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은 지난달과 다를 게 없다. 밀, 곡물 등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남미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유일하게 좋은 소식이다. 정성기 매니저는 개인적인 투자 비법의 일부를 공개했다. 찬찬히 읽어나가면, 합리적인 투자법의 일부를 배울 수 있다.

중국엔 대체 무슨 일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시장 변동에 대한 내구력이 생겼다. 수익률 하락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정성기 매니저는,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포트폴리오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특별히 조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중국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의 중국 펀드가 어떤 시장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중국 펀드’라는 말은 일종의 고유명사가 됐다.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폭발적인 펀드 수익률을 기점으로 너도나도 중국 펀드를 사 모았다. 펀드 투자를 시작한 것도, 추이를 따라가며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도 중국 펀드가 계기가 됐다. 그러나 자세히는 몰랐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중국 펀드’는 엄밀하게 따지면 주로 홍콩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에는 내국인 전용 시장과 외국인 전용 시장이 있습니다. ‘갑’이라는 기업이 양쪽 시장에 다 상장돼 있죠. 중국 내륙 시장과 홍콩 시장입니다.”

중국 내륙의 경제 지표를 대표하는 것은 ‘상하이 종합지수’다. 한국 투자자들이 가입한 대다수 중국 펀드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은 항셍지수로 대표되는 홍콩 시장이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작년 10월의 고점 6,124에서 지난 2월 말에는 4,182까지 주저앉았다. 31.7%나 내려선 수치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지난해 11월 고점에는 20,609였지만 2월 말에는 13,202까지 물러섰다. 36% 하락했다.

“내륙을 볼 때는 상해 시장을 주로 봅니다. 같은 기업이 홍콩에도 상장돼 있죠. 중국 시장의 해외 자금 조달을 위한 겁니다. 중국 내륙은 자본 시장 발달이 덜 돼서, 중국에 상장을 하고 증자해도 사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홍콩이라는 선진 시장에도 상장하는 거죠.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투자를 하도록 해 기업이 보다 쉽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지난해 중국 시장은 폭발 직전까지 갔다. 수직 상승의 기저에는 ‘주식 직통열차(Stock Through Train)’라는 중국 정부의 ‘홍콩 직접 투자 계획’이 있었다.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이다. ‘주식 직통열차’는 홍콩과 중국 본토를 직접 연결하는 열차 편 이름이다. 중국 정부의 홍콩 직접 투자 계획은 지난해 8월 말 발표된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에 홍콩 증시를 40~50%가량 급등시킨 초대형 호재다. 한국의 ‘중국 펀드 열풍’과 일치한다.

“상해, 텐진 쪽이 고평가돼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홍콩장은 40% 정도 저평가된 시장이죠. 같은 기업이 상해 시장에서 100에 거래가 되고 있을 때 홍콩에서는 60 정도로 평가절하돼서 거래가 됐던 겁니다. 중국 본토 투자는 아주 제한돼 있습니다. 주로 홍콩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죠.”
홍콩 증시 상승분의 절반가량이 빠진 원인은 ‘직통열차’ 계획의 연기에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직통열차 계획 연기 시사 이후 홍콩 주식은 급락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정성기 매니저는 올해 중국 시장에는 두 가지 긍정적인 흐름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이 직통열차 계획이 전국인민회의에서 다시 논의 중이라는 겁니다. 다시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중국 내륙의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중국 증시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죠. 조만간 본 궤도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의 하락은 중국 정부의 조정이 원인이었다. 기업 공개를 금지하고 신규 펀드 설정도 금지했다. 직행열차 계획도 연기했다. 과열된 중국 증시를 식히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지난달부터는 신규 펀드 설정도 시작했고, 거래세 인하 소식도 들리고, 직행열차 계획도 다시 가동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니까요.”

중국은행(BOC, Bank of China)은 최근, “직통 열차 계획의 기술적인 세부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기와 조건이 허락하면 언제든지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재정부와 증권감독위원회, 은행감독위원회는 직통열차 계획에 반대한다. 홍콩 시장으로의 막대한 자금 유출로 중국 본토 증시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스톡 다이제스트의 짐 트리픈 편집장은 올 초, “2008년 최대 투자 변수는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인의 직접 투자 계획”이라며 “(계획이 시행될 경우) 거센 중국발 ‘매수 물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
지난 3월 14일, 코스피는 1,600.2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9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디어는 ‘증시 1,600선 턱걸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하락과 회복을 반복하고 있는 코스피지수를 바라보는 마음은 답답하다. “어차피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데는 ‘인내’ 이상의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정성기 매니저의 조언은, 한국 시장에 대한 전반의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의 흐름도 포함한다.

“지금, 시장에는 2천조의 자금이 풀려 있습니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르는 액수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건 주가 상승의 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만 안정되면 주가는 오를 수 있다는 거죠.”

부동산도 올랐다. 일산, 평촌, 목동 등은 상대적으로 하락했지만 강남은 상승했다. 고가 주택들은 가격을 내리고 있다. 작게는 5%부터 많게는 10% 정도의 하락 폭이다. 비싼 주택에 투자해서는 매매차익을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8~9억씩 하는 집을 매입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출 규제도 있고, 자금의 출처도 명확해야 하죠. 고가 주택을 매입하기는 힘든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여유자금은 뉴타운이나 서울에서 마지막 저평가 구역인 노원구 등으로 가는 겁니다.”

1기, 2기 신도시인 파주, 동탄, 화성보다는 서울 사대문 안, 강북 뉴타운 등 재개발 구역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만, 이미 많이 올랐다. 가시화되고 있는 ‘종부세’ 폭탄도 근거가 된다. 6억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과세 대상이다.
“고급 주택을 가지고만 있어도 과세 대상이 되고, 부동산 투자는 여의치 않습니다. 메리트가 떨어지죠. 딱히 돈이 갈 만한 곳이 많지 않아요.”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흐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정성기 매니저는 국내 적립식 펀드 설정액도 공개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총액과 지난 2006년 3월 기준의 설정 총액을 비교하면 얼마만큼의 돈이 펀드로 모이고 있는지 알수있다. 국내 주식은 2,000을 찍고 1,600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저가 매수의 메리트를 생각해서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내 적립식 펀드 중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백32조 정도 됩니다. 국내 주식의 60% 이상이죠. 주식 투자 금액까지 합치면 1백45조가량의 금액이 주식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3월,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8조에 불과했다. 2년 후엔 1백32조로 늘어났다. 가파른 자금 유입이다.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1월 말에서 2월 말 사이에도 9조가량의 돈이 주식형 펀드로 몰렸다. 지난 1월 말에는 1백21조였다.

“여기에 MMF(머니마켓펀드, Money Market Fund) 잔고 추이를 더해보죠. MMF 잔고는 지난 2007년 말 기준으로 약 47조원이었습니다. 이후 두 달 만에 66조까지 올랐죠. 주가가 빠지면서 MMF로 자금이 몰렸습니다. 투자대기성 자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금의 유동성 측면에서, 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죠.”

한국의 상황만으로 증시를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의 하락장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부터 촉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자금의 유동성은 축소됐다. 손실이 거듭되고 있다. 돈이 증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등의 선진 시장도 마찬가지다.

“선진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제3국에 투자하던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인도 시장의 급락 원인이 거기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서브프라임의 충격을 완화한다면 극복의 가능성도 있다. 정성기 매니저는 “2008년 상반기는 힘들겠지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2009년, 2010년은 상당히 큰 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자, 이제 투자 비법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리서치 센터에서 각각 주가의 저점과 고점을 발표합니다. 저점은 1,620, 고점은 2,400이라는 분석이 있었죠. 일반인의 경우,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저점과 고점을 예측하고 행동에 옮길 수 없기 때문이죠.”

정성기 매니저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저점과 고점에 ‘10% 룰’을 적용해 투자 시기를 결정한다. 주식도, 펀드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지만, 무조건 쥐고 있다고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라는 투자의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10%룰에 따라 투자를 합니다. 남들이 얘기하는 저점이 1,620이라면 우리의 매수 타이밍은 거기에 플러스 10%, 즉 1,782 포인트 정도 되는 거죠. 저점이 1,500이라고 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때는 1,650 정도가 매수 타이밍이 됩니다. 여유자금을 몽땅 투자하면 안 됩니다. 자금의 30%~50% 정도만, 분석이 어긋날 수도 있으니까요.”

주가가 예상 저점 1,620을 깨고 내려갈 수도 있다. 더 기다릴 때다. 1,600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반등한다면, 1,650 정도에서 매수하는 것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매일 전 세계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전문 투자자가 아닌 이상, 정확한 저점에 맞춰 매수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저점과 고점은 과거의 경험치와 한국의 전망 등을 분석한 겁니다. 일반인이라면 ‘10% 룰’에 따라 일단 매수를 시작하자 이거죠.”

고점을 2,400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무리다. 분석과 일치하는 고점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고점의 마이너스 10%, 즉 2,160 정도가 됐을 때 매도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가가 얼마나 더 빠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1,500 선이 무너지면 분명히 1,300 얘기가 나올 겁니다. 그때는 1,400 선이 깨지는 언저리에서 매수를 하는 거죠. 제 방법이에요(웃음).”

주가가 오르면, 팔지 않고 더 오르기를 기대한다. 매수도 마찬가지다. 하락장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 기관에서 예측한 고점과 저점 구간. 거기에 플러스 마이너스 10% 구간을 벗어나는 일은 드뭅니다. 전쟁이나 서브프라임 같은 사건, 혹은 굉장한 호재가 아닌 이상은 상단을 뚫고 갈 에너지가 생기지 않아요. 주식은 심리 싸움이기도 합니다. 일방적일 수는 없어요. 이건 어느 책에도 안 나온 얘기예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분석된 고점의 -10% 정도에서 일부를 매도하고, 역시 저점의 +10% 선에서 여유자금의 일부를 매수하라는 것이 정성기 매니저의 ‘10% 룰’이다. 근거 없는 희망을 버리는 데도, 하락장에서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랜만의 에필로그
“제목을 보시면 알겠지만, 지난해 ‘내년 내집 마련을 목표로…’로 시작한 기사 타이틀이 1월부터 ‘올해’로 바뀌었어요. 올해 안에 독립자금을 다 마련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 된 거죠(웃음)”

은근히 정성기 매니저를 압박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올해 안에 전세자금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근거 없는 비관이 아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넨 말에 정성기 매니저는 진지하게 대답한다.

“전세 가격이 많이 뛰어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뛰는 것은 뛰더라도, 부동산보다 수익률이 더 나면 되니까,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죠. 지금은 시드머니를 만드는 중이니까, 올해…보다는 2년 정도 더 바라보는 게 어떠세요(웃음)?”

투자에 ‘욕심’보다 큰 적은 없다. 욕심을 품는 순간 ‘투기’가 된다. 지금 투자하고 있는 금액으로 올해 안에 수천만원의 시드머니를 마련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리얼리스트가 돼라. 그러나 가슴에는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체 게바라가 말했다. 올해 안에 독립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꿈’, 리얼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찬찬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1960년대 저항운동의 상징인 체 게바라의 명언을 ‘투자’에 대입하는 건 난센스지만, 그저, 살짝 웃자고 하는 말이다. 상승 기미가 희미한 주식 시장의 우울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보자는 의미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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