 차이는 없지만, 모유 수유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산모와 아이의 안정감과 애착을 높이는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산후우울증은 아이의 발달과 가족의 행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데, 산후우울증을 겪은 산모의 아이는 정서적인 문제나 발달상의 문제가 있는 아이로 자라기 쉽다. 엄마의 우울증이 지속되어 양육을 게을리 했거나 아이와 정상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아이에게서 반응성애착장애라는 병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응성애착장애는 엄마가 아이의 욕구를 적절하게 만족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소아 질병으로 자폐나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구체적인 증상으로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학습 능력이 떨어지며 신체적 발달도 느려진다. 이러한 애착장애가 아니라도 우울한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전반적인 심신의 발달도 늦다. 산후우울증은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 등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남편은 아내의 우울증으로 인한 2차적인 갈등을 겪으며 심한 심적 부담을 안게 되고 심한 경우 이혼에 이르는 케이스도 많다.

치료와 예방
산후우울증의 적절한 치료 방법에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적인 경우, 전에 산후우울증이나 우울증을 앓았던 병력이 있는 경우다. 수유시에는 약물치료를 위한 상담이 선행된다. 증상이 심하고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정신치료는 약물치료로 별 효과가 없을 경우 필요하다. 산모 개인의 정신치료뿐만 아니라 부부치료나 가족치료 등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는 산후우울증 치료에 가족의 절대적인 지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이 치료 과정에 관심을 갖고 아내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다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가벼운 운동과 산책, 여행을 함께하는 것도 산후우울증 예방에 좋은 방법이다. 치료기간은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년 이상으로 보고 있다. 치료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산모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산모들이 늘어나고 그 정도 역시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에게 가족의 도움이 절대적인 만큼 가족의 따뜻한 격려와 지지가 산모에게 가장 좋은 약이다.

글 / 노정연 기자 도움말 / 김진세(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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