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이제 ‘집안일은 부인이 담당하고 남편은 돕는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 직접 양말 좀 빨아 신고 가끔 설거지나 도와주면 기뻐할 아내들이 아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변화를 아직도 많은 남편들은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집안일. 이달부터 그 아름다운 현장을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맞벌이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는 이영씨(38)다.

남다른 남녀평등 의식을 갖고 있다거나 아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다는 거창한 공약을 내걸은 게 아니다. 다만 맞벌이하는 아내의 출근이 이르고 퇴근도 늦을 뿐. 집안일을 나눠 하게 된 계기를 이영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매일 아침 만드는 캐릭터 도시락 사진을 찍어 블로그(blog.naver.com/ king700203)에 올리면서 유명해졌지만 집안일에 동참하고 있는 부분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먼저 퇴근해 매일 해야 하는 간단한 청소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아내가 일을 하니 같이 도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맞벌이 부부는 늘어나는데도 남녀 역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더군요.”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지금은 그나마 나아진 편이지만 집안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더 힘들었단다. 어쩌다 회사에 지각이라도 하면 다른 직원의 눈치가 보였다. 육아, 청소, 빨래… 처음에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초반의 실수도 많이 줄고 집안일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도 쌓였다. “술자리가 있었던 다음날에는 도시락을 못 싸기도 해요”라고 말하지만 오늘도 이영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살림을 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집안일에 동참하는 일, 그가 가진 인생의 일부이기도 하다.

새근새근~사랑스러워요
잠자는 양

| 재료 | 살색밥(흰쌀밥 1그릇, 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흰쌀밥 1공기, 비엔나소시지(작은 것) 3개, 김 1장

| 만들기 |
1. 분량의 재료로 만든 살색밥을 한 움큼 떼어 ㄱ자 모양으로 몸을 만든다.
2. 비엔나소시지는 길게 0.5cm 두께로 썬 뒤 양 끝부분 3개를 ①의 몸통 아래에 붙여 발을 만든다.
3. 살색밥을 떼어 손가락 크기로 얼굴을 만들고 몸통에 붙인다.
4. 흰쌀밥을 조금씩 떼어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만든다. 얼굴 앞쪽과 귀 붙일 자리를 제외하고 촘촘히 붙여나간다.
5. 살색밥을 떼어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귀를 두 개 만들고 얼굴에 붙인다.
6. 김을 오려 눈과 입 모양을, 비엔나소시지 속살을 오려 볼을 만든다. 얼굴에 붙여 완성한다.

이영의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딸 윤(9)의 유치원 소풍 가는 날 김밥 대신 호빵맨 모양 도시락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어요.” 아빠가 정성껏 만들어준 도시락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 뒤로 그는 매일 맞벌이하는 아내를 위해 재미난 캐릭터 도시락을 싸게 됐다. 입체적인 모양의 도시락을 만들기 위한 기본은 이미지 트레이닝. 수시로 떠오르는 캐릭터를 스케치하고 그에 어울리는 재료를 찾는다. 이영씨는 캐릭터 도시락에 처음 도전하는 거라면 단순한 캐릭터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또 모양에만 치우치지 말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주황색을 표현하더라도 단순히 토마토케첩만 사용하기보다는 스파게티 소스와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그의 노하우.

천진난만한 미소가 사랑스러운
도라에몽

| 재료 | 밥(흰쌀밥 1그릇, 소금 약간), 김 2장, 삶은 달걀 2개, 비엔나소시지·맛살 1개씩

| 만들기 |
1. 소금 간한 밥을 한 움큼 떼어 테니스공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2. 김을 반으로 접은 뒤 접힌 부분의 한쪽 모서리를 부채꼴 모양으로 자른다.
3. ①에 김을 붙인 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가위집을 낸다.
4. 동그란 모양의 얼굴이 되도록 김을 붙인다.
5. 삶은 달걀의 뾰족한 쪽을 10원 동전 크기로 썬다.
6. ⑤의 달걀흰자를 김 위에 올리고 달걀 라인을 따라 김이 보이도록 오린 뒤 눈 위치에 붙인다.
7. 비엔나소시지 속살을 깎아 코를 만들고 눈 사이에 붙인다.
8. 김을 링 모양으로 2개 오려 눈동자를, 가늘게 오려 수염을 만들어 붙인다.
9. 맛살의 빨간색 부분을 떼어 입 모양으로 오린 뒤 밥 위에 붙인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물개 캐릭터
보노보노

| 재료 | 녹색 밥(밥 1그릇, 시금치가루 1작은술), 흰쌀밥 2큰술, 김 1장

| 만들기 |
1. 시금치가루로 색을 낸 녹색 밥을 한 움큼 떼어 테니스공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2. 흰쌀밥을 엄지손톱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2개 뭉쳐 얼굴 밑 부분에 이어 붙인다.
3. 흰쌀밥을 약간 떼어 김 위에 싸 코를 만든다.
4. ③의 코를 ②의 수염 사이에 붙인다.
5. ③에 넣은 흰쌀밥의 반 정도씩 김 위에 싸 눈 2개를 만든 뒤 ②에 붙인다.
6. 김을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가늘게 오려 수염을 붙이고 도시락에 담는다.


캐릭터 도시락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는 반찬
삼색 나무 만들기

재료
맛살 2줄, 쪽파 4뿌리, 김밥용 햄 4줄, 달걀 1개, 밀가루 2큰술, 소금·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맛살, 쪽파, 김밥용 햄은 5cm로 길이를 맞추어 썰어 이쑤시개에 차례로 꽂는다. 2 밀가루를 한쪽 면만 묻힌 뒤 소금 간한 달걀에 담가 양쪽 면에 옷을 입힌다. 3 달군 팬에 올려 약한 불에 부쳐 식힌다. 4 삼각형으로 양쪽을 썬 뒤 별 모양 이쑤시개를 꽂아 장식한다.


장소&조리 도구 협찬 / 휘슬러 갤러리(02-3453-4000) 진행 / 정지연 기자 사진 / 원상희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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