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강세를 보였던 4차 뉴타운 후보지들이 ‘뉴타운 추가 지정이 없다’는 서울시 방침에 침체기에 빠졌다. 반면 이미 지구 지정을 마친 기존 뉴타운사업지는 신바람 장세를 보이고 있다. 희소성까지 높아지며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뉴타운의 현주소와 투자 유의점을 살펴본다.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서도 ‘나 홀로 강세’를 이었던 서울 지역 4차 뉴타운 후보지들이 썰렁한 분위기다. 지난 4월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던 해당 지역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뒤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뉴타운 추가 지정’을 요구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5월 초 서울시 방침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그나마 간간히 이어졌던 거래조차 완전히 끊겼다. 거래는 없지만, 총선 직전 지역에 따라 수천만원씩 올랐던 지분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뉴타운 개발 공약에 들떴던 지분 보유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이 여전해서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향후 전망으로 귀결되고 있다. 투자자로선 과연 기다린 보람을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얹어준 웃돈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지가 관건이다.

왜 뉴타운에 흥분하나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침체’ 그 자체였다. 거래는 줄고 미분양은 급증했으며 재건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와중에도 서울시내 뉴타운 지역은 인접지와 함께 상승세를 탔다. 그만큼 꾸준한 거래와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그렇다면 뉴타운은 왜 인기가 있을까. 지난 2005년 은평뉴타운 1지구 원주민들이 철거로 인해 인근 지역인 불광동 일대를 중심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인접 지역은 전·월세 수요 증가로 인한 임차료 상승이 이어졌고 덩달아 매매가격도 뛰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불광동은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마냥 쳐다보기만 하는 그저 그런 동네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고 ‘묻지 마 투자’까지 나타났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몇 달 새 50%씩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불광동 일대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물이 달리자, 중개업자들은 인접지인 대조동과 녹번동 투자를 권했고 이 지역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이즈음 응암동 일대도 상승세를 탔다. 이런 가운데 2005년 9월 수색·증산뉴타운이 3차 뉴타운 후보지로 선정됐고 그해 12월 3차 뉴타운 사업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주변지인 응암동 일대 집값은 삽시간에 뛰어올랐고 대조동과 녹번동 일대 가격 상승도 눈에 띄게 커졌다. 투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은평구 일대가 은평뉴타운과 수색·증산뉴타운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지역으로 바뀐 것이다. 뉴타운이 해당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다.

높아진 호가만 유지, 매수세 사실상 중단
4차 뉴타운 후보지들도 최근까지 강세를 보였다. 마찬가지로 뉴타운이 가져다줄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난 4월 총선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총선 전 지분값이 33㎡(10평)를 기준으로 3.3㎡당 최고 5백만원씩 뛰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던 동작구 사당동 일대는 요즘 매수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총선 직전 만 해도 소형 지분을 찾는 투자자들이 줄을 이었지만, 현재는 나온 매물조차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매물 호가가 아직까지 빠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총선 전후 지분값이 급등했던 도봉구 창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타운 공방이 마무리되면서 거래가 끊겨 썰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가는 여전하다. 올 초 3.3㎡당 1천8백만원선이던 지분가격은 총선을 전후해 2천만∼2천4백만원까지 올랐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몇 달 새 3.3㎡당 3백만~5백만원씩 지분가격이 급등한 강서구 화곡동 일대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거래는 뜸한 편이다. 일단 지분값 상승세는 진정됐지만, 기존 3.3㎡당 1천8백만~2천2백만원 선인 호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지정 공약을 내놓았던 사당뉴타운 후보지도 대지 지분 33㎡ 빌라의 경우 불과 6개월 새 40~50%가량 올라 현재 최고 3천만원까지 호가한다. 물론 거래는 없다. 사려고 덤비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매수세 없이 호가만 시장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언젠가는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만 호가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우선 주민들이 (4차 뉴타운 개발이) 계속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며 “사겠다는 매수세도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팔겠다고 나서는 주인들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4차 뉴타운 후보지의 지분 거래가 끊기더라도 당분간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팀장은 “뉴타운 후보지 주민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개발이 추진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어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추가 지정
일단 4차 뉴타운 지정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 10월 시범 뉴타운 발표 후 2004년을 제외하고 매년 뉴타운 발표를 했지만, 올해의 경우 계획조차 없다. 그만큼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총선 당시 공약 남발로 서울 전체가 뉴타운 기대감에 들떠 있는 데다 강북의 뉴타운, 재개발 호재 등으로 인한 가격상승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는 오 시장의 의지에서도 수차례 확인된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총선에서 각 후보들은 저마다 추가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강북권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였던 것도 ‘뉴타운 공약’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은 당장 실천에 옮길 수가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 ‘당장 추가지정 불가’를 주장해온 오 시장의 의지에 무릎을 꿇어서다. 5월 초 양측은 뉴타운 추가지정을 추후 논의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뉴타운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추가지정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시와 당의 이 같은 결론에 따라 뉴타운 추가지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지역주민들이, 또 투자자들이 그토록 바랐던 결과물은 얻지 못하게 됐다. 그렇다고 4차 뉴타운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사업 진척이 가시화된 뒤 추가 지정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이런 가능성은 열어놨다. 다만 이 문제는 향후 일정 시기를 지나면 또다시 수면 위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양새야 어찌됐건 키는 오 시장이 쥐고 있어서다.

기존 뉴타운은 ‘신바람’
분위기가 가라앉은 4차 뉴타운 후보지와는 달리 이미 지구 지정을 마친 기존 뉴타운 사업지들은 신바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추가 뉴타운 지정이 어렵게 됐다’는 소식에 기존 뉴타운 지역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동대문구 휘경·이문뉴타운은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호가가 뛰었다. 개발 기대감이 폭발한 것이다. ‘`이문동 현대’ 82㎡(25평형) 시세는 2억6천만~2억7천만원에 달하면서 3.3㎡당 1천만원 선을 넘어섰다.

뉴타운 인근 역세권 신규 단지들도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용문동 브라운스톤’은 1순위 청약에서 1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월곡 푸르지오’와 ‘북한산 래미안’도 1순위에서 각각 6.5대 1과 8.05대 1을 기록하면서 가볍게 마감했다.

1 2003년 한남뉴타운지구로 지정된 용산구 보광동 일대. 2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동작구 흑석지구의 오래된 주택가.
앞으로 선보일 분양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희건설은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미아시장을 재건축한 주상복합 아파트 1백98가구 중 86~112㎡ 165가구를 일반분양 한다. 왕십리뉴타운 3구역에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모두 2천1백1가구를 지어 8백 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GS건설은 마포구 합정동 합정역 사거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삼성물산은 성북구 종암동에서 종암동 5구역 재개발아파트를 각각 선보일 계획이다.

가능성을 충분히 조사한 후 신중히 결정해야
뉴타운 사업지의 경우 주변까지 시세상승이 번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추가 개발 여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때문에 투기적 수요까지 몰리며 호가가 단기 급등하는 시점에선 ‘과연 투자가치가 있는지, 단순히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거품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갖지도 못한다.

이런 점에서 적어도 뉴타운에 투자하려면 해당 지역이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여기에 인접 지역에 추가 개발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일례로 은평구 불광3동은 불광동 재개발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다. 이곳 빌라 시세는 3.3㎡당 1천7백만~1천8백만원 선이다. 이에 비해 불광동 재개발 사업지는 구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3.3㎡당 2천만원 선이다. 불광3동은 주차시설이 열악하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전부터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결국 불광3동은 재개발구역 지정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앞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입지 면에서 더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시세는 더욱 뛸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시가 내년에 발표할 ‘재개발 기본계획’에 끼지 못하면 나락에 빠질 수도 있다. 신중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뉴타운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바로 추가부담금이다. 통상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뉴타운에 몰려 있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용적률이 높아진 데 따른 일반분양 수입분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고 부족분은 조합원들이 추가부담금으로 채운다.

이때 용적률 규제와 임대주택 의무 건립 등으로 일반분양 수입이 아예 없거나 줄어들 경우 추가부담금은 크게 늘어난다. 가뜩이나 불어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감안하면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다. 추가부담금이 높아지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계약해지나 사업 지연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달 관리처분계획을 인가받은 서울시내 한 재개발 구역의 지분 35㎡짜리 주택의 경우 시세가 2억5천만원에 달한다. 이 지분의 경우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선 3억4천만원가량의 추가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투자금만 5억9천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 아파트 일반분양가격이 5억5천만원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 소유자는 일반분양 계약자보다 오히려 4천만원가량을 더 투입해야 한다.

성동구 소재 한 재개발 구역도 마찬가지. 이 구역에서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단독주택의 매매가는 2억5천만원. 여기에 추가 부담금 3억3천만원을 더하면 총 매입가는 5억8천만원으로, 5억6천만원을 넘지 않는 일반분양가보다 역시 2천만원 정도 비싸다.

이미 뉴타운으로 지정받아 관련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서도 주의할 점은 많다. 고민은 입주 시점부터 시작된다. 실제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는 은평뉴타운의 경우 집주인들이 내놓은 전세 물건은 넘치고 있지만, 당장 수요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1지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셋값은 1억6천만∼1억7천만원 선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2억원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학교, 상가 등 기반시설이 미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 수요를 찾기 어려워졌다. 상황에 따라선 내년 초까지도 상당 물량이 빈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뉴타운에 투자할 경우 갖가지 가능성을 충분히 조사한 후 신중히 결정하되, 무엇보다 현장 확인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해당 지자체 등을 통해 구역 지정 상태 등을 꼼꼼히 챙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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