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난치병’이라 불리는 아토피 질환은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도, 명확한 치료 방법도 찾기 어려워 안타까워만 하고 있던 부모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국내 최초로 생긴 아토피 전용 병실에서 효과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쾌적한 환경과 각자에게 꼭 맞는 처방으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아토피 전용 병실을 들여다보자.

슈퍼청정기술로 관리하는 친환경 병실
하얀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색 벽이 예쁘다. 병실 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입구 위쪽을 올려다보니 ‘이온 커튼’이 설치되어 있다. 삼성전자의 슈퍼청정기술(SPi)이 적용된 이온 커튼과 공기청정기가 문을 여닫을 때 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정화시켜 안으로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기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아토피 질환 전문 병실은 아토피 질환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알레르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피부나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병실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국내 최초 아토피 질환 연구센터이기도 하다. 연구진들은 “아토피의 원인을 유전이나 식품 때문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지만 공기의 질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공기의 질, 수질, 어린이 환자가 주거하는 공간의 자재 등 환경적인 부분을 집보다 좋게 한 상태에서 각 환자에게 맞는 음식부터 목욕하는 법, 실내 환경 관리법 등을 익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경우, 일본 등에서 아토피 전용 병실을 운영하는 사례가 있지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무균실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 경우 당장의 개선 효과는 높게 나타날지 몰라도 퇴원해 일상 공간으로 돌아가게 되면 결국 또다시 나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전용 병실은 집과 비슷하면서도 깨끗한 공기를 유지한다는 데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5개 분야 전문 관리팀이 개인 특성 파악해 지도
단순히 병실 환경을 청정하게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아토피 질환은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원인도, 증상도, 효과적인 처방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각 개인에 맞춘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이 곳에서 아토피 질환 전문 관리팀을 구성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레르기 전문의는 물론 전문 영양사, 환경보건 전문가, 전문 간호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증 아토피 질환자의 경우 보호자에게 우울증이 오거나 환자의 성장 발달이 더딘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심리발달 전문가까지 관리팀에 포함되어 있다. 개인에게 꼭 맞는 정확한 진료, 영양 상담, 심리발달장애 상담, 환경 상담을 통해 다각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퇴원 후에도 올바른 관리와 환경 설정을 할 수 있게 환경에 대한 조언 및 목욕법·온습 조절법 등을 자세히 가르쳐준다. 아토피 질환 센터에서는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안 환자가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을 찾아 실내 공기 상태, 수질 등을 점검하고 아이의 부모가 충분히 익혀서 응용할 수 있도록 상담 해주므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의 아토피 질환 전용 병실은 1인실로 되어 있지만 환경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6인실 보험가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외래로 들어온 내원 환자들 중 중증 환자에 한해 입원이 가능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 삼성서울병원 제공

전문 의료진이 풀어주는 아토피성피부염 치료에 대한 궁금증

Q 아토피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확하게 어떤 범위까지를 아토피 질환으로 보나요?
A
우리 몸이 과민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는 면역글로불린 E(IgE)가 관여합니다. ‘아토피’란 외부 환경으로부터 흔히 노출되는 알레르겐(항원)에 반응해 비정상적으로 IgE 항체를 만들어내는 성향을 가리킵니다. ‘아토피 질환’은 아토피와 연관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아토피성피부염, 식품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이 포함됩니다. 흔히 ‘아토피성피부염’을 별다른 생각 없이 ‘아토피’라고 줄여서 사용하고 있는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아토피’와 ‘아토피성피부염’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Q 보통 아토피성피부염을 단순한 피부 질환 정도로 여겨 스스로 치료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토피 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으로 바뀌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질병이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아토피성피부염, 식품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성비염 등 하나 혹은 여러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아토피 질환들은 성장함에 따라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아토피성피부염 환자들이라고 해서 단순히 피부 관리만을 할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했거나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아토피 질환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예방 및 관리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므로 알레르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경증의 아토피성피부염 환자라면 일반적인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질병 관리가 가능하지만 중증의 아토피성피부염 환자는 증상 악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찾아서 없앨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세심한 병력 청취가 요구되고, 동시에 피부 관리가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거 환경 및 실외 환경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환자 및 보호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상담과 협조가 요구됩니다. 또 전체 아토피성피부염 환자 중 30%가 식품 알레르기를 동시에 동반합니다. 이미 성장이 끝난 성인과 달리 소아에게는 원인 식품의 섭취를 제한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체식품을 개발해 균형 있는 영양 섭취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전문가뿐 아니라 임상 영양 경험이 많은 영양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Q 특히 아토피 전용 병실에서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최근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도 아토피성피부염의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토피성피부염의 발생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볼 때, 최근 아토피성피부염이 증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적 요인이 변화해서가 아니라 아마도 환경적인 영향이 크리라고 추정됩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설치되어 있는 아토피 질환 전용 병실은 증상의 악화 요인이 되는 집먼지진드기와 실내 공기의 질을 일반 병실에 비해 훨씬 개선한 상태로 운영하고 있고, 알레르기 전문의사 및 영양, 심리발달 등의 전문가들로부터 체계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치료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잘 낫지 않는 아토피성피부염 환자들은 아토피 질환 전용 병실에서 치료를 받음으로써 환자 개개인의 악화 요인을 찾아내고 적절한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아토피성피부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관련 정보들이 무수하게 쏟아지고 있는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A
과거에는 질병에 관한 정보를 주로 의료인 혹은 의료기관으로부터 얻었지만 요즘은 신문, 방송, 잡지와 같은 대중매체 혹은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손쉽게 의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난무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제품을 판매하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특별한 치료 방법을 광고함으로써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사이트에서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므로 많은 주의가 요구됩니다. 혹시 판단하기가 힘들다면 주위의 알레르기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는 것이 가장 안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Q 일상생활에서 아토피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A
아토피성피부염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저알레르기성 특수 분유 섭취, 유산균제 복용 등 여러 방법이 연구되고 있지만, 예방 방법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아토피성피부염이 발생한 경우라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소아아토피성피부염 연구회’에서 제공한 ‘아토피성피부염 환자의 관리 수칙’을 따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도움말 / 성균관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안강모 교수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