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조리법 없이 간단히 해 먹는 요리가 좋은 여름, 사찰의 쉽고 건강한 요리에선 배울 것이 참 많다. 값비싼 보약보다 몸에 더 좋다는 제철 채소로 만드는 사찰의 여름 건강식. 사찰 요리 전문가 홍승 스님이 자연의 맛을 그대로 담은 사찰의 여름 요리법을 들려주었다.



상추대김치
사찰의 여름 상에 즐겨 오르는 상추대궁은 대가 오른 상추를 말합니다. 쌉쌀한 맛을 지닌 상추대로 만든 김치는 더위에 잃은 입맛을 되살리는데 좋은 음식이지요.

재료
상추대궁 300g, 밀가루 2큰술, 고춧가루 1/2컵, 생강즙 1큰술, 청고추·홍고추 약간씩, 소금 적당량

만들기
1 대가 오른 상추를 깨끗이 씻는다. 이때 대궁이 너무 단단하면 껍질을 살짝 벗기고 방망이나 칼등으로 두드린다.
2 밀가루는 묽게 풀을 쑨 뒤 식힌다.
3 ②에 고춧가루와 생강즙을 섞은 뒤 소금을 넣어 약간 짭짤한 정도로 간을 맞춘다.
4 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털고 굵게 채썬다.
5 ③에 상추대궁과 고추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6 ⑤를 항아리에 담고 돌로 눌러 놓았다가 익으면 국물과 같이 담아낸다.


사찰 음식으로 부처를 전하는 홍승 스님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수행의 길을 택하게 된 홍승 스님(50). 스님은 속가(생가)때부터 요리 만드는 걸 좋아하고 즐겼다고 한다. 타고난 손맛은 속가 모친의 솜씨를 이어받은 것. 요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대중처소로 출가하면서 자연스레 이어졌다. 대중처소는 스님들이 모여 참선하는 곳으로 보살님들이 있는 일반 사찰과 달리 설거지부터 음식 만드는 일까지, 공양간의 모든 소임을 스님들이 맡는다.

그곳에서 선배 스님들로부터 다양한 사찰 음식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는 홍승 스님. 그 인연으로 스님은 사찰 음식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수행의 방법으로 택하게 되었다. 방송이나 책, 자원봉사 활동 등을 통해 사찰음식 보급에 힘써 온 홍승 스님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찰음식연구회’를 열었다. 사찰음식연구회는 일반인들이 사찰음식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산사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서 쉽게 사찰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요즘 스님은 이 곳에서 강의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식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 스님의 수행으로 사찰음식이 좀 더 대중적으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호박선
요즘은 일년 내내 애호박을 먹을 수 있지만 지금 이맘때가 가장 맛있지요. 표고버섯과 고추를 고명으로 올린 호박선은 색이 고와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음식입니다.

재료
애호박 1/2개, 당근 1/4개, 표고버섯 1장, 청고추?홍고추 1개씩, 식용유 약간, 양념장(간장 2큰술, 고춧가루?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만들기
1 애호박을 연하고 씨가 적은 것으로 골라 깨끗이 씻은 뒤 세로로 반 가른다.
2 ①의 호박 등 쪽에 가로로 1cm 간격으로 7할 정도 칼집을 넣은 뒤 찜통에 찐다. 이때 호박이 너무 익으면 색도 변하고 물러지므로 설컹거릴 정도로 찐다.
3 당근과 표고버섯은 곱게 채썬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살짝 볶는다.
4 고추는 반 갈라 씨를 털고 곱게 채썬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 뒤 당근, 표고버섯, 고추를 넣어 고루 섞는다.
6 찐 호박의 칼집 부분에 ⑤의 채소를 끼워 넣고 사이사이를 자른 뒤 남은 양념장을 끼얹어낸다.


연잎밥
사찰에선 7~8월에 나는 연잎으로 차도 만들고 연밥도 지어먹습니다. 연잎은 해독과 함께 피를 맑게 해주는 효능을 지녔는데 식용으로는 독이 없는 백련잎을 사용합니다.

재료
연잎 4장, 찹쌀 2컵, 흑미 2큰술, 연씨?잣?호두 30g씩, 은행 50g, 소금 약간

만들기
1 찹쌀과 흑미는 씻은 뒤 1~2시간 정도 불린다.
2 연씨는 단단한 껍질을 벗겨 반으로 쪼갠 뒤 배아를 떼어내고 물에 불린다.
3 은행과 호두는 껍질을 벗기고 잣은 고깔을 떼어낸다.
4 찜통에 준비한 재료를 모두 담고 소금을 넣어 고루 섞은 뒤 애벌로 찐다. 김이 오르면 중간에 한번 섞어 골고루 익게 한다.
5 연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한 장씩 펼친 다음 찐 밥을 얹어 돌돌 감싼다.
6 ⑤를 김이 오른 찜통에 넣고 15~20분 간 찐다.


참깨 콩국수
여름철 보양식으로 콩국수만한 음식이 없지요. 콩국물을 낼 때 흰 콩에 참깨를 더하면 훨씬 고소하고 영양가 있는 국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재료
흰 콩 2컵, 볶은 참깨 1/2컵, 생수 8컵, 소금 1큰술, 오이 1/2개, 소면 600g

만들기
1 흰 콩은 씻어서 5시간 정도 불렸다가 콩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고소한 맛이 떨어진다.
2 삶은 콩은 찬물에 헹군 뒤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기고 물에 뜨는 껍질은 조리로 건진다.
3 믹서기에 ②의 콩과 볶은 참깨, 소금을 넣고 생수를 부어 곱게 간다. 이때 기호에 따라 생수의 양을 조절한다.
4 ③을 고운 체에 밭쳐 내린 뒤 차게 식힌다.
5 오이는 곱게 채썬다.
6 소면을 넉넉한 물에 삶아 그릇에 담은 뒤 콩국물을 붓고 오이채를 얹어낸다.



홍승 스님이 전하는 사찰 음식 이야기
스님들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합니다. 음식이란 이 과정에서 마음을 닦는데 필요한 기를 보충하는 수단이지요. 스님들의 수행기간은 하안거와 동안거로 나눠지는데 더운 여름철인 하안거는 먹을거리가 풍부한 계절로 사찰음식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사찰에서는 수행에 지친 스님들을 위해 자연의 깨끗한 재료를, 최소한의 양으로, 청결하게 조리하고, 식사하는 사람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합니다.

이 원칙을 지켜 음식을 만들면 아무리 거친 음식이라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으로 변하지요. 이는 비단 사찰음식에만 해당되는 원칙은 아닐 것입니다. 사찰음식이 담고 있는 이러한 정신을 일반 가정에서도 실천한다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지침이 되지 않을까요.

사찰의 부엌에서 찾은 천연 먹을거리

1 두고 먹는 여름 밑반찬, 장아찌
가죽 장아찌_ 가죽(600g)을 소금에 절인 뒤 채반에 널어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간장(2컵), 물(1컵), 물엿(1컵)을 끓여 차게 식힌 뒤 고춧가루(2컵), 고추장(2컵), 설탕(1컵), 찹쌀풀(1컵), 통깨(약간)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절인 가죽에 양념장을 버무려 시원한 곳에 보관한다.

곰취 장아찌_ 곰취(400g)를 씻어 항아리에 담고 간장(2컵)과 물(1컵)을 끓인 간장물을 붓는다. 하루 정도 지난 다음 간장을 따라내 끓여서 다시 붓는다. 이 과정을 3~4일에 한번 씩 서너 번 반복하고 마지막에 소주를 약간 넣어 완성한다.

매실 장아찌_ 청매(1kg)는 씨를 발라내고 과육에 소금을 뿌려 3시간 정도 절인 뒤 물기를 꼭 짠다. 항아리에 절인 청매와 황설탕(1kg)을 번갈아 돌려 담고 마지막에 설탕을 1~2cm 두께로 덮어 서늘한 곳에 둔다. 15~20일 지나면 설탕물은 따라내고 과육만 건져 고추장에 버무려 먹는다.

2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맛간장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어 달인 맛간장은 스님이 즐겨 천연조미료다. 조림 요리나 양념간장을 만들 때 맛간장을 활용하면 풍미가 더해질 뿐 아니라 짜지 않게 먹을 수 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맛간장은 냄비에 간장(2컵), 물(2컵), 표고버섯(5장), 다시마(10×10cm 2장)를 넣고 끓이다가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이고 20분 정도 더 끓여 만든다.

3 사찰의 천연조미료, 다시마와 표고버섯
마른 표고버섯과 다시마는 사찰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천연조미료로 모든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물(5컵)에 표고버섯(3~4장)과 다시마(10×10cm 1장), 무(50g)를 넣고 약 30분 정도 끓여서 낸 다싯물은 음식을 조리할 때 물 대신 사용한다. 밥을 지을 때도 이 물을 사용하면 훨씬 맛있고 영양가 있는 밥을 지을 수 있다. 또 조리하기 1시간 전 쯤 다시마를 생수에 담가 우려낸 뒤 사용해도 좋다. 물에 불려 사용하는 마른 표고버섯의 경우 불린 물을 버리지 말고 다싯물로 활용한다. 단, 물에 담그기 전 버섯을 깨끗이 씻는다.

4 약으로 쓰이는 매실차
매실농축액을 물에 타서 마시는 매실차는 예로부터 사찰에서 약으로 쓰였던 음료. 소화불량이나 급체에 특효로 스트레스 받거나 피로할 때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며 간을 보호해 술을 마신 후에 좋다. 해독 작용도 뛰어나 식중독이나 배탈을 예방하고 몸의 열을 식혀줘 감기약으로도 쓰인다. 특히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줘 임산부와 폐경기 여성에게 매우 좋다. 그 외 피부 미용과 만성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표고버섯 수삼냉채
재료의 고유한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냉채는 사찰에서도 고급 요리에 속합니다. 표고버섯 수삼냉채는 입맛을 돋우는 소스와 함께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여름철 건강식으로 그만이지요.

재료
생 표고버섯 5개, 밤 4개, 수삼 1뿌리, 오이·청피망·홍피망 1/2개씩, 배 1/4개, 대추 2알, 겨자 소스 (겨자·참기름 1작은술씩, 식초·꿀 1큰술씩, 구운 소금 약간)

만들기
1 생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끓는 소금물에 말랑하게 삶은 뒤 얇게 저며썬다.
2 밤은 껍질을 벗긴 뒤 둥근 모양을 살려 얇게 썬다.
3 수삼, 오이, 피망, 배, 대추는 5~6cm 길이로 가늘게 채썬다.
4 볼에 겨자 소스 재료를 분량대로 섞은 뒤 ③의 채소를 넣어 가볍게 버무린다.
5 접시에 표고버섯과 밤을 돌려 담은 뒤 가운데 ④를 담아낸다.


장소 협찬 / 삼청각(www.3pp.co.kr, 02-765-3700) 그릇 협찬 / 정소영식기장(02-541-6480) 도움말&요리 / 홍승 (사찰음식연구회, 02-2058-0818) 스타일링 / 장하영 진행 / 성하정 기자 사진 / 이주석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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