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 표현은 기분을 좋게 할 뿐 아니라 면역 기능까지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가진 보균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료 CF의 한 장면.
피아노 건반 위에서 네 개의 손이 춤을 춘다. 두 남자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두 남자는 번갈아 가며 뒤쪽을 바라보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그들 뒤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 있다. 이 영상과 함께 겹쳐지는 문구. ‘두 친구의 위 속에 헬리코박터피로리균을 심은 것은? 키스!’ 유산균 음료 CF의 한 장면이다.

로맨틱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은 이 광고는 헬리코박터피로리균을 경고한다. 위장병을 유발하는 이 균은 키스를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6월 14일 키스의 날을 맞이해 키스와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을 풀어보았다.

키스, 몸에 좋다
오래 살려면 키스를 해야겠다. 키스를 많이 하고, 또 잘하면 평균 수명이 5년 정도 연장된다고 한다. 일단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은 생활에 평안함과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일이나 생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키스를 하면 호흡이 가빠진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고 맥박도 두 배로 빨라지며 혈압이 오르는 것이다. 이때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부신에서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심장과 혈관의 수축력을 높인다.

키스를 할 때는 침이 많이 분비된다. 침은 입 안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로 인해 충치가 예방되는 효과를 얻는다. 키스는 바이러스나 병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정확히 말하면, 키스를 통해 바이러스에 더 쉽게 감염되고 감염에 대한 저항 반응으로 백혈구가 활성화된다. 백혈구가 활성화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한 장면.
키스를 하면 뇌에서 뉴로펩타이드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는 진통제 역할을 해 통증을 줄여준다. 또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글루코코티코이드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해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뇌를 자극해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나오게 한다.

키스는 외모를 아름답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키스를 할 때는 뺨과 턱 근육을 움직이게 되는데, 이는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는 근육이다. 이 근육이 부드러워지면 피부가 처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번 키스할 때 12Kcal가 소비된다. 미미한 수준이나 키스를 자주 하면 다이어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과학적 근거를 얻는 부분이다.

키스, 몸에 나쁘다
키스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키스는 여전히 감염의 통로다. 키스하기 전 반드시 상대의 입술 상태를 살펴야 한다. 만약 입 주변에 빨간색 혹은 보라색 물집이나 뾰루지가 있다면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의심된다. 특히 HSV-1은 가장 흔한 종류로 스트레스, 햇빛 과다 노출, 휴식 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키스를 통해 옮을 수 있다.

감기와 독감은 키스를 통해 걸린다. 굳이 키스가 아니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감기에 걸린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 호흡만으로도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목이 붓고 아픈 인후염이나 다양한 증상의 감기, 독감 모두 키스를 통해 더 쉽게 감염된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기생충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가 뇌 속으로 침투하는 수막염이 전염될 수 있으며, 인후염, 열, 몸의 통증, 편도염과 같은 독감 증상을 나타내는 단핵구증(키스병)에 걸릴 수도 있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과거 볼거리(이하선염)를 앓지 않았다면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난다. 이 병은 보균자의 침과 정액에 의해 쉽게 전염되는데, 고열이나 목에 심한 부종 및 통증이 생기면 병원에서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박테리아에 의해 전염되는 패혈성 인두염은 열, 두통, 복통, 찌르는 듯한 목의 통증으로 나타나는데, 이 역시 키스로 생길 수 있는 병이다.

마지막으로 유산균 음료 CF에서도 경고했듯이 위장병이 있는 사람과의 키스는 고려해봐야 한다. 위장병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피로리균도 키스를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가 흡연자라면 더욱 위험하다. 흡연은 구취를 유발할 뿐 아니라 세균을 증식시키기 좋은 수단이다.

글 / 두경아 기자 도움말 / 김세희 원장(소화기내과 전문의), 조영신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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