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가 최근 몇 년 사이 와인 수출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미국, 영국 유명 레스토랑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오스트리아 와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하는 와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와인 페스티벌 ‘비비눔’에서 그 답을 찾았다.

오스트리아 빈 시내에 위치한 거대한 호프부르크 왕궁이 시끄럽다. 각 방에는 여러 종류의 와인이 각 테이블마다 늘어서 있고, 와인 잔을 든 사람들은 이리저리 이동하며 와인을 마시고 있다.

오스트리아 최대 와인 축제인 비비눔(VieVinum, 5월 30일~6월 2일)이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비눔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시음 행사다. 이 축제가 열리면 세계 각지에서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자나 무역업자, 레스토랑 관계자 등이 몰려든다. 물론 와인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도 입장 가능하다. 40유로(한화로 6만4천원 정도/1유로=1천6백원 기준)의 입장료만 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라벨만 5백여 가지의 와인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한 라벨당 공식적으로 가지고 오는 와인만 5종류니, 맛볼 수 있는 와인은 모두 2천5백 가지 이상이 된다.

와인 수출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오스트리아
보통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은 프랑스, 독일, 칠레, 미국산 등이다. 라벨이나 종류마다 다르지만 프랑스 와인은 고급 와인으로 치고, 칠레산은 상대적으로 가격 대비 좋은 와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오스트리아는 와인 수출국으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1985년에 수출이 급감한 뒤 점차 회복해 2007년에는 수출 수익이 10억 유로를 넘었다. 2000년에 비하면 32.3% 증가한 추세다. 또 와인 수출국도 독일, 체코 등 인근 국가에서 스웨덴, 덴마크, 러시아 등으로 점차 넓혀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의 인기는 ‘그뤼너 벨트리너’(청포도)라는 포도 품종의 인기와 함께였다. 이 품종으로 와인은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 인기는 유명한 2002 런던 와인 테스팅에서 시작됐다. 2002년 런던에서 최상급 화이트 와인 블라인드 테스트가 열렸는데, 가장 우수한 와인으로 뽑힌 10개의 와인 중 7개가 오스트리아산이었다. 7개의 와인 중 5개가 바로 그뤼너 벨트리너로 만든 와인이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부르고뉴산 와인은 10종에 하나도 들지 못했으며 가장 인기 없었던 7종류 중에 5종류가 부르고뉴 와인이었다.

달착지근하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이 인기
오스트리아 와인의 70% 이상이 화이트 와인이다. 이 중 인기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가 30%를 차지한다. 오스트리아 내에서 사랑받는 와인은 우리 입맛에는 약간 달착지근하며 가벼운 와인이다. 대부분 음식과 함께하기 좋은 와인이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즐기는 것이 좋다. 오스트리아의 평범한 식단인 감자나 소시지, 스테이크 모두 오스트리아 와인과 잘 어울린다.

오스트리아 와인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와인이 산업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와인 산지처럼 큰 회사가 와인을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밭이 있는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생산한다. 그러다 보니 와인의 라벨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손꼽을 만한 대표적인 라벨이 없다. 또 각 와인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제 마케팅에 큰 힘을 쏟지 않았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와인의 장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종류의 라벨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맛의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각 와인 제조자들은 오랫동안 가내 수공업으로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두 와인에 대해서는 절대 미각을 자랑한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여러 구조적인 단점을 극복해 점점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브랜드, 클로스터노이부르크
무려 1114년에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슈티프트 클로스터노이부르크는 빈에서 10km 정도 떨어진 도나우 강 부근에 자리 잡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브랜드로, 108ha에 이르는 포도 농장을 소유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명성 있는 포도 재배원이기도 하다.

비비눔이 시작되기 하루 전 이곳에서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와인과 건강’, ‘와인 산지로서의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 ‘와인 교육지로서의 오스트리아’ 네 개의 강좌였다. 특히 ‘와인과 건강’은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꽤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와인의 효능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 감소, 각종 암 발생 억제, 항균 작용. 뇌혈관의 혈전에 의한 뇌졸중 감소, 치매 감소, 당뇨병 발생 감소 등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만 해도 꽤 많다.

클로스터노이부르크는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지하 4층으로 되어 있는 바로크 양식의 지하 저장고는 36미터나 되고, 여기서 주조된 와인은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을 정도. 다양한 종류의 와인 외에도 샴페인, 고급 위스키, 사과 주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 지하 저장고나 클로스터노이부르크 성당을 돌아보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 ‘2006년산 상 로렌트 아우스슈티히’나 ‘2007 그뤼너 벨트리너 헨스베르크’ 등을 맛보면 최고의 관광이 될 듯하다.

글 & 사진 / 두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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