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영화에서 보던 배심재판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 1월 1일부터 ‘국민참여재판’이란 이름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지난 2월 13일 국내 사법 사상 최초로 대구지법 제11형 사부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고,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배심원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일반 시민이 배심원 자격으로 판결에 참여하는 재판으로, 형사소송 중에서 살인죄나 강도·강간죄, 1억원 이상 뇌물죄 등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국한된다. 국민참여재판 초기 단계 즉, 시범 운영되는 5년간은 가벼운 사건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중한 범죄에 대한 재판 절차와 결과에 더 관심을 가지므로 먼저 중죄 사건을 대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실시하기로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 20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배심원이 될 수 있다. 전과가 있는 사람, 고위 공무원이나 법 관련 직무에 근무하는 공무원, 그 범죄의 피해자, 피고인 친척, 배심원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기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 등 29가지 사유에 해당되면 배심원이 될 수 없다.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법원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국민참여재판을 연다. 해당 법원은 관할 지역에 사는 만 20세 이상의 거주자를 대상으로 해마다 작성되는 ‘배심원 후보 예정자 명부’에서 재판에 참여할 배심원과 예비 배심원(배심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대신 참가하는 사람)을 무작위로 추출해 선정 기일을 통지한다. 선정 기일에는 출석한 사람을 상대로 배심원과 예비 배심원을 선정한다.

이때 선정 기일 통지서를 받은 배심원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으면 2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고용주가 배심원으로 선정된 사람에게 법원 출석을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도 금지돼 있다. 배심원 선정을 위해 개인 신상을 묻는 질문표에 거짓으로 답해도 2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출석이 곤란할 때는 불출석 사유 신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내야 한다.

배심원의 하루 일당은 5만~10만원
법정에서는 배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른다. 재판이 시작되면 배심원들은 검사의 심문과 변호사의 변론을 지켜보게 된다. 이때 판사에게 질문을 요청해 피고인이나 증인에게 물어볼 수 있고, 필기도 할 수 있다. 그 뒤 배심원들은 평의실에서 회의를 거쳐 유·무죄 여부와 양형(형량을 결정하는 것) 의견을 제출한다. 이때 판사가 반드시 배심원 평결을 따를 의무는 없다. 하지만 판사가 배심원의 평결과 다른 판결을 할 경우 피고인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배심원과 예비 배심원은 법원 출석 일수에 따라 하루 10만원씩을, 배심원 선정에서 탈락한 사람은 5만원의 일당을 받는다. 대부분의 국민참여재판은 1~3일 동안 진행된다.

유죄든 무죄든 배심의 평결을 마쳤고, 판사가 배심 평결에 따랐든 안 따랐든 판결을 선고했다면 배심원의 임무는 끝난다. 하지만 그 뒤에도 배심원으로서 지켜야 할 일이 있다. 배심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들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배심원이 판사나 배심원들의 의견 등을 누설했을 때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배심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Mini Interview 「당신이 판사」의 저자 변호사 안영문

법을 잘 모르는 배심원들이 양형에 관여해도 되는가?

우리나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은 판사와 함께 양형에 관해 토의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 그러면 판사는 배심원이 개진한 양형에 관한 의견을 참고해 양형을 한다. 엄밀히 말해서 배심원은 양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뿐, 배심원이 양형을 하는 것은 아니란 소리다. 양형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양형 기준표가 있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양형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판사 혹은 법원에 따라 양형에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말도 많고 불만도 많은 것이 양형이다. 판사들이 죄 있는 자와 죄 없는 자를 정확히 가려내고, 죄 있는 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려준다면 무엇 때문에 번거롭게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겠는가. 전 국민이 양형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배심원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배심원의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배심원 출석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출석하려는 자세다. 미국에서도 배심원 직무를 기피하려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배심원의 일당을 올려주려고 하나, 너무 올리면 그 일당이 탐나는 사람들만 참석할까 두려워 많이 올리지도 못한다. 두 번째는 열린 마음가짐이다. 국민참여재판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피고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을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와 동등하게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이 사건을 처리하는 데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생각으로 다른 이들의 견해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피고인의 변명, 증인의 증언 등 사건과 관계된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고정관념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글 / 김민정 기자 도움말 / 안영문 변호사(「당신이 판사」(산지니 도서출판) 저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Posted by Redvi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