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선 이후 거세게 불던 서울 노원구, 도봉구 등 강북권 소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부동산시장 전체 분위기를 주도해왔다고는 하지만, 역시 내집 마련의 원천이자 주재료는 신규 분양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기본형 건축비 등 정해진 원가를 적용,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할 수밖에 없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본격 공급되면서 수요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선보일 사업지 중에는 경기 용인이나 인천 청라 등 수도권 주요 관심 지역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 지역은 입지여건 등을 감안할 때 당첨만 되면 수억대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소위 ‘로또 아파트’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2007년 11월, 수원 광교 신도시 착공 현장

놓치면 후회할 곳, ‘인천 청라’
수도권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인천 청라지구는 오는 5월부터 아파트 공급을 재개한다. 올해 선보일 청라지구 내 신규 단지의 경우 대부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30~40%가량 싸게 책정될 예정이다. 그만큼 시세가 오르지 않더라도 계약과 동시에 억대의 당첨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청라지구를 ‘로또’ 사업장으로 꼽는 이유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청라지구는 총 면적 1천7백80만㎡로, 인천 경제자유구역 3개 지구 중 규모가 가장 작다. 하지만 서울과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같은 경제자유구역인 송도나 영종지구보다 더 낫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목동에서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2010년 인천공항고속철도 청라역이 신설되면 서울역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등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진다.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홍보관의 청라-송도-영종 지구도
금융·레저 타운으로 개발되는 청라지구에는 랜드마크 빌딩인 4백50m 높이의 ‘타워 인피니티(Tower Infinity)’가 2013년까지 지어질 예정이다. 국제학교, 복합학술단지, 과학복합연구단지 등이 들어설 계획이어서 교육환경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특히 서울대병원 분원과 세계적 암 치료 병원인 MD앤더슨이 설립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지구 내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수변공원 중앙에는 폭 15m의 수로가 조성된다. 수변공원 총 연장은 3.5㎞에 달한다. 수로와 바다를 배로 오가며 관광과 레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돼 있어 ‘한국의 베니스’로서 역할도 할 것이란 게 토지공사의 설명이다.

청라지구에는 오는 2012년까지 아파트와 주상복합, 단독주택 등 총 3만1천 가구가 지어져 9만여 명이 생활하게 된다. 이미 지난해 GS건설과 중흥건설 등이 짓는 일부 단지가 분양을 시작했으나 본격 공급은 5월부터다. 그동안 학교 건립 비용 문제로 수개월간 분양이 지연됐지만, 최근 토지공사와 인천시 교육청 간 1단계 학교건립 기본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공급상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

연내 청라지구에서 공급하는 아파트는 주상복합단지를 포함해 모두 10개 블록, 6천9백4가구에 달한다. 공급시기가 가장 빠른 사업장은 호반건설이 공급하는 A14·A18·A20블록 등 ‘호반 베르디움’으로, 오는 5월 중 일반분양에 나선다.

이들 3개 사업장의 총 공급 물량은 2천4백16가구. 모두 전용면적 85㎡ 이하로 구성된다. 블록별로는 전용 60~85㎡ 이하를 공급하는 A14블록과 A20블록이 각각 7백45가구와 6백20가구로 꾸며진다. A18블록은 전용 60㎡ 이하 1천51가구가 지어진다.

이어 풍림산업이 오는 6월쯤 M3블록에 최고 높이 55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풍림 엑슬루타워’를 공급할 예정이다. 1백25~1백98㎡ 아파트 6백24가구와 92~1백48㎡ 오피스텔 3백52실 등 모두 9백76가구로 지어진다.

이와 함께 광명주택의 A15블록 2백64가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A17블록 7백6가구도 상반기 내 각각 분양할 계획이다. 전용 60㎡ 이하를 짓는 A22블록(3백74가구)의 서해종합건설과 A24블록(1천4백21가구)의 원건설도 상반기 중 분양을 실시할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A19블록에서 전용 85㎡ 초과 4백83가구를 분양한다. 전용 60~85㎡ 2백64가구를 짓는 A23블록(2백64가구)은 당초 시행·시공을 맡았던 우정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 사업지의 경우 토지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공사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한 후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심우산업개발이 시행하고 우미건설이 시공하는 5백79가구 규모의 M2블록 주상복합아파트도 내년으로 분양이 연기됐다.

그렇다면 청약 전략은 어떻게 짤까. 지난해 말 청라지구에서 선보인 GS건설과 중흥건설의 경우 분양가격이 3.3㎡당 1천3백만원대였다. 당시 수도권에서 미계약은 물론 청약자 수가 공급가구 수에도 못 미치는 신규 단지가 속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물량은 순위 내 청약 마감과 함께 조기에 계약을 마치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를 감안할 때 5월부터 공급하는 청라지구 신규 단지는 더욱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분양가 수준. 주상복합아파트를 제외하고 전용 85㎡ 이하 아파트를 짓는 나머지 블록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 따라서 분양가격이 종전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될 공산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학교 건립 비용이 추가되지만 분양가는 3.3㎡당 8백만원대 중·후반대로 예상된다. 이는 3.3㎡당 1천3백만원대인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지난 해 1만5천여 명의 청약자가 몰려 큰 혼잡을 빚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오피스텔 분양 현장.
이 정도면 청라지구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지역 가치 상승에 따라 이어지는 가격 오름세는 보너스다. 상황에 따라선 이 부분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송도국제도시에서 공급한 아파트들의 가격이 급등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 현지에서는 송도국제도시와 견줘 청라지구가 입주 때에는 3.3㎡당 1천5백만원을 웃돌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적어도 당첨자에겐 배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약가점제가 적용됨에 따라 당첨 커트라인에 대한 예측도 필요하다. 변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예상되는 당첨 커트라인은 적어도 65점을 웃돌 공산이 크다. 상황에 따라선 만점에 가까운 당첨자도 속출할 수 있다. 그만큼 청약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정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 경제자유구역 내 지역우선공급 비율이 30%로 제한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지역 제한에 따라 서울·경기 등의 1순위 거주자에게도 공급 물량의 70%까지 청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100% 독점 청약 기회가 있었던 인천 거주민들의 경우 청약 환경이 나빠지게 됐다. 그나마 지역우선의 경우도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청약자들이 알아둬야 할 것은 분양가상한제 전매 적용에 따른 계약 후 10년간의 전매제한과 함께 대출규제다. 자기 자금을 포함한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지 않고 무턱대고 청약했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금 동원 계획은 필수다.

보고 또 봐야 할 곳 ‘경기 용인’
부동산시장에서 용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호한 입지여건이다. 분당 신도시와 접해 있으면서 또 하나의 수도권 관심 지역인 수원과도 경계를 이루고 있다. 거리적 측면에서 서울 수요를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기에 각종 교통망 확충은 더할 수 없는 호재다. 용인은 그동안 난개발 이미지에, 만성적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하지만 현재 경부·영동고속도로를 비롯해 분당~수서 간, 분당~내곡 간 고속화도로를 이용할 수 있고 내년부터는 용인 경전철과 용인~서울 간 고속화도로가 개통된다. 이어 분당선 연장구간(2011년)과 신분당선(2014년)이 잇따라 완공될 예정이다.

올 하반기부터 분양에 들어가는 광교 신도시 개발에 따른 후광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물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매제한 기간이 짧은 단지들도 연이어 공급,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공급 물량으로만 따지면 용인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한 곳이다. 실제 올해 선보일 아파트만 임대분을 제외하더라도 약 1만5천 가구에 달한다.

지난 2007년 11월, 수원시 이의, 원천, 우만동과 용인 상현, 영덕동 일대에 조성된 광교 신도시 착공식이 열렸다.
수도권에서 용인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4월 2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현대건설의 흥덕지구 ‘흥덕 힐스테이트’의 경우 무려 1만4천1백51명이 신청, 평균 28.42:1이란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올 들어 최고 경쟁률이다. 이 같은 높은 경쟁률은 뛰어난 입지여건뿐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공급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해 많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분양가상한제의 메리트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시기별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가 가려진다. 즉 6월 이전에는 대부분 상한제 미적용 단지가 공급되고 이후 선보이는 물량 중에는 많은 아파트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지역별로는 관심지인 신봉지구와 성복지구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3.3㎡당 1천5백만원대에 달한다. 반면 상현동, 삼가동, 고림동 등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차별적인 청약 전략이 필요하다.

오는 6월 기흥구 마북동에서 공급할 예정인 남광토건의 ‘하우스토리’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상대적으로 공급가격이 저렴한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이 아파트는 1백98~2백64㎡의 중·대형으로 구성되며 76가구로 건립된다. 역시 현진이 6월쯤 공급할 예정인 1백60~1백80㎡ 1백57가구 규모의 수지구 상현동 ‘현진에버빌’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다. 공급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우남건설이 오는 9월 역북동에서 공급하는 1백10~1백72㎡ 7백53가구 규모의 ‘우남 퍼스트빌’이 상한제를 적용한다. 용인시 기흥읍 구갈역~동백~명지대~고진~보평~수표~둔전~전대(에버랜드)를 잇는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이 단지와 인접한다.

금호건설은 고림동에서 1백9~1백79㎡ 1천1백36가구 규모의 ‘금호어울림’을 11월쯤 분양한다. 역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다. 경전철 고진역과 보령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경안천 조망권이 가능하다.

한양도 동천동에서 2백3가구 규모의 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를 11월 중 내놓는다. 대성산업은 양지면 남곡리에 들어설 99~2백64㎡ 1천66가구 규모의 상한제 아파트를 같은 달 분양한다. 동부건설이 12월쯤 언남동에서 공급하는 1백50~2백9㎡ 4백19가구 규모의 ‘센트레빌’도 상한제를 피하지 못했다. 당첨자에게 적잖은 시세 차익이 돌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두산중공업은 삼가동에서 1백12~1백76㎡ 1천4백 가구를 올 연말 공급한다. 용인경전철 삼가역이 걸어서 8분 거리로 경전철 개통에 따른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근에 동백지구가 있어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동백~죽전 간 도로로 분당이나 서울 접근성이 좋다. 진흥기업은 신갈동에서 1백9~1백91㎡ 8백32가구 규모의 상한제 아파트를 하반기 중 분양한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입지여건 등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용인 지역에선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청약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며 “청약가점이 낮은 수요자라면 경쟁률이 다소 낮을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단지를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글 / 문성일 기자(머니투데이)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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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희한한 곳이 참 많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이나 중국의 장가계는 대자연의 위용에 가슴이 뛰는 곳이다. 대자연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조형물이나 건축물도 있다. 아마도 피라미드 같은 곳이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그럼 자연도 희한하고, 사람들이 만든 조형물도 특이한 곳을 고르라면? 아마도 터키의 카파도키아쯤 될 것이다.

스머프 마을과 스타워즈 우주 계곡의 배경
카파도키아는 지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초기 기독교 시절 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숨어들었다는 지하 교회가 있는 곳이 바로 카파도키아다. 아니, 지하 교회가 생기기 오래전부터 지하 도시, 동굴 도시가 있던 곳이다. 철기 시대가 시작된 히타이트 때에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인 BC 2000년부터 시작돼 BC 717년쯤 사라진 히타이트 제국 시절부터라니 놀랍지 않은가? 히타이트는 성경에 나오는 헷 족속이다.

사진기만 들지 말고 볼펜도 들고 떠나자.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이곳은 공부할 게 많다. 카파도키아에 들어갈 때 10시간쯤 버스를 탄 것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버스를 타고 가니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대체 카파도키아가 뭐기에 이렇게까지 차를 타야 하나 하는 투정 때문이었다.

막상 카파도키아 지역의 괴뢰메에 도착하자 눈을 의심했다.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버섯 바위들이 늘어서 있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 버섯 바위 속에는 사람들이 사는 집까지 있다니…! 스머프를 보며 만화가들은 참 상상력도 풍부다고 생각했는데…. 영어안내책자에는 이런 암굴집을 ‘요정들의 굴뚝’이란 뜻의 페어리 침니(Fairy Chimney)라고 써놓았다. 알고 보니 스머프의 작가도 이곳에서 영감을 받았단다. 어디 스머프뿐인가? SF영화 ‘스타워즈’의 우주 계곡도 카파도키아 침식 계곡이 모델이 됐단다. 카파도키아는 그렇게 독특하고 희한하게 생겼다.

괴뢰메 교회 내부에 그려진 성화

기기묘묘한 바위들 사이로 열기구 투어
카파도키아는 지질학적으로도 중요한 세계 자연유산일 뿐 아니라 문화인류사에서도 중요한 유산이다. 땅 밑에는 지하 도시와 교회까지 있다. 가이드는 이런 마을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독특한 지형은 위르굽, 괴레메, 아바노스 등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 있다.

먼저 자연사 공부부터 해보자. 지형을 제대로 보려면 열기구 투어를 해야 한다. 열기구 투어를 하는데 드는 비용은 1인당 20만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비싼 편이다. 혹시 그 많은 돈을 들여 타야 하냐고? 해외의 어느 유명 가이드북에는 빼놓을 수 없는 투어라고 적혀 있다. 막상 타보니 안 탔으면 후회할 뻔했다.

열기구 투어는 이튿날 새벽 시작됐다. 동 틀 녘 간단한 차 한 잔과 쿠키를 들고 열기구에 탑승한다. 열기구 비행사들은 대부분 유럽인. 이들은 괴레메 협곡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10여 대의 열기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도 장관이다. 그랜드캐년처럼 불쑥 들어간 협곡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돋보기 들이대듯 둘러본다. 바람과 눈비가 만든 자연의 모습은 놀랍다는 표현을 넘어 그저 기이할 뿐이다. 카파도키아의 우치히사르는 괴레메와는 또 다르다. 말미잘의 촉수 같기도 하고, 꽃꽂이 바늘받침 같은 지형이다. 뾰족한 바위 옆구리엔 창문이 붙어 있고, 터키 국기가 내걸렸다. 마을은 SF영화에 나오는 외계 도시처럼 생겼다.

열강들 침략 피해 바위 속에 만든 집
사진기를 꺼내서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여행길 내내 심술을 부렸던 터키 가이드 세다트가 바윗집 몇 개 보고 또 한국 기자가 흥분을 한다고 빈정거렸다. 세다트는 가이드 학교에서 가이드를 가르치는 교사인데, 터키 관광청 주선으로 기자에게 길 안내를 하게 됐다. 역사적인 내용을 줄줄 외워대며 받아 적으라고 윽박지르는 이런 ‘자부심 넘치는’ 가이드를 만나면 피곤하다.

세다트가 도전적으로 물었다. “이런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나?” “내가 어떻게 알아. 지리학자도 아닌데.” “수백만 년 전 화산이 폭발했고, 두꺼운 화산재가 쌓여 돌처럼 굳었지. 화산재가 쌓이지 않은 부분은 푸석푸석해서 비바람에 의해 쉽게 깎여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단 말이야. 바위에 구멍을 뚫고 만든 암굴집은 1950년대까지는 사람들이 살았어. 지금은 대부분 비어 있지만.”

이 중 일부(우치히사르)는 관광객을 위해 당국의 허가를 받아 호텔이나 커피숍 등으로 개조되기도 했다.
그럼 이런 곳에 왜 사람이 살게 됐을까? 이제부터는 문화인류사 공부가 필요하다. 카파도키아에는 BC 5000년 전엔 이미 여러 개의 소왕국이 있었다. 이어 BC 2000년 전에는 세계 최초로 철기를 사용했다는 히타이트도 제국을 세웠다. 이어 프리지아와 리키아,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제국,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을 거쳐 셀주크투르크,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차례로 카파도키아를 점령했다. 어디 하나 빼놓을 수 없었던 강국들이다. 왜 이런 강국들이 거친 카파도키아를 노렸을까? 카파도키아는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이전부터 중요한 교역로였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무역이 발달했다. 제국이 일어설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전쟁터로 변했다.

카파토키아의 우치히사르
주민들은 칼과 창을 피해 바위에 굴을 뚫었을 것이다. 그것도 부족해서 나중에는 아예 땅을 파서 지하에 도시를 만들었다. 지하 도시는 데린쿠유를 비롯해 와즈코낙, 아지굘, 타틀라른, 마즈 등에서 발견됐다. 지하 도시는 지금 발견된 것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피난처 된 지하 도시
그럼 지하 도시에 들어가보자.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미로처럼 복잡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은 통로를 지나면 꽤 널찍한 방이 나타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가게 돼 있다. 길이 복잡해서 관광객들은 길을 잃기 십상이다. 관광객을 위해 붉은색 화살표는 지하로, 푸른색 화살표는 지상으로 간다는 표시를 해놓았다. 지하 도시의 깊이는 80m로 약 20층 규모다. 가이드는 일행을 떠나 잘못 돌아다니다간 지하 도시에서 평생 못 나올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로마인들이 기독교도를 잡으러 굴속에 들어왔다가 길을 못 찾아 죽기도 했다.

이 중 지하 50m 정도만 개방된다. 지하 도시는 꽤 과학적이다. 환풍 통로, 밥 지을 때 나온 연기를 가둬두는 방도 있을 정도다. 물론 지하 교회도 있다. 데린쿠유의 지하 도시는 약 3만 명의 사람이 6개월 동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터키관광청은 기독교 박해 기간 동안 데린쿠유를 비롯한 지하 도시에 약 3백만 명이 몸을 숨겼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지하 메트로폴리스다. 아마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지하 도시로 피할 수 있는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화를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하도시는 언제 처음 생겼을까? 히타이트 제국이 들어서기 전인 BC 2500년 전에 생겼다는 학설도 있다. 문서나 기념물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연대는 파악되지 않는다.

1 말미알 촉수 같은 우치히사르의 바위들 2 카파토키아로 들어가는 버스. 3 공방의 여인들.
상상 이상의 도시, 카파도키아
기독교도 역시 로마의 종교 박해를 받자 지하 도시로 피난을 왔다. 괴뢰메의 암굴 박물관에서 이런 흔적을 볼 수 있다. 참, 교회 얘긴 안 했던가? 그럼 교회도 들러보고 가자. 괴뢰메엔 고대 교회의 흔적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카파도키아 전역에 교회만 2천여 개. 이 중 괴레메에만 2백 개가 있으며 괴레메 야외 박물관에는 샌달교회, 다크교회, 바바라교회 등 10여 개 교회가 남아 있다.

교회 내부의 벽과 천장엔 성화가 그려져 있다. 종교 박해를 피해 온 기독교도들이 특별히 예술성이 높아서 그림을 그렸을까? 아니다. 글을 못 읽는 수도사들이 예수의 일생이나 성경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9∼11세기에는 석회를 바르고 그림을 그렸던 프레스코화도 나타난다. 안타까운 것은 성화 속의 주인공인 성자의 눈동자가 훼손됐다는 것. 가이드는 “초창기엔 눈동자를 긁어먹으면 거룩해진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었으며 나중엔 이 땅을 점령한 이슬람교도들이 마음의 눈을 상징하는 눈동자를 의도적으로 훼손했다”고 한다. 어찌됐든 이런 역사성 때문에 카파도키아는 기독교 성지로 여겨져왔다.

마지막으로 공부 조금만 더 하자.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차이는 뭘까? 불문학자 이재룡은 기독교 문명을 이미지의 문명으로, 이슬람 문명을 기호의 문명으로 봤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 소피아를 예로 들어보자. 아야 소피아는 537년 유스티니아누스(원래 360년에 지어졌지만 화재로 타버렸다)가 완공한 성당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성당에 아름다운 성화를 남겼다. 1453년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이름을 이스탄불로 바꾼 뒤 이 아름다운 성당은 이슬람 사원이 됐다. 성화에 덧칠을 하고, 글씨와 희한한 문양만 남아 있다. 아라비아 문양을 기억하는가? 그게 바로 이슬람의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양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성화와 조각 등 이미지로 표현했다면 이슬람에선 알라의 그림 대신 추상적인 문양으로 표현했다.

그럼 생각해보자. 카파도키아는 이미지의 도시인가? 기호의 도시인가? 너무 특이하게 생겨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 아마 포스트모던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공부 끝.

글&사진 / 최병준 기자(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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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에 가면 다정했던 첫사랑이 떠오른다. 사시사철 불어오던 싱그러운 바람과 봄볕 아래 나른한 낮잠을 즐기던 구멍가게 고양이도 떠오른다. 골목마다 흐르는 발걸음조차 정겨운 그 곳, 청파동에 가보자.

5월의 청파동은 분홍 벚꽃 잎으로 물들었다.
청파(靑坡)동은 ‘푸른 고개가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서울역에서 용산으로 향할 때 보이는 그 언덕이 바로 청파 언덕이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내려 숙명여대를 지나 효창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남산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다다른다.

청파동1가 배문중·고교가 자리한 연화산은 산 모습이 연꽃 봉우리 같다 하여 ‘연화봉’이라 불리었다. 매년 한강 둔치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청파동에는 학교가 많다. 특히 청파3가에는 선린중학교, 선린정보산업고등학교, 신광여중·고교가 있어 등하교 시간 교복 입은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청파동의 가장 큰 얼굴은 숙명여대다. 신촌이나 홍대 앞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풍경 속에 젊음의 생기가 넘쳐난다.

작은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카페와 옷가게를 구경하다 보면 언덕을 오르는 길이 심심하지 않다. 5월은 축제의 싱그러움이 청파동을 가득 채우는 달이다. 축제가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학교를 찾는 이들로 작은 동네는 북새통을 이룬다.



1 노란 개나리가 하얀 벽돌에 수를 놓는다. 2 학생들이 학교 앞 노천카페에서 봄볕을 즐기고 있다.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번화가 뒤로 어디론가 길을 안내하는 골목이 숨 쉬고 있다. 너무 오래되어 낡은 돌계단도 아니고 을씨년스럽게 버려진 골목도 아니다. 곳곳에 꽃이 피고 바람이 일렁이는 살아 있는 골목이다.

1 동네 어귀에 있는 꽃집. 2 노란색 외벽이 눈길을 끄는 액세서리 숍. 3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골목 안.
숨바꼭질하듯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와 마주친다. 한가득 장을 보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정겹고 따뜻한 청파동 산책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대적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발표되며 청파동 일대의 낡은 주택 대지 지분이 급등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청파동은 오늘도 평화롭기만 하다.

숙명여대 캠퍼스에 봄꽃이 가득 피었다.
▶청파동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로 나와 갈월 지하차도를 지나면 숙명여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숙명여대가 나오고 숙명여대를 지나 효창공원에 다다른다. 가운데 큰 길 주변, 샛길로 이어지는 골목도 놓치지 말고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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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대답은 비슷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얻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 행복, 성공, 건강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있다.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는 바로 ‘분노 조절’이라는 것을. 치밀어 오르는 화를 현명하게 다스리고 평화롭게 치유할 수 있다면 건강, 행복, 성공이 조화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화를 내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해 유행되고 있는 ‘16년 동안 단 한 번도 분노를 느끼지 못한 너그러움의 달인’ 정도가 아니고서야 ‘화’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낀다. 하지만 이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장기간 억누르다 보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화병이다. 주변에서 종종 “울화가 치밀어서 못 살겠다”라며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아 생기는 신경성적인 화, 바로 이 울화가 화병의 근원이라 하겠다.

하지만 화는 걱정거리이기는 해도 우리에게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갖는 기본적 정서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꼭 필요한 부분.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화를 인간의 에너지, 즉 인간의 생명력으로 보기도 한다. 또 화는 존중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고 상대와 경쟁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결국 화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화를 줄이고, 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화병이란 무엇인가?
흔히 ‘화병’ 하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함께 떠올린다. 물론 기본적으로 화병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화병 환자 중에는 체념을 동반한 우울한 기분과 의욕 상실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화병은 일반적인 스트레스성 질환, 혹은 우울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화병의 경우 뚜렷한 증상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인체의 평형상태가 깨지면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답답함, 치밀어 오름, 몸이나 얼굴에 열이 나는 느낌 등을 자주 느끼게 된다. 또 순환 기관, 소화 기관 등과 연관된 질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에서 말하는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정신의학회에는 화병이 한국인에게 만연된 문화 관련 증후군이라고 보고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은 주로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일어나는 반면, 화병은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또 화병 환자들은 본인이 어떤 이유로 화가 생겼는지,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온 경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예가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어떤 부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고 싸우지만, 조용히 가정을 지키기 위해 꾹꾹 눌러 참아온 가정주부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일상적인 분노는 그 감정의 소고점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 하지만 분노를 장기간 억압해온 화병 환자들은 화를 받아들이는 역치가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별일 아닌데도 쉽게 화를 낼 수 있고,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일에도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긴다. 이 또한 화병의 고유한 특성에 해당한다.

화병의 원인
울화와 같은 한(恨)이 화병의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화병은 40대 이상 주부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유교적 여성관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오랫동안 참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화병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이들 중에는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과 직장 생활에 스트레스 받는 남성 환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 화병을 호소하는 이들의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화병의 원인은 크게 개인적·가정적·사회경제적 문제로 나누어볼 수 있다. 흔히 가정 내 문제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결혼에 의해 새로 가족이 된 사람과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 많은 여성들의 경우 역시 남편과의 문제가 많은 편이고, 시부모와 친척 간의 문제도 크다. 최근 들어서는 자녀 문제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사회의 경쟁이 심화되고 자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이 주부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수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는 가난과 고생이 가장 많고, 인간관계 스트레스·사업 실패·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화를 키우게 된다.

개인에 따른 차이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화병은 일종의 ‘신경증’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신경증에 잘 걸리는 사람이 화병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크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양심과 자아가 강하고,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며,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며 강박적인 경우가 많다. 또 책임감이 있고 도덕적이지만 불안정하고 과민한 이들도 화병에 쉽게 노출되는 유형이다. 하지만 성격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고 문화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므로 화병을 개인의 성격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모든 원인은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만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화병의 가장 큰 문제는 ‘그냥 누구나 화나는 일을 겪으며 사는 건데, 치료는 무슨’, ‘화병은 완전히 고칠 수 없는 병일 거야’ 등의 생각 때문에 소홀하게 여긴다는 데 있다. 또 화병은 ‘당신이 예민해서, 성격이 긍정적이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니 스스로 다스려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화병의 증상
그렇다면 화병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는 경우 혹은 가슴이나 목에 뭉친 덩어리가 느껴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도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 몸이나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 급작스러운 화의 폭발이나 분노가 생기게 된다. 또 두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등이 나타나거나 우울, 불안, 신경질, 짜증이 늘며 잘 놀라는 경우도 있다.

가슴 정중앙 부위를 눌러봤을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화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슴 정중앙은 ‘전중’이라는 침의 자리로 감정의 기운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이 부분에 통증을 느낀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해석되며 화병의 증상이 좋아지면 이 부분의 통증도 완화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체적으로 봤을 때, 특히 화병의 증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장기는 심장, 간, 위다. 이들 부위가 좋지 않다면 화를 더욱 잘 다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화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불의 성질과 유사하다. 끓으면서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열이나 답답한 느낌이 얼굴을 비롯한 눈, 코, 귀 등에서 자주 나타난다. 또 신체의 수분을 소모시켜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입맛이 깔깔해지고, 대변이 굳고, 소변이 붉어지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가슴 부위에서 시작된 통증이 위로 올라가면서 목에서부터 얼굴까지 열이 난다거나 소화 장애, 자주 저리는 느낌이 드는 것 등이 종합적인 화병 증상이다.

치료는 어떻게?
화병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의 치료에 있다. 증상이 쉽게 해결되지 못하면 더욱 불안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증상을 조절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자신감과 자신의 문제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화병 클리닉 등을 찾으면 보통은 약물, 침, 치료 명상법 등을 시행하게 된다. 전문 병원을 찾게 되면 약물요법을 사용하는데 기의 순환을 돕거나, 열을 떨어뜨리거나, 화의 반대 기운을 끌어올리거나,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재 등을 각 개인의 주요 증상에 맞춰 처방한다.

특히 효과적인 것이 침 요법이다. 침은 기를 소통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기가 뭉쳐 생긴 화병 치료에 아주 잘 맞는다. 여기에 ‘화를 불러온 상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명상법도 함께 병행하게 된다. 증상 치료로 화병 증상이 많이 누그러진다 해도 근본적인 불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응어리를 지우고 상대를 용서해야 비로소 화병 치료가 끝이 난다고 본다. 즉, 화병 치료는 혼자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내가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외부적 자극과 내부적 수용의 균형이 분명해진다. 자신이 분노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커진다면 신체적으로도 화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높아진다고 생각하자.

물론 화병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욱 필수적이다. 또 화병을 잘 치료했다고 해도 병의 재발을 막으려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평소 다음과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도록 하자.

- 화를 무조건 참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화가 나는 상황에서 바로 화를 폭발시켜서는 안 된다. 갑작스러운 분노는 더 큰 화와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억울한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입장을 여유 있게 정리한 뒤, 문제가 생긴 상황과 적극적으로 맞닥뜨리자.

- 어쩔 수 없이 화를 표출했다면 그 뒤에는 전신을 이완시킨다. 화가 나면 전신이 경직되기 때문에 신체적 질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명상, 호흡, 근육이완법 등을 실시한다.

- 자신과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또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취미 생활을 꾸준히 해 화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좋다.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종우 교수가 제안하는 일상 속 화 다스리기

◆ 자신을 느끼는 시간, 명상
많은 이들이 살면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챙겨본 기억이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 환경이나 골치 아픈 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 등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보자.

1) 우선 자신의 숨소리를 듣는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은 편안한 상태에서 규칙적으로 호흡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균형을 잃게 되면 숨의 속도나 깊이가 변하기 때문에 이를 고르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2) 발바닥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것도 좋겠다. 기를 아래로 끌어내리게 되므로, 화가 치밀어 흥분될 때 유용하다. 손바닥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방법은 기의 감을 느끼는 데 가장 좋다. 명상을 할 때 손을 마주 보며 정신을 집중시키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3) 자신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또 가장 인상 깊었던 풍경을 떠올리는 것도 좋다. 그리고 편안한 자세로 그때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기운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 두 박자, 네 박자로 걷기
김종우 교수는 “분노는 그 날 푸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화를 받아들이면서 그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자기 전에 화를 떨쳐내는 것이 좋다. 일상에서 쉽게 화를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걷기다. 명상은 사실 숙달되기 전까지는 혼자서 집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걷기는 생각을 내려놓도록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작정 빨리 걷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네 박자를 세며 걷는 것. 적절한 호흡을 곁들여 자신의 몸을 긴장·이완시켜야 한다.

1) 걸으면서 발에 맞춰 마음속으로 박자를 헤아린다.
2) 두 걸음 걸으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네 걸음 걸으면서 천천히 숨을 내쉰다.
3) 들이마시는 숨은 교감신경이 작용하는 긴장의 숨이다. 반대로 내쉴 때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몸이 이완된다.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며 두 걸음, 네 걸음을 반복한다.

◆ 분노를 배출하는 호흡법
당장 화가 치밀어 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가 몸속에 쌓이지 않도록 숨과 함께 뱉어내자. 분노를 느꼈을 때 바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호흡법도 있다.

1) 똑바로 서서 양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해 머리 위까지 올린다. 숨을 충분히 들이마신 뒤 입으로 내쉬면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해 아랫배 높이까지 천천히 내린다. 이 동작을 3회 반복한다.

2) 가슴에 쌓인 불기운을 배출해야 한다. 숨을 들이마시며 손바닥을 위로 해 몸의 중앙을 따라 심장 부위까지 올린다. 충분히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입으로 내쉬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해 머리 위로 올리면서 “허어” 하고 소리를 내면 심장에 쌓인 화기가 밖으로 배출된다. 이 동작을 5회 반복한다.

3) 이번에는 폐에 쌓인 불기운을 배출한다. 숨을 들이마시며 손바닥을 위로 해 몸의 중앙을 따라 심장 부위까지 올린다. 충분히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입으로 내쉬며 손바닥이 몸 바깥쪽을 향하도록 해 뻗으면서 “쉬이” 하고 소리를 내면 폐장에 쌓인 화기가 밖으로 배출된다. 이 동작을 5회 반복한다.

4) 1)에서 했던 동작을 3회 반복한다.

◆ 음악으로 감정 분출
음악은 감정을 표현하는 출구이자 정서적으로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치료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화를 유발하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음악을 통해 효과적으로 감정을 분출하고 정화하려면 우선 억울함과 슬픔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하고, 이후 즐겁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따라서 카타르시스를 유도하기 위한 단조 중심의 슬픈 느낌이 드는 곡을 먼저 듣고, 일상의 생활로 가볍게 복귀하기 위해 약간 밝고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곡을 듣도록 한다.

실제로 화병 치료에 적용하는 음악 청취 프로그램
: 5~10분 내의 6곡으로 구성했다. 매일 한 번씩 2주 정도 듣도록 한다.

슬픈 느낌
1) 글룩(Gluck), 멜로디(Melodie)
2) 비탈리(Vitali), 샤콘느(Chaconne)
3) 쇼스타코비치(Shostakovich), 재즈 모음곡 왈츠 2번(Jazz suites No.2 Waltz)

밝은 느낌
4) 모차르트(Mozart), 클라리넷 콘체르토(Clarinet concerto)
5) 마스카니(Mascani),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Intermezzo from Opera ‘`Cabellerai Rusticana’)
6) 엘가(Elgar),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이성훈 도움말 / 김종우(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전문의) 그림제공 / 꼬망쎄(http://www.edup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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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을 방문한 이들은 먼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해외 유명 휴양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통영 시내,수십 개에 달하는 섬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다음으로는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색을 반영한 독특한 먹을거리에 푹 빠진다. 여기에 통영의 문화예술까지 접한다면 이 도시를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낯선 곳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광 안내책보다 택시기사의 안내가 더 유용하다.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한려수도가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한산도와 여수를 잇는 물길입니다. 시간이 되면 꼭 한려수도에 있는 섬들을 방문해보길 바랍니다.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해저터널이나 아름다운 야경도 꼭 보시고요. 통영이 인구 대비 예술인들이 세계 최대인 건 아시지요? 얼마 전 열린 통영국제음악제도 유명하고요….”

마치 관광 가이드처럼 술술 풀어놓는 기사 아저씨의 통영 자랑은 끝이 없다.

역사 유적이 아름다운 통영 시내
여행은 충무김밥을 먹는 것으로 시작됐다. 통영 시내의 아름다운 항구인 강구안을 따라 충무김밥집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택시기사뿐 아니라 통영 주민들이 손꼽는 원조는 바로 뚱보할매 충무김밥. 창업주는 70년 전 쉽게 쉬지 않은 충무김밥을 발명했고, 그것이 지금은 통영의 명물이 됐다. 지금은 며느리가 이어받아 그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맑은 장국 역시 구수함과 깔끔함이 일품이다.

식사가 끝났다면 강구안을 따라 걸어볼 것을 권한다. 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도 볼거리고, 정박해 있는 오징어잡이 배도 재미있다. 언덕길 위에 자리한 통영시민회관에 오르는 것도 좋다. 이곳에 서면 통영의 아름다운 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야경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시민회관에서 내려와 조금만 걸으면 부근의 유적지들에 다다른다.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인 충렬사에서는 일 년에도 몇 차례씩 충무공을 위한 전통의례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사당을 비롯해 동서재, 경충재, 숭무당, 비각, 전시관, 강한루 등 건물 17동과 5개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명조팔사품을 비롯해 지방유형문화재인 충렬묘비와 지방기념물인 동백나무 등 많은 동산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충렬사에서 채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세병관이 있다. 임진왜란 때 삼남의 군사를 모았던 곳이 바로 통영이다. ‘통영’이라는 이름도 이곳에 ‘삼도수군 통제사영’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그 통제영지의 객사가 바로 세병관이다. 현판의 길이만 2m가 되는, 영남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건물이다. 정면 9칸, 측면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웅장한 건물로 모든 칸은 창호나 벽체를 만들지 않고 통칸으로 개방했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통영 시내를 대표하는 통영대교와 해저터널 그리고 운하가 있다. 한국의 유일한 3중 교통로다. 운하 밑으로 뚫린 해저터널로는 사람들이 다니고, 그 위에 걸린 통영대교로는 자동차가 다니며, 운하로는 바다 조수와 상관없이 배들이 오간다. 통영대교는 미륵도와 육지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다. 무지개 모양으로 건립된 다리는 낮에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야경을 완성한다. 운하와 해저터널은 일제시대에 건립됐고, 해저터널은 동양 최초라 역사가 깊다. 완공 이후 30년 동안은 차와 사람이 함께 다녔지만, 충무교가 설립된 뒤부터는 차의 통행이 금지됐다고 한다. 해저터널 안의 모습은 지하도를 연상하면 쉽다.

한산도, 사량도, 매물도… 남해의 아름다운 보석들

통영에는 무수히 많은 섬들이 존재한다. 이 섬들은 큰 섬들의 이름을 따 크게 사량면, 한산면, 욕지면으로 나뉜다. 이 중 한산면의 가장 큰 섬인 한산도는 통영 시내에 있는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30분 만에 도착한다. 30분마다 다니는 배는 제승당 입구 부근에 닿는다. 제승당은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의 충절을 기리는 성지다. 지금의 모습은 박정희 정권 때 증축, 확장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제승당 앞바다는 통영에서 8경으로 꼽히는 절경이다. 바닥이 보이는 맑은 바다와 만을 이루고 있는 자연 경관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또 제승당 입구로부터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아름다운 길은 상쾌한 산책로다.

제승당만 돌아보기 아쉽다면, 한산도 섬 전체를 둘러보자. 차가 없더라도, 배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는 해안도로를 끼고 섬 전체를 한 바퀴 돈다. 사실 특별히 볼거리는 없다. 김 양식장이나 소박한 마을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관광지로서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버스는 정확히 배 시간에 맞춰 다시 출발점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배를 놓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한산면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매물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다. 통용시내에서 조금 멀지만 막상 가보면 그 절경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관광지다. 매물도는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도를 통틀어 부르는 말로, 흔히 소매물도와 등대도를 합쳐 소매물도라 부르는데 이 사이의 해안 암벽이 장관을 연출해 통영 3경이라 불린다. 섬 서쪽과 남쪽 해안에 자리한 기암괴석은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용바위, 부처바위, 병풍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이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둘러서 있고, 이 사이로 입을 벌리고 있는 글씽이굴은 매우 좁아 배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통과할 수 있는 묘미가 있다. 소매물도와 등대도는 조수가 빠져 나가면 걸어서 건너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얕다. 소매물도는 동백나무가 자연림을 이루고 있으며 등대도는 섬등성 전체가 잔디로 덮여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붙은 이름 사량도.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사량도는 크게 상도와 하도로 구분된다. 상도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지리산과 옥녀봉이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다. 사량도에서 가장 유명한 옥녀봉은 바다와 산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행 코스지만, 암봉 고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꽤 험하다.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 로프 사다리 등 기초 유격 코스가 재미를 더한다.

낚시에 관심이 있다면 욕지도를 찾자. 도미의 일종인 감성돔, 볼락의 보고이고, 주옥과 같은 낚시 포인트가 많아 사시사철 낚시 애호가를 불러 모으는 섬이다.

통영을 더욱 빛나게 하는 문화예술
통영은 세계적으로 인구 대비 예술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이 태어난 곳이고, 작가 박경리, 시인 유치환, 김상옥, 김춘수, 극작가 유치진, 화가 전혁림 등이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특히 윤이상은 평생 고향인 통영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영 시내 그의 생가 앞 도로는 윤이상 거리로 지정되어 있고, 입구에는 그의 흉상을 비치해놓았다. 그의 업적을 기려 통영은 음악도시로 거듭났다. 매해 국제 규모의 통영국제음악제가 봄 시즌, 가을 시즌에 열린다. 더구나 이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연주자나 단체로, 매해 남부 지방의 음악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된 축제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축제인 경남음악콩쿠르 역시 세계의 재능 있는 예비 음악가들의 경합의 장이다.

여기에 청마 유치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흔적을 따라가보는 것은 어떨까? 통영 시내에 자리한 청마문화관은 여러 테마로 구성됐다. 청마를 비롯한 통영 출신 유명 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청마의 생애’, ‘청마의 문학’, ‘청마의 발자취’ 등으로 유치환의 삶을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친절한 도우미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장소인 시민문화회관 부근에는 다양한 문화 유적이 자리해 있다. 조각공원에는 15명의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영화 촬영기념 비와 유치환의 ‘깃발’ 시비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박경리의 생가가 있으며, 조금 더 걷다 보면 시조시인 김상옥의 생가도 둘러볼 수 있다. 또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중섭이 통영에 머물렀던 시절 살았던 집도 보존되어 있다.

모두 역사적으로 귀중한 의미를 지닌 명소지만, 통영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한국 10대 거장에 속하는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이다. 올해로 92세가 된 전 화백은 아직도 통영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미술관을 방문하면 그간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완성되지 않은 작품과 마르지 않은 물감을 만날 수 있다.

통영에서는 화장실도 문화적이다. 여객터미널 화장실에는 윤이상이 직접 작곡한 어느 학교의 교가가 붙어 있고, 제승도 관광지 안의 화장실에는 전혁림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 그리고 예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을 다수 배출한 이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도시 통영이다.

여행 정보

1 그밖에 볼거리

연화도 용머리
통영항에서 남쪽에 자리한 연화도는 통영시 관내 섬 중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한 섬으로 의미가 깊다. 바다에 핀 연꽃이란 뜻인데, 실제로 북쪽 바다에서 바라보는 섬의 모습은 꽃잎이 하나하나 겹겹이 봉오리 진 연꽃 형상이다. 사방이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경관이 빼어난 데다 연화도사가 비구니 3명과 함께 수도했다는 서낭당(실리암)과 도승들이 부처처럼 모셨다는 전래석(둥근 돌) 등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용이 대양을 항해 헤엄쳐 나가는 형상인 용머리는 이 섬의 빼어난 절경이다.

달아공원
국내 최고의 일몰을 자랑하는 곳이다. 통영시 남쪽의 미륵도 해안을 일주하는 23Km의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있다.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달아’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5분 정도 공원길을 올라가면 여유롭게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이곳에 서면 작은 바위섬부터 멀리 욕지도까지 수십 개의 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통영 전통 공예관
통영시 미륵도 관광 특구에 위치한다. 통영에서 나는 전복, 소라, 조개껍데기로 만든 통영나전칠기는 물론, 통영갓, 통영소반, 통영소목, 통영대발, 통영누비, 통영부채, 통영전통비연, 통영에서 나는 동백씨에서 동백유와 동백워터를 추출해 만든 동백화장품 등 통영에서 생산되는 각종 특산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특히, 4백 년 전통의 통영나전칠기는 문양과 색깔이 신비하고 화려해 전국 최고품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의 055-645-3266

2 가는 방법
서울, 경기 지역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JC에서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탄다.

3 맛집
오미사 꿀빵_ 1960년대부터 사랑받아온 통영의 명물. 앙금이 들어간 동그란 도넛에 달콤한 시럽을 묻히고 깨를 뿌려 만든 빵이다. 기름에 튀겨낸 도넛이지만,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앙금은 달지 않다. 그날 만든 양만 다 팔고 문을 닫기 때문에 늦지 않게 찾아가야 한다.

뚱보할매 충무김밥_ 충무김밥의 원조로 꼽히는 집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유명하다. 지금은 서울 등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통영에서 맛보는 김밥은 통영에서 난 좋은 김과 신선한 오징어 등으로 더욱 맛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맑은 장국 또한 구미를 돋운다.

분소식당_ 도다리 쑥국은 봄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 메뉴다. 통영에서는 예부터 봄철 보양식으로 먹었다. 도다리 한 마리, 쑥과 봄나물, 무 등을 넣어 맑은 국물을 냈다. 보들보들한 하얀 도다리 살은 입에서 그대로 녹고, 향긋한 쑥 향과 봄나물의 조화도 일품이다.

4 쇼핑
통영은 세계적으로도 질 좋은 해산물로 유명하다. 굴은 국내 생산량의 70%에 달하고, 일본, 미국, 동남아까지 수출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굴을 비롯한 해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통영에 가면 반드시 멸치나 건어물을 사야 한다. 통영 멸치는 건조 방식이 뛰어나 짜지 않고 맛있다. 관광객 대상이 아닌, 현지인들이 다니는 통영항 여객터미널 앞에 자리한 서호시장에서 구입하자. 작은 멸치 1kg에 1만5천원, 국물용 멸치 1kg에 1만원대. 통영 김 또한 유명하다. 돌김 8천원, 일반 김 6천원선.

5 숙박
미륵도 관광 특구에 자리한 충무 마리나 리조트(055-643-8000, www.kumhoresort.co.kr/chungmu)는 요트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스포츠의 즐거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여객선 터미널과 충렬사 부근에 자리한 충무비치호텔(055-642-8181)은 관광하기에 편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통영펜션(typension.co.kr)을 이용하자.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두경아, EK 통영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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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피임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경구 피임약은 가장 대중화된 피임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여성들 중 일부는 ‘나중에 임신이 잘 안 될 수 있다’ ‘성감이 떨어진다’‘속이 메스껍다’ 등의 이유로 피임약 사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여성들이 생각하는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본다.

지난해 피임연구회가 전국 주요 도시 19~34세 여성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경험이 있는 여성 중 먹는 피임약이나 콘돔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질외사정법이나 자연주기법으로 피임을 하는 여성이 조사 대상 중 20.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일반적인 피임법인 ‘콘돔’ 사용은 구하기 쉽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드를 깨는 경우가 있고, 항시 준비가 안 된다는 점, 남성의 성감을 떨어뜨린다는 점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여성의 경구 피임약은 매일 빠뜨리지 않고 복용만 한다면 피임 걱정 없이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정말 경구 피임약은 인체에 아무 해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여성들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피임약에 대한 속설’은 정말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일까. ‘먹는 피임약에 대한 10가지 오해’를 하나씩 풀어봤다.

피임약의 효능이 의심스럽다?
일반적으로 가장 효과가 좋은 피임법은 콘돔이라고 생각하지만 콘돔의 피임 실패율은 10~15% 내외다. 반면, 먹는 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98~99%에 이르러 수술이나 자궁 내 장치를 제외한 피임 방법 중 피임 성공률이 가장 높다. 자연주기법이나 체외사정법에만 의존하면 피임 실패율이 15~27%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할 수도 있다.

체중이 증가한다?
과거에는 피임약과 체중 증가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피임약이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밝혀지지 않았다. 호르몬 함량이 높았던 초기 피임약의 경우 체내의 수분 배출을 어렵게 하는 수분 정체 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피임약에는 체중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량의 호르몬만 포함되어 있다.

일정 기간 혹은 영구적으로 불임이 된다?
전혀 근거가 없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먹는 피임약 사용을 중단하면 바로 임신 능력이 회복된다. 오히려 피임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할 때 임신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암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피임약이 암을 유발한다는 오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피임약 복용을 꺼려왔다. 실제, 피임약이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에 단기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피임약 때문이 아니라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의 성생활이 활발하기 때문에 자궁경부암이 많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 전문지인 「란셋(Lacet)」지에서는 최근 피임약이 난소암을 예방한다는 보고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피임약을 먹으면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고 걱정한다. 이 같은 증상은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피부 상태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피임약도 나오고 있다.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있다?
근거 없는 이야기다. 임신 전 피임약 복용이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없으며, 이 사실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피임약 복용 도중 임신이 되면 복용을 중지하도록 권한다.

임신 중에는 먹으면 안 된다?
혹시 임신 중인지 모르고 피임약을 복용했더라도 임신 10주 이전에 복용했다면 태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삼성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렬 교수가 3천5백12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임약을 복용한 산모의 기형아 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더 높게 나오지는 않았으며, 출산시 체중과 조산율, 저체중아, 거대아 출산율 등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성분이 몸에 축적된다?
먹는 피임약은 우리 몸의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일 복용해야 하며, 위에 축적되지 않고 전부 용해된다. 따라서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을 때는 체내에 피임약 성분이 남아 있지 않다.

성감(性感)을 저하시킨다?
먹는 피임약은 성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 콘돔처럼 신체 외부에 사용하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성적인 행동(Sexual Behavior)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 이 같은 장점은 여성들이 먹는 피임약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생활을 할 때만 복용한다?
성생활을 하지 않을 때도 피임약을 계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중간에 멈추면 피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피임약은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하루 한 알씩 복용할 때 피임 효과가 가장 좋다.

Mini Interview

여성들이 ‘피임약’에 대해 잘못된 오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경구 피임약은 우리나라에 1950~60년대에 처음 선 보였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과학적인 피임법이 없어서 고생했다. 이후 1980년대부터는 2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좀 더 안전한 피임약이 상용화되었다. 특히 최근에 출시되는 피임약은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좋다. 요즘 알고 있는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오해는 ‘초창기 피임약’에 대한 오해가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구 피임약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피임법마다 장단점이 있다. 경구 피임약은 콘돔에 비해 실패율이 낮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콘돔처럼 중간에 무드를 깨지 않아도 되고, 특별히 남성의 협조가 없어도 된다. 자궁 내 장치 같은 경우,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들에게는 약간의 무리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경구 피임약의 단점은 피부 트러블과 메스꺼움,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챙겨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경구 피임약의 처음 복용 증상이 있다면?
처음 먹기 시작할 때 유방이 탱탱해지거나 속이 메스꺼운 정도의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2~3개월 지나면 괜찮아진다. 또 처음 피임약을 복용할 때는 출혈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함부로 끊지 말고 계속 복용하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특별히 먹는 피임약을 복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혈전증 소인이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혈전증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고, 서양 여자들에게 많이 있다. 또한 간 기능이 좋아야 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나이가 35세 이상이거나 담배를 하루 1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복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피임’ 외의 이점이 있다면?
먹는 피임약은 피임 효과 외에도 생리통 경감, 생리주기 조절, 난소암과 자궁내막암의 위험 감소, 생리 양 감소와 과다월경에 따른 철 결핍성 빈혈 예방 등 여러 가지 건강상의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여드름, 피지가 많은 피부, 다모(多毛)성 피부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체중과 혈압 조절 기능이 추가된 기능성 피임약도 나오고 있다.

피임약 복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선 하루라도 빠뜨리지 말고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 만약 복용 시간에서 12시간이 지났으면 한 알을 더 먹고, 이틀이 지났으면 일주일간 다른 피임법을 병행하는 게 좋다. 피임방법을 선택할 때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피임의 중요성이라면?
보통 여성은 1년에 10~12번의 생리를 한다. 평생 4백여 번의 배란이 있다. 그중에 우리가 원하는 임신은 한정되어 있다. 그 외에는 모두 피임을 해야 한다. 피임을 하지 않아서 원치 않는 임신이 될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고통이 될 수도 있으니 피임의 중요성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이성훈 도움말 / 홍순기(청담마리산부인과 원장) 자료 제공 / 바이엘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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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 감상의 대상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즘, 사진 투자가 미술품 투자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회화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높은 성장 가능성이 사진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어렵고 난해한 회화 작품과는 달리 대중과 친밀도도 높아 이해하기도 쉽다. 쉽고 돈 되는 사진 투자, 초보 컬렉터들을 위한 사진 투자 노하우.

A 예술로서 사진의 가치

엄밀하게 말해 ‘사진 작품’이란 사진을 표현 수단으로 하는 모든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예술의 표현 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복제가 가능한 사진의 속성은 여러 장르에 응용된다. 사진기로 찍어 프린트로 뽑아놓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결과물을 다시 아크릴에 새기거나 비디오 화면을 캡처해 컴퓨터에서 합성 작업을 거쳐 다시 프린트로 뽑아내는 등, 사진 기술을 바탕으로 한 표현 방법에는 끝이 없다. 이것이 바로 현대 예술의 특성이자 현대 예술에서 사진의 비중이 커지는 이유다.

처음 사진이 탄생했을 때는 복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예술로 취급받지 못했다. 회화는 오직 한 점만이 존재하는 반면 사진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술이 아닌 기술로 대접받았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이 ‘에디션’ 개념이다. 사진도 한 작품당 정해놓은 수만큼만 제작을 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11*14인치 크기로 에디션 3번까지를 만들었다면 작가는 그 이상의 작품을 이 크기로는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회화처럼 희소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사진을 단순 복제 기술이 아니라 독창적인 표현 수단으로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상 사진 작품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B 사진 투자, 지금이 적기
현재 세계 사진시장의 연간 거래액은 2천억원. 그중 뉴욕이 65%, 런던이 19%, 파리가 9%를 차지한다. 아직은 회화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고 작품도 많이 편중되어 있지만 폭발적인 가격 상승이 이뤄지고 있어 향후 투자 가능성이 큰 아이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작품 중 대표적인 사례는 배병우의 ‘소나무’ 연작이다. 2년 전만 해도 5백만~1천만원에 거래되던 그의 작품은 이제 1억원을 호가한다. 작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0배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2007 서울 국제 판화사진 아트페어’에서는 엽서 크기만 한 ‘만 레이’의 사진이 1억4천만원에 팔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진 작품은 인기 작가 작품이라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5백만~2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보통 회화 가격의 20분의 1수준이다. 아파트 등 미니멀한 주거 환경에 부담 없이 어울리는 사진 작품의 특성상 앞으로 주택 공간이 보다 현대화됨에 따라 생활 밀착형 예술로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지금이 사진 투자의 적기’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아타의 On-Air 프로젝트 뉴욕 시리즈(사진 위 왼쪽). 정연두의 로케이션(사진 위 오른쪽). 배병우의 소나무 시리즈(사진 아래)

C 사진 투자 트렌드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의 특성을 살린 작품이 인기가 많다. 그러나 작품 투자는 1~2년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망을 본 투자이기 때문에 지금의 유행을 좇는 일이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작품 세계도 워낙 다양해져 컬렉팅을 시작하는 초보 컬렉터는 우선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업 성격을 분석한 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군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컬렉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국내 작가
현재 국내에서는 고명근, 배병우, 구본창, 김아타, 민병헌, 이정진, 이홍구, 김도균 등 많은 사진 작가들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배병우의 소나무는 2005년 가수 엘튼 존이 구매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엘튼 존은 그의 소나무 사진(130cm*260cm)을 2천7백만원에 구매했다. 이후 배병우의 작품은 뉴욕 등 해외 경매에서 점점 가격이 상승해 지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소나무 사진(120cm*120cm) 두 점 시리즈가 13만8천 달러(약 13억원)에 낙찰됐다. 순수 예술가로는 아시아인 최초로 뉴욕 맨해튼의 세계사진센터에서 ‘Atta Kim: On-Air’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 김아타는 장 노출을 이용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표현한 작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말 뉴욕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는 김아타의 작품 14점이 사흘 만에 1백47만 달러, 우리 돈 13억4천만원에 팔렸다. 김준, 데비한, 정연두 등 최근 우리나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작품 가격도 점차 오르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진 작품들이 해외 전시나 아트 페어, 경매에서 좋은 가격에 거래되며 일반 투자가들의 투자도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해외 작가
최근 현대 사진계를 이끄는 슈퍼스타들은 대부분 독일의 ‘베허학파’ 출신들이다. 스타 사진가인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토마스 루프, 칸디다 회퍼 모두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에서 베런드 베허와 힐라 베허 부부에게 사사했다. 이 중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현대사회를 정갈하게 표현하는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작품 ‘99센트(99 Cent)’는 지난해 2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3백40만 달러(약 33억원)에 낙찰돼 현대 사진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그의 작품은 지난 7년간 3배 가까운 가격 상승을 했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1904년 작 ‘연못과 달빛(The Pond-Moonlight)’은 2006년 뉴욕 경매에서 약 3백만 달러(약 28억원)에 팔려 그 뒤를 이었다. 이 작품은 사진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필름이 분실되어 더 이상 찍어낼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 밖에 미국의 신디 셔먼, 리차드 프린스, 일본의 히로시 스기모토, 중국의 장 후안 등도 세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안드레아스 거스키의 타이페이
D 초보 컬렉터를 위한 조언
-작가의 전시 이력이나 소장처를 확인해라. 공신력 있는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다면 안정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
-사진 작품은 에디션별로 가격이 다르다. 뒤 번호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고 투자 가치도 높다.
-가능하면 에디션이 적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단골 갤러리를 만들어 시장 동향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갤러리만의 스타일이 있으므로 한 곳에서만 구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작품 값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오른 작가의 작품은 시장을 꿰고 있지 않는 한 위험성이 크다.
-유명 갤러리들을 통해 전시한 작가의 이력과 작품 특징들을 분석하면 사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

사진 투자를 시작한 초보 컬렉터들에게 전문가들은 일단 투자의 목적을 떠나 자신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라고 조언한다. 쇼핑도 해본 사람만이 노하우를 알듯이 작품 구매도 거듭 해보지 않고서는 하루아침에 눈썰미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예술 작품 구매는 큰돈을 들이지 않는 한 실패란 없다. 두고두고 감상하면 되니까. 때로는 시장에서 가치 있다고 권하는 작품과 마음에 드는 작품이 차이가 큰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일단 내 눈에 좋은 작품을 선택하자. 즐기면서 하는 투자, 재미있고 돈 되는 사진 투자의 시작이다.

글 / 노정연 기자 도움말 / 송수정(서울포토페어 디렉터)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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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필요한 자금은 적금, 여유 자금 혹은 3년 이상
장기투자 할 수 있다면 펀드가 적합하다”

펀드 열풍은 이제 식은 걸까. 지난해까지 돈을 싸들고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증권사로 몰리던 사람들이 올 들어 은행과 저축은행의 특판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원금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펀드에 계속 불입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펀드를 모두 환매하고 은행과 저축은행의 특판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 인기 재테크 포털 사이트 모네타의 재테크 사업팀 권혜영 과장에게 그 궁금증을 물었다.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면 펀드
현재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와 맞물려 있고,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수익이 난 주식을 매도해서 미국 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손실분을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 FRB의 정책으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렵다. 원래 올 북경올림픽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정점을 찍고 그 뒤 조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던 전문가들도 그 조정이 6개월 정도 빨리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고유가에 환율까지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어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길게 1년 정도 조정을 잘 거치면 한국 시장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코스피지수 1600을 지지하면 2/4분기에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단, 1600이 깨지면 쉽게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므로 당분간은 관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펀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향후 1~2년 국내 증시가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겪을 수도 있으나 반대로 펀드를 저가로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시간의 힘을 믿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자금 계획에 맞게 일정 금액을 매월 적립식 펀드에 불입하는 게 좋겠다. 펀드는 장기투자를 해야 비로소 빛을 발함을 잊지 말자.

지금 가입하면 좋을 펀드 4선
미래에셋 디스커버리_펀드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펀드가 미래에셋 디스커버리다. 2001년 7월부터 운용된 이 펀드는 현재까지 총 누적 수익률이 687.65%(KOSPI 상승률 176.6%)로 장기간의 수익률이 검증된 펀드이기도 하다.

한국밸류10년투자_‘한국의 워렌버핏’으로 유명한 이채원 전무가 총괄하는 펀드다. 한국밸류10년투자는 2006년 펀드가 처음 설정될 당시, 3년 동안 환매가 제한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펀드의 규모는 9천6백억원(2008.03.14일 기준)이다. 현재까지 수익률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으며, 저평가된 종목을 싸게 사서 그 가치가 발현될 때 매도해 차익을 남긴다는 기본 투자 원칙이 한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신영 마라톤_펀드 설정액 60% 이상을 현재의 기업 가치가 시장 평균 혹은 업종 평균 대비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투자하는 가치 투자 펀드다. 펀드 설정일 이후 5년간의 총 누적 수익률이 300%에 달해 장기 수익률 또한 검증됐다.
슈로더 브릭스 펀드_슈로더 브릭스(BRICs) 주식형 펀드는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 및 풍부한 천연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 성장이 예상되며 세계 인구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다. 기존 국내 브릭스 펀드(재간접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다.

1~2년 내 필요한 자금은 적금
지난해 펀드에 자금이 몰려 은행과 저축은행의 자금난이 극심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올해 초부터 펀드 투자에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안전한 은행과 저축은행의 고금리 특판 상품으로 몰렸다. 이에 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 자금난이 일정 부분 해소된 상태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당분간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혹은 금리를 조금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금 1년의 경우 은행은 4~5% 금리를, 저축은행은 6~7%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2년 내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것이라면 펀드보다는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적금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펀드냐 적금이냐의 선택은 사람마다 다르다. 언제 필요한 자금이냐, 그 사람의 투자 성향이 어떤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 향후 1~2년 내에 필요한 자금이거나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받기 원한다면 적금을 드는 게 좋겠다. 3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하고, 그 자금이 여유 자금이라면 적금보다는 펀드가 낫다.

목적에 따른 재테크 노하우
전문가들은 돈을 사용할 목적에 따라 재테크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무럭무럭 자라는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비용, 우리 가족 여행 비용, 남편의 비상금 등 몇 백만원의 여윳돈이 생겼을 때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지 살펴봤다.


Case 01내 아이를 위한 돈 모으기
시중 은행과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아이를 위한 적금이나 펀드 상품의 경우 부가서비스 혜택은 있지만 기존 적금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거나 일반 펀드 상품에 비해 펀드 수익률이 높지 않다. 따라서 아이를 위한 목돈 모으기라 하여 꼭 해당 상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먼저 근로소득자라면 장기주택마련펀드를 추천한다. 이 상품은 비과세와 소득 공제 혜택이 있고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어 펀드 수익률, 비과세, 소득 공제 혜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펀드 수익률 편차가 나지 않아 장기 투자 상품으로 활용하기 좋은 인덱스 펀드도 아이를 위한 투자 상품으로 좋다.

Case 02 우리 가족 여행 비용 모으기
가족 여행 비용은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고 원금 보장이 되는 은행의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이 좋다.

Case 03 여윳돈이 생겼을 때
모아둔 비상금이 있거나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기는 등 일시적 목돈이 들어왔을 때는 연 5%의 이율을 보장받을 수 있는 CMA에 넣는 것이 좋다. 은행 금리에 비해 1~2%의 추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호저축은행 특판 예금도 추천할 만하다. 기업의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수익, 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리스크는 있지만 일정 신용 등급 이상 기업의 전환사채에 투자한다면 알토란 같은 수익률을 맛볼 수 있다.

정리 / 김민정 기자 도움말 / 권혜영(팍스넷 재테크사업팀 과장)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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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에 깊숙이 침투한 밀가루 음식에 대한 고찰

어느 날 문득 밀가루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얼마만큼의 밀가루를 먹고 사는 걸까? 생각은 또 이어졌다. 왜 밀가루는 몸에 나쁘다는 것일까?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왜 쉽게 배가 고플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안고 한 달간 밀가루 음식 안 먹기에 도전했다. 한 달간 밀가루 음식에 대한 유혹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공개한다.

나는 곧잘 끼니를 과자로 대신하곤 한다. ‘빵순이’라 불릴 정도로 빵을 사랑했고, 예전에는 마감이 되면 일주일 넘게 빵만 먹어댄 적도 있다. 웰빙 생활을 지향하면서도 일주일에 꼭 한 번은 라면을 ‘섭취’해야 했고, 저녁 약속으로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먹는 걸 즐겼다. 최근에는 각국에서 들어온 다양한 도넛에 흥분했고, 빵과 수프가 주를 이루는 브런치 메뉴를 먹으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 적도 있다.

‘한 달 동안 밀가루 안 먹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밀가루 때문에 몸이 안 좋아졌다거나 하는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문득 ‘내 식생활 속에 밀가루가 얼마나 깊숙이 자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또 밀가루를 먹지 않을 때의 나의 식생활 변화나 건강상의 변화가 궁금했다. 또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왜 쉬이 배가 고플까,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재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과연 밀가루는 몸에 좋지 않을까? 밀가루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풍선처럼 부풀어만 갔다. 그리고 30일 전 아침, 밀가루에 안녕을 고했다. 딱 한 달 동안만이었다.

난관 1 ●만두
일요일이었다. 밥통은 비어 있었다. 밥을 짓기도 귀찮고 반찬도 없었다. 일요일에 라면을 먹는 버릇이 있다 보니 라면 생각이 간절했다. 대신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스레인지를 켜는 순간, 아차 만두피가 밀가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로 냉동실에 넣었다.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더 간절함이 밀려왔다. 갑자기 ‘쌀 만두’가 머리를 스쳤다. 언젠가 마트에서 시식해본 적이 있다. 그길로 슈퍼로 달려갔다. 그러나 결국 만두를 먹지 못했다. ‘쌀이 첨가된 만두’ 역시 만두피의 주재료는 밀가루였고, 쌀은 아주 소량만 들었을 뿐이었다.

난관 2 ●식사 약속
가장 염려된 부분이 식사 약속이었다. 여자들은 대개 양식당을 선호한다. 음식도 음식이려니와 무엇보다 오래 앉아서 이야기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체험을 시작한 지 이틀째, 점심 약속이 생겼다. 일단 쌀국수로 메뉴를 정했다. 알아보니 쌀국수는 정말 쌀로만 만든다고 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러 갔다. 홍콩식 토스트를 파는 커피숍이었는데, 평소 좋아하는 메뉴라 반가운 마음에 들어섰다.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왔다. 이야기에 빠져 있을 무렵, 순간 놀랐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토스트를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문하고 먹으면서도 전혀 의식하지 못한 것이다.

난관 3 ●과자
과자에 대한 유혹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과자는 대부분 밀가루로 만들지만 옥수수, 감자, 고구마, 쌀로도 만들지 않던가. 게다가 나는 얼마 전부터 쌀과자에 꽂혀 있었다. 그래도 무엇을 금한다는 건 생각보다 스트레스였다. 그 덕분인지 더욱더 허기가 졌다. 퇴근하는 길 늘 먹던 쌀과자를 구입했다. 대충 살펴본 원료 및 함량에도 밀가루라는 단어는 없었다. 그런데 한두 개 먹으며 자세히 살펴본 결과 작은 글씨로 이러한 문구가 쓰여 있는 걸 발견했다. 전분(밀). 쌀과자에도 밀이 들어 있었다.

발견 1 ●쌀과자
굉장히 멋진 쌀과자를 발견했다. O회사에서 새로 출시한 ‘라이스칩’이다. 100% 순수 이천쌀이라는데 관심을 갖고 원료를 살펴보니 쌀가루(미분) 54% 외에 전분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전분은 따로 표시하지 않는 이상 감자녹말로 만든다. 그리고 ‘`밀`’이라는 단어도 눈에 들어왔는데 그건 ‘양조간장(대두, 밀)’이라는 단어에서였다. 간장에도 밀이 들어가는 걸 처음 알았다(간장은 밀 안 먹기 운동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자 생각보다 무척이나 맛있다. 바삭한 식감은 물론 ‘`가쓰오 농축액``’이 들어서인지 고급스러운 간이 배어 있었다. 전혀 달지도, 짜지도 않았다. 먹다 보니 한 봉지를 다 먹었다. 보통 과자는 다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한데, 이건 달랐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웠기 때문이다(식사 대용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난관 4 ●케이크
가장 견디기 힘든 품목은 바로 케이크였다. 밀가루 한 달 안 먹기 체험을 하면서 느낀 것은 세상에 온갖 달고 맛있고 예쁜 음식은 모조리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중 케이크는 모양이나 색깔, 맛, 재료까지 모두 매력적이다. 음식이 아닌 예술이다(먹을 수 없다 보니 찬양이 더욱 거세졌다). 후식으로 먹는 따뜻한 브라우니, 입에서 살살 녹는 티라미수, 새콤한 딸기 무스케이크, 언제 먹어도 좋은 치즈케이크…

강력한 유혹의 상황이 벌어졌다. 뒤늦게 생일 파티를 열게 된 것. 생일이 지난 지 열흘 정도 됐으나 내 좋은 친구들은 두 개의 케이크를 선물했다. 딸기케이크와 치즈케이크였다. 결국 그들을 실망시키는 꼴이 됐다. 나는 그들의 회유와 협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딸기를 조금 뜯어 먹다가 빵이 조금 묻었지만, 1g이 채 안 되니 ‘먹었다’보다 ‘안 먹었다’에 가깝다).

케이크를 먹고 싶을 때마다 대용으로 먹는 품목이 있다.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효과는 좋았지만, 한 달 동안 1/4분기 양의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운 것 같다.

난관 5 ●라면과 햄버거 또…
가장 힘든 품목이 케이크였다면 가장 몸에서 원하는 품목은 라면이었다. 속이 느끼해서 얼큰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고 싶을 때, 언제든 불쑥불쑥 라면에 대한 욕구가 샘솟았다. 외국에 나간 사람들이 라면이 가장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라면은 과자같이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이 없다. 우동이나 칼국수도 다 밀가루가 아닌가.

패스트푸드점에 갈 일이 있었다. 나는 평소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을 때 버거와 생수를 시킨다. 감자는 먹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점 감자는 해로워’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기간 중 패스트푸드점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자뿐이었다. 치킨도 시켜봤지만 튀김옷을 벗겨내는 것이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껏 벗겨내고 나면 먹을 건 별로 없었다.

체험을 끝내며…
온갖 유혹을 뿌리치며 한 달을 견뎠다. 주위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어떤 노력으로 밀가루를 멀리해왔는지.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그냥 먹고 먹었다고 써버릴까?’ 혹은 ‘그냥 다 먹고 기사를 거짓말로 쓸까’ 생각도 했다. 마치 ‘그냥 죄를 짓고 회개할까?’와 비슷한 맥락이다. 가장 힘든 건 밀가루 안 먹기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더구나 밀가루 대체 식품으로 아이스크림, 스테이크, 튀긴 감자 등을 먹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무사히 체험을 마쳤다.

일단 체중을 재보았다. 절망적인 결과였다. 체중은 거의 줄지 않았다. 그밖에 다른 신체의 변화는 없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은 나를 크게 바꾸어놓지는 않았다. 다만, 돌이켜 생각했을 때 한 달간 속이 부글거린다거나 답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밥 먹고 후식으로 케이크나 빵, 도넛 등을 먹는 일이 없으니 과식할 일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밀가루 음식에 대한 욕구가 옅어졌다. 체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려왔으나 식생활에 큰 변화는 없다. 여전히 나는 쌀과자를 먹고, 빵 대신 떡을 먹는다.


밀가루에 대한 궁금증 Q&A
밀가루는 왜 몸에 좋지 않을까요?
「동의보감」에서는 밀가루에 대해 “밀가루는 장(腸)과 위(胃)를 튼튼히 하고 기력을 세게 하며 오장(五臟)을 도우니 오래 먹으면 몸이 든든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밀가루는 그 뜻이 전혀 다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묵은 밀가루는 열(熱)과 독(毒)이 있고 풍(風)을 동(動)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 밀농사를 지어 바로 제분해서 만들지 않는 한, 긴 유통 과정을 거쳐 수입되는 시중 대부분의 밀가루는 이러한 건강상의 문제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정제된 밀가루는 그 흡수 속도가 너무 빨라 혈당 수치를 급격히 높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몸에서는 혈당 수치를 내리기 위한 조치가 빠르게 진행되고 쉽게 저혈당이 된다. 이러한 저혈당 상태에서는 현기증, 식은땀, 짜증, 집중력 저하를 초래한다. 때문에 이러한 밀가루가 원재료인 과자, 라면, 빵, 국수 등 수많은 밀가루 음식들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몸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분류된다.

한약을 먹을 때 왜 밀가루 음식을 금기할까요?
일반적으로 한약을 복용할 때 밀가루를 포함해 술, 돼지고기, 녹두 등을 금기시한다. 이유는 보약에 들어간 한약재의 성질과 음식들이 상충되어 치료 효과가 반감되거나 혹은 질환을 오히려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인삼이나 녹용이 들어 있는 약을 찬 성질을 지닌 밀가루나 보리, 메밀과 함께 복용하면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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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굶으면서 다이어트 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좀 더 즐겁게 살 빼는 것이 대세. 그동안 다이어트 중인 이들의 식단에 금기시됐던 기름을 비롯해 초콜릿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뜨는 플러스 다이어트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지중해식 다이어트
지중해식 다이어트는 그리스인들의 젊음의 묘약으로 알려진 올리브기름을 활용한 다이어트 방법이다. 이 다이어트는 그리스인들에게 과체중과 심장 질환이 적은 이유가 바로 올리브기름 때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올리브기름을 먹으면 포만감이 유지돼 식욕이 사라진다는 원리에서 시작한 다이어트다. 올리브기름의 성분은 다이어트는 기본, 피부를 탄력 있게 하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어 인기다.

지중해식 다이어트는 올리브기름을 비롯한 지중해식 식단만 먹는 다이어트다. 아침마다 공복에 올리브유를 2숟가락씩 먹고, 주로 등 푸른 생선, 들깨, 콩, 그리스식 요거트, 곡물, 레드와인을 먹는다. 하루 1500kcal를 섭취하면 5주에 4.5kg 정도 감량할 수 있다.

먹는 대로 살이 찌는 뚱뚱한 체형은 공복에 올리브유를 먹으면 위장에 기름막을 형성해 음식 흡수율을 낮춰주고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다. 반면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습관성 설사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 게 좋다.

올리브기름은 맛과 향이 없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은데, 엑스트라 라이트(Extra Light) 오일이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올리브기름에 붙는 ‘라이트’는 지방의 양이 아니라 맛을 나타내는 용어다.

다크 초콜릿 다이어트
요즘 시판되고 있는 다크 초콜릿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멀다. 너무 써서 먹기 괴로울 정도. 다크 초콜릿으로 거듭나려면 카카오 성분이 최소한 50% 이상 함유되어야 한다. 카카오 성분 함량이 높을수록 쓴맛은 더욱 강하다. 다크 초콜릿은 설탕과 우유 같은 탄수화물 성분을 섞는 비율이 낮아 고칼로리 식품이라는 낙인을 벗었다.

다크 초콜릿의 다이어트 효과는 바로 식욕을 줄여주는 렙틴 성분 때문이다. 다크 초콜릿 다이어트는 일본에서 제일 먼저 유행했다. 일본의 한 의과대학에서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4주간 매일 카카오 성분이 70% 함유된 다크 초콜릿 50g을 섭취한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체중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참가자들은 하루 식사 섭취량 중 275kcal을 덜 먹고, 당분이 없는 음료를 마셨다고 한다.

초콜릿에 들어 있는 카카오는 건강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 성분에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제인 폴리페놀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위해 다크 초콜릿만 섭취해서는 안 된다. 다크 초콜릿은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크 초콜릿도 초콜릿이므로 너무 많이 섭취하면 살이 찐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아몬드 다이어트
아몬드 다이어트는 할리우드 스타들에 의해서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아이를 낳은 뒤 8주 만에 탄탄한 몸매로 변신해 유명 속옷 패션쇼에 당당히 나선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은 “출산 후 8주 만에 5kg을 감량하고 날씬해진 비결은 아몬드 다이어트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개인 다이어트 매니저는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하루 다섯 끼를 먹되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통해 포만감을 늘린 것이 체중 감량의 비결이라고 했다. 아몬드가 다이어트 식품일 수 있는 이유는 먹는 양이 적더라도 씹는 과정에서 사람의 뇌를 속여 포만감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아몬드가 고칼로리 고지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몬드는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다. 대신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 불포화지방산 성분은 체내 에너지 소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몬드는 견과류 중 가장 많은 식이섬유를 갖고 있고 칼로리도 낮아 영양학적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맞다.

미국 퍼듀대 영양학 교수인 리처드 매티스 박사팀은 ‘영국 영양학 저널’에 아몬드가 몸무게 증가 없이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있으며,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낮추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여성들에게 10주 동안 평소 식단을 유지한 채 매일 아몬드 56개(344kcal)를 먹게 했다. 그후 10주 동안은 다시 예전 식단으로 음식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아몬드를 먹는 동안 여성들의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고 한다.

팥차 다이어트
BS-TV ‘스타킹’에서 체중이 100kg이 넘는 한 도전자가 40kg 이상의 감량 효과를 봤다고 밝혀 인기를 끈 다이어트다. 팥차 다이어트는 팥 삶은 물을 식사하기 전 1컵씩 마시는 것이다. 팥차를 마실 때 삶은 팥 2작은술 정도를 함께 먹으면 체중 감량에 더욱 효과적이다. 팥차는 하루 5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팥차를 끓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하룻밤 정도 물에 담가둔 팥을 물과 냄비에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줄이고 30분간 더 끓인다. 보관할 때는 차게 식힌 후 냉장 보관하며, 보존 기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으므로 되도록 빨리 마시는 게 좋다.

팥은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이뇨 작용을 하는 식품이다. 따라서 팥차 다이어트는 오랜 시간 꿈쩍 않고 앉아 있는 직장 여성이나 학생들에게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다. 팥 삶은 물은 체내의 혈액과 수분을 원활하게 순환시켜 노폐물을 배출하고 림프의 순환을 돕는다. 하체가 붓기 시작하는 오후 2시부터 섭취하면 다리의 부기를 예방할 수 있다.

팥차 다이어트는 체내의 과도한 수분을 배출시키는 것이지 체지방을 줄이는 것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또 모든 다이어트가 그렇듯 적절한 운동과 함께 해야 감량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양배추 다이어트
양배추 다이어트는 내과의사 야나세 마사노부가 3개월간 27kg을 감량했다고 밝혀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다이어트다.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윈슬렛도 양배추 다이어트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배추 다이어트는 한 끼에 1/6통 정도의 양배추를 크게 썰어 10분 이상 꼭꼭 씹어 먹는 것이다. 물론 익히지 않은 양배추여야 한다. 이때 양배추만 먹는 것은 금물이다. 반드시 단백질 식품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3일 만에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고 한다. 손쉽게 도전해볼 만한 다이어트다.

양배추 1통의 칼로리는 밥 2숟가락 정도인 22kcal로 매우 낮은 편이다. 게다가 양배추는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 흡수 시간이 길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양배추의 디인돌리메탄이란 성분은 식욕 억제 효과도 있다. 또 양배추에는 풍부한 칼슘과 비타민 K가 들어 있어 골다공증 걱정을 줄이면서 살을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배추 다이어트는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 갑자기 체중이 늘었을 때 실천하면 좋다. 양배추의 비타민 U 성분은 상처 난 위장 점막을 회복시켜주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과 함께 먹으면 소화불량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글 / 김민정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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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정도가 됐다. ‘5%에서 10% 정도의 귀여운 수익률이 쏠쏠한’ 달도 있었고, ‘중국과 인도가 -20%로 바닥을 치고 있다’는 달도 있었다. 고작 6개월일 뿐인데, 수익률은 요동쳤다. 오를 때는 완만하게, 내릴 때는 가파르게 내려갔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하다.

펀드 투자 6개월의 피로
좋든 싫든, 매일 수익률을 확인해왔다. 코스피 지수가 펀드 수익률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도 궁금했고, 미국과 중국, 인도시장의 변동에 따라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액수와 관계없이, 세계 경제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은 일견 유쾌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목련이 헤프게 만개하는 4월에는 갑작스러운 피로를 느꼈다. 나른한 날씨 탓은 아니다. 정성기 매니저에게 ‘이젠 지쳤다’고 투정을 부렸다.

“이럴 때 주가는 올라갑니다. 저점이라는 거죠. 인간의 바닥 심리입니다. ‘지쳐서 난 더 이상 모르겠다, 마음대로 해라’ 그럴 때가 바닥이죠. 자포자기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때(웃음).”

사실,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수익률 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 적립식 투자는 시장의 변동 상황보다 투자자 개인의 재무 목표 설정에 따른 투자 기간이 더 중요하다. 적립식 투자를 장기로 끌어갈 경우, 어떤 원리로 안정적인 수익률에 오를 수 있는가는 지난 3월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피로의 핵심은 유난스러운 미디어다. 전문가는 ‘코스피 지수에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말하지만 미디어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호들갑이다. 코스피 지수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있다” “중국 증시 바닥 쳤다” 돈도 없고 전문 지식도 없는 개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 관심을 좀 가질라 치면, 도무지 마음을 잡을 수 없게 만든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흥이 날까. 정성기 매니저는 타이른다.

“항상 기본을 생각하셔야죠. 급할 것 없습니다. 한국은 더 큰 조정이 왔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식만 조금 조정을 받고, 부동산은 조정을 받지 않았어요. 미국의 영향을 받아서 조정을 거쳤다면 총체적으로 더 큰 장이 올 수도 있었죠.”

실물 자산에 거품이 걷히고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다시 몰리게 돼 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이하로 떨어진 가격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매력적이니까,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진정한 큰 장이 오려면 주식시장뿐 아니라 부동산도 미국처럼 조정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 부동산시장은 30% 조정을 받았어요. 한국도 지금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이 10%~20%라도 조정을 받았다면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거죠.”

사실, 지금은 큰 장이 오든 말든 상관없는 심리 상태다. 주가가 상승하고 적립식 투자의 내구력이 생기면서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큰 기대는 접었다. 내집 마련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투자, 지금은 꾸준히 모아서 원금만 회수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래도 가질 수 있는 희망이라면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국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자산들의 가치가 상승하는 날이 옵니다. 이렇게 완만히 상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웃음).”

‘주가는 상승하게 마련’이라는 얘긴데, 맞는 얘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막연하다. 지금 필요한 건 확신이다. “당신이 가입한 펀드는 연말까지 30%의 수익률이 보장됐다” “지금 투자 중인 자금을 이 펀드에 ‘몰빵’하면 한 달 안에 25%의 수익률을 약속한다.” 이 정도로 달콤해야 피로가 풀릴 것 같다. 6개월 동안 꾸준히 설파했던 투자의 기본과 철학은 가물가물하다. 매달 네 페이지에 걸쳐 ‘바람직한 투자 자세’를 제시했는데 독자 엽서에 적힌 “그래서 어떤 펀드가 좋다는 말인가요?”라고 질문하는 성급한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래도, 일말의 위안은 이런 거다. “중국이 좋다더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2시간은 기다려야 펀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던 작년 10월의 기형적인 열풍에 휩쓸리지 않은 것. 상담을 통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 골고루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 것. 성급한 마음에 직접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 회복이 더딘 중국시장에 돈을 몰아넣은 투자자들은 지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예측할 수 없는 주식시장에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드는 건 지금 생각해도 무리다.

“주식시장은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지는 사람도 있는 제로섬 게임이에요. 개미 투자자들은 어려워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흐름을 따라갈 수는 없죠.”

하락을 거듭하는 시장에서, 전문가들은 1,500선을 저점으로 봤다. 1,300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투자의 정석이라지만, 없는 돈 쪼개서 투자에 임하는 ‘개미’들은 여유가 없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합리적 수익에 대한 기대보다 크다. 1,500대에서 머무르던 주가가 1,650선까지 회복했을 때, 부분 환매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있었다.

“사실은 매수에 가담해야 할 시점인데, 고객들이 지쳐서 그래요. 상승 국면이라면, 1,800선에 올랐을 때, 1,850~1,950선에서 3개월, 6개월을 보고 단기 투자한 분들이 다시 환매에 나서죠.”
2008년 말까지의 고점을, 2,200~ 2,400 정도 예측한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지배적인 고점은 2,200선이다.
“예단할 필요는 없어요. 이제 바닥을 탈출하고 올라가는 단계기 때문에, 우리는 지켜보자는 거죠. ‘10% 룰’을 생각하면, 2,000선 정도 갔을 때 환매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난해 주식·펀드시장으로 돈이 몰린 때가 약 1,850선이었다. 4월 8일 현재, 차마 환매에 나설 수 없는 투자자들은 1,850에서 1,950선이 됐을 때 ‘본전’을 생각하고 부분 환매에 나설 거라는 게 정성기 매니저의 분석이다.

“아무리 상승장이라도, 1,900선을 돌파하고 바로 2,000대로 가지는 못할 겁니다. 주가는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횡보할 거예요. 강세장도 약세장도 아닌 상태죠. 시장이 기간 조정을 거치면서 매물대를 소화하고, 서서히 2,000선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그때 또 빠른 탄력으로 상승하겠죠.”

한국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가능한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지금은 ‘많이 팔고 나간’ 상황이다. 미국 서브프라임의 영향 그리고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재미를 봤다. 1,850~1,950선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매물을 외국인 투자자가 소화하고, 3~6개월 정도 조정 장세를 거치면 새로운 고점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 2005년,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달동네’ 관악구 난곡 전경
“고점을 2,400이라고 봤을 때, 우리는 2,200선에서 기계적으로 환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오를 수도 있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해요. 겨울에 감 따면서 까치밥을 남겨놓듯이. 꼭대기 10%를 먹으려고 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다 시기를 놓치고 주가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시 장기투자로 가는 거죠(웃음).”

펀드가 아닌 투자처라면
주식, 펀드에 투자하는 건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금이 충분하다면,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펀드 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금융 전문가 중에는 ‘내집’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다. 그들이 전세나 월세를 고집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부동산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면 금융시장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되죠(웃음). 그들은 전문가니까요. 실제로 주식 많이 하는 분들은 집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전세나 월세 살면서 주식에 전업 투자하는 거죠. 하지만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면, 아직 재테크의 기본은 ‘집’이죠. 시드머니로 집을 먼저 사고, 여유 자금을 다시 운용하는 방식으로.”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현실은 씁쓸하지만,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릴 목적이라면 부동산시장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정성기 매니저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개했다. 지난달의 10% 룰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02년에 결혼할 때, 상계동 집을 7천5백만원에 샀어요. 1988년에 지은, 14년 된 아파트였죠. 신혼집이니까, 가장 저렴한 집을 샀어요. 일단 가격이 쌌고, 아파트 재건축 기준이 20년이었기 때문에 재건축 가능성도 고려했죠.”

당시 전세가가 5천만원, 매매가가 7천5백만원이었다. “5천에 전세로 들어가느니 대출을 좀 받아서 사자”는 생각으로 3천만원을 대출받았고, 각종 세금과 도배, 장판까지 8천만원 정도를 썼다. 그 집의 가격이 지난 2007년 말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노원구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어요. 지금은 매매 가격이 2억 정도예요.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전혀 오르지 않았어요. 6개월 사이에 갑자기 1억이 오른 거죠. 부동산은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자산이에요. 시드머니가 마련되면, 대출을 끼고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죠.”

상하이 증권거래소 시세판 앞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투자자
이명박 정부는 ‘도심을 극대화하겠다’는 개발 방침을 밝혔다. 수도권 신도시보다 서울 시내를 우선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강북으로 쏠렸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한국에서는 강북에 투자하라고 했다죠. 지금 노릴 수 있는 것은 뉴타운 예정지에 빌라나 단독주택을 3~5억 정도에 사고, 나중에 뉴타운으로 지정됐을 때 특별 분양을 받아서 들어가는 방법이죠.”
강남의 집값은 서민들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강북에 부는 재개발 바람은 경기 진작의 관점에선 효율적일 수 있지만,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서울 시내에 ‘내집’을 갖는 게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은 이미 서민이 갈 수 없는 동네죠.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10억 정도 하니까요. 강북도 재개발되면, 거기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서울 사대문 안에 살면 정말 ‘특별시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다면
예고한 대로, ‘내집 마련 성공기’는 펀드와 함께 부동산 투자 정보도 공유하기로 했다. 딱 맞아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은 아니다. ‘같이 공부해보자’는 뜻이다. 금융 전문가의 투자법과 재테크 초보의 고군분투 투자기라고 생각하면 적당하다. 첫 번째 조언은, 펀드 투자법과 다르지 않다.

“재테크 강의를 들으러 오는 분들, 2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도 ‘그러니까 어디에 집을 사면 되나요?’라고 물으세요(웃음). 펀드도 그렇지만, 투자 대상을 보는 시각과 투자 철학이 없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작년에 중국이 좋다는 말만 듣고 투자한 분들 보세요. 심한 경우는 -40%까지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투자도 지식과 경험이 중요하다. 시장을 꿰뚫는 직관을 키우려면 그 두 가지를 먼저 갖춰야 한다. 책을 읽는 게 가장 쉬운 지름길이다.

“일단 서점에 가서 부동산 투자 관련 책들을 관심을 갖고 보셔야 해요. 그렇게 어느 정도 지식을 갖추면 직접 현장에 나가봐야죠. 저자의 말을 100%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만의 잣대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과정을 거쳐야 진짜 ‘시각’을 얻을 수 있어요.”

재개발을 염두에 두고 투자처를 찾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 보도되기 시작한 지역은 이미 늦는다. 가격은 상승할 대로 상승한 상태고, 투자 목적으로 해당 지역의 부동산을 구매한다고 해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중에 판매 중인 서적들을 대충만 훑어봐도 필요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서울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전단
“층수, 노후도, 도로 사정 등 정부에서 재개발 지구를 지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기준을 알아야 예측도 할 수 있겠죠. 소문만 듣고 이슈가 되는 지역을 찾아가는 것도 경계할 일입니다. 동네부터 살펴보시는 게 좋아요.”

공부한 만큼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부자들은 자기만의 가치와 철학이 있다. 부동산이나 펀드나, 요행을 바라고 시작하는 투자의 끝은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만의 철학 없이는 부자가 될 수 없죠. 저요? 물론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금융자산과 비율이 5:5 정도예요. 하지만 향후에는 7:3 정도로 금융자산 비율을 높일 생각입니다. 부동산에는 큰 욕심이 없어요. 목돈이 생기면 강남에 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욕심도 없고. 하지만 뉴타운 추가 지정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빌라나 단독주택을 보유한다면 괜찮은 투자가 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시끄러운 세상에, 잘 살아보겠다고 투자를 결심했는데 ‘콕 짚어주지 않고’ 공부까지 하라니 야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본이 탄탄한 투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공부한 만큼 벌 수 있는 거죠”라는 정성기 매니저의 말은, 평범해서 더 어려운 투자의 원칙이다.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이성훈,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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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건강이 곧 아기의 건강. 엄마가 잘 먹어야 아기에게 젖도 물리고 돌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열심히
먹었다가는 살은 절대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안 먹을 수도 없고 어차피 먹어야 한다면, 제대로 알고 제대로 먹자.

PART 1 출산 맘 다이어트 食테크 원칙 8계명

1. 하루 세 끼 한식 위주 잡곡밥을 먹어라
아침, 점심, 저녁의 양을 3:5:2 비율로 해서 잡곡밥을 먹어보자. 보리, 현미, 검은콩, 수수 등은 흰쌀보다 탄수화물 함량이 낮으면서 식이섬유와 비타민은 더 풍부해 체중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2 단백질 함량을 높여라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출산으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산후 회복이 더디고 쉽게 피곤하며, 체중 회복 속도도 느리다. 단백질이 풍부한 닭 가슴살, 생선, 두부 등을 하루에 적어도 두 종류 이상 먹는다.

3 군것질과 헤어져라
혹시 젖 물린 후 허기짐을 달래려고 먹고, 심심하면 과일 집어먹다가 저녁에는 남편이 사 온 야식까지 챙겨 먹지는 않는가? 출산 후 군것질하는 것은 과식보다 위험하다. 음식을 먹으면 지방 축적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되어 2시간쯤 뒤 사라진다. 이때가 지방이 분해될 시간인데 간식을 먹으면 지방 축적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또 유도하니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4 하루 물 2리터를 마셔라
물은 칼로리가 없어 살이 찌지 않을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돕고 해독 작용을 한다. 단백질을 먹으면 생기는 ‘요소’라는 노폐물을 쉬 배출할 수 있게 도와 산모에게 특히 좋다.

5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와 친해져라
해조류는 열량은 거의 없으면서 칼슘과 요오드 함량이 높다. 그중 요오드는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 구성 성분의 하나인데, 신진대사가 빨라지면 자연히 살이 빨리 빠지니 해조류는 많이 섭취할수록 더욱 좋은 다이어트 음식이다. 또 다시마 속의 알긴산 성분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배변을 도와 변비 예방에 탁월하다. 아침마다 다시마 우린 물을 마시자.

6 철분 보충에 신경 써라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녹황색 채소와 간에 많이 들어 있는 철분은 빈혈을 막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산후 회복을 돕고 산후 우울증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비타민 C를 별도로 복용하면 흡수율이 더욱 높아지니, 오렌지주스와 철분제를 같이 복용하자.

7 칼슘 섭취를 늘려라
모유를 통해 ‘모체 칼슘’이 빠져나가므로 별도의 칼슘 섭취를 통해 그 손실을 예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뼈째 먹는 멸치와 우유가 있고, 셀러리, 배추, 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칼슘이 풍부하다.

8 인스턴트 음식, 짠 음식을 먹지 마라
인스턴트 음식에는 많은 양의 소금과 감미료가 들어 있기 때문에 특히 피해야 한다. 과일도 통조림보다는 생과일을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스턴트 식품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식욕을 돋우기 때문에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할 뿐 아니라, 몸 안으로 들어온 소금 속 나트륨의 삼투압 작용으로 몸속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가 부기가 빠지지 않는다.

PART 2 食테크 고수의 100점짜리 식단 구성 요령
학교 수업 시간표와 같이 정형화된 식단표를 치우고 아래에 제시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식단 요령’을 익혀 응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1 밥, 빵, 면 : 잡곡밥(현미율무밥, 콩밥, 팥밥), 통밀 빵과 메밀국수
현미밥은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는 높다. 또 율무는 한의학에서 ‘의이인’이라 하여 살을 빼는 처방의 주요 구성 성분인데, 부종을 제거하고 피부를 맑게 하는 훌륭한 약재다. 단백질이 함유된 콩밥, 부종을 빼는 팥밥도 좋다. 만약 빵이 먹고 싶다면, 통밀 빵을 반 조각만 아침에 먹어보자. 면류가 먹고 싶다면 메밀국수를 권한다. 라면이나 냉면, 쫄면, 막국수는 삼가도록 한다.

2 국 : 쇠고기, 홍합 등을 넣은 미역국, 시금치된장국 등 맑은 장국
쇠고기미역국이 좋긴 하지만 몇 그릇씩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 쇠고기뿐 아니라 홍합 등으로 재료에 변화를 주자. 미역국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얼큰하고 매운 것보다 맑고 담백한 장국을 먹는다.

3 단백질 : 두부, 삶은 콩, 생선 한 토막, 닭 가슴살 샐러드, 연어
그냥 콩보다는 두부가 소화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단, 단백질 섭취를 위해 삼겹살이나 양념 돼지갈비 등 비교적 고열량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은 곤란하다.

4 채소 : 양배추쌈, 다시마쌈 등 데쳐 먹기
출산 초기에 생채소를 먹으면 몸이 차가워져서 혈액순환 기능이 떨어져 회복이 더디게 된다. 그러므로 채소는 살짝 데치거나 삶아서 먹는다. 살짝 익혀 먹는 것이 소화도 더 잘된다. 달짝지근한 양배추쌈은 무기질이 풍부해 몸을 최적의 알칼리로 변화시킨다. 다시마쌈은 변비 예방에 좋다.

5 물과 음료 : 하루 2리터의 물, 커피는 요령껏, 주스와 우유는 적당히
물은 모유의 주성분이므로 부족하지 않도록 수시로 마시는 습관을 기르자. 정 커피를 마셔고 싶다면 일회용 믹스류 커피보다는 원두커피나 우유를 탄 라테를 마시자.

6 양념 줄이기 : 되도록 담백하고 싱거운 식사
몸과 마음이 힘들고 지친 출산맘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 있는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다. 특히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음식이 자극적일수록 밥을 많이 먹게 될 뿐 아니라 양념 자체 칼로리도 무시할 수 없다.

PART 3 골라 먹는 ‘살 안 찌는’ 산후 보양식
보약을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찔까? 산후 보양식으로 구전(?)되어 오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호박, 가물치, 족발, 흑염소가 있다. 이런 보양식이 무조건 살을 찌게 하거나 무조건 몸에 좋아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증상에 맞는 산후 보양식은 몸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살이 빠지기 쉬운 몸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호박즙 “자고 일어나면 손발이 부어요”- 부종에 좋은
맛이 달고 소화가 잘되는 호박은 이뇨 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부종을 빼는 데 대표적인 산후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단 호박즙은 출산 후 한 달이 지나서 마시는 게 좋다. 출산 직후 부종은 피부에 축적된 수분이 원인이기 때문에 땀을 내어 빼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만약 출산 직후에 호박즙을 먹으면 가뜩이나 출산으로 복압이 줄어들어 기능이 왕성한 신장의 과도한 이뇨 작용으로 무리를 줄 수 있어 좋지 않다.

가물치 “몸이 붓고 너무 더워요”- 이뇨 작용이 강한
가물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소화 장애가 있거나 추위를 느끼는 산모라면 좋지 않다. 게다가 기름기가 많아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는 피해야 한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상처를 잘 아물지 않게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흑염소 “기운이 너무 달려요”- 기력 보강에 좋은
흑염소는 성질이 열(熱)하고 기력 회복을 돕기 때문에 산욕기가 지났는데도 기운이 달리거나 추위를 많이 느끼는 산모에게 필요한 보양식이다. 그러나 출산 후 몸에 미열이 있는 산모는 불필요한 땀 배출을 유도해 기운이 더 빠질 수 있다. 또 칼로리가 높아 살이 찌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족발 “젖이 나오지 않아요”- 젖 분비에 좋은
곰국이나 족발은 예부터 젖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 먹던 보양식이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B1·B`2, 콜라겐, 섬유소, 수분, 칼슘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젖이 잘 분비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젖량이 충분한데도 먹는다면 살로 가게 마련이다.

박현정 원장은
동국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비만 전문 기린한방병원 수련의를 거쳐 산전산후 양·한방 협진 클리닉 원장을 지내는 동안 수많은 산모들의 산후 비만과 산후풍을 진료해왔다. 몇몇 유명 방송 연예인을 관리해오며 입소문을 통해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통(通)하는 산후 비만 전문 한의사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산모들을 만나면서 대한민국 출산맘들의 ‘속 깊은 고민’들을 적나라하게 보아왔고,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고 한다. 현재 삼육보건대학원 보건학과에 출강 중이며 저서로는 「아이 낳고 더 날씬해지는 출산맘 다이어트」가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현정(강남청구경희한의원 역삼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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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 몸은 얼마나 건강할 수 있을까? 이를 쉽게 그려볼 수 있는 방법은 집안사람들의 건강 이상 유무를 통해서다. 가족·친척 중에 중복되어 나타나는 질병이 있다면 지금은 괜찮더라도 오래지 않아 그 병이 나에게 발병할 확률은 월등히 높아진다.

최근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본명 임성훈·38)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돌연사 원인은 심근경색. 그는 지난 2005년 4월에도 심근경색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후 운동으로 10㎏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등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끝내 같은 질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안타까운 것은 터틀맨의 아버지도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는 사실이다.

터틀맨의 심근경색은 유전이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심근경색은 유전 질환이 아니다. 이처럼 가족이나 친척 중 같은 질병을 앓는 사람이 2명 이상일 경우 그 질병에 관해 ‘가족력’이 있다고 한다.

1.가족력이란?
의학적으로 조부모에서 자식까지 4대에 걸쳐 사촌 이내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유전병과는 다르다.
가족력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을 포함한다. 100% 대물림되는 유전병과는 달리, 가족력에서 유전자의 질병 발생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즉 유전성 질환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으나 대체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인 반면, 가족력 질환은 관리만 잘해주면 발병 시기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또 병에 걸렸더라도 가족력을 알면 앞으로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

2.주요 가족력 질환
흔히 부부는 살아가면서 닮는다고 한다. 이는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다. 가령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살다보면 씹는 강도 등으로 인해 얼굴 골격이 비슷해진다. 또 오랫동안 밤에 야식을 즐기고 운동을 잘 안 한다든지 하면 골격과 체형은 물론 건강까지 닮아가게 된다.
부모의 생활습관은 아이들에게도 학습돼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평생 건강을 위해, 올바른 식사습관·운동습관을 갖는 등 바른 생활습관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1 암 가족력
암(癌)은 신체 어느 곳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한 곳에 생기면 진행하면서 온몸에 퍼져 신체 조직과 기관을 마비시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암발생의 1/3은 예방이 가능하고, 1/3은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1/3의 암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암은 건강 생활습관 실천과 조기검진만으로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인 것이다.

국제암연구소의 보고에 따른 암발생 원인을 봐도 30%는 흡연, 30%는 식이요인, 18%는 만성감염에 의한 것으로, 전체 암 발생의 약 80%가 생활습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암은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이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가족력이 있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등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미니 인터뷰 내용 참고).

2 고혈압 가족력
가장 흔한 가족력 질환 중 하나인 고혈압. 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 운동부족, 비만 등으로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합병으로 쓰러질 위험이 크다.

뇌출혈의 약 75%는 고혈압 때문이다. 고혈압성 뇌출혈은 고혈압만이 아니라 터지기 쉬운 상태의 혈관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뇌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예방 차원에서 뇌혈관의 기형 여부를 확인해 미리 수술하는 것이 좋다. 뇌혈관이 정상인 경우라도 가족력이 있다면 뇌혈관 벽이 얇다든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식습관 개선.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치도록 한다. 저염식을 하고 과식, 과음을 피해 혈압을 낮춘다. 스트레스는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보건복지부·국립암센터 ‘국민 암 예방 수칙’

1. 담배를 피우지 말고 남이 피우는 담배 연기도 피하기 흡연은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원인이다. 간접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20~30% 증가한다고 한다.
2.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충분한 과일과 채소의 섭취는 암 발생률을 5~12%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심혈관계질환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3. 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 먹지 않기 짠 음식은 위 점막 손상과 위염을 유발해 위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탄 음식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4.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여기서 한 잔이란 ‘표준 잔(순알코올 12g)’한 잔을 의미한다. 남자 1일 표준 잔 2잔, 여자나 노인은 1일 표준 잔 1잔을 초과하는 음주를 하거나 폭음을 하는 경우 암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거의 매일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대장암, 유방암뿐 아니라 심혈관계질환과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6.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정상체중이란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18.5 쬩 체질량 지수 < 23.0 사이를 의미한다. 비정상적 체중의 증가는 비만으로 연계되어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식도암 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7. 예방접종 지침에 따라 B형 간염 예방접종 받기 B형 간염 예방접종은 B형 간염 만성 감염을 95% 이상 예방해줄 뿐 아니라 B형간염 만성감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을 예방해 줄 수 있다.
8. 성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성매개 감염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은 자궁경부암 발생의 필수조건이며, B·C형 간염 감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도 각각 간암과 카포시 육종, 임파선암 등의 원인이 된다.
9.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보건수칙 지키기 작업장 발암물질은 노출 강도가 높다. 또 확인되기 전까지는 발암물질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출되고, 원인 물질 및 공정에 따라 다양한 암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작업장 발암물질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해진 산업보건안전기준에 따른 안전장치 및 보호구 착용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10.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빠짐없이 받기 암종별 또는 검진주기별로 차이는 있으나 일본, 미국 및 유럽 지역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암 검진에 의한 암 사망 감소 효과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3 심장병 가족력
집안에 심장병 환자가 있고 본인이 다른 질환을 하나 이상 앓고 있다면 발병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체크하고 심전도 검사 등으로 심장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에 의한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절대 금연해야 한다.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너무 예민하지 않게 의연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혈압과 정상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또한 발병했을 경우, 암과 당뇨·고혈압 등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4 당뇨병 가족력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당뇨병이 생겨 처음 혈당이 200 안팎일 때에는 식욕이 증가하고 그와 더불어 체중도 늘어난다. 그러나 혈당이 300 이상으로 높아지면 반대로 체중이 감소하고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게 된다. 몸속에 들어간 당분이 세포에 흡수되지 못하고 혈관을 떠돌아다녀 혈액을 설탕물이나 꿀물처럼 끈적끈적하게 하고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떠돌던 당분은 소변으로 배출돼 몸은 더욱 마르게 된다.

성장호르몬은 신체의 대사 개선에 다양하게 작용한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은 위험하다. 성장호르몬이 주로 분비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반드시 잠을 자도록 한다. 잠은 우리 몸을 노화시키고 병들게 하는 활성산소를 원활히 배출하도록 하므로 가능한 한 매일 숙면을 취하도록 한다. 신체리듬을 깨지 않는 것이 건강의 첫걸음이다.

5 비만 가족력
지금은 뮤지컬 연출가로 더 이름이 알려진 개그맨 백재현. 그는 예전에 한 방송에서 가족 식생활과 관련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어릴 적 친구 집에 갔다가 밥그릇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밥그릇이 너무 작았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그의 집에서는 냉면그릇만 한 그릇에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한때 몸무게가 110㎏ 이상 나가 다이어트를 시도했고, 현재 건강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다.

가족력이 강한 비만은 만병의 근원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특히 엄마가 비만인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은 매우 높다. 가족력이 있다면 어릴 적부터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아동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비만시 나타나는 수면무호흡증은 각종 대사질환과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른 영양과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6 대사 증후군 가족력
대사증후군은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상 증상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의 원인에 해당하며 전 인구의 약 1/4 가까운 사람들이 여기에 속할 만큼 아주 흔한 질환이다.
이는 비만과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생긴다. 복부비만, 고밀도 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 고중성지방 등 5가지 지표 가운데 3가지 이상이 기준치를 넘으면 대사증후군으로 본다.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병행한다. 또 폭식을 하지 않고 저혈당 식사를 하도록 한다. 포화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 대신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불필요한 콜레스테롤은 배출하도록 노력한다.

7 골다공증 가족력
뼈의 노화현상으로 인한 골다공증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게 된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으면 연령에 비해 빨리, 심하게 뼈의 노화가 진행될 수 있다. 흔히 폐경 후에 문제가 되지만 가족력이 있다면 그전부터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골절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알코올, 약물 등에 의한 간 손상을 조심한다. 골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 D의 합성을 위해 햇볕도 쬐고 운동을 해야 한다.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저체중, 뼈 형성을 방해하는 흡연 등을 주의한다. 평소에 칼슘이 함유된 식품을 적절히 섭취하고 필요하다면 칼슘제도 복용한다.

8 우울증 가족력
유전적인 소인과 함께 동거인들이 공유하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 정신 질환. 생활환경에서 초래되는 불만과 기질적인 문제가 병을 악화시킨다. 양육자의 우울성향 전가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숨겨져 있던 억압된 분노가 화살이 되어 아이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가 될 수도 있다.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함께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자살이다. 자살자 중 70% 이상이 우울증 환자라고 한다. 자살은 과거의 자살력과 함께 가족의 자살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울증의 경우 불면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잠을 자고 나도 잔 것 같지 않아 괴로운 경우가 많고 오전에 기분이 다운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오전에 햇볕을 쬐면서 20분 동안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밤 동안 체온이 낮아져 기분이 다운됐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또 대화를 많이 하는 한편 운동과 반신욕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기획/ 이연우 기자 글/ 김찬미(자유기고가) 일러스트/ 최수연


Mini Interview
Q 가족력의 영향이 큰 암은 무엇인가요?

A 현재까지 암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요인 등이 밝혀지면서 확실하게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암종은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폐암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집단 내에서나 함께 생활하는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암 발생이 높은 것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요인에 의한 것 외에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Q 암 가족력은 얼마나 위험한가요?
A
가족력으로 인한 암 사망 위험은 전체 암 사망의 약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연구 결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약 1.5~3배 정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식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식습관은 가족 단위로 그 양상이 비슷하며, 부모의 식생활 습관은 자녀에게 자연스럽게 대물림되므로 역시 암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암 가족력이 있고 암 발생 위험이 우려되는 경우는 암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이 되는 과도한 육류 및 지방의 섭취를 피하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며,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장보기 단계에서부터 조리법과 섭취량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암을 예방하는 식생활을 위한 자세한 사항은 ‘`국민 암예방 수칙 실천지침 식이 편’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Q 비만과 암 가족력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A
암 가족력과 관련이 있는 암은 대부분 식생활이나 적정 운동 여부와 연관이 깊은 비만에 의해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암종들입니다. 특히, 유방암은 성장기의 비만이나 과도한 음주가 위험요인이 되며, 대장암과 전립선암의 경우 육류 섭취가 위험요인이 됩니다. 녹황색 채소를 포함한 충분한 야채와 과일을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는 것은 이들 암 발생을 막는 예방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제, 파이토케미칼, 식이섬유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항산화작용, 해독작용, 면역기능 증진, 호르몬 역할 조절 등을 통하여 암을 예방하게 되며, 과일과 채소의 섭취량이 증가하면 암 발생률이 5~12% 감소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나 과일의 경우 폐암, 방광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 등의 발생 위험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고, 채소는 식도암, 유방암, 폐암, 위암, 대장암, 직장암의 위험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암과 함께 다른 중요 질환이 있는 경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A
일반적으로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균형 잡힌 식생활을 통해 인체에 필요한 적정한 양의 영양소를 공급하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당뇨나 암을 치료 중인 분들의 경우 개인별로 적합한 식사요법 등에 대해서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면 됩니다.

운동 역시 개인의 건강 상태나 질환 보유 여부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운동량과 운동 방법이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이라면 여가시간의 운동으로 조깅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수영, 요가 등을 하면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스포츠 활동으로는 각종 구기 종목 등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일상에서의 빨래, 청소, 계단 오르기, 장보기 등의 가사활동 및 걷거나 나르기, 고강도 노동 등의 직업활동 등도 신체활동으로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장질환, 당뇨, 골다공증 등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적합한 운동 방법과 운동량에 대하여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Q 암 예방을 위해 평소 주의해야 할 생활습관을 알려주세요.
A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그것이 유전요인에 의한 것이든지 혹은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공통의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어서이든지 간에 일반인들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으므로 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중심으로 ‘국민 암예방 수칙’10개 항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본문 게재). 따라서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현재까지의 자신의 생활습관을 평가해 보고, ‘국민 암예방 수칙’과 그 실천지침의 내용에 비춰 교정이 필요한 습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행태를 변화해 암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도움말&인터뷰/ 임민경(국립암센터 암예방과장)

Posted by Red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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