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여성들 사이에서는 고춧가루를 넣은 작은 양념병을 가지고 다니면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먹는 고춧 다이어트가 유행이었다. 과연 고춧 가루를 먹는 것만으로도 살이 빠질까? 그냥 듣기만 하면 조금 황당할 수도 있는 다이어트 법이긴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고추에는 캡사이신이라는 매운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바로 우리 몸의 1지방을 어느 정도 분해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고추장을 먹거나 매운 고추를 먹으면 살이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에는,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위가 좋지 않은 사람은 고추를 이용한 다이어트 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다이어트 외에도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데 암 예방은 일반 고추보다는 숙성시킨 고추장이 더욱 효과가 높다. 고추장이 발효되면 될수록 그 효과는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매운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위 점막이 손상돼 만성 위염의 원인이 되고 결과적으로 위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매일 일정량의 고추를 섭취할 경우 오히려 위궤양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옛 식품서를 보면 고추의 효능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데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의 식감촬요(食鑑撮要)에서는 일본의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를 인용해 “고추는 매우 맵고 그 성질은 대단히 따뜻하여 많이 먹으면 화(火)가 동하고 창(瘡)을 나게 하며 낙태(落胎)한다.”고 설명하였고, 1700∼1800년대 일본의 식품서에서는 “고추는 매우 맵기 때문에 입술이 마비되고, 가열하면 더욱 매워지고, 국이나 된장에 섞어서 먹으면 향기가 좋고 식욕도 돋군다.” 등 고추를 설명하고 있으며 『일화 일언(一話一言) 1726∼1779』이라는 책에서는 “수박을 먹고 복통이나 토사를 만나면 고추를 썰어서 달여 먹으면 바로 해독되는데 이것은 조선의 통신사(通信使)에게서 배운 것이다”라고 기록에 남아 있는 등 우리나라에서의 기록은 적으나 고추의 효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다.



한편 1850년경의『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추운 날 먼 길을 떠날 때 사람의 복부에 고추를 넣어서 만든 복대를 하고 고추를 버선 틈에 넣어 신고가면 그 자극성으로 혈행(血行)을 좋게 하여 추위를 타지 않게 하는 효능이 있고 또 고추대포와 같은 무기로 쓰기도 한다.”는 재미있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고추는 다이어트와 암 예방은 물론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돋궈주며, 혈액 순환 촉진하는 역할 등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고마운 식 재료다. 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위장자극으로 위장점막손상, 설사, 간장기능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행/김은진 기자  사진/송미성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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