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기계랑 친하지 않은 걸까? 왜 그렇게 후진 주차가 힘들고 한번 갔던 길을 다시 찾아 갈 때 헤매는 걸까? 남성과는 다른 신체적·생리적 기능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길치나 기계치, 음치와 같은 콤플렉스는 특정 대상에 대한 무관심 혹은 공포로 인해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오랜 시간 가정에만 충실해온 주부들은 애초에 이런 일들을 스스로 못한다고 못 박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자신감을 갖고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상상도 못한 자신의 능력이 ‘번쩍’ 떠오를 수도 있다.

적극성으로 탈출하는 길치
길치(길맹)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정의할 수 없지만 연구 결과 남성과 여성의 뇌가 현저하게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남성은 수학이나 지도 읽기, 공간을 인지하는 감각이 발달한 반면 여성은 정서적인 생각이나 언어 그리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멀티테스킹(다중작업) 능력이 강하다. 통계적으로도 남성이 여성보다 공간지각능력이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생리적 기능 외에 길치의 주요 요인은 ‘높은 의존성’과 ‘모험심 결여’에서 비롯된다. 여성의 경우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려는 심리가 강하고 실제로 도움을 받기도 쉽다.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지도를 접어버리는 것이다. 모르는 길을 탐험하듯 찾아가려는 성향도 덜하다. 이제 부터는 ‘내가 누군가에게 길을 안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길을 나서보자. 지도를 휴대하고 길 찾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나는 길치’라는 정의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길치를 극복하는 기본자세다.

호기심으로 극복하는 기계치
여성과 기계가 친하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기계가 두려워 은행의 ATM(자동현금지급기) 기기조차 사용하길 꺼린다면 본인의 문제를 자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계치’라고 단정 짓고 넘어가기엔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를 제공하는 기계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여성 기계치의 근본적 출발은 ‘조심스러움’에 있다.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복잡한 구조물을 ‘내가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조심스러움에 기계라면 무조건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다. 기계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계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편리함을 느껴보는 것. 일단 기계와 접촉해보려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나 인터넷뱅킹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기능은 조작법을 알고 나면 그 이후로는 별다른 학습이 필요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쉬운 걸 왜 그동안 피하고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훈련으로 고치는 음치
여성, 남성에 상관없이 음에 대한 감각이 둔하고 박자나 음정의 높낮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음치라고 한다. 음치는 감각적 음치와 운동적 음치로 나뉘는데 감각적 음치는 음의 높낮이나 박자 등을 아예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들은 자신이 어떤 음을 내는지 알지 못한다. 운동적 음치는 음정은 제대로 인식하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다. 노래를 부를 때 자신이 잘못된 음을 내고 있는 줄은 알지만 제대로 된 음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모른다. 여성이 남성보다 정서적 감각과 표현 능력이 높다는 것을 감안할 때 남성보다 음치가 될 확률이 낮긴 하지만, 음치라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감각적 음치는 교정이 쉽지 않지만 운동적 음치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가능하고 치료 효과도 높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할 때 라디오를 틀어놓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피아노 등 악기를 다뤄보는 것도 음치 탈출에 도움이 되니 부끄러워 말고 시도해보자.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