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전국 투어 콘서트를 앞둔 김장훈의 연습실은 에너지로 넘친다. 공연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는데다 그가 손수 준비한 도시락 이벤트에 모두가 즐겁다. 음악과 수다, 맛있는 음식이 어우러진 유쾌한 데이트 현장.


김장훈, 멤버들을 위해 도시락 파티를 열다
밤 10시, 서울 영등포의 한 연습실을 찾았다. 요란한 음악소리와 시끌벅적한 수다가 어우러진 이곳은 가수 김장훈의 콘서트 연습 현장. 오는 3월 4일부터 5월 중순까지 10개 도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김장훈을 비롯한 밴드 멤버들, 또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활기찬 표정은 다름 아닌 김장훈 표 도시락 때문. 오징어 튀김이 푸짐하게 들어간 샐러드, 1인분씩 컵에 담긴 두부 비빔밥,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것 같은 샌드위치, 연습하다 허기진 배를 채워줄 초콜릿 바나나칩….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니 도무지 요리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의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김장훈의 말하는 그의 요리 노하우
그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자신의 안식처가 생기고부터. 소탈한 성격처럼 거창한 요리보다는 간단한 요리를 즐겨 만든다. 멸치국수, 떡 만둣국, 김치볶음밥 등이 대표 메뉴. 맛을 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그에게는 레시피가 없다. “생각하면서 만들어요. 물론 운이 좋아 처음 만들었는데 근사한 요리로 탄생하는 것도 있어요. 대부분은 실패죠. 그렇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최고의 맛으로 거듭나요”. 또 하나 대부분의 요리는 소금 간만 한다. 재료의 본래의 맛이 그대로 살아 요리가 정직해보여서 좋단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타일링에 신경을 쓴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아주 맛있는 요리를 만들긴 힘들지만 약간의 수고와 아이디어를 더하면 눈으로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파무침 같은 건 커다란 접시에 담아서 여백의 미를 살리고 두부요리는 물이 생기기 쉬우니깐 그릇위에 동그란 틀을 놓고 그 위에다 두부를 올려놓아요. 물을 담을 때도 그냥 유리컵 보다는 컬러가 돋보이는 플라스틱 컵을 이용하죠.” 그는 분명 톡톡 튀는 레시피나 특별한 손맛, 또는 감각적인 스타일링 등 요리로 주목받는 남성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의 요리비법은 요리를 더욱 맛스럽게, 특별하게,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징어 샐러드

재료
오징어 1마리, 샐러드용 모둠 채소 200g, 밀가루 150g, 물 300cc,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빵가루·튀김기름 적당량씩, 드레싱(요구르트 80cc, 마요네즈 3큰술, 설탕·꿀 각 1큰술씩)

만들기
1 오징어는 몸통은 링 모양으로, 다리는 한입크기로 썬다.
2 채소는 먹기 좋게 뜯어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제거한다.
3 볼에 밀가루, 물,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잘 섞어 튀김반죽을 만든다.
4 ①의 오징어에 반죽과 빵가루를 묻힌 뒤 180℃의 기름에서 노릇하게 튀겨낸다.
5 샐러드 볼에 채소와 오징어 튀김을 담고 분량대로 섞은 드레싱을 뿌려낸다.


두부 비빔밥

재료
밥 1공기, 연두부 1/2모, 양상추 100g, 새싹채소 30g, 두부 소스(일본 된장·맛술·설탕 각 1큰술씩, 물엿·식초 각 2큰술씩, 다진 대파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고추장 소스(다진 쇠고기 15g, 고추장 4큰술,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두부는 한입크기로 네모지게 썰고 양상추는 먹기 좋게 뜯는다.
2 볼에 두부 소스 재료를 섞은 뒤 ①을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약불에서 다진 쇠고기를 볶다가 나머지 고추장 소스 재료를 넣고 볶는다.
4 그릇에 밥을 담고 ②와 고추장 소스를 넣고 새싹 채소를 올려낸다.


“내게 있어 공연과 요리는 비슷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맛볼 수 있는 점도 그렇고, 내 요리에 유명한 요리사의 레시피가 없는 것처럼, 나의 콘서트에도 외국 유명 공연의 표절은 없다. 무엇보다 이 둘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코드가 되고 더불어 즐거움까지 주는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볶음 야채샌드위치

재료
칵테일 새우 20g, 피망당근 40g씩, 달걀 1개, 버터 1작은술, 소금 약간, 식빵 3조각, 소스(마요네즈 2큰술, 케첩 1큰술, 다진 양파 1작은술, 레몬즙·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새우는 깨끗이 손질하고 피망과 당근은 사방 1cm 크기로 썬다.
2 달군 팬에 버터를 두르고 피망과 당근을 볶다가 새우를 넣어 볶는다.
3 식빵은 팬에 노릇하게 굽고, 달걀은 잘 푼 뒤 식빵크기에 맞게 팬에 굽는다.
4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잘 섞어 소스를 만든다.
5 식빵에 달걀과 ②를 올리고 소스를 뿌린 뒤 식빵을 덮고 같은 순으로 한번 더 올려 샌드위치를 완성한다.


초콜릿 바나나칩

재료
초콜릿 150g, 바나나 1개, 콘 프레이크 80g, 슈가 파우더 적당량

만들기
1 초콜릿은 다진 뒤 볼에 담고 중탕으로 녹인다.
2 바나나는 사방 0.5cm 크기로 네모지게 썬다.
3 ①에 바나나와 콘 프레이크를 넣어 잘 섞은 뒤 한입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
4 ③을 냉장고에 넣고 20분간 굳힌 뒤 슈거 파우더를 뿌려낸다.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는다는 가수 김장훈. 5년 만의 전국투어 콘서트 ‘마이 프로필’을 앞두고 연습실은 여느 때보다 더 분주한 모습이다. 즐거운 식사로 여유로움이 느껴졌던 것도 잠시, 다시 공연 연습이 시작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한 템포 쉬어가기 위해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 그에게 공연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공연이 다음 달로 다가왔다
솔직히 요즘 정신이 없다. 이번 주 일요일도 공연장 답사를 위해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 공연장 규모가 좀 커야 하는데 지방공연장은 아무래도 소극장 중심이다 보니 규모 때문에 여러 제약이 있다. 그래도 내 공연의 특징인 객석 위주의 이벤트 아이템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계속 아이디어를 짜는 중이다.

8집 타이틀과 전국 투어 공연 제목이 같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미 관객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프로필이라는 단어의 뜻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공연을 되돌아보며 정리한다고나 할까.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 동안의 히트곡과 함께 공연의 하이라이트만 뽑아내어 또 다른 느낌의 공연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마이 프로필’은 이런 공연이다
내 공연엔 이벤트만 있고 노래가 없다는 비난을 많이 들었다. 쇼에 강한 가수라는 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 몇 백 시간의 연습을 통해 강해졌다. 사실 내 공연에서 이벤트를 빼놓을 수는 없다. 노래가 이벤트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노래 때문에 이벤트가 의미 있고, 이벤트 때문에 노래가 힘을 얻을 것이다. 물론 재미도 보장한다. 거기에다 따뜻한 감동까지. 휴머니즘은 내가 추구하는 공연의 절대 원칙이다.

관객을 향한 시선이 남다르다
공연을 얘기할 때 열광하는 관객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열정, 꿈을 가지고 있을 때 빛이 난다. 특히 그 열정에 대한 보상이 있을 때 최대한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관객을 만나는 것이고, 늘 꿈꾸는 것이 관객의 얼굴, 웃음, 박수다. 관객과 호흡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어려움은 다 사라져 버린다. 대부분의 공연에서 라스트 곡으로 ‘노래만 불렀지’를 부른다. 이 때 모든 관객이 같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면 정말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있어 관객은 군주와 같은 존재다.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 나는 공연 순간순간 내가 가진 힘을 다한다. 관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무대 위에서 비겁하지 않다.

밴드는 또 다른 힘이다
나에게는 십년지기 밴드가 있다. 이들과 거의 대부분의 공연을 같이 했다. 보통 가수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밴드를 바꾸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함께 한다. 변화를 위해 사람을 바꿀 필요는 없다. 변화는 음악과 정신으로 충분하고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마이 프로필’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었으나 그는 “(할 말이)너무 많아서 오히려 할 말이 없다”며 마이크 앞으로 돌아갔다. 그의 의미 있는 말 한마디가 공연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갖게 한다. 다시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공연 역시 팬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소 협찬 / PTS스튜디오(02-2671-9037) 요리&스타일링 / 김노다·김상영(noda+, 02-3444-9634) 진행 / 성하정 기자 사진 / 박형주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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