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보는 눈을 기르는 방법

미술계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무엇일까. 아마도 ‘좋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 ‘어떤 것이 좋은 작품인가?’가 아닐까. 조금 더 접근해, 컬렉터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에 투자해 미술품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가 아닌가 싶다. 바로 이 질문의 답은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고르는 눈을 갖는 것’이다.

반 고흐의 _‘별이 빛나는 밤’.
투자가치가 높은 작품을 고르는 눈을 갖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무엇보다 취향을 없애야 한다. 사람들은 작품을 선택할 때 언제나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에 따르기 때문이다. 취향은 말 그대로 개인의 선호도이지 작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다. 현대 미술은 취향보다는 센세이션, 특이함, 차이점, 작가만의 특성, 역사성 등이 중요시된다.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리던 150년 전과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름다운 작품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의 개념에서 미술 작품을 생각한다면 먼저 작품의 특성을 잘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작품을 고르는 지름길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가를 뽑는 투표를 하면 항상 빈센트 반 고흐가 1등이다. 특히 ‘해바라기’를 비롯해 ‘귀가 잘린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 등 인상이 강하게 남는 작품을 선호한다. 이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고흐의 작품은 바로 인상에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인상파’라는 화풍의 특징이기도 하다. 고흐의 작품은 원색에 가깝고 강한 붓 터치와 함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 정물 그리고 초상들을 많이 그렸다.

고흐가 살던 시기에 그 작품들은 기존의 미술 작품들과 다른 경향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대다수 컬렉터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흐가 사망한 후 서양 미술사에서 그의 작품이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혔다. 예술가로서의 특성이 잘 드러난 그의 생애 역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옥션에서 최고 가격으로 낙찰되어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다.

고흐가 살던 때와 달리 현재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더불어 현대미술의 흐름과 작품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좋은 작품들은 오래지 않아 수많은 컬렉터들에게 발견되어 소개되고 옥션 등을 통해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3만원의 행복
정확히 22년 전 필자가 3만원에 구입한 작품이 있다. (지금은 남의 손에 가 있지만) 그 작품은 작품 보는 눈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어린 나이에 내가 처음으로 구입한 것이다. 당시에 그림을 잘 모르던 누님이나 선배들이 살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몇 달 용돈을 털어서 샀다. (참으로 과감한 선택이었지만) 그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마음에 꼭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이 싫어할 정도로 선이 굵고 특이한 작품이었는데도 개인적으로 그 느낌이 좋아서 앞뒤 가리지 않고 구입했다.

반 고흐의 _‘해바라기’.
당시 5만원이면 다른 작품도 함께 살 수 있었으나 수중에 3만2천원밖에 없어서 한 점만 구입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책장 속 두꺼운 백과사전 안에서 잠자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책장을 정리하던 중 그 작품을 발견하고는 액자에 담아 걸어두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돈이 필요해 옥션에 문의해보니 작품 가격이 100배나 올라 있었다. 당장 그 작품을 팔아 그 돈으로 몇 달간 다른 작품을 사고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술도 한잔씩 대접했다. 그런데 5년 뒤 그 작품이 구입가 대비 800배 정도가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물론 이런 일을 겪은 이들은 소수일 것이다).

앞에 이야기한 필자의 누님이나 선배처럼 그림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작품이 싸든 비싸든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바로 작품을 보는 눈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하나의 실례를 들어보겠다. 지금은 작품 한 점이 1천만원을 훨씬 넘는 모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당시(불과 10년 전이다) 단 세 명의 컬렉터가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 그 세 명의 컬렉터가 구입한 작품의 가격은 12만원에 불과했다. 얼마 전 그 컬렉터 중 하나가 그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는데 작품 가격이 놀랍게도 당시 구입가의 500배가 됐다고 한다.

사실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우연히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많은 컬렉터들이 그 우연을 가장해 수많은 전시장을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며 작품 보는 눈을 높인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모 컬렉터는 수요일마다 인사동을 방문해 화랑들의 전시를 관람하고 끊임없이 작가에 대해 문의하고 그 작품들이 변해가는 모습들을 기억해 작가들에게 좋은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그가 소장한 작품들은 컬렉터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는 소장 작품을 미술관에 많이 기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팝아트와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보는 눈이라는 것은 특별히 남다른 것이 아니다. 미래를 보는 눈이 바로 작품을 제대로 가려보는 눈이다. 팝아트가 처음으로 등장했을 당시,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팝아트를 예술로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만화를 그림으로 그린 리히텐슈타인(최근 삼성특검으로 화제가 됐던 ‘행복한 눈물’을 그린 화가)과 팝아트 하면 지금은 영웅처럼 기억되는 앤디 워홀은 당시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가와 평론가들에게는 충격적인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이들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유명 작가가 됐고 작품의 가치 역시 지금까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도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시 포르말린액에 넣은 상어 같은 작품으로 죽음과 삶을 이야기하는 등 획기적인 전시를 열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불과 10년 만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가 됐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이 삶과 아주 밀접하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점차 늘고 있고, 서울시도 곳곳에 갤러리를 늘리는 정책을 벌이고 있다. 도시 미관을 바꾸는 작품들도 공공 미술의 성격을 가진 작품들로 바뀌고 있다.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 공간도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옥션이 많이 생겨나고, 미술 관련 기업과 미술과 관련된 서비스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작품이나 작가를 모르더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게 해준다.

반 고흐의 _‘귀 잘린 자화상’.
미술사는 결코 어렵지 않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중 다수가 “나는 작품을 잘 모른다”고 한다.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느낌이 좋아서 전시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전시장을 찾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갤러리들은 일반적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국·공립 미술관들도 기획전을 빼고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작품을 접할 기회도 많아지고 작품에 대한 지식도 훨씬 광범위해졌다.

인상파, 후기인상파, 입체파, 야수파 등 우리는 다양한 화풍들을 기억하고 있다. 인상이 강해서 인상파, 입체적으로 그려서 입체파, 야수처럼 그려서 야수파라고 불리는 화풍. 지금처럼 생각을 하게 하는 개념 미술, 설치하는 설치 작품 등 평범한 사고를 뒤집는 수많은 작품들이 미술사를 기록하고 또 새로운 미술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미술사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알듯 미술사도 그 역사를 아는 것이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또 서양 미술사에 익숙한 우리들이 우리네 미술사와 비교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고흐가 살던 시절에 우리나라에는 장승업이라는 작가가 있었고, 앤디 워홀이 죽기 몇 달 전에는 우리네 오윤이라는 작가가 요절했다. 데미안 허스트가 영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우리나라에서도 또 다른 데미안 허스트가 전시를 열고 있을 수 있다.

글&사진 / 박이찬국(갤러리 눈 대표)

필자 박이찬국은…
1980년대를 거친 이들이 대부분 걸어왔던 것처럼, 운동권에서 치열하게 청춘을 보내다 미술을 통해 뜨거운 가슴을 식혔다. 1997년 민족미술인협회 서울사무국장을 거쳐 현재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서울 종로구 창덕궁 앞에 3층짜리 건물 ‘갤러리 눈’을 열고 첫 전시회를 해서 80% 판매를 기록했다. 다음달 연속으로 가진 꽃다방전에서 100% 판매를 기록하며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 기획뿐 아니라 미술품 유통, 미술시장의 흐름 등 풍부한 산 경험을 토대로 ‘2008 블루닷아시아’의 사무총장을 맡아 성공으로 이끌었다. 현 PK미술투자연구소 소장, 현 갤러리 눈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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