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쿠킹 클래스에서 건강요리를 강의하는 젊은 요리선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레시피로 주목받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김영빈씨. 대학원에서 한방약선요리 전문가 과정을 시작하면서 우리 선조들의 식문화 지혜에 놀라고 있다는 그녀를 만나 제철 식품을 활용한 우리식 건강법과 여름 토속음식을 배워봤다. 



유기농보다 더 좋다! 우리의 제철 건강식

어린 시절의 여름을 생각하면 지글지글 타 오르는 햇살아래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던 매미소리와 달콤한 수박이 제일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우물가에 커다란 수박과 노란 참외가 동동 떠 있기라도 한 날은 대청마루 위에 둘러앉은 온 식구가 너무도 행복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갑작스런 소나기에 함빡 젖어 집으로 오면 애호박부침개가 지글지글 익으며 허기를 달래주곤 하였습니다.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는 또 얼마나 꿀맛이었는지요? 요새도 그 때가 그리워 여름이면 부지런히 수박, 참외를 사 나르고 비 오는 날의 부침개를 부치곤 하지만 아무리 맛있게 요리를 해도 그 때 그 맛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하우스에서 고이 자란 수박과 참외는 옛날의 향기와 단맛을 잃었고 몇 년을 묵었는지 모르는 수입밀은 그저 애호박만 썰어 넣어도 맛나던 그 시절의 부침개 맛을 잃어버렸습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먹거리의 종류와 그것을 만들고 가공하는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나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웰빙을 부르짖으며 유기농산물을 값비싸게 사 들이고 별식이니 보양식을 먹으러 십리를 마다 않고 다니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생활습관병의 공포에서 벗어 날 수가 없습니다. 건강하기 위해 돈을 주고 건강제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건강은 점점 우리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어른들은 말씀하십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그런 병은 없었다고, 예전 맛이 아니라고….

문명이 발달하고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거추장스러워 버렸던 우리의 전통 문화 속에 그 해답이 있다고 합니다. 냉장고도 없고 비닐하우스도 없던 그 시절부터 쭉 이어져 왔던 우리의 식생활은 소박하고 건강했습니다. 자연을 거스르지도 않아 겨울의 딸기는 어느 효녀의 설화 속에서 나오는 일이었지요. 영양이 파괴되어 독소가 될 때까지 냉장고에 쌓아두는 그런 미련스런 일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저 자연이 주는 대로 욕심 부리지 않고 때에 맞게 적당히 먹고, 저장하고, 나누어 먹었지요.



인간의 몸이란 너무나 신비로워 조상의 유전형질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5천년의 역사와 전통 문화가 우리 몸속에 그대로 남아 유전되고 있는 것이지요. 식품들도 마찬가지로 유전 형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도 그들이 제철이던 때의 유전 인자가 가장 우수하고 맛과 영양이 좋습니다. 상대적으로 농약이나 기타 화학 약품들을 많이 주지 않아도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철마다 터지는 유기농채소의 농약검출 뉴스…. 유기농 채소도 믿을 수 없다면 제철 채소를 고르는 것이 지혜입니다. 



제철 식품을 먹는 것은 자연의 생명을 내 몸에 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자라나온 봄나물들은 그 성질이 대체로 따뜻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합니다. 그래서 남은 추위를 이기고 봄을 맞을 수 있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공급합니다. 여름에 나는 과일과 채소류들은 그 성질이 대체로 차고 수분이 많습니다. 폭염의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결 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셈이지요. 가을의 햇곡식과 채소, 과일들은 기운을 돋우고 기를 모으는 작용을 하여 겨울의 혹한을 이기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렇듯 제철식품 속에는 값비싼 무공해 하우스 채소와 수입 유기농 식품에서 찾을 수 없는 생명의 신비가 녹아 있습니다.



생명의 신비 녹아있는 옛맛의 참뜻

우리 조상들은 그 계절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로 상을 차려 보신하고 풍류를 즐겼습니다. 보름의 묵은 나물과 부럼, 삼짇날의 화전, 삼복의 삼계탕, 추석의 햇곡식과 송편, 설의 떡국과 과줄…. 사계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우리의 시절 음식 문화가 건강한 삶의 해답이 될 듯 합니다. 모든 민족의 전통식이 그 민족의 미래식입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옛 사람처럼 살자는 말이 아닙니다. 무엇이 이맘 때 나오는 식품인지 이맘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정도의 상식….



갖은 푸성귀에 애호박 숭덩숭덩 썰어 넣은 된장찌개, 새콤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보리밥이 한 끼에 십 수만 원하는 웰빙 코스요리보다 값지고 건강합니다. 봄의 햇살아래 어떤 나물이 고개 내미는지를, 여름의 태양 아래 갖은 채소와 과일들이 하루하루 얼마나 맛있어지는지를 알고 그것을 섭취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전통식 삶이 진정한 우리의 웰빙이자 로하스가 아닐까요?





꽁보리밥과 호박잎쌈밥

담벼락 밑에 호박을 심어놓으면 여름 내내 즐거웠지요. 부드러운 애호박과 쌉쌀한 호박잎은 먹거리 걱정을 덜어주고 예쁜 호박꽃과 넝쿨은 덤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푹푹 찌는 여름날 쌉쌀한 호박잎에 꽁보리밥 한 숟갈 얹고 구수한 쌈장 올려 한입에 쏙 넣으면 더위에 지친 입맛이 금세 살아난답니다.



재료

늘보리 2컵, 쌀 1/2컵, 물 2와1/2컵, 호박잎 1단, 애호박 1개, 두부쌈장(두부 100g, 쇠고기(우둔살) 50g, 된장 3큰술, 고추장 참기름 다진 파 다진 풋고추 다진 홍고추 1큰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설탕 1/2작은술)



이렇게 만드세요!

1 보리는 손바닥으로 힘있게 으깨가며 여러 번 빡빡 씻은 뒤 보리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약간 퍼지게 삶는다. 쌀은 깨끗이 씻어 불린다.

2 압력솥에 쌀을 먼저 담고 위에 삶은 보리를 올린 뒤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3 호박잎은 깨끗이 씻어 억센 섬유질을 벗겨내고 애호박은 5~6cm길이로 잘라 길이대로 4등분한다.

4 김이 오른 찜통에 호박잎과 애호박을 넣고 찐 뒤 물기를 뺀다.

5 두부는 곱게 으깬 뒤 물기를 빼고 쇠고기는 곱게 다진다.

6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파와 마늘을 볶다가 쇠고기를 넣고 볶는다.

7 ⑥의 쇠고기가 익으면 두부를 넣고 볶다가 나머지 양념을 넣고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볶아 두부쌈장을 완성한다.

8 찐 호박잎을 한 장씩 펼쳐 한잎 크기로 뭉친 밥을 얹고 두부쌈장을 올려 쌈을 싼 뒤 접시에 담고 애호박을 곁들여 낸다.





버섯숙채

우리 조상들은 늦여름에 자라나는 햇버섯으로 숙채를 만들어 그 향을 즐겼대요. 여름철 숙채 요리를 만들 때는 다진 마늘이나 파 양념을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아요. 마늘과 파는 음식을 쉽게 상하게 하는 원인이 되거든요. 또 각각의 재료를 따로 볶아 식힌 뒤 버무려야 쉬지 않아요.



재료

애느타리버섯 1/2팩, 생표고버섯 2개, 목이버섯 30g, 새송이버섯 1개, 팽이버섯 1/2봉, 부추 20g, 양파 1/4개, 풋고추 2개, 홍고추 1개, 당면 30g, 식용유?소금 약간씩, 당면 양념(물 1/2컵,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깨소금 1/2큰술, 참기름?후춧가루 약간씩



이렇게 만드세요!

1 애느타리버섯은 엷은 소금물에 씻고 표고버섯은 채썬다.

2 목이버섯은 불려 한입 크기로 썰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른다. 새송이버섯은 세로로 저민 뒤 채썬다. 

3 부추는 5cm길이로 자르고 양파는 채썬다. 풋고추와 홍고추는 반갈라 씨를 털어낸 뒤 채썬다.

4 당면은 찬물에 충분히 불린 뒤 7cm길이로 자른다.

5 손질한 버섯과 채소는 각각 소금간한 뒤 팬에 볶아 식힌다.

6 냄비에 분량의 당면양념을 모두 넣고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당면을 넣고 윤기나게 조린다.

7 미리 볶아 식혀 둔 버섯과 채소를 ⑥의 당면에 넣고 고루 버무려낸다.





풋콩국 옹심이

풋콩은 일반 콩에 비해 부드럽고 영양도 3배나 뛰어나요. 또한 콩은 그냥 먹는 것보다 두유나 두부의 형태로 섭취하면 단백질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어 여름철에 콩국을 먹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지요. 성질이 따뜻한 찹쌀 옹심이를 곁들이면 콩의 서늘한 기운을 보강해 소화를 돕는답니다.



풋콩국 옹심이



재료

풋콩 2컵, 참깨 1/2컵, 물 6~7컵, 찹쌀가루 1컵, 뜨거운 물 적당량, 녹말가루?소금 약간씩



이렇게 만드세요!

1 풋콩은 껍질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뒤 끓는 물에 우르르 삶아 찬물에 헹군다.

2 믹서기에 ①의 콩, 참깨, 물을 넣고 곱게 간 뒤 체에 걸러 냉장고에 넣어둔다.

3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약간씩 부어 익반죽한 뒤 지름 1.5cm정도의 옹심이를 만든다.

4 ③을 녹말가루에 굴려 끓는 물에 넣고 물 위로 동동 뜨면 꺼내 찬물에 담가 식힌다.

5 그릇에 옹심이를 담고 ②의 콩국물에 부은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춰낸다. 





애호박편수

애호박은 말 그대로 어린 호박을 뜻해요. 특히 여름 애호박은 싹둑 자른 단면에 단물이 배어나올 만큼 맛이 좋고 영양도 그만이죠. 또한 성질이 서늘하여 더위를 물리치는 데도 효과가 있어요. 편수는 소를 따로 볶아 식혀 만든 여름만두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배앓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랍니다.



재료

밀가루 2컵, 소금 1/2작은술, 물 1/2컵, 쇠고기 100g, 호박 2개, 불린 표고버섯 5개, 소금 식용유 약간씩, 쇠고기 표고버섯 양념(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 1/2큰술씩, 후춧가루 1/4작은술), 양념장(풋고추 홍고추 1/2개씩, 쪽파 2줄기, 간장 2큰술, 식초 물 1큰술씩)



이렇게 만드세요!

1 볼에 밀가루와 소금, 물을 넣고 반죽한 뒤 30분 정도 휴지시킨다.

2 ①의 반죽을 얇게 민 뒤 8cm 길이 정사각형으로 잘라 만두피를 만든다.

3 호박은 5cm길이로 돌려 깎아 채썬 뒤 소금을 살짝 뿌려둔다. 절인 호박은 물기를 꼭 짜고 팬에 볶아 식힌다.

4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쇠고기?표고버섯 양념을 만든다.   

5 쇠고기와 표고버섯은 곱게 채썬 뒤 ④의 양념으로 밑간해 팬에 볶아 식힌다.

6 볼에 호박, 쇠고기, 표고버섯을 섞어 만두소를 만든 뒤 ②의 만두피에 올려 네모지게 빚는다.

7 김이 오른 찜통에 만두를 넣고 5분 정도 찐 뒤 분량대로 섞은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햇밀가루 칼싹두기

칼싹두기란 칼국수의 일종으로 칼로 굵직하게 싹둑싹둑 썰었다는데서 유래한 우리말이예요.  6월 하순 무렵부터 익기 시작한 햇밀은 장마가 지나면서 맛이 깊어지죠. 또 수입밀에 비해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아 장과 위를 이롭게 해요. 단, 우리밀은 끈기가 약하므로 반죽할 때 꼭 달걀을 넣어주세요. 



재료

통밀가루 1컵, 감자 1개, 애호박 1/2개, 대파 1대, 물 6~7컵, 다시마 10cm길이 1장, 바지락 1컵, 다진 마늘 1/2큰술, 밀가루 국간장 소금 약간씩, 반죽물(물 1/4컵, 달걀 1개, 소금 1/2작은술), 양념간장(간장 3큰술, 풋고추 2개, 홍고추 1개, 깨소금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이렇게 만드세요!

1 통밀가루에 물, 달걀, 소금을 잘 섞은 반죽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한 뒤 젖은 면보에 싸서 휴지시킨다.

2 감자는 굵게 채썰어 찬물에 담가둔다. 애호박은 굵게 채썰고 대파는 어슷썬다.

3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바지락을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면보에 걸러 국물만 받고 바지락은 따로 준비해둔다.

4 풋고추와 홍고추를 잘게 다진 뒤 나머지 재료를 잘 섞어 양념간장을 만든다.

5 도마에 밀가루를 뿌리고 ①의 반죽을 넓게 민 뒤 여러번 접어 칼로 굵직하게 썬다. 면이 서로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덧뿌려 둔다.

6 ③의 국물을 냄비에 다시 붓고 감자와 호박을 넣어 끓이다가 면을 털어넣는다.

7 ⑥의 면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젓가락으로 한 번 저어준 뒤 다진 마늘, 대파, 바지락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8 그릇에 ⑦의 칼싹두기를 담고 양념간장을 곁들여낸다.



더위를 물리치는 우리 식재료



오미자

따뜻한 성질의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을 지녔지만 주로 신맛이 강한 편. 이런 오미자의 신맛은 수렴 작용이 강해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방지하고 더위에 기운을 뺏기지 않게 한다. 또 항균 작용이 있어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 특효.



how to… 오미자 4큰술을 잘 씻은 뒤 물 6컵에 하룻밤 정도 담가 두었다가 체에 거른 뒤 꿀을 섞고 잦은 띄워 화채를 만들어 먹는다. 





율무

노폐물 배출과 수분대사에 효과가 뛰어나다. 장마철의 습한 기운을 물리치고 부종이 심한 것을 고치며 오래 먹으면 비만해소에도 도움. 그러나 성질이 차가우므로 임산부나 임신을 앞둔 사람은 먹지 않은 것이 좋다.



how to… 율무 1/2컵을 잘 씻어 마른 팬에 노릇하게 볶은 뒤 물 1.8L를 붓고 차를 끓여 물 대신 마시면 좋다. 







팥은 이뇨, 해독작용이 우수하고 찬 성질을 지니고 있어 예부터 삼복에 팥죽을 쑤어 더위를 물리치고 몸안의 습기를 몰아내었다고 한다. 또한 비타민 B군이 풍부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식품이다.



how to… 팥 2컵을 삶아 체에 내린 뒤 물 10컵을 부어 앙금을 가라앉힌다. 앙금의 윗물에 불린 찹쌀 1과1/2컵을 넣고 끓이다가 팥앙금을 넣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해 팥죽을 쑤어 먹는다.





녹두

성질이 차서 열을 내려주며 해독 작용이 우수하다. 따라서 녹두를 섭취하면 중금속과 공해물질의 오염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다. 또한 화농성 피부질환과 여드름, 부종에도 효과가 있어 미용식품으로도 그만.



how to… 쌀 2컵에 녹두 1/2컵을 섞어 밥을 지어 먹는다. 녹두는 먼저 15~20분 정도 삶은 뒤 쌀과 섞고 녹두 삶은 물은 밥물로 사용한다.


□글&요리 / 김영빈□진행 / 성하정 기자 □사진 / 김석영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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