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요리와 고품격 서비스로 부티크 레스토랑 시대를 연다

음식이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그 중심에 있는 셰프 또한 트렌드세터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에 맞춰 매달 이 시대의 맛을 책임지는 셰프를 만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의 오너 셰프, 어윤권. 그와 함께 요즘 뜨고 있는 유럽식 부티크 레스토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급 문화를 즐기는 부티크 레스토랑
‘오너 셰프’에다 ‘부티크 스타일’까지, 요즘 가장 트렌디하다는 레스토랑의 요소를 고루 갖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리스토란테 에오’는 유명 레스토랑이 밀집한 서울 청담동 골목 한가운데 자리한다. 그곳의 오너인 어윤권 셰프(37). 바쁜 일정 때문에 몇 번의 사전 미팅이 불발로 끝나고 촬영 당일에서야 그를 만났다. 에디터는 다소 식상하긴 하지만 평소 셰프들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먼저 건넸다. “요리가 왜 좋으세요?”

수줍은 미소를 지닌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그의 답은 명쾌했다. “요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내죠. 끊임없는 창조의 작업, 상상력의 제한이 없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사람에게 기쁨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만드는 이에겐 큰 행복입니다.”

어윤권 셰프는 한국의 유명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요리하면서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미 7년간 실무를 쌓은 터라 요리학교는 그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 바로 현업으로 뛰어들어 로마, 밀라노에서 포시즌스 호텔을 비롯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7년간 경험을 쌓았다. 그 외에도 시칠리아, 토스카나 등을 돌며 소금과 와인, 토속음식을 공부했다. 귀국 후엔 국내 유명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메뉴 기획과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가 자신의 성(Eo)을 이름으로 한 레스토랑을 냈다.

오너 셰프가 된 이유를 질문하자 “제가 추구하는 요리는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 요리예요”라고 운을 뗀다. “요리가 요리에 그치지 않고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희생이 동반되는데, 고용인 셰프로선 한계가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하고, 책임도 제가 진다는 점이 오히려 편한 거 같아요.”

‘리스토란테 에오’는 테이블 4개가 전부다. 이곳은 작지만 고급스럽고,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부티크 스타일을 추구한다. “유럽에선 부티크 레스토랑이 일반화돼 있어요. 그곳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연장을 보고 있는 듯하죠. 요리와 서비스가 공연되고 고객은 그 공연에 직접 참여해요. 맛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아트한 요리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높이를 맞춘 최고의 서비스는 레스토랑이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는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이런 부티크 레스토랑의 문화를 한국에도 전하고 싶었다는 어윤권 셰프. 덧붙여 셰프의 입장에서도 부티크 레스토랑은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므로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셰프의 주방에서 나눈 몇 가지 이야기
이야기가 무르익어가자 셰프의 주 무대인 주방이 궁금해졌다. “가장 아끼는 식재료가 뭐냐?”고 묻자 어윤권 셰프는 주방이 아니라 레스토랑 한쪽에 자리한 와인셀러로 향했다. 고급 와인을 꺼낼 줄 알았더니 그가 보여준 것은 의외로 ‘소금’이다. “요리에 있어서 간을 맞추는 소금은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소금은 조금만 건조해도 미네랄 성분이 날아가 맛과 향이 변질되기 때문에 보관이 중요해요. 그래서 소금은 주방에 두지 않고 습도와 온도가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는 와인셀러에 보관합니다.”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은 기본, 그 보관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는 것. 요리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창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는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그의 요리가 시작됐다. 빨간 벽면이 인상적인 모던한 분위기의 주방에서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가 잡은 ‘팬’이었다. 앤티크 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값비싼 동(銅)으로 만든 팬. 작은 크기의 인테리어 소품용 동팬만 봤던 에디터로선 값비싼 팬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요리사들은 이것을 최고로 쳐요. 동으로 만든 팬은 음식의 잡냄새를 없애주고 열전도율이 좋아서 음식이 빨리 익어요. 또 음식에 열이 균일하게 전달돼 골고루 익힐 수 있죠.” 그 다음 에디터의 시선은 셰프의 손에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쓰는 ‘칼’에 꽂힌 것. 보통 식칼의 족히 2~3배는 될 만한 크기다. “재료를 통째 구입하는 편인데 이 칼은 못 자르는 게 없어요. 커다란 냉동 생선뿐 아니라 고기의 뼈나 척추도 자를 수 있죠.

이탈리아에 있을 때부터 쓰던 것으로 제가 가장 아끼는 칼입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에디터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그의 손끝에서 오늘 촬영할 요리가 완성됐다.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마음으로 요리를 만드는 그를 보며 그에게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어졌다. “이탈리아 요리라고 하면 다들 어려워하시는데 어렵다고 단정짓지 말고 늘 하던 요리, 즐겁게 할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하세요. 이탈리아 요리를 만드는 데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주변에 있는 식재료만 가지고도 충분해요.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질 좋은 해산물, 육류, 소금, 후추만 있으면 됩니다. 욕심을 부려 질 좋은 올리브유 정도만 추가하면 1년 내내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어요.”

지난해 8월 문을 연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 셰프는 에오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레스토랑이 되길 원한다. 이제 막 출발 선상에 선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가운데, 머지않아 최고의 레스토랑만 선정해 싣는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 ‘리스토란테 에오’의 이름이 당당히 올라가길 기대해본다.

Chef Eo's Easy Recipe Lady's Spring Menu

예술 요리를 추구하는 어윤권 셰프가 레이디경향 독자를 위해 시크릿 레시피를 공개했다.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낸 것이 특징. 나른한 봄을 맞아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메뉴로 여자들의 런치 코스로 더없이 좋다.

얇게 저민 새우와 파인애플
Carpaccio di Gamberri con Ananas

재료(4인분) 왕새우 6마리, 파인애플 과육·당근·양파·셀러리 100g씩, 통마늘 1/2톨, 통후추 20알, 굵은소금 적당량, 로즈메리·타임 약간씩, 소스(올리브유 80cc, 레몬즙 1개분,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새우는 꼬치를 이용해 등 부분에 있는 내장을 제거한다. 2 당근, 양파, 셀러리는 기본 손질 뒤 작게 깍뚝썰기한다. 통마늘은 껍질과 뿌리째 준비한다. 3 냄비에 ②의 채소와 통후추, 로즈메리, 타임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뒤 굵은소금을 넣어 끓인다(물 1ℓ에 소금 80g). 이때 로즈메리, 타임은 없으면 생략해도 된다. 4 ③의 물이 끓으면 새우를 넣고 1분 30초 정도 익힌다. 5 익힌 새우는 얼음 소금물(물 1L에 소금 80g)에 바로 담가 재빨리 식힌다. 6 파인애플은 채칼을 이용해 얇게 슬라이스한 뒤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제거한다. 7 ⑤의 새우는 껍질을 제거한 뒤 세로로 얇게 저며 썬다. 8 볼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고루 섞어 소스를 만든다. 이때 후춧가루는 요리가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백후춧가루를 사용하면 좋다. 9 접시에 새우를 돌려 담고 가운데 파인애플을 올린 뒤 소스를 뿌려 낸다.

티라미수 Tiramisu

재료(8인분) 달걀 2개, 설탕 80g, 생바닐라빈 1개, 에스프레소 5잔, 사보이아르도(비스킷) 분말 80g,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생크림 200g, 마스카포네 치즈 120g

만들기
1 제과점에서 사보이아르도나 딱딱한 비스킷을 구입해 커터에 갈아 가루를 낸다. 2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식힌다. 인스턴트커피를 사용할 경우 일반 커피보다 3~4배 진하게 탄다. 3 냄비에 설탕을 넣고 물 40cc를 섞어 끓인다. 4 물기 없는 볼에 달걀을 풀고 생바닐라빈의 속 알갱이를 긁어내 넣은 뒤 거품기로 거품을 낸다. 생바닐라빈이 없으면 바닐라 에센스를 몇 방울 넣는다. 5 ④의 거품이 거꾸로 뒤집어도 안 떨어질 정도로 단단하게 일면 끓인 설탕물을 서서히 넣어가며 거품기로 고루 섞는다. 6 다른 볼에 생크림을 넣고 역시 단단하게 거품을 낸다. 7 큰 볼에 ⑤와 ⑥, 마스카포네 치즈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서서히 잘 섞어 크림을 완성한다. 8 컵에 비스킷 분말을 얇게 깔고 커피를 넣어 적신다. 그 위에 ⑦을 얇게 채운다. 9 컵 끝까지 차도록 ⑧의 과정을 2~3번 반복한 뒤 코코아 파우더를 듬뿍 뿌리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쌀과 참치샐러드
Insalata Riso con Tonno

재료(4인분) 쌀 100g, 냉동 참치 240g, 방울토마토 16개, 파슬리 40g, 새싹채소 적당량, 쌀 소스(올리브유 80cc, 레몬즙 1개분,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샐러드 소스(발사믹 소스 30cc, 올리브유 40cc,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쌀은 깨끗이 씻은 뒤 냄비에 넣고 물 2.5L를 부어 25분 정도 끓인다. 2 ①의 쌀은 찬물에 식힌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냉장고에 넣어 둔다. 3 냉동 참치는 소금물(물 1L에 소금 60g)에 넣어 반쯤 해동시킨 뒤 키친타월로 돌돌 말아 냉장고에 넣고 완전 해동시킨다. 4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뗀 뒤 세로로 4등분하고 파슬리와 새싹채소는 씻어 물기를 턴다. 5 쌀과 샐러드 소스를 각각 분량대로 섞는다. 6 볼에 ②의 쌀과 쌀 소스를 넣고 잘 버무린다. 7 다른 볼에 ④의 채소와 샐러드 소스를 넣고 살살 버무린다. 8 접시 위에 사각 틀을 놓고 ⑥을 도톰하게 깐 뒤 그 위에 참치를 크기에 맞게 썰어 올린다. 이때 사각 틀이 없으면 알루미늄 포일을 여러 겹 겹쳐 틀 모양을 만들어 사용한다. 9 ⑧의 틀을 빼고 참치 위에 ⑦의 샐러드를 올리고 접시 주변을 장식한다.

Info 리스토란테 에오
규모는 작지만 고품격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부티크형 레스토랑.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에선 모던 이탤리언 스타일의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메뉴판은 따로 없으며 모임의 성격에 맞게 맞춤 메뉴로 구성하거나 그날의 신선한 재료에 따라 셰프가 직접 선정한 메뉴를 선보인다. 예약은 필수.
가격 점심 3만3천원, 저녁 6만6천원과 8만8천원(부가세 포함).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초등학교 근처
문의 02-3445-1926

진행 / 성하정 기자 사진 / 이주석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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