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포장마차 간식 한 번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듯.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출출할 땐 그저 ‘포차표 간식’이 최고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아무대서나 먹을 수는 없는 일. 원조를 찾아가면 그 맛이 더욱 끝내준다.



얼큰하고 개운한 ‘빨강 오뎅’

대구에서는 20년 전부터 시작됐다던 빨간 어묵의 전설이 서울 종로 거리에서 재현된 지 벌써 1년이 돼간다. 종로 3가 티파니 귀금속 상가 앞에 위치한 빨간 어묵 집이 바로 원조로,  대구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맘껏 펼치고 있는 주인 아저씨의 명성은 이미 자자해 어묵이 육수에 담기기가 무섭게 재빠르게 먹어치울 정도로 손님들이 줄을 지어 섰다. 꽃게, 마른 새우, 무, 다시마, 대파, 고춧가루 듬뿍 넣고 우려낸 육수에 통통한 어묵을 반으로 싹뚝 잘라 보글보글 끓여 낸 빨간 어묵은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맛이 특히 일품.



마른 밴댕이, 마른 새우, 꽃게, 무, 대파, 양파, 무를 넣고 뽀얗게 끓인 육수에 차곡차곡 접어 꼬치에 끼운 납작 어묵을 넣은 해물 어묵 또한 별미다. 이 역시 국물이 끝내주는데, 육수에 숯을 넣어 덕분에 잡냄새가 제거되어 담백하면서도 개운 맛이 난다. 하지만 국물이 아무리 끝내줘도 어묵 집에선 어묵 맛이 좋아야 하는 법. 생선 80%를 사용해 오래 끓여도 ‘팅팅’ 불지 않는 질 좋은 부산 어묵을 매일 비행기로 공수해온다고 하니 이만하면 강호의 고수가 아닐까? 가격은 해물 어묵 5백원, 빨간 어묵 3백원.



찾아가기 전에

종로의 간식 포장마차들은 대부분 오후 2시 30분에서 밤11시 정도까지 영업을 하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폐점을 하기도 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문을 늦게 열거나 아예 열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기억해 둘 것. 



1 종로 3가 티파니 귀금속 상가 앞에 위치한 빨간 어묵의 원조집.

2 꽃게와 마른 새우, 고춧가루 등이 어우러진 얼큰한 국물 맛이 일품인 빨간 어묵.

3 해물 어묵은 밴댕이, 마른 새우, 숯까지 넣어 개운한 맛이 난다.

4 ‘빨간 오뎅집’에서는 부산에서 매일 매일 공수해오는 오리지널 부산 어묵을 사용한다.





다양한 맛의 꼬마 김밥 ‘텐텐 김밥’

꼬마 김밥이 우리의 간식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은 벌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다. 노란 단무지에 앙상한 시금치 한 줄만 들어가도 어찌나 맛있던지…. 이랬던 꼬마 김밥이 럭셔리해졌다. 불고기와 커리도 모자라 오징어채, 멸치, 어묵, 김치, 참치, 돈까스, 스팸, 매운 고추까지 10가지 부재료들이 꼬마 김밥 속으로 쏙쏙 들어선 것. 이름하여 텐텐 김밥. 종로 2가 버거킹 앞에 자리한 텐텐 김밥은 간을 맞추기 위해 밥에 넣는 소금도 죽염을 사용한다고 하니 가히 럭셔리 꼬마 김밥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면 멸치 김밥을, 매콤달콤한 맛을 원한다면 어묵 김밥을, 진짜로 매운 맛을 즐길 줄 안다면 매운 고추 김밥을 강추한다. 가격은 1줄 5백원, 5줄 2천원.   



1 10가지 재료를 사용해 10가지 다른 맛을 내는 버라이어티 꼬마 김밥의 원조 텐텐 김밥.

2 매운 듯 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는 오징어채 김밥.

 



신선한 체리가 가득 ‘과일마차’

언제부턴가 말끔하게 손질한 과일들이 봉지에, 종이컵에 담긴 채 길거리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특히 앵두나 산딸기 같은 쪼끄만 과일들은 피부 미용 생각하는 언니들에게 언제나 환영받는 메뉴가 되었다. 종로 3가 서울 극장 옆에 위치한 과일 마차는 그래서 더욱 인기. 이미 7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는 주인 아주머니는 계절마다 나는 신선한 과일들을 엄선해서 선보인다. 요즘은 체리가 한창. 이곳에서 파는 체리는 과즙이 풍부한 캘리포니아산으로, 체리와 같이 보랏빛과 붉은 빛이 나는 과일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심장과 중추신경계에 효과가 있으며, 특히 여자에게 특히 좋다고 하니 몇 접시를 사먹어도 아깝지 않을 듯. 가격은 한 접시에 3천원.   





1 종로 3가 서울 극장 옆에는 제철 과일을 선보이는 과일 포차의 원조집이 자리잡고 있다.

2 요즘은 체리가 한창 제철. 깨끗하게 씻은 후 시원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팔기 때문에 언제 먹어도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프레페레’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길거리 아이스크림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종로 일대 길거리 아이스크림의 프리미엄 시대를 연 곳이 바로 프레페레. 지난 6월 문을 연 이곳은 다른 길거리 간식 포차에 비하면 연배가 엄청 낮지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원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산 생우유를 50% 사용한 프레페레 아이스크림은 부드럽기가 혀를 살살 녹이며, 진한 풍미는 여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맛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아이스크림 1개 용량이 개별로 진공 포장되어 위생적이며, 스쿱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주문할 때마다 하나씩 뜯어 콘 위에 예쁘게 모양내어 얹어 주는 것이 특징. 바닐라, 딸기, 초콜릿, 메론, 녹차, 포도의 6가지 맛이 소개되고 있으며, 가격은 1천5백원.





1 종로에서 제대로 된 아이스크림을 맛보려면 이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프레페레를 찾아가자. 

2 콘 위에 얹혀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개별 포장된 아이스크림들.


진행/신경희 기자  사진/백성우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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